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불량 가설재…지난해만 290명 숨져

<앵커 멘트>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임시 가설물은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과 직결돼있습니다.

그런데 설치 비용을 아낀다며 휘어지거나 녹슨 불량 가설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1층 높이의 건물 공사 현장입니다.

가설물 위에서 위태롭게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녹취>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어설프게 매던가 그렇게 하면 우리가 보강을 해서 하지. 우리 나름대로 현장에서 나름대로 보강을 해서 하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안전과는 거리가 멉니다.

무게를 지탱해주는 철골은 녹슬어 있고, 외벽은 나무 조각으로 대충 이어놨습니다.

거푸집을 지탱하고 있는 수직 철골엔 고정 못조차 없습니다.

<녹취> 건설 근로자(음성변조) : "일일이 체크할 수는 없고 그런 경향이 종종 생기죠. 뚝 떨어져서 골절 당한다든가 다치는 데가 있고."

가설물 자재가 쌓여있는 또 다른 공사장입니다.

가장 중요한 철골 기둥이 휘어져 있습니다.

하중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데다 구멍까지 뚫려있습니다.

부식도 심각합니다.

<녹취> 이정석(가설안전연구소장) : "이게 떨어져 나가는 거에요. 떨어져 나가면서 발판이 힘을 못 받고 쳐지게 되는 거죠."

실제로 지난해 3월 경기도 용인에서는 이런 가설물 때문에 교량 상판이 붕괴해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충남 천안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7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인터뷰> 이정석(가설안전연구소장) :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되고 시공이 되다 보니까, 붕괴가 많이 발생하는 그런 요인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불량 가설물 자재가 쓰이고 있습니다.

부서진 발판을 용접해가며 쓰는 등 모두 불법입니다.

<녹취> 가설재 임대업자(음성변조) : "새것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데 교체를 다 하고는 타산이 안 맞으니까…."

지난해 가설재 사고로 숨진 사람은 290명,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37%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