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시간 공짜 노동” 택배기사 전면 파업…배송 ‘차질’

입력 2018.07.18 (21:38) 수정 2018.07.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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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택배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택배시장이 가파르게 커졌는데요.

택배기사들 근로조건은 오히려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참다 못한 택배기사들이 근로조건을 개선해 달라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택배업계 1위 업체인 CJ 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기사들간 파업이 다른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자칫 택배 대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런 상황입니다.

KBS는 오늘(18일)과 내일(19일), 이틀동안 택배업계의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진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택배기사들의 파업 현장, 그리고 택배기사들의 고달픈 노동현실을 박찬, 정유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택배기사 3백여 명이 CJ 대한통운 본사 앞에 모였습니다.

수도권과 경남의 7개 지회 택배 노조원들이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배송을 원한다. 우리 물량 돌려놔라!"]

갈등이 시작된 경남지역 한 물류 터미널, 주차장은 한산하고 분류 작업은 멈췄습니다.

창원과 김해 등 영남권은 3주째 물류 파행입니다.

[영남권 대리점주/음성변조 : "노조원들이 배송해야 하는 물량이 만 7천개 정도됩니다. 전면 배송 거부를 해버리면대리점 사장은 능력이 안 됩니다."]

국도변에 대형 화물차와 택배차가 모여 있습니다.

터미널이 아닌 길가에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노조원이 아닌 다른 지역 직영 기사들에게 일을 맡겼기 때문입니다.

[직영 택배 기사/음성변조 : "배달이 안 되다 보니깐 저희가 내려와서 배달을 해주는 거예요."]

이들과 노조 소속 기사들 사이에선 승강이가 벌어집니다.

["내려 봐, 그래야 빨리 끝난다니까."]

갈등이 격해져 경찰이 테이져건을 쏘는 일도 생겼습니다.

["자 천천히 천천히."]

물류 파행 속에 배송 사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병대/경남 김해시 : "집집마다 배송이 안 되고, 한 군데 저 엘리베이터 옆이나 이런 데에 한 곳에 모아 놔요."]

국내 택배업계에서 택배기사들의 전면 파업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기자]

CJ 대한통운, 택배업계 1위입니다.

지난해 배송 상자가 10억 5천만 개입니다.

15살 이상 국민이 24개를 이용한 셈입니다.

최근 시장점유율도 크게 높아져 작년엔 48%였습니다.

성장 비결이 뭘까요?

바로 싼 택배비입니다.

CJ 택배비는 1900원대, 업계 평균 2200원대에 비해 300원이나 쌉니다.

물건 하나 배달할 때 기사가 받는 돈은 820원, 2,3위 업체보다 적습니다.

물론 물량이 많아 기사들 수입은 2,3위 업체보다 높은데 기사들은 그만큼 더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기사들은 노동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류 노동을 꼽습니다.

뒤섞인 배송물품을 구역별로 나누는 일인데 이게 기사가 할 일이 아닌데도 그냥 해왔다는 겁니다.

반면 회사 측은 분류 작업도 배송업무란 입장입니다.

그래도 그동안은 이 시간이 3시간 정도여서 이렇게까지 문제가 아니었는데 물량이 늘자 문제가 터졌습니다.

이 분류 노동에 7시간까지 걸리게 된 겁니다.

택배기사들은 CJ 측이 사실상 '공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CJ 택배기사 노동 실태, 조금 더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CJ 택배기사 이민상 씨가 터미널에서 물건을 싣고 나옵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몇 시에 출근하신 거예요?) 오늘은 7시..."]

점심 시간이 지나 화물칸이 비어갑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이제 회사로 복귀해서 남은 잔류물건을 다 싣고 2차 나와야죠. (끝난 게 아니에요?)"]

배송 물량이 늘어 분류 작업이 7시간 가량 걸리게 되자, 결국 쪼개기로 여러 차례 배송을 하는 겁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반복적으로 그렇게 한단 말이에요. 힘도 더 들죠. 기름값도 더 들지..."]

CJ는 2016년부터 이런 '다회전 배송'을 도입했습니다.

[택배 기사/음성변조 : "당연히 전부 다 못 채우고 나가요. 근데 2회전 나가라고 해. 강제적으로."]

문제는 배송횟수나 근무 시간이 길어져도 별도 수당은 없다는 겁니다.

택배 기사 대부분은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습니다.

모두가 사장님이자 노동자인 특수한 고용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조세화/변호사/전국서비스산업연맹법률원 : "건당 수수료만 지급하면 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이나 각종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죠."]

정부는 지난해 말 택배 노조 설립을 처음 인정했는데 CJ 사측과 택배 대리점주들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날이 저물었지만, 이민상 씨는 여전히 배송중입니다.

밤 9시, 일이 끝났습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카운트에 360개 가까이…."]

