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리우로 가는 북한…‘올림픽 띄우기’ 본격화

입력 2016.07.23 (08:08) 수정 2016.07.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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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인의 축제’ 리우 올림픽이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도 요즘 ‘올림픽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유난히 ‘체육강국 건설’을 강조해 온 만큼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올림픽을 앞둔 북한 스포츠계의 분위기와 메달 기대주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4년 전, 런던 올림픽.

여자 유도 52kg급 결승전에서 북한 선수 안금애가 쿠바 선수와 맞붙었다.

<녹취> “엎어치기. 되치기! 되치기! (유효입니다. 되치기 유효. 안금애 금메달!)”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따낸 안금애 선수.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나라의 안금애 선수가 유술(유도) 여자 52kg급 경기에서 영예의 1등을 쟁취했습니다.”

안금애의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북한의 메달 획득이 이어졌다.

<녹취> “성공합니다! 성공합니다. 세계신기록 작성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은국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고 영예의 금메달을 쟁취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영웅조선의 힘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하여 림정심 선수가 또 다시 우승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뒤 처음 출전한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종합 20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4년 뒤, 리우 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금.

북한 매체들은 연일 스포츠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올림픽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녹취> 림은심(북한 역도 선수) : “우리 체육 선수들에게 안겨준 당의 사랑과 믿음에 비해 보면 오늘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북한 TV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한 환영 행사를 보도하고...

올림픽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의 국제대회를 연일 중계방송하며 ‘올림픽 띄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이렇게 해서 결승 경기에서는 4대 2로 우리나라의 강위훈 선수가 중국의 서영빈 선수를 이겼습니다.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각오도 빠지지 않는다.

<녹취> 홍은정(베이징올림픽 여자 도마 금메달) : “훈련을 잘 해서 무조건 원수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무조건 31차(리우 올림픽)에서 1등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이처럼 ‘올림픽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속내는 무엇일까.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올림픽 출전이) 북한 국민들을 안정화시키는,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너네가 아무리 우리를 이렇게 제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떳떳하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정상국가다 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가 되죠.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리우 올림픽에 참여하게 되는...”

도마를 옆으로 짚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돌고 한 바퀴를 비트는 현란한 기술.

<녹취> 조선중앙TV : “국제체조연맹에서 우리나라 4.25체육단 리세광 선수의 이름으로 명명한 리세광 동작.”

자신의 이름을 딴 공인 기술을 보유한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이 출전하는 체조는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이 크게 기대하는 종목이다. 체조를 비롯해 유도와 레슬링, 사격 등 모두 9개 종목에 출전하는 북한.

가장 기대가 큰 종목은 단연 ‘역도’다.

북한은 역대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47개 중 13개를 역도에서 따낸 역도 강국이다.

또, 레슬링, 유도 등 투기도 효자 종목이다.

북한은 6.25 전쟁 이후 역도, 레슬링, 사격 등을 국가적으로 집중 육성해 왔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집중육성 같은 경우는 한 9개 종목이 있는데, 이건 김일성이 우리 조선인들의 체형에 맞는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해라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그게 대부분 투기 종목이고 사격입니다. 그런데 그 이외의 종목들은 고급의 장비들이 필요한 종목이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그걸 따라올 수가 없었죠. 그러다보니까 결국 몸으로 뛰는 종목들이 강화됐는데 말 그대로 투기 종목 플러스 마라톤 플러스 축구 이정도였죠.”

북한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것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때다.

사격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이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인 종합 16위에 오르는 등 나름의 성과를 이어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함께 ‘고난의 행군’으로 상징되는 극심한 경제난이 겹치면서 북한 스포츠는 ‘암흑기’를 겪는다.

<인터뷰> 오영희(前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만약에 우리 배구 선수단이 유럽에 국제 경기를 가는데 비행기 값을 우리가 이렇게 내면 너희도 이렇게 해서 공짜로 하자 그런 게 있었어요. 90년대 들어서면서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그게 다 없어지면서 무조건 비행기 티켓 값도, 먹는 것, 호텔 값도 무조건 돈이다 이렇게 되니까 돈에서 경제적으로 악순환이 오면서 점점 국제 경기를 못나가니까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급격히 악화됐죠.”

선수들의 훈련을 위한 장비 공급조차 차질을 빚었다.

