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외박한 아내 대신 옆집 여자를?

입력 2012.06.14 (09:05) 수정 2012.06.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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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상 살다 보면, 자신의 문제를 남탓으로 돌리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됩니다.

이 남탓이 지나쳐 주변 사람에게 피해까지 주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데요.

옆집 사람 때문에 내 아내가 비뚤어졌다,이렇게 생각한 한 남성이 이 옆집 주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랑 기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살인까지 하나 싶은데요.

그런데 이게 오해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사소한 오해가 분노로 변한 것이 화근이 됐는데요.

이번 사건, 한 마디로 한 남편이 부부사이가 나빠진 책임을 엉뚱한 이웃에게 돌려서 생긴 비극이라고 정리할 수있겠습니다.

아내가 가정을 등한시하게 된 것이 이웃집 여성탓이라고 생각했던 남편, 그러나 살해된 이웃집 여성은 알고보니 아내가
집에 늦게 들어올때마다 둘러댄 핑계였습니다.

황당한 오해가 불러온 살인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순천시 가곡동의 한 아파트.

지난 11일 아침 8시 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탑니다.

13층에 내린 이 남성, 얼마 지나지 않아 서둘러 아파트를 빠져나갑니다.

수상쩍은 옷차림이 눈에 띌 만도 했지만, 박 씨를 목격하거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주민은 없었는데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아침에 그랬어도 난 못 들었지, 소리는 못 들었어. 싸우거나 뭐하는 소리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아니 저희 잘 몰라요. 제대로 본 게 아니라서요.”

그런데 그 날 오후 4시쯤.

경찰에는 한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신의 남편이 사람을 죽인 것 같다는 엄청난 내용이었는데요.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피의자가 범행 후에 자기 처한테 이야기를 한 거예요. 내가 큰일을 저질렀다...... (아내가) 울면서 저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남편이 흉기로 사람을 찔렀는데, 사람이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검거된 사람은 얼마 전까지 이 아파트에 살던 32살 박 씨였습니다.

박 씨는 37살 김 모 여인을 살해한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미리 (범행) 1시간 전에 그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피의자의 아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보고 아파트 안으로 침입해서 도축용 흉기로 수회 찔러서 살해한 겁니다.”

알고 보니 박 씨는 김 여인과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같은 층에 살았는데요.

김 여인의 집안사정을 잘 알고 지내던 이웃사촌이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음성변조) : “(박씨) 집사람이 자꾸 (우리 집에) 왔었어요. 와가지고 하소연도 많이 하고. (박 씨) 그 놈 얼굴을 알아요. 저하고 두 번 저희 집에서 맥주 한잔하고 그랬어요.”

2년 정도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살며 보통 이웃들처럼 지내왔다는 이들.

김 여인과 박 씨의 아내가 함께 다니면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김 여인과 박 씨 아내가) 서로 여자들끼리 (이웃이니까) 친하게 왔다갔다 하다 보니까 이 피의자는 자기 처가 전에는 아주 착실하고 가정에 충실하고 했는데 (김 여인을) 만나고부터 가정에 등한시하고 나가면 저녁에 들어오고 과소비도 한다고 이렇게 느꼈던 것입니다.”

김 여인과 어울리지 전에는 가정에 충실한 평범한 주부였다는 박 씨의 아내.

박 씨는 자기 아내가 점점 가족에게 무관심해지고 외출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이런 일로 부부싸움을 하는 일도 점점 늘어나면서 부부 사이까지 틀어졌는데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이웃인 김 여인이 화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 “이 피해자 (김 여인)으로 인해서 자기 가정이 파탄됐다, 자기는 그렇게 생각한 겁니다. 사실은 안 좋은 지경까지 갔어요. 부부지간에. 그런 부분이 계속 쌓이다 보니까 (김 여인) 이 여자로 인해서 가정이 다 깨졌다고요.”

결국 박 씨 가족은 3개월 전 다른 동네로 이사까지 감행했는데요.

