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숨은 주역 ‘평양냉면’…평화의 상징으로

입력 2018.04.30 (08:31) 수정 2018.04.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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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서울 시내 식당 가운데 이처럼 긴 줄이 이어진 곳이 많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평양냉면 식당이라는 점입니다.

그 촉매제는 바로 지난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날 만찬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부부 모두 평양냉면을 먹었고,

우리나라 점심시간에 냉면집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뉴스가 전달됐는데,

또한번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전해집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요즘 가장 뜨거운 곳, 평양냉면집 활약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7일 오전, 온 국민이 긴장과 기대 속에서 지켜본 남북정상회담.

오전회의 모두발언 중 지켜보는 이들의 긴장을 풀어놓은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멀리 온...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녁만찬 메뉴 중 하나인 평양냉면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이 한마디에 정상회담 시작의 긴장감은 웃음으로 누그러지기도 했죠.

평양 옥류관 제면기를 판문점까지 가져와 3분 안에 냉면을 만찬장으로 날랐다는 이야기도 화제가 됐습니다.

김 위원장이 냉면을 언급한 바로 그날, 서울 시내 평양냉면 전문점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한여름 성수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진 건데요.

[장동화/평양냉면 전문점 사장 : "오늘 같은 경우에 평상시에 비해서 두 배 정도 손님이 더 오셨고요. 점심시간보다 더 일찍부터 한 11시경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긴 대기시간을 감수하고 평양냉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마음은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이문자/미국 로스앤젤레스 : "원래도 좋아했지만요 오늘 남북정상회담이 정말 잘 된 거 같아서 더욱더 냉면 생각이 나서 왔습니다."]

평양 냉면에 대한 관심은 당일 반짝 인기몰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평양냉면 전문점.

이곳 역시 주말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이선영/수원시 영통구 :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먹고 싶어서 먹으러 왔어요. 되게 뭉클하더라고요. 진짜 이렇게 만날 줄 몰랐는데 만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뭉클했습니다."]

SNS에는 평양냉면 인증샷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가 하면, 외신에서도 '평양냉면'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CNN은 남북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환영만찬 음식 중 하나인 평양 옥류관 냉면을 직접 소개했는데요.

또 다른 외신에서도 평양냉면이 만찬 메뉴로 오른 것을 두고 '국수 외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남북관계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평화의 상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평양냉면이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숨은 주역 냉면이 두 정상의 대화에 이렇게 등장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6월 : "평소 한 번 꼭 가봤으면 하는 옥류관에 가서 냉면도 먹고..."]

[김정일/전 국방위원장/2000년 6월 : "냉면이 이제 아침, 오전 회담이 늘어나니까 급하게 자시면 국수가 원래 맛없습니다."]

2007년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도 옥류관은 두 정상의 대화 물꼬를 텄습니다.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평양냉면.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소통의 단골 소재,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 겁니다.

하지만, 앞선 두 번의 정상회담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은 그 위상이나 파급력이 사뭇 달랐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서상원/평양냉면 전문점 사장 : "그 때는 그렇게 영향이 없었던 거 같고요.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오셔서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더 이렇게 효과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이쯤되면 평양냉면이 평화의 상징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대목입니다.

실제 평양 옥류관 출신 요리사인 윤종철 씨의 감회는 남다릅니다.

[윤종철/평양 옥류관 출신 요리사 : "우리가 한민족이지만 너무 가까운 사람이지만 너무나 멀게 있던 사람들이에요. 서로 총구멍 맞대고 적으로 살아왔고 한민족인데도. 정말 이렇게 순간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정말 나도 눈물 흘렸어요. 그거보고. 우리가 너무 멀리 생각했구나."]

지난 2000년 탈북한 뒤 서울에 평양음식점을 연 이래 윤 씨의 식당은 이번에 가장 많은 손님을 맞았다고 합니다.

[윤종철/평양 옥류관 출신 요리사 : "이 가게 생겨서 최고로 많았어요. 원래는 여기 (하루에) 250명 정도 왔는데 오늘은 540명 왔어요."]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옥류관 평양냉면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통일의 가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윤종철/옥류관 출신 요리사 : "예술인들이 가서 먹고 와서 자랑했지, 이번에 판문점에 또 했지. 거기 못갈 거 여기라도 오자하고 사람들이 먹어보자 그러니까 냉면이 좋아서 오는 게 아니고 나도 한 번 먹어보자 이렇게 오는 거예요. 사람들 마음속에는 통일을 그리워하지 않나..."]

언젠가 옥류관 평양냉면을 서울 분점에서 직접 맛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냉면 한 그릇하며 정상회담을 지켜본 사람들의 이른바 '냉면 민심'은 앞으로에 대한 기댑니다.

[김경은/서울시 송파구 : "차차 좋은 쪽으로 진행이 될 거 같고 지금 긍정적인 이야기, 부정적인 이야기 함께 나오고 있어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좋은 쪽으로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권준형/서울시 마포구 : "다음에는 평양냉면 먹으러 직접 평양 가서 먹을 수 있고 대동강 맥주도 한 잔 먹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여름 무더위를 날려주는 음식에서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평양냉면.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올해 빨리 다가온 평양냉면 성수기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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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숨은 주역 ‘평양냉면’…평화의 상징으로
    • 입력 2018-04-30 08:35:03
    • 수정2018-04-30 09: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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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서울 시내 식당 가운데 이처럼 긴 줄이 이어진 곳이 많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평양냉면 식당이라는 점입니다.

