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힘겨워요’

입력 2006.02.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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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쳤던 애국선열들의 넋을 위로하는 삼일절, 바로 내일입니다.

그런데 애국선열의 후손들은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차세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옥탑방, 김영춘 할머니가 혼자 사는 공간입니다.

한켠에 놓인 철제 침대, 다 해진 벽지, 햇볕이 들지 않아 늘 곰팡이가 끼어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춘(독립유공자 후손): "새카만 곳에서 습기차지, 어둡지, 춥지, 곰팡이 끼지."

독립 유공자 손녀인 김 할머니는 지난 2004년,꿈에 그리던 고국에 왔습니다.

<인터뷰> 김영춘: "땅이 얼마나 구수하고 눈물이 나던지, 이 땅을 위해서 선조들이 숨져왔다고 생각하니까 왜 눈물이 안나요."

하지만 고국은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독립유공자에게 지원되는 정부 정착금은 6천만 원이지만 할머니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먼저 귀국해 정착금을 받으면 더 이상 지원되지 않는 법 조항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영춘: "우리한테는 대물림이 가난밖에 없어요. 가난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가난 밖에 없어."

6 남매가 한꺼번에 귀국한 권희철 씨, 정착금 6천만 원을 쪼개고 또 쪼개 새 터전을 꾸려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권희진(맏형): "육천만원 나온 걸로 중국에 고모 두분이 계시거든요. 고모들께 천만원씩 드리고, 우리 6남매와 사촌 형제 다섯, 모두 11명한테 백만원씩 주고"

식당일에, 막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희철(둘째): "정식 회사로 취직하는 건 여러번 시도해봤지만 우리 보기에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하고 아예 포기하고 건설 현장 계속 다니고 있는 거죠"

그나마 지난해 법률이 개정되면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면 누구나 일정 금액의 정착금을 받게됐습니다.

하지만 법률 개정 이후에 귀국한 후손에 한해섭니다.

<인터뷰> 권희은(막내): "고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피 흘리면서 마지막 죽음의 길을 걸었어요. 그런데 우리 후손들은 고국 땅으로 들어오면 그런 대우가 없어요. 우리가 지금 진짜 거지 보다 못한 거지야"

따뜻한 고국의 품에 안기고 싶었던 바람,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자긍심 만으로 살아가기에 그 고국은 너무 힘겹습니다.

KBS 뉴스 차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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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속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힘겨워요’
    • 입력 2006-02-28 20:28:35
    뉴스타임
<앵커 멘트>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쳤던 애국선열들의 넋을 위로하는 삼일절, 바로 내일입니다. 그런데 애국선열의 후손들은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차세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옥탑방, 김영춘 할머니가 혼자 사는 공간입니다. 한켠에 놓인 철제 침대, 다 해진 벽지, 햇볕이 들지 않아 늘 곰팡이가 끼어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춘(독립유공자 후손): "새카만 곳에서 습기차지, 어둡지, 춥지, 곰팡이 끼지." 독립 유공자 손녀인 김 할머니는 지난 2004년,꿈에 그리던 고국에 왔습니다. <인터뷰> 김영춘: "땅이 얼마나 구수하고 눈물이 나던지, 이 땅을 위해서 선조들이 숨져왔다고 생각하니까 왜 눈물이 안나요." 하지만 고국은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독립유공자에게 지원되는 정부 정착금은 6천만 원이지만 할머니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먼저 귀국해 정착금을 받으면 더 이상 지원되지 않는 법 조항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영춘: "우리한테는 대물림이 가난밖에 없어요. 가난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가난 밖에 없어." 6 남매가 한꺼번에 귀국한 권희철 씨, 정착금 6천만 원을 쪼개고 또 쪼개 새 터전을 꾸려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권희진(맏형): "육천만원 나온 걸로 중국에 고모 두분이 계시거든요. 고모들께 천만원씩 드리고, 우리 6남매와 사촌 형제 다섯, 모두 11명한테 백만원씩 주고" 식당일에, 막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희철(둘째): "정식 회사로 취직하는 건 여러번 시도해봤지만 우리 보기에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하고 아예 포기하고 건설 현장 계속 다니고 있는 거죠" 그나마 지난해 법률이 개정되면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면 누구나 일정 금액의 정착금을 받게됐습니다. 하지만 법률 개정 이후에 귀국한 후손에 한해섭니다. <인터뷰> 권희은(막내): "고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피 흘리면서 마지막 죽음의 길을 걸었어요. 그런데 우리 후손들은 고국 땅으로 들어오면 그런 대우가 없어요. 우리가 지금 진짜 거지 보다 못한 거지야" 따뜻한 고국의 품에 안기고 싶었던 바람,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자긍심 만으로 살아가기에 그 고국은 너무 힘겹습니다. KBS 뉴스 차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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