<인터뷰> 오영희(前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리듬 체조가 곤봉이 있잖아요. 곤봉이 지금은 너무 잘 되어가지고 수지로 돼있어요. 옛날에 우리는 곤봉을 나무, 북한에서 자기네가 만든 곤봉 본을 떠서 곤봉 머리에다가 나무를 이렇게 해서 거기다가 끼워 맞춰서 그런 걸로 했어요. 그런데 나무 곤봉이니까 이게 빠지는 거예요. 대하고 곤봉 머리하고 계속 빠지면 사고 날수도 있고 하다가 휙 날아가서 옆 사람이 맞을 수도 있고.."

쇠퇴했던 북한의 경기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20위를 달성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국제사회의 원조 등으로 북한 내 경제 상황이 호전된 영향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2000년대 활발하게 이뤄졌던 남북체육 교류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이 다른 데서 얻지 못했던 새로운 스포츠의 기술이라든지 정보 이런 것들을 남북한 간에 체육 교류를 하면서 북한의 전반적인 경기력 자체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줬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1344남북교류 관계가 많았을 때는 정보, 기술뿐만 아니라 사실은 체육 기자재 같은 경우도 저희가 많이 줬었거든요. 이런 걸 통해서 북한의 체육 능력이 향상됐었고...”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육성되는 북한의 운동선수들...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경우 대우도 남다르다.

올림픽이나 국제경기에서 우승하거나 특별히 나라의 명예를 드높인 선수들에겐 공훈체육인이나 인민체육인, 노력영웅 등의 칭호가 수여된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북한 정성옥 선수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녹취> 조선중앙TV91999년 9월) : “그(정성옥)는 경애하는 장군님만을 그리며 달렸다고 하면서 바로 그것이 곧 샘솟는 힘이 되고 승리의 장패를 열 수 있는 원천으로 되었다고 긍지 넘쳐 말했습니다.”

‘금메달은 장군님 덕택’이라는 우승 소감을 밝혔던 그는 북한 체육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공화국영웅 칭호를 수여받았다.

국제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에겐 자동차, 집 등의 포상은 물론, 특별 배급에 연금 등 갖가지 특혜가 이어진다.

특히, ‘스포츠 애호가’로 알려진 김정은 집권 후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8월) : “연전 연승의 체육신화를 창조하여 또 다시 영예의 우승컵을 거머쥔 빨치산 여전사들이 비행기로 평양 국제비행장에 도착했습니다.”

김정은은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녹취> 김정은 현지지도 기록영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영예의 금메달을 온 조국에 안고 온 우리의 장한 여자 축구선수들이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열렬히 축하해 주셨습니다.”

정통성이 약한 김정은이 이전 시대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 정치’를 적극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정은이 정치적 이미지로 북한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건 젊고 액티브한 지도자라는 것이거든요. 젊고 액티브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미지 메이킹 속에서 체육하고 일단 결합이 된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젊은 세대, 체육, 강함, 역동적인 것 이런 것들을 합해서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하나 있겠고요.”

하지만, 주민들의 생계를 위한 배급조차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인터뷰> 오영희(前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옛날에 김일성이 한 말이 있어요. 스포츠는 제2의 전선이라고 소리 없는 전쟁이 스포츠라고 했어요. 그래서 권투나 축구나 거기다가 열심히 (재원을) 쏟아 부은 거죠. 국민들이 지금 내 가족도 못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진짜 밥을 먹을까 말까 점심 먹을까 말까인데 뭘 해서 내라는 거야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런 불만이 많고 스포츠가 언제 스포츠야 우리 못 먹으니까 불만이 많아지는 거죠."

게다가 이번 리우 올림픽의 성과가 자칫 초라할 경우 김정은이 내세워 온 ‘체육강국’의 구호가 무색해지며 리더십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지금까지 국제대회 나가서 메달도 따고 그러면서 다 김정은의 치적으로 홍보를 해 왔는데 결과가 안나타나면 결국 도대체 뭐 했냐, 라는 상황이 되죠. /비판적으로 확산될 경우 정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북중관계에 냉기가 한창 돌던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간 농구대회에 김정은이 참석하자 낮은 단계지만 양국 관계 회복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만큼 스포츠를 통한 정치적 메시지가 여전히 주목받는 게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체육강국 건설’을 내세워 온 북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 리우 올림픽이란 국제무대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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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리우로 가는 북한…‘올림픽 띄우기’ 본격화
    • 입력 2016-07-23 08:35:15
    • 수정2016-07-23 09: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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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인의 축제’ 리우 올림픽이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도 요즘 ‘올림픽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유난히 ‘체육강국 건설’을 강조해 온 만큼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올림픽을 앞둔 북한 스포츠계의 분위기와 메달 기대주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4년 전, 런던 올림픽.