집을 옮겨서라도 아내가 달라지길 기대했지만 박 씨의 아내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박 씨의 아내는 박 씨가 김 여인을 찾기 하루 전, 밖에서 밤을 새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요.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처가 사실은 전날 지인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었어요. 그래서 아마 집에 안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서 (박씨가) 이 상황도 이 (김 여인과) 연관이 있지 않냐 (생각한 겁니다.)”

참았던 화를 참지 못하고 이른 아침부터 옛 이웃인 김 여인을 찾아간 박씨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취재진이 만나본 김 여인의 유가족들은 박 씨에게서 놀랍게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 씨 아내가 밤늦게 들어오거나 놀러갈 때면 남편에게 김 여인 이름을 대며 둘러대곤 했다는 겁니다.

<녹취> 조문객 (음성변조) : “핑계를 대가지고 자기는 딴 데서 놀고 들어와 가지고는 이 (김 여인)한테 ‘언니 어디에요?’ 하면서 전화나 문자가 와요. (남편 안심시키려고) 이 친구 핑계를 대는 거죠.“

이런 박 씨 아내의 행동이 반복되면서 박 씨는 걸핏하면 김 여인 집에 찾아와 김 여인에게 막무가내 행패까지 부렸다고 합니다.

<녹취> 조문객 (음성변조) : “(박 씨는) 집에 와가지고 아내가 없으면 (김 여인) 집에 와서 우리 아내 어디 빼돌렸냐고 협박을 했대요. (김 여인이 나한테) 전화가 와서 그랬어요. 겁이 나서 (박 씨 아내) 못 만나겠다고. (하지만) 오는 애를 막을 순 없잖아요. 걔가 마음이 약해서요.“

박 씨의 엉뚱한 오해가 부른 비극에 하루 아침에 소중한 아내,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음성변조) : “애들요? 지금 막막하죠. 지금 이제 5학년, 3학년인데 막막하죠. 말로 하죠 ‘엄마가 죽었어’ 아들 놈이 저한테 그래요.”

자신과 아내의 부부 문제를 엉뚱한 이웃집 여자에게 화살을 돌려 결국 살인까지 하고 만 한 가장.

