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가는 이유

지금 아니면 갈 수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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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2월 16일,
아폴로 17호가 세 명의 우주인을
태운 채 달에서 지구를 향해 이륙했다.
20호까지 계획됐던 미국 아폴로
계획의 마지막 임무였다. 아폴로 계획은
인류의 달 착륙을 성공시켰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에 여론이 돌아서면서 조기 종료됐다.
1960년부터 1973년까지 아폴로 계획에는
194억 813만 4,000달러가 투입됐다.

그로부터 50년 뒤, 다누리는 달 탐사에 도전한다.
선진국의 달 탐사가 일단락된 지
반세기가 지난 시점이다.
2016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7년간 예산 2,367억 원이 투입됐다.
왜 한국은 달 탐사를 시작하는 걸까.
우리 힘으로 달에 가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과학자들이 답한다.

달은 지구에서 38만 4,400km
떨어져 있는 우주이죠. 다누리는
지구를 벗어난 우주 탐사의 첫걸음이고,
이걸 계기로 이제 저희들이 심우주
탐사도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이 길을 연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는
발사 석 달 전 '다누리'라는 이름이
대국민 공모로 정해지기 전까지
한국형 달 탐사선의 공식 이름이었다.
Pathfinder(길잡이)라는 뜻대로
다누리는 심우주 탐사의 길을 여는 길잡이다.
탐사선의 설계, 조립, 시험, 발사에서부터
항행, 교신, 임무 운영과 달 궤도 진입,
임무 수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첫 경험이고 도전이었다.

다누리를 통해 한국 우주 탐사의
개척자 집단이 구성됐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달에 가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모르기
때문인 거 같아요.

제가 7년간 개발하면서
수많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고
기술들을 개발했고
어려움에 봉착했고 또, 제 한계를 느꼈고
그 한계를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저는 '우리는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구나'를 느꼈어요.
어려운 길을 선택할 때
성취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전문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우주 탐사의 개척자는
과학자와 공학자 뿐만이 아니다.
다누리는 독자 기술 개발을 목표로
국내 기업과 대학교, 정부 출연 연구소 등
59개 기관이 개발에 참여했다.
도전한 기업과 대학은 우주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확보했다.

달 탐사 사업은 '국산화를 해야 한다'
대명제가 있었습니다. 고해상도 카메라에
들어가는 구성품들도 다 국내 업체들을
통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구성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우주에 대한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저희가 국내 실력 있는 광학업체들을
방문해서 달 탐사 얘기를 꺼냈을 때
그분들이 되게 많이 놀랐습니다.
업체들은 처음에는 이게
미지의 세계니까
두려워하기도 했고요.

맨 처음 만든 모델이
잘 안 돼서 버리고 다시 만들기도 했고…
업체들이 되게 어려워했습니다.
그래도 흥미롭게,
또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데도
최종 마무리까지 잘했습니다.
무척 보람도 있었고 그분들과
같이 일한 그런 과정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 탐사선을 개발하는 데는 정말 엄청
나게 많은 종류의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이 기술을 개발해서
당장 경제적으로 뭐가 확보되냐는
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무조건 해놓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달 탐사선을
한번 개발하고 달에 갔다 옴으로써
우리 국내 업체들, 국내 연구기관의
기술적인 진보가 엄청나다

저는 생각을 합니다.

허행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부장

우주 개발은 국력의 상징이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우주 탐사의 경험은 과학기술 영역에 그치지 않고
국가 역량의 한 축이 된다. 현장에선 다누리의
도전을 통해 달라진 위상을 서서히 체감하고 있다.
다누리가 수행하는 과학 임무는
2023년 본격 시작되지만,
한국은 항행 과정에서 세계 수준의
교신과 임무 운영 역량을 입증했다.

우주 탐사를 함으로써 다른 나라가
한국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고,
기술 수준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영향을 저희들이 받고 있습니다.
국제 무대에 나가서도 '이 친구들은
뭔가 이제 할 수 있는 친구들이구나!'
그래서 국제 협력 제안도 많이
올 수가 있고요.

이제 달 궤도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키고 나면 향후에
우리나라에 달 탐사, 우주 탐사를
같이하기 위한 제안이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국민의 자긍심이고
국가의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철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임무운영 관제 담당)

세계 각국이 다시 달 탐사에 나선 데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

과학자들은 인터뷰에서 우주기술을
대항해시대 국제 무역로를 연 항해술에
자주 비유했다.
우주를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 소비되는
우주경제 시대는 이미 막이 올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40년 세계 우주경제의 규모는
2020년 4,470억 달러보다 20배 늘어난
1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우주산업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죠. 세계 제일 부자인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둘 다
우주산업을 하는 기업을 하고 있어요.
사업가들도 우주탐사 분야가 앞으로
돈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우리도 거기에 발맞춰서
지금 우주산업 분야에 도전하고
선점하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 그 시장은 우리가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대항해시대의 시작도
처음 항해술의 발전을 통해서
남미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구과학이나 우주탐사 분야
과학 연구가 발전하지 못하면
그 뒤의 미래는 이제 더
발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과학 연구를 통해서
태양계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그걸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도
뒤따라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우주 탐사는 지금 아니면 갈 수 없는
길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20년, 30년 후를 봐야 할 거 같아요.
물론 20년, 30년 전에 달을 준비하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 준비 안 하면
20년, 30년 후에 저희 후대가
누릴 기회가 없어질 거예요.
저희는 지금 기회를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지금 현재 달을 포함해서
심우주에 대한 도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그 필요성을 다들 알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달에 다시 도전하고 있고요.
그 이유는 상업적일 수도 있고,
달 자체의 가치일 수도 있고,
더 먼 심우주로 가기 위한
도전의 단계일 수도 있는 거예요.

저희도 지금 늦었지만
20년, 30년 후를 위해서
그런 도전을 지금 해놔야
그 기회를 후세들한테 줄 수 있는,
저희가 해야 할 의무인 거 같아요.
특히 항공우주를 전공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저희가 해줄 건
그 기회를 지금 만들어놔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이 어떻게 보면 늦었지만,
저희 입장에서 제일 빠른 시점이예요.
왜냐면 지금 안 하면 더 늦어지니까.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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