여자 유도 52kg급 결승전에서 북한 선수 안금애가 쿠바 선수와 맞붙었다.

<녹취> “엎어치기. 되치기! 되치기! (유효입니다. 되치기 유효. 안금애 금메달!)”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따낸 안금애 선수.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나라의 안금애 선수가 유술(유도) 여자 52kg급 경기에서 영예의 1등을 쟁취했습니다.”

안금애의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북한의 메달 획득이 이어졌다.

<녹취> “성공합니다! 성공합니다. 세계신기록 작성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은국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고 영예의 금메달을 쟁취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영웅조선의 힘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하여 림정심 선수가 또 다시 우승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뒤 처음 출전한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종합 20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4년 뒤, 리우 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금.

북한 매체들은 연일 스포츠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올림픽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녹취> 림은심(북한 역도 선수) : “우리 체육 선수들에게 안겨준 당의 사랑과 믿음에 비해 보면 오늘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북한 TV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한 환영 행사를 보도하고...

올림픽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의 국제대회를 연일 중계방송하며 ‘올림픽 띄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이렇게 해서 결승 경기에서는 4대 2로 우리나라의 강위훈 선수가 중국의 서영빈 선수를 이겼습니다.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각오도 빠지지 않는다.

<녹취> 홍은정(베이징올림픽 여자 도마 금메달) : “훈련을 잘 해서 무조건 원수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무조건 31차(리우 올림픽)에서 1등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이처럼 ‘올림픽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속내는 무엇일까.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올림픽 출전이) 북한 국민들을 안정화시키는,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너네가 아무리 우리를 이렇게 제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떳떳하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정상국가다 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가 되죠.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리우 올림픽에 참여하게 되는...”

도마를 옆으로 짚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돌고 한 바퀴를 비트는 현란한 기술.

<녹취> 조선중앙TV : “국제체조연맹에서 우리나라 4.25체육단 리세광 선수의 이름으로 명명한 리세광 동작.”

자신의 이름을 딴 공인 기술을 보유한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이 출전하는 체조는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이 크게 기대하는 종목이다. 체조를 비롯해 유도와 레슬링, 사격 등 모두 9개 종목에 출전하는 북한.

가장 기대가 큰 종목은 단연 ‘역도’다.

북한은 역대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47개 중 13개를 역도에서 따낸 역도 강국이다.

또, 레슬링, 유도 등 투기도 효자 종목이다.

북한은 6.25 전쟁 이후 역도, 레슬링, 사격 등을 국가적으로 집중 육성해 왔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집중육성 같은 경우는 한 9개 종목이 있는데, 이건 김일성이 우리 조선인들의 체형에 맞는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해라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그게 대부분 투기 종목이고 사격입니다. 그런데 그 이외의 종목들은 고급의 장비들이 필요한 종목이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그걸 따라올 수가 없었죠. 그러다보니까 결국 몸으로 뛰는 종목들이 강화됐는데 말 그대로 투기 종목 플러스 마라톤 플러스 축구 이정도였죠.”

북한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것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때다.

사격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이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인 종합 16위에 오르는 등 나름의 성과를 이어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함께 ‘고난의 행군’으로 상징되는 극심한 경제난이 겹치면서 북한 스포츠는 ‘암흑기’를 겪는다.

<인터뷰> 오영희(前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만약에 우리 배구 선수단이 유럽에 국제 경기를 가는데 비행기 값을 우리가 이렇게 내면 너희도 이렇게 해서 공짜로 하자 그런 게 있었어요. 90년대 들어서면서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그게 다 없어지면서 무조건 비행기 티켓 값도, 먹는 것, 호텔 값도 무조건 돈이다 이렇게 되니까 돈에서 경제적으로 악순환이 오면서 점점 국제 경기를 못나가니까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급격히 악화됐죠.”

선수들의 훈련을 위한 장비 공급조차 차질을 빚었다.

