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대체복무제 형평성 논란…‘비리’ 수두룩

입력 2016.05.17 (21:04) 수정 2016.05.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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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학·산업계 인재 육성을 위해, 1973년부터 이공계 인력은 현역 군 복무 대신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기업체에서 대체복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이 연간 6천명이 선발되고, 석박사급 인력 가운데 군 복무 대신 연구소에서 근무하거나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전문연구요원은 2천5백명입니다.

이들의 복무 기간은 현역병에 비해 1년 정도 더 긴데요.

하지만, 현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거나 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송영석 기자입니다.

▼ 형평성 논란에 병역 비리 온상 지적도 ▼

<리포트>

<녹취> KBS 9시 뉴스(2007.06.13) : "검찰이 병역 특례 비리 수사를 300여 개 업체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유전 특례, 무전 입대'라는 말이 나돌던 2007년,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소문만 무성했던 병역 특례 비리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석 달간 수사 끝에 120여 명이 적발됐고, 이 가운데 27명이 구속됐습니다.

연예인과 운동 선수는 물론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자녀, 사법 연수생 등 사회 지도층도 포함됐습니다.

비리 수법은 다양했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2007년 당시 인터뷰) :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을 (병역특례 직원으로) 넣어 달라고 로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브로커도 있고 직접 하는 사람들도 있고... (직접 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사회 고위층..."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일부 연예인은 현역으로 재입대했고 관련법 개정 등 제도 정비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대기업 총수 일가와 장관 후보자 자녀 등 사회 지도층의 비리 의혹은 끊임 없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 "병역 특례를 악용하는 사기업도 문제이지만 권력을 가지고 돈을 가진 부모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서..."

대체 복무제 폐지로 현역 자원으로 전환될 이공계 인력은 연간 만 천5백 명에 이를 것으로 군 당국은 집계했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 찬반 논란 온라인 ‘후끈’…논리는? ▼

<기자 멘트>

대체 복무제 폐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모두 무산됐습니다.

과학기술계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먼저 폐지 찬성 측 입장을 볼까요?

"자기 공부 계속하며 경력도 쌓는데 군대 가는 사람만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공계생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제도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병역 자원이 부족하다는 국방부 의견에 대해서는 "여성도 군에 보내자"거나 "직업 군인을 늘리자" "복무 기간을 연장하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폐지 반대 측 의견을 볼까요?

다른 나라는 전략 무기를 늘려 병력을 감축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징병을 늘리려 한다는 쓴소리가 있습니다.

전문 연구 요원을 없애는 건 과학기술 개발과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체 복무제 폐지 방침에 이공계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는 산업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 이공계 자원은 어디로?…산업계 반발 ▼

컴퓨터 보안 분야를 전공한 조효제씨, 컴퓨터 보안 회사에서 병역특례 복무를 하며 연구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배들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조효제(병역특례 복무 중) : "몇 개월 단위만 소홀히 해도 금방 놓쳐버리고 새로운 걸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2년이란 시간은 엄청나게 크다고 볼 수 있죠."

중소기업들의 병역특례 수요는 만 3천여 명 정도지만 지금도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례제도가 있어도 이렇게 인력 구하기가 힘든데 이런 유인책마저 없어지면 기업 운영조차 어렵게 된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정욱조(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 "확대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오히려 축소하고 폐지한다고 하니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역 전략산업에 병역특례 요원을 우선 배정하는 유인책을 검토 중인데, 국방부에서는 폐지를 들고 나온 겁니다.

<인터뷰> 이신두(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군에서도 국방기술 연구를 하거든요. 그런쪽에 우선적으로 투입을 해서 거기에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합니다.)"

이공계 인력 육성 정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병역 특례 제도 축소는 자칫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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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7 21:09:49
    • 수정2016-05-17 21: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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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학·산업계 인재 육성을 위해, 1973년부터 이공계 인력은 현역 군 복무 대신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기업체에서 대체복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이 연간 6천명이 선발되고, 석박사급 인력 가운데 군 복무 대신 연구소에서 근무하거나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전문연구요원은 2천5백명입니다. 이들의 복무 기간은 현역병에 비해 1년 정도 더 긴데요. 하지만, 현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거나 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송영석 기자입니다. ▼ 형평성 논란에 병역 비리 온상 지적도 ▼ <리포트> <녹취> KBS 9시 뉴스(2007.06.13) : "검찰이 병역 특례 비리 수사를 300여 개 업체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유전 특례, 무전 입대'라는 말이 나돌던 2007년,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소문만 무성했던 병역 특례 비리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석 달간 수사 끝에 120여 명이 적발됐고, 이 가운데 27명이 구속됐습니다. 연예인과 운동 선수는 물론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자녀, 사법 연수생 등 사회 지도층도 포함됐습니다. 비리 수법은 다양했습니다. <녹취> 업체 관계자(2007년 당시 인터뷰) :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을 (병역특례 직원으로) 넣어 달라고 로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브로커도 있고 직접 하는 사람들도 있고... (직접 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사회 고위층..."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일부 연예인은 현역으로 재입대했고 관련법 개정 등 제도 정비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대기업 총수 일가와 장관 후보자 자녀 등 사회 지도층의 비리 의혹은 끊임 없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 "병역 특례를 악용하는 사기업도 문제이지만 권력을 가지고 돈을 가진 부모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서..." 대체 복무제 폐지로 현역 자원으로 전환될 이공계 인력은 연간 만 천5백 명에 이를 것으로 군 당국은 집계했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 찬반 논란 온라인 ‘후끈’…논리는? ▼ <기자 멘트> 대체 복무제 폐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모두 무산됐습니다. 과학기술계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먼저 폐지 찬성 측 입장을 볼까요? "자기 공부 계속하며 경력도 쌓는데 군대 가는 사람만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공계생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제도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병역 자원이 부족하다는 국방부 의견에 대해서는 "여성도 군에 보내자"거나 "직업 군인을 늘리자" "복무 기간을 연장하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폐지 반대 측 의견을 볼까요? 다른 나라는 전략 무기를 늘려 병력을 감축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징병을 늘리려 한다는 쓴소리가 있습니다. 전문 연구 요원을 없애는 건 과학기술 개발과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체 복무제 폐지 방침에 이공계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는 산업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 이공계 자원은 어디로?…산업계 반발 ▼ 컴퓨터 보안 분야를 전공한 조효제씨, 컴퓨터 보안 회사에서 병역특례 복무를 하며 연구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배들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조효제(병역특례 복무 중) : "몇 개월 단위만 소홀히 해도 금방 놓쳐버리고 새로운 걸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2년이란 시간은 엄청나게 크다고 볼 수 있죠." 중소기업들의 병역특례 수요는 만 3천여 명 정도지만 지금도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례제도가 있어도 이렇게 인력 구하기가 힘든데 이런 유인책마저 없어지면 기업 운영조차 어렵게 된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정욱조(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 "확대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오히려 축소하고 폐지한다고 하니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역 전략산업에 병역특례 요원을 우선 배정하는 유인책을 검토 중인데, 국방부에서는 폐지를 들고 나온 겁니다. <인터뷰> 이신두(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군에서도 국방기술 연구를 하거든요. 그런쪽에 우선적으로 투입을 해서 거기에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합니다.)" 이공계 인력 육성 정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병역 특례 제도 축소는 자칫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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