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뛰는 까닭

입력 2000.06.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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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기 암환자들의 요양시설인 호스피스하우스 설립자금 마련을 위해서 홀로 한 달째 마라톤을 해온 신부님이 있습니다.
지난 달 1일 부산을 출발해서 500km가 넘는 장거리를 달려 드디어 오늘 서울에도착했다고 합니다.
이 신부님을 김정희 프로듀서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한적한 고속도로를 무작정 달리는 신부가 있습니다.
달리기는 지난 한 달간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검게탄 얼굴에 깎지 않은 수염이 그 동안의 힘든 여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김 신부가 이렇게 부산에서 서울까지 마라톤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부산 성공회 호스피스 선교회 소속인 김용철 신부, 신부는 7년 전부터 병원에서 암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용철(43살/대한성공회 부산교구 신부): 부산 경남에 호스피스집이 없어서 정말로 암 환자가 이제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고,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데 그 간호하시는 분들이 너무너무 힘들고, 또 병원 의사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도 정말 신부님, 그런 집이 빨리 있으면 좋겠어요.
⊙기자: 지난달 1일 김 신부는 동료들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을 출발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한 달간의 마라톤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달리는 자원봉사자들과 거리의 시민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하루에도 30km 이상의 거리를 뛰다 보니 체력에도 이제 한계가 옵니다.
⊙자원봉사자: 이거 아픈 게 암환자 대신 아픈 거잖아. 그러니까 더 아파야지.
⊙기자: 하루에도 몇 번씩 달리기를 포기하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
그러나 그가 버틸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의 힘이 컸습니다.
승용차로 동행하면서 한달 동안 부인은 남편을 뒷바라지 했습니다.
⊙선명희(39살/부인): 강한 가족의 끈끈한 것 있잖아요.
그런 거를 느끼고 참 힘을 많이 받았었어요.
그리고 또 우리 한이가 옆에 있으면서 참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아이로 인해 가지고 저희가 더 힘을 얻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기자: 국내에 매년 암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은 8만여 명.
이중 말기암 환자들을 돌볼 호스피스들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김 신부는 이번 마라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500km 마라톤 마지막 날인 오늘 많은 사람들의 환영 속에 한달간을 달려온 힘든 시간은 눈녹듯이 잊혀집니다.
말기암 환자들이 편안히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김용철 신부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KBS뉴스 김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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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부님이 뛰는 까닭
    • 입력 2000-06-01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말기 암환자들의 요양시설인 호스피스하우스 설립자금 마련을 위해서 홀로 한 달째 마라톤을 해온 신부님이 있습니다. 지난 달 1일 부산을 출발해서 500km가 넘는 장거리를 달려 드디어 오늘 서울에도착했다고 합니다. 이 신부님을 김정희 프로듀서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한적한 고속도로를 무작정 달리는 신부가 있습니다. 달리기는 지난 한 달간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검게탄 얼굴에 깎지 않은 수염이 그 동안의 힘든 여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김 신부가 이렇게 부산에서 서울까지 마라톤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부산 성공회 호스피스 선교회 소속인 김용철 신부, 신부는 7년 전부터 병원에서 암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용철(43살/대한성공회 부산교구 신부): 부산 경남에 호스피스집이 없어서 정말로 암 환자가 이제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고,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데 그 간호하시는 분들이 너무너무 힘들고, 또 병원 의사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도 정말 신부님, 그런 집이 빨리 있으면 좋겠어요. ⊙기자: 지난달 1일 김 신부는 동료들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을 출발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한 달간의 마라톤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달리는 자원봉사자들과 거리의 시민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하루에도 30km 이상의 거리를 뛰다 보니 체력에도 이제 한계가 옵니다. ⊙자원봉사자: 이거 아픈 게 암환자 대신 아픈 거잖아. 그러니까 더 아파야지. ⊙기자: 하루에도 몇 번씩 달리기를 포기하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 그러나 그가 버틸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의 힘이 컸습니다. 승용차로 동행하면서 한달 동안 부인은 남편을 뒷바라지 했습니다. ⊙선명희(39살/부인): 강한 가족의 끈끈한 것 있잖아요. 그런 거를 느끼고 참 힘을 많이 받았었어요. 그리고 또 우리 한이가 옆에 있으면서 참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아이로 인해 가지고 저희가 더 힘을 얻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기자: 국내에 매년 암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은 8만여 명. 이중 말기암 환자들을 돌볼 호스피스들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김 신부는 이번 마라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500km 마라톤 마지막 날인 오늘 많은 사람들의 환영 속에 한달간을 달려온 힘든 시간은 눈녹듯이 잊혀집니다. 말기암 환자들이 편안히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김용철 신부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KBS뉴스 김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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