경찰은 이 남자를 살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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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6-14 09:05:39
    • 수정2012-06-14 09: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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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상 살다 보면, 자신의 문제를 남탓으로 돌리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됩니다. 이 남탓이 지나쳐 주변 사람에게 피해까지 주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데요. 옆집 사람 때문에 내 아내가 비뚤어졌다,이렇게 생각한 한 남성이 이 옆집 주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랑 기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살인까지 하나 싶은데요. 그런데 이게 오해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사소한 오해가 분노로 변한 것이 화근이 됐는데요. 이번 사건, 한 마디로 한 남편이 부부사이가 나빠진 책임을 엉뚱한 이웃에게 돌려서 생긴 비극이라고 정리할 수있겠습니다. 아내가 가정을 등한시하게 된 것이 이웃집 여성탓이라고 생각했던 남편, 그러나 살해된 이웃집 여성은 알고보니 아내가 집에 늦게 들어올때마다 둘러댄 핑계였습니다. 황당한 오해가 불러온 살인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순천시 가곡동의 한 아파트. 지난 11일 아침 8시 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탑니다. 13층에 내린 이 남성, 얼마 지나지 않아 서둘러 아파트를 빠져나갑니다. 수상쩍은 옷차림이 눈에 띌 만도 했지만, 박 씨를 목격하거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주민은 없었는데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아침에 그랬어도 난 못 들었지, 소리는 못 들었어. 싸우거나 뭐하는 소리는.”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아니 저희 잘 몰라요. 제대로 본 게 아니라서요.” 그런데 그 날 오후 4시쯤. 경찰에는 한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신의 남편이 사람을 죽인 것 같다는 엄청난 내용이었는데요.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피의자가 범행 후에 자기 처한테 이야기를 한 거예요. 내가 큰일을 저질렀다...... (아내가) 울면서 저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남편이 흉기로 사람을 찔렀는데, 사람이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검거된 사람은 얼마 전까지 이 아파트에 살던 32살 박 씨였습니다. 박 씨는 37살 김 모 여인을 살해한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미리 (범행) 1시간 전에 그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피의자의 아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보고 아파트 안으로 침입해서 도축용 흉기로 수회 찔러서 살해한 겁니다.” 알고 보니 박 씨는 김 여인과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같은 층에 살았는데요. 김 여인의 집안사정을 잘 알고 지내던 이웃사촌이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음성변조) : “(박씨) 집사람이 자꾸 (우리 집에) 왔었어요. 와가지고 하소연도 많이 하고. (박 씨) 그 놈 얼굴을 알아요. 저하고 두 번 저희 집에서 맥주 한잔하고 그랬어요.” 2년 정도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살며 보통 이웃들처럼 지내왔다는 이들. 김 여인과 박 씨의 아내가 함께 다니면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김 여인과 박 씨 아내가) 서로 여자들끼리 (이웃이니까) 친하게 왔다갔다 하다 보니까 이 피의자는 자기 처가 전에는 아주 착실하고 가정에 충실하고 했는데 (김 여인을) 만나고부터 가정에 등한시하고 나가면 저녁에 들어오고 과소비도 한다고 이렇게 느꼈던 것입니다.” 김 여인과 어울리지 전에는 가정에 충실한 평범한 주부였다는 박 씨의 아내. 박 씨는 자기 아내가 점점 가족에게 무관심해지고 외출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이런 일로 부부싸움을 하는 일도 점점 늘어나면서 부부 사이까지 틀어졌는데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이웃인 김 여인이 화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 “이 피해자 (김 여인)으로 인해서 자기 가정이 파탄됐다, 자기는 그렇게 생각한 겁니다. 사실은 안 좋은 지경까지 갔어요. 부부지간에. 그런 부분이 계속 쌓이다 보니까 (김 여인) 이 여자로 인해서 가정이 다 깨졌다고요.” 결국 박 씨 가족은 3개월 전 다른 동네로 이사까지 감행했는데요. 집을 옮겨서라도 아내가 달라지길 기대했지만 박 씨의 아내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박 씨의 아내는 박 씨가 김 여인을 찾기 하루 전, 밖에서 밤을 새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요. <녹취> 정종인 (팀장 / 순천경찰서 강력1팀) : “처가 사실은 전날 지인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었어요. 그래서 아마 집에 안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서 (박씨가) 이 상황도 이 (김 여인과) 연관이 있지 않냐 (생각한 겁니다.)” 참았던 화를 참지 못하고 이른 아침부터 옛 이웃인 김 여인을 찾아간 박씨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취재진이 만나본 김 여인의 유가족들은 박 씨에게서 놀랍게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 씨 아내가 밤늦게 들어오거나 놀러갈 때면 남편에게 김 여인 이름을 대며 둘러대곤 했다는 겁니다. <녹취> 조문객 (음성변조) : “핑계를 대가지고 자기는 딴 데서 놀고 들어와 가지고는 이 (김 여인)한테 ‘언니 어디에요?’ 하면서 전화나 문자가 와요. (남편 안심시키려고) 이 친구 핑계를 대는 거죠.“ 이런 박 씨 아내의 행동이 반복되면서 박 씨는 걸핏하면 김 여인 집에 찾아와 김 여인에게 막무가내 행패까지 부렸다고 합니다. <녹취> 조문객 (음성변조) : “(박 씨는) 집에 와가지고 아내가 없으면 (김 여인) 집에 와서 우리 아내 어디 빼돌렸냐고 협박을 했대요. (김 여인이 나한테) 전화가 와서 그랬어요. 겁이 나서 (박 씨 아내) 못 만나겠다고. (하지만) 오는 애를 막을 순 없잖아요. 걔가 마음이 약해서요.“ 박 씨의 엉뚱한 오해가 부른 비극에 하루 아침에 소중한 아내,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 (음성변조) : “애들요? 지금 막막하죠. 지금 이제 5학년, 3학년인데 막막하죠. 말로 하죠 ‘엄마가 죽었어’ 아들 놈이 저한테 그래요.” 자신과 아내의 부부 문제를 엉뚱한 이웃집 여자에게 화살을 돌려 결국 살인까지 하고 만 한 가장. 경찰은 이 남자를 살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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