강물 따라 새겨진 단종애사, 영월 청령포
입력 2025.08.25 (22:04)
수정 2025.08.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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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의 유산을 재조명해 보는 2025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오늘은 동강의 수려한 비경 속에 단종의 슬픈 역사를 지닌 영월 '청령포'를 돌아봅니다.
고순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굽이굽이 물줄기가 섬 삼면을 휘감아돌며 흐릅니다.
뒤쪽으로는 험준한 암벽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쳤습니다.
빼어난 풍광 속에 슬픈 역사를 숨긴 청령포.
열 두 살에 부모를 여읜 뒤, 숙부에게 왕위마저 빼앗긴 비운의 왕 단종의 유배지입니다.
청령포 앞을 구불구불 흐르던 하천은 그 모양 그대로 깊이 침식됐습니다.
전형적인 '감입곡류 하천' 입니다.
이런 지형은 청령포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켜 '아름다운 감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삼면은 전부 강이고, 뒤에는 봉우리가 여섯 개인 육육봉이고, 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는 천연 감옥 같은 곳.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땅을 물이 돌아 나간다. 물돌이동 지형이다."]
오백여 년 전 단종이 그러했듯, 지금도 배를 타야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게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숲 한가운데엔 '단종'이 머물던 집을 재현한 '단종어소'가 있습니다.
'왕이 머물던 자리가 여기 있었노라'며 영조가 친필로 써서 세운 비석은 어린 왕의 슬픈 사연을 전합니다.
고요한 솔숲을 거닐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위풍당당한 소나무 한 그루.
6백살 나이를 자랑하듯 하늘로 거침없이 뻗어 올랐습니다.
두 갈래 가지 사이에 단종이 걸터앉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곤 했다는 '관음송'입니다.
청령포를 둘러싼 서강 줄기를 내려다보며 켜켜이 쌓인 돌탑, 소년 노산군의 사무치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서려있습니다.
한양 쪽을 바라보며 단종이 하나 하나 돌을 주워 쌓아 올렸다던 망향탑입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여기를 오르내리면서 이 돌을. 이 자리에서 지금 보시면 여기가 한양 쪽이거든요. 한양 쪽, 곽한치 고개 넘어 한양 쪽을 바라보며 한양에 두고온 정순왕후를 그리면서 이 막돌을 쌓았단 말이에요."]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돌아가던 금부도사 왕방연의 비통하고 애절한 마음도, 청령포의 고고한 강물처럼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마음 같아야 울며 밤길 가는구나."]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영상편집:신정철/화면제공:송동섭·윤주영
강원도의 유산을 재조명해 보는 2025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오늘은 동강의 수려한 비경 속에 단종의 슬픈 역사를 지닌 영월 '청령포'를 돌아봅니다.
고순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굽이굽이 물줄기가 섬 삼면을 휘감아돌며 흐릅니다.
뒤쪽으로는 험준한 암벽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쳤습니다.
빼어난 풍광 속에 슬픈 역사를 숨긴 청령포.
열 두 살에 부모를 여읜 뒤, 숙부에게 왕위마저 빼앗긴 비운의 왕 단종의 유배지입니다.
청령포 앞을 구불구불 흐르던 하천은 그 모양 그대로 깊이 침식됐습니다.
전형적인 '감입곡류 하천' 입니다.
이런 지형은 청령포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켜 '아름다운 감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삼면은 전부 강이고, 뒤에는 봉우리가 여섯 개인 육육봉이고, 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는 천연 감옥 같은 곳.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땅을 물이 돌아 나간다. 물돌이동 지형이다."]
오백여 년 전 단종이 그러했듯, 지금도 배를 타야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게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숲 한가운데엔 '단종'이 머물던 집을 재현한 '단종어소'가 있습니다.
'왕이 머물던 자리가 여기 있었노라'며 영조가 친필로 써서 세운 비석은 어린 왕의 슬픈 사연을 전합니다.
고요한 솔숲을 거닐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위풍당당한 소나무 한 그루.
6백살 나이를 자랑하듯 하늘로 거침없이 뻗어 올랐습니다.
두 갈래 가지 사이에 단종이 걸터앉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곤 했다는 '관음송'입니다.
청령포를 둘러싼 서강 줄기를 내려다보며 켜켜이 쌓인 돌탑, 소년 노산군의 사무치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서려있습니다.
한양 쪽을 바라보며 단종이 하나 하나 돌을 주워 쌓아 올렸다던 망향탑입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여기를 오르내리면서 이 돌을. 이 자리에서 지금 보시면 여기가 한양 쪽이거든요. 한양 쪽, 곽한치 고개 넘어 한양 쪽을 바라보며 한양에 두고온 정순왕후를 그리면서 이 막돌을 쌓았단 말이에요."]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돌아가던 금부도사 왕방연의 비통하고 애절한 마음도, 청령포의 고고한 강물처럼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마음 같아야 울며 밤길 가는구나."]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영상편집:신정철/화면제공:송동섭·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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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유산을 재조명해 보는 2025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오늘은 동강의 수려한 비경 속에 단종의 슬픈 역사를 지닌 영월 '청령포'를 돌아봅니다.
