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CCTV도 피한다…불법 주·정차 백태

입력 2008.04.17 (10:45) 수정 2008.04.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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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웬만한 도로엔, 아무리 골목길 이라도 CCTV가 설치돼서 불법 주. 정차 했다간 벌금 물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고 이를 피하기 위한 행태가 또 가지가집니다.

이런 사람들 참 얄밉죠?

사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 때문에 급할 때 피해 보신 분들 많을 겁니다.

그런 만큼 피하기 수법이 교묘해진다면 단속도 더 철저해져야 되지 않을까요?

김학재 기자!

실태 어떻던가요?

<리포트>

네, 최근 단속 CCTV에 찍히지 않도록 번호판을 가리는 얌체족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번호판을 가리기 위해 의자나 박스 등 온갖 기구들이 동원 되고, 차 뒤 트렁크를 열어 놓는 등 교묘한 수법까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뛰는 단속 위에 나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도로 위, 엉킨 차량에! 아슬아슬 버스 타기!

<인터뷰> 강재욱(시민) : "장애물이 많으니까 걸어가는 것 아닙니까. 버스가 가까이 서지 못하니까요."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버스정류장에서의 소동!

주범은 바로,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이죠!

<인터뷰> 이상호(시민) : "항상 불편하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뿐이고..."

매년 끊이지 않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단속 CCTV도 늘었지만, 최근 이마저도 피해가는 수법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서울 황학동의 한 도롭니다. 상가변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차량 앞뒤로 하나같이 상자가 쌓여 있거나,의자가 놓여 있는데요.

모두 불법 주정차 단속 CCTV에 번호판이 찍히는 걸 피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차를) 세워야 장사를 하지. (CCTV 단속을 하고) 그러면 못해요."

화물차는 교묘하게 뒷 칸막이를 내려놓는가 하면,어떤 차는 도로용 안전판까지 동원했습니다.

아예 번호판 가리개용 알루미늄 판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하는 차량도 있는데요.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여기는 5분만 세우라는데 어떤 때는 2시간까지 있어야 해. 그런데 저걸로 안 가리면 계속 찍어버린다고. 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또 다른 지역의 한 식당에서는 심지어 차를 몰고 온 손님이 차의 번호판을 가릴 수 있는 나무판자까지 미리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녹취> 식당 주인 : "(저기 보니까...) 뭘 봐? (번호판 가리는 판이 있던데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니들이 알아서 방송을 하건..."

지난해에는 각 지자체마다 CCTV 장착 차량까지 도입해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이 같은 번호판 가리기 수법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성환(불법 주·정차 단속원) : "일부 얌체 운전자들이 번호판을 가리거나 고정식 CCTV 아래쪽에 주차하거나 트렁크 문을 열어 두는 그런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불법 주정차 시, 차종에 따라 4~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번호판을 가릴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사실상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요.

<녹취> 'A' 자치단체 담당 공무원 : "그런 행위에 대해 적발 보고를 경찰에 의뢰하면 경찰이 (벌금) 부과를 하는거죠. 우리는 단속만 하거든요."

취재 결과, 실제로 서울시의 상당수 자치단체의 경우 번호판을 가린 불법 주,정차 차량에 벌금이 부과한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요.

한 마디로 번호판을 안 가렸다가 벌금을 무는 사람만 바보인 셈입니다.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번호판을) 가린 사람은 벌금을 안 내고 안 가린 사람은 돈 내고, 가린 것이 더 나쁜 것인데 똑같이 처벌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다 가리죠."

이렇다보니, 차 번호판을 가린 얌체 불법 주.정차 차량이 더욱 판을 치게 되고,도로 위 CCTV를 피해 아예 인도에 차를 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주차할 데가 없다고 되레 하소연을 하기도 하는데요,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잠깐 세워 놓으려고요. 주차 공간이 항상 부족하죠. 땅값 때문에 주차비도 다른 동네보다 비싼 편이고..."

관할 자치단체에서는 주차장 확보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주차장 운영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B' 자치단체 담당 공무원 : "주차장 확보도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주차장이 있다고 해도 사실은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인터뷰> 송상석(녹색교통운동 교통팀장) : "주차장을 늘린다고 해서 대책이 마련된다고 볼 수는 없고요."