오늘도 14시간을 일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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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7시간 공짜 노동” 택배기사 전면 파업…배송 ‘차질’
    • 입력 2018-07-18 21:44:43
    • 수정2018-07-18 22:34:34
    뉴스 9
[앵커]

요즘 택배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택배시장이 가파르게 커졌는데요.

택배기사들 근로조건은 오히려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참다 못한 택배기사들이 근로조건을 개선해 달라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택배업계 1위 업체인 CJ 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기사들간 파업이 다른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자칫 택배 대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런 상황입니다.

KBS는 오늘(18일)과 내일(19일), 이틀동안 택배업계의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진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택배기사들의 파업 현장, 그리고 택배기사들의 고달픈 노동현실을 박찬, 정유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택배기사 3백여 명이 CJ 대한통운 본사 앞에 모였습니다.

수도권과 경남의 7개 지회 택배 노조원들이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배송을 원한다. 우리 물량 돌려놔라!"]

갈등이 시작된 경남지역 한 물류 터미널, 주차장은 한산하고 분류 작업은 멈췄습니다.

창원과 김해 등 영남권은 3주째 물류 파행입니다.

[영남권 대리점주/음성변조 : "노조원들이 배송해야 하는 물량이 만 7천개 정도됩니다. 전면 배송 거부를 해버리면대리점 사장은 능력이 안 됩니다."]

국도변에 대형 화물차와 택배차가 모여 있습니다.

터미널이 아닌 길가에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노조원이 아닌 다른 지역 직영 기사들에게 일을 맡겼기 때문입니다.

[직영 택배 기사/음성변조 : "배달이 안 되다 보니깐 저희가 내려와서 배달을 해주는 거예요."]

이들과 노조 소속 기사들 사이에선 승강이가 벌어집니다.

["내려 봐, 그래야 빨리 끝난다니까."]

갈등이 격해져 경찰이 테이져건을 쏘는 일도 생겼습니다.

["자 천천히 천천히."]

물류 파행 속에 배송 사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병대/경남 김해시 : "집집마다 배송이 안 되고, 한 군데 저 엘리베이터 옆이나 이런 데에 한 곳에 모아 놔요."]

국내 택배업계에서 택배기사들의 전면 파업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기자]

CJ 대한통운, 택배업계 1위입니다.

지난해 배송 상자가 10억 5천만 개입니다.

15살 이상 국민이 24개를 이용한 셈입니다.

최근 시장점유율도 크게 높아져 작년엔 48%였습니다.

성장 비결이 뭘까요?

바로 싼 택배비입니다.

CJ 택배비는 1900원대, 업계 평균 2200원대에 비해 300원이나 쌉니다.

물건 하나 배달할 때 기사가 받는 돈은 820원, 2,3위 업체보다 적습니다.

물론 물량이 많아 기사들 수입은 2,3위 업체보다 높은데 기사들은 그만큼 더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기사들은 노동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류 노동을 꼽습니다.

뒤섞인 배송물품을 구역별로 나누는 일인데 이게 기사가 할 일이 아닌데도 그냥 해왔다는 겁니다.

반면 회사 측은 분류 작업도 배송업무란 입장입니다.

그래도 그동안은 이 시간이 3시간 정도여서 이렇게까지 문제가 아니었는데 물량이 늘자 문제가 터졌습니다.

이 분류 노동에 7시간까지 걸리게 된 겁니다.

택배기사들은 CJ 측이 사실상 '공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CJ 택배기사 노동 실태, 조금 더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CJ 택배기사 이민상 씨가 터미널에서 물건을 싣고 나옵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몇 시에 출근하신 거예요?) 오늘은 7시..."]

점심 시간이 지나 화물칸이 비어갑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이제 회사로 복귀해서 남은 잔류물건을 다 싣고 2차 나와야죠. (끝난 게 아니에요?)"]

배송 물량이 늘어 분류 작업이 7시간 가량 걸리게 되자, 결국 쪼개기로 여러 차례 배송을 하는 겁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반복적으로 그렇게 한단 말이에요. 힘도 더 들죠. 기름값도 더 들지..."]

CJ는 2016년부터 이런 '다회전 배송'을 도입했습니다.

[택배 기사/음성변조 : "당연히 전부 다 못 채우고 나가요. 근데 2회전 나가라고 해. 강제적으로."]

문제는 배송횟수나 근무 시간이 길어져도 별도 수당은 없다는 겁니다.

택배 기사 대부분은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습니다.

모두가 사장님이자 노동자인 특수한 고용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조세화/변호사/전국서비스산업연맹법률원 : "건당 수수료만 지급하면 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이나 각종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죠."]

정부는 지난해 말 택배 노조 설립을 처음 인정했는데 CJ 사측과 택배 대리점주들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날이 저물었지만, 이민상 씨는 여전히 배송중입니다.

밤 9시, 일이 끝났습니다.

[이민상 씨/CJ대한통운 택배 기사 : "카운트에 360개 가까이…."]

오늘도 14시간을 일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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