고순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굽이굽이 물줄기가 섬 삼면을 휘감아돌며 흐릅니다.
뒤쪽으로는 험준한 암벽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쳤습니다.
빼어난 풍광 속에 슬픈 역사를 숨긴 청령포.
열 두 살에 부모를 여읜 뒤, 숙부에게 왕위마저 빼앗긴 비운의 왕 단종의 유배지입니다.
청령포 앞을 구불구불 흐르던 하천은 그 모양 그대로 깊이 침식됐습니다.
전형적인 '감입곡류 하천' 입니다.
이런 지형은 청령포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켜 '아름다운 감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삼면은 전부 강이고, 뒤에는 봉우리가 여섯 개인 육육봉이고, 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는 천연 감옥 같은 곳.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땅을 물이 돌아 나간다. 물돌이동 지형이다."]
오백여 년 전 단종이 그러했듯, 지금도 배를 타야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게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숲 한가운데엔 '단종'이 머물던 집을 재현한 '단종어소'가 있습니다.
'왕이 머물던 자리가 여기 있었노라'며 영조가 친필로 써서 세운 비석은 어린 왕의 슬픈 사연을 전합니다.
고요한 솔숲을 거닐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위풍당당한 소나무 한 그루.
6백살 나이를 자랑하듯 하늘로 거침없이 뻗어 올랐습니다.
두 갈래 가지 사이에 단종이 걸터앉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곤 했다는 '관음송'입니다.
청령포를 둘러싼 서강 줄기를 내려다보며 켜켜이 쌓인 돌탑, 소년 노산군의 사무치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서려있습니다.
한양 쪽을 바라보며 단종이 하나 하나 돌을 주워 쌓아 올렸다던 망향탑입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여기를 오르내리면서 이 돌을. 이 자리에서 지금 보시면 여기가 한양 쪽이거든요. 한양 쪽, 곽한치 고개 넘어 한양 쪽을 바라보며 한양에 두고온 정순왕후를 그리면서 이 막돌을 쌓았단 말이에요."]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돌아가던 금부도사 왕방연의 비통하고 애절한 마음도, 청령포의 고고한 강물처럼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마음 같아야 울며 밤길 가는구나."]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영상편집:신정철/화면제공:송동섭·윤주영
강원도의 유산을 재조명해 보는 2025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오늘은 동강의 수려한 비경 속에 단종의 슬픈 역사를 지닌 영월 '청령포'를 돌아봅니다.
고순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굽이굽이 물줄기가 섬 삼면을 휘감아돌며 흐릅니다.
뒤쪽으로는 험준한 암벽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쳤습니다.
빼어난 풍광 속에 슬픈 역사를 숨긴 청령포.
열 두 살에 부모를 여읜 뒤, 숙부에게 왕위마저 빼앗긴 비운의 왕 단종의 유배지입니다.
청령포 앞을 구불구불 흐르던 하천은 그 모양 그대로 깊이 침식됐습니다.
전형적인 '감입곡류 하천' 입니다.
이런 지형은 청령포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켜 '아름다운 감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삼면은 전부 강이고, 뒤에는 봉우리가 여섯 개인 육육봉이고, 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는 천연 감옥 같은 곳. 우리 조상님들은 이런 땅을 물이 돌아 나간다. 물돌이동 지형이다."]
오백여 년 전 단종이 그러했듯, 지금도 배를 타야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게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숲 한가운데엔 '단종'이 머물던 집을 재현한 '단종어소'가 있습니다.
'왕이 머물던 자리가 여기 있었노라'며 영조가 친필로 써서 세운 비석은 어린 왕의 슬픈 사연을 전합니다.
고요한 솔숲을 거닐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위풍당당한 소나무 한 그루.
6백살 나이를 자랑하듯 하늘로 거침없이 뻗어 올랐습니다.
두 갈래 가지 사이에 단종이 걸터앉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곤 했다는 '관음송'입니다.
청령포를 둘러싼 서강 줄기를 내려다보며 켜켜이 쌓인 돌탑, 소년 노산군의 사무치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서려있습니다.
한양 쪽을 바라보며 단종이 하나 하나 돌을 주워 쌓아 올렸다던 망향탑입니다.
[이갑순/문화관광해설사 : "여기를 오르내리면서 이 돌을. 이 자리에서 지금 보시면 여기가 한양 쪽이거든요. 한양 쪽, 곽한치 고개 넘어 한양 쪽을 바라보며 한양에 두고온 정순왕후를 그리면서 이 막돌을 쌓았단 말이에요."]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돌아가던 금부도사 왕방연의 비통하고 애절한 마음도, 청령포의 고고한 강물처럼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마음 같아야 울며 밤길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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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정 기자 flyhi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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