자동차 수요라든지 주차 수요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불법 주정차!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서둘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내가 귀찮고 급할 때면 주차질서 위반쯤 쉽게 생각하는 그릇된 시민의식이 고질적인 무질서를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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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8-04-17 10: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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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웬만한 도로엔, 아무리 골목길 이라도 CCTV가 설치돼서 불법 주. 정차 했다간 벌금 물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고 이를 피하기 위한 행태가 또 가지가집니다. 이런 사람들 참 얄밉죠? 사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 때문에 급할 때 피해 보신 분들 많을 겁니다. 그런 만큼 피하기 수법이 교묘해진다면 단속도 더 철저해져야 되지 않을까요? 김학재 기자! 실태 어떻던가요? <리포트> 네, 최근 단속 CCTV에 찍히지 않도록 번호판을 가리는 얌체족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번호판을 가리기 위해 의자나 박스 등 온갖 기구들이 동원 되고, 차 뒤 트렁크를 열어 놓는 등 교묘한 수법까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뛰는 단속 위에 나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도로 위, 엉킨 차량에! 아슬아슬 버스 타기! <인터뷰> 강재욱(시민) : "장애물이 많으니까 걸어가는 것 아닙니까. 버스가 가까이 서지 못하니까요."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버스정류장에서의 소동! 주범은 바로,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이죠! <인터뷰> 이상호(시민) : "항상 불편하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뿐이고..." 매년 끊이지 않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단속 CCTV도 늘었지만, 최근 이마저도 피해가는 수법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서울 황학동의 한 도롭니다. 상가변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차량 앞뒤로 하나같이 상자가 쌓여 있거나,의자가 놓여 있는데요. 모두 불법 주정차 단속 CCTV에 번호판이 찍히는 걸 피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차를) 세워야 장사를 하지. (CCTV 단속을 하고) 그러면 못해요." 화물차는 교묘하게 뒷 칸막이를 내려놓는가 하면,어떤 차는 도로용 안전판까지 동원했습니다. 아예 번호판 가리개용 알루미늄 판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하는 차량도 있는데요.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여기는 5분만 세우라는데 어떤 때는 2시간까지 있어야 해. 그런데 저걸로 안 가리면 계속 찍어버린다고. 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또 다른 지역의 한 식당에서는 심지어 차를 몰고 온 손님이 차의 번호판을 가릴 수 있는 나무판자까지 미리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녹취> 식당 주인 : "(저기 보니까...) 뭘 봐? (번호판 가리는 판이 있던데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니들이 알아서 방송을 하건..." 지난해에는 각 지자체마다 CCTV 장착 차량까지 도입해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이 같은 번호판 가리기 수법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성환(불법 주·정차 단속원) : "일부 얌체 운전자들이 번호판을 가리거나 고정식 CCTV 아래쪽에 주차하거나 트렁크 문을 열어 두는 그런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불법 주정차 시, 차종에 따라 4~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번호판을 가릴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사실상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요. <녹취> 'A' 자치단체 담당 공무원 : "그런 행위에 대해 적발 보고를 경찰에 의뢰하면 경찰이 (벌금) 부과를 하는거죠. 우리는 단속만 하거든요." 취재 결과, 실제로 서울시의 상당수 자치단체의 경우 번호판을 가린 불법 주,정차 차량에 벌금이 부과한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요. 한 마디로 번호판을 안 가렸다가 벌금을 무는 사람만 바보인 셈입니다.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번호판을) 가린 사람은 벌금을 안 내고 안 가린 사람은 돈 내고, 가린 것이 더 나쁜 것인데 똑같이 처벌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다 가리죠." 이렇다보니, 차 번호판을 가린 얌체 불법 주.정차 차량이 더욱 판을 치게 되고,도로 위 CCTV를 피해 아예 인도에 차를 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주차할 데가 없다고 되레 하소연을 하기도 하는데요, <녹취> 불법 주차 운전자 : "잠깐 세워 놓으려고요. 주차 공간이 항상 부족하죠. 땅값 때문에 주차비도 다른 동네보다 비싼 편이고..." 관할 자치단체에서는 주차장 확보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주차장 운영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B' 자치단체 담당 공무원 : "주차장 확보도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주차장이 있다고 해도 사실은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인터뷰> 송상석(녹색교통운동 교통팀장) : "주차장을 늘린다고 해서 대책이 마련된다고 볼 수는 없고요." 자동차 수요라든지 주차 수요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불법 주정차!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서둘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내가 귀찮고 급할 때면 주차질서 위반쯤 쉽게 생각하는 그릇된 시민의식이 고질적인 무질서를 낳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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