그 촉매제는 바로 지난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날 만찬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부부 모두 평양냉면을 먹었고,

우리나라 점심시간에 냉면집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뉴스가 전달됐는데,

또한번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전해집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요즘 가장 뜨거운 곳, 평양냉면집 활약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7일 오전, 온 국민이 긴장과 기대 속에서 지켜본 남북정상회담.

오전회의 모두발언 중 지켜보는 이들의 긴장을 풀어놓은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멀리 온...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녁만찬 메뉴 중 하나인 평양냉면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이 한마디에 정상회담 시작의 긴장감은 웃음으로 누그러지기도 했죠.

평양 옥류관 제면기를 판문점까지 가져와 3분 안에 냉면을 만찬장으로 날랐다는 이야기도 화제가 됐습니다.

김 위원장이 냉면을 언급한 바로 그날, 서울 시내 평양냉면 전문점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한여름 성수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진 건데요.

[장동화/평양냉면 전문점 사장 : "오늘 같은 경우에 평상시에 비해서 두 배 정도 손님이 더 오셨고요. 점심시간보다 더 일찍부터 한 11시경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긴 대기시간을 감수하고 평양냉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마음은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이문자/미국 로스앤젤레스 : "원래도 좋아했지만요 오늘 남북정상회담이 정말 잘 된 거 같아서 더욱더 냉면 생각이 나서 왔습니다."]

평양 냉면에 대한 관심은 당일 반짝 인기몰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평양냉면 전문점.

이곳 역시 주말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이선영/수원시 영통구 :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먹고 싶어서 먹으러 왔어요. 되게 뭉클하더라고요. 진짜 이렇게 만날 줄 몰랐는데 만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뭉클했습니다."]

SNS에는 평양냉면 인증샷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가 하면, 외신에서도 '평양냉면'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CNN은 남북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환영만찬 음식 중 하나인 평양 옥류관 냉면을 직접 소개했는데요.

또 다른 외신에서도 평양냉면이 만찬 메뉴로 오른 것을 두고 '국수 외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남북관계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평화의 상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평양냉면이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숨은 주역 냉면이 두 정상의 대화에 이렇게 등장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6월 : "평소 한 번 꼭 가봤으면 하는 옥류관에 가서 냉면도 먹고..."]

[김정일/전 국방위원장/2000년 6월 : "냉면이 이제 아침, 오전 회담이 늘어나니까 급하게 자시면 국수가 원래 맛없습니다."]

2007년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도 옥류관은 두 정상의 대화 물꼬를 텄습니다.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평양냉면.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소통의 단골 소재,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 겁니다.

하지만, 앞선 두 번의 정상회담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은 그 위상이나 파급력이 사뭇 달랐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서상원/평양냉면 전문점 사장 : "그 때는 그렇게 영향이 없었던 거 같고요.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오셔서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더 이렇게 효과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이쯤되면 평양냉면이 평화의 상징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대목입니다.

실제 평양 옥류관 출신 요리사인 윤종철 씨의 감회는 남다릅니다.

[윤종철/평양 옥류관 출신 요리사 : "우리가 한민족이지만 너무 가까운 사람이지만 너무나 멀게 있던 사람들이에요. 서로 총구멍 맞대고 적으로 살아왔고 한민족인데도. 정말 이렇게 순간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정말 나도 눈물 흘렸어요. 그거보고. 우리가 너무 멀리 생각했구나."]

지난 2000년 탈북한 뒤 서울에 평양음식점을 연 이래 윤 씨의 식당은 이번에 가장 많은 손님을 맞았다고 합니다.

[윤종철/평양 옥류관 출신 요리사 : "이 가게 생겨서 최고로 많았어요. 원래는 여기 (하루에) 250명 정도 왔는데 오늘은 540명 왔어요."]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옥류관 평양냉면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통일의 가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윤종철/옥류관 출신 요리사 : "예술인들이 가서 먹고 와서 자랑했지, 이번에 판문점에 또 했지. 거기 못갈 거 여기라도 오자하고 사람들이 먹어보자 그러니까 냉면이 좋아서 오는 게 아니고 나도 한 번 먹어보자 이렇게 오는 거예요. 사람들 마음속에는 통일을 그리워하지 않나..."]

언젠가 옥류관 평양냉면을 서울 분점에서 직접 맛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냉면 한 그릇하며 정상회담을 지켜본 사람들의 이른바 '냉면 민심'은 앞으로에 대한 기댑니다.

[김경은/서울시 송파구 : "차차 좋은 쪽으로 진행이 될 거 같고 지금 긍정적인 이야기, 부정적인 이야기 함께 나오고 있어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좋은 쪽으로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권준형/서울시 마포구 : "다음에는 평양냉면 먹으러 직접 평양 가서 먹을 수 있고 대동강 맥주도 한 잔 먹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여름 무더위를 날려주는 음식에서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평양냉면.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올해 빨리 다가온 평양냉면 성수기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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