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좌 해킹, 신종범죄 등장

입력 2000.07.04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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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의 주식시장이 검은 세력들에 의해서 휘둘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이버 증권계좌에 침입해서 주가를 조작한 일당이 잡혔는가 하면 벤처기업과 펀드매니저들은 서로 짜고 작전을 폈다가 적발됐습니다.
김태선, 신성범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 모씨는 어느 날 컴퓨터를 켜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주식이 사고 팔린 것입니다.
김 씨의 계좌에 침입한 사람은 놀랍게도 아마추어 해커들이었습니다.
이들의 해킹수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계좌의 네 자리 숫자를 무작위로 대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들은 증권계좌에 ID와 비밀번호에 숫자를 하나하나 대입해 암호를 푸는 수법으로 무려 20개의 계좌를 해킹했습니다.
⊙피의자 이 모 씨: 숫자가 들어가면 될 것 같아 가지고 쳤는데 그게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 가지고 저도 그때 놀랐는데...
⊙기자: 다른 사람의 계좌에 침입한 이들은 주인 몰래 주식을 판 다음 이 자금으로 자신들이 미리 사 놓은 다른 종목에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내 주가 상승을 유도했습니다.
그 다음 실제로 주가가 오르면 자기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습니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해 PC방을 옮겨다니며 주가 조작이 비교적 쉬운 코스닥 종목을 사고 팔아 닷새만에 400만원을 챙겼습니다.
⊙양근원(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장): 숫자로 된 ID나 ID와 패스워드가 같은 경우 이를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등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우리나라 전체 주식 거래의 79%를 차지하는 사이버 주식거래.
이제 더 이상 해킹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KBS뉴스 김태선입니다.
⊙기자: 검찰에 구속되는 벤처기업 대표와 펀드매니저들입니다.
이 펀드매니저들은 명문대 출신들로 주식열풍과 함께 억대의 연봉을 받는 금융업계의 엘리트들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돈의 유혹이 이들을 주가 조작에까지 내몰았습니다.
액정화면을 만드는 이 벤처기업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주가를 올릴 방법을 찾았습니다.
모 증권사 부지점장인 이 모씨에게 주가를 끌어올려 달라고 부탁하면서 15억을건넸습니다.
이 씨는 후배 펀드매니저 6명한테 1억원에서 3억원을 주면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라고 부추겼습니다.
코스닥 등록 직후 5만 6000원에 거래되던 이 회사 주식은 이들의 개입으로 33만원까지 뛰었습니다.
주가 조작이 끝나면서는 15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승구(서울지검 특수1부장): 투신에서 돈을 끌어서 펀드가 구성이 되어 있죠.
펀드 돈을 가지고 사주는 것만 해도 이익이 있으니까...
⊙기자: 기관투자가인 펀드매니저가 움직이면 너도 나도 사들여 주가는 오르게 됩니다.
펀드매니저들은 1만 5000주를 사주면 약 2억원 정도를 커미션으로 받는 게 관행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코스닥 외에 증권시장의 주가 조작도 계속 적발돼 서울지검에서만 며칠새 네 명이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주가 조작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KBS뉴스 신성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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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계좌 해킹, 신종범죄 등장
    • 입력 2000-07-04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우리의 주식시장이 검은 세력들에 의해서 휘둘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이버 증권계좌에 침입해서 주가를 조작한 일당이 잡혔는가 하면 벤처기업과 펀드매니저들은 서로 짜고 작전을 폈다가 적발됐습니다. 김태선, 신성범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 모씨는 어느 날 컴퓨터를 켜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주식이 사고 팔린 것입니다. 김 씨의 계좌에 침입한 사람은 놀랍게도 아마추어 해커들이었습니다. 이들의 해킹수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계좌의 네 자리 숫자를 무작위로 대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들은 증권계좌에 ID와 비밀번호에 숫자를 하나하나 대입해 암호를 푸는 수법으로 무려 20개의 계좌를 해킹했습니다. ⊙피의자 이 모 씨: 숫자가 들어가면 될 것 같아 가지고 쳤는데 그게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 가지고 저도 그때 놀랐는데... ⊙기자: 다른 사람의 계좌에 침입한 이들은 주인 몰래 주식을 판 다음 이 자금으로 자신들이 미리 사 놓은 다른 종목에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내 주가 상승을 유도했습니다. 그 다음 실제로 주가가 오르면 자기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습니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해 PC방을 옮겨다니며 주가 조작이 비교적 쉬운 코스닥 종목을 사고 팔아 닷새만에 400만원을 챙겼습니다. ⊙양근원(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장): 숫자로 된 ID나 ID와 패스워드가 같은 경우 이를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등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우리나라 전체 주식 거래의 79%를 차지하는 사이버 주식거래. 이제 더 이상 해킹의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KBS뉴스 김태선입니다. ⊙기자: 검찰에 구속되는 벤처기업 대표와 펀드매니저들입니다. 이 펀드매니저들은 명문대 출신들로 주식열풍과 함께 억대의 연봉을 받는 금융업계의 엘리트들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돈의 유혹이 이들을 주가 조작에까지 내몰았습니다. 액정화면을 만드는 이 벤처기업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주가를 올릴 방법을 찾았습니다. 모 증권사 부지점장인 이 모씨에게 주가를 끌어올려 달라고 부탁하면서 15억을건넸습니다. 이 씨는 후배 펀드매니저 6명한테 1억원에서 3억원을 주면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라고 부추겼습니다. 코스닥 등록 직후 5만 6000원에 거래되던 이 회사 주식은 이들의 개입으로 33만원까지 뛰었습니다. 주가 조작이 끝나면서는 15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승구(서울지검 특수1부장): 투신에서 돈을 끌어서 펀드가 구성이 되어 있죠. 펀드 돈을 가지고 사주는 것만 해도 이익이 있으니까... ⊙기자: 기관투자가인 펀드매니저가 움직이면 너도 나도 사들여 주가는 오르게 됩니다. 펀드매니저들은 1만 5000주를 사주면 약 2억원 정도를 커미션으로 받는 게 관행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코스닥 외에 증권시장의 주가 조작도 계속 적발돼 서울지검에서만 며칠새 네 명이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주가 조작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KBS뉴스 신성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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