<인터뷰> 오영희(前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리듬 체조가 곤봉이 있잖아요. 곤봉이 지금은 너무 잘 되어가지고 수지로 돼있어요. 옛날에 우리는 곤봉을 나무, 북한에서 자기네가 만든 곤봉 본을 떠서 곤봉 머리에다가 나무를 이렇게 해서 거기다가 끼워 맞춰서 그런 걸로 했어요. 그런데 나무 곤봉이니까 이게 빠지는 거예요. 대하고 곤봉 머리하고 계속 빠지면 사고 날수도 있고 하다가 휙 날아가서 옆 사람이 맞을 수도 있고.."

쇠퇴했던 북한의 경기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20위를 달성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국제사회의 원조 등으로 북한 내 경제 상황이 호전된 영향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2000년대 활발하게 이뤄졌던 남북체육 교류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이 다른 데서 얻지 못했던 새로운 스포츠의 기술이라든지 정보 이런 것들을 남북한 간에 체육 교류를 하면서 북한의 전반적인 경기력 자체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줬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1344남북교류 관계가 많았을 때는 정보, 기술뿐만 아니라 사실은 체육 기자재 같은 경우도 저희가 많이 줬었거든요. 이런 걸 통해서 북한의 체육 능력이 향상됐었고...”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육성되는 북한의 운동선수들...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경우 대우도 남다르다.

올림픽이나 국제경기에서 우승하거나 특별히 나라의 명예를 드높인 선수들에겐 공훈체육인이나 인민체육인, 노력영웅 등의 칭호가 수여된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북한 정성옥 선수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녹취> 조선중앙TV91999년 9월) : “그(정성옥)는 경애하는 장군님만을 그리며 달렸다고 하면서 바로 그것이 곧 샘솟는 힘이 되고 승리의 장패를 열 수 있는 원천으로 되었다고 긍지 넘쳐 말했습니다.”

‘금메달은 장군님 덕택’이라는 우승 소감을 밝혔던 그는 북한 체육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공화국영웅 칭호를 수여받았다.

국제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에겐 자동차, 집 등의 포상은 물론, 특별 배급에 연금 등 갖가지 특혜가 이어진다.

특히, ‘스포츠 애호가’로 알려진 김정은 집권 후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8월) : “연전 연승의 체육신화를 창조하여 또 다시 영예의 우승컵을 거머쥔 빨치산 여전사들이 비행기로 평양 국제비행장에 도착했습니다.”

김정은은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녹취> 김정은 현지지도 기록영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영예의 금메달을 온 조국에 안고 온 우리의 장한 여자 축구선수들이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열렬히 축하해 주셨습니다.”

정통성이 약한 김정은이 이전 시대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 정치’를 적극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정은이 정치적 이미지로 북한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건 젊고 액티브한 지도자라는 것이거든요. 젊고 액티브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미지 메이킹 속에서 체육하고 일단 결합이 된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젊은 세대, 체육, 강함, 역동적인 것 이런 것들을 합해서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하나 있겠고요.”

하지만, 주민들의 생계를 위한 배급조차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인터뷰> 오영희(前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옛날에 김일성이 한 말이 있어요. 스포츠는 제2의 전선이라고 소리 없는 전쟁이 스포츠라고 했어요. 그래서 권투나 축구나 거기다가 열심히 (재원을) 쏟아 부은 거죠. 국민들이 지금 내 가족도 못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진짜 밥을 먹을까 말까 점심 먹을까 말까인데 뭘 해서 내라는 거야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런 불만이 많고 스포츠가 언제 스포츠야 우리 못 먹으니까 불만이 많아지는 거죠."

게다가 이번 리우 올림픽의 성과가 자칫 초라할 경우 김정은이 내세워 온 ‘체육강국’의 구호가 무색해지며 리더십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지금까지 국제대회 나가서 메달도 따고 그러면서 다 김정은의 치적으로 홍보를 해 왔는데 결과가 안나타나면 결국 도대체 뭐 했냐, 라는 상황이 되죠. /비판적으로 확산될 경우 정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북중관계에 냉기가 한창 돌던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간 농구대회에 김정은이 참석하자 낮은 단계지만 양국 관계 회복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만큼 스포츠를 통한 정치적 메시지가 여전히 주목받는 게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체육강국 건설’을 내세워 온 북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 리우 올림픽이란 국제무대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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