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사소한 내기’에 3천 명이 모였다?

입력 2012.09.10 (09:22) 수정 2012.09.10 (10: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 주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3천여 명의 인파가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죠?

네, 이분들 모두 단 한 명의 사나이를 보려고 몰려든 건데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작된 작은 논란이 시초였다고 합니다.

누군가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다고 글을 올리자,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설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주인공이 직접 해보이겠다며 나선 건데요.

김기흥 기자, 실제로 성공했는지도 궁금하지만 글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았단 사실도 참 신기하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설전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진 첫번째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캠핑가서 가장 어려운 일 하면 텐트 치는 것이다라는 분들 많으신데요.

하물며 24인용 군용텐트는 어떻겠습니까?

국방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혼자서는 칠 수 없다고 했지만 된다고 당당히 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소한 내기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열기가 뜨거웠던 그 도전의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캠핑장.

캠핑에서 가장 어려운 일, 텐트 치는 것 아닐까요?

<녹취> "아빠. 여기 잡고 있어?" "여보 잘 좀 해봐요."

온 가족이 사투를 벌여야 제 모습 갖춰집니다.

텐트 치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녹취> "30~40분?"

그럼 24인용 텐트는요?

<녹취> 남성 : "힘들 것 같은데요."

<녹취> 남성 : "우리 군대 시절에 막사인 것같은데 불가능하지 않나? 엄청 무거운데."

<녹취> 여성 : "엄청 넓을 텐데 그것을 혼자서 치기엔 진짜 불가능해요."

<녹취> 남성 : "연습을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군대에서도 (시간) 단축시키는 훈련을 많이 하잖아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녹취> 이광낙 : "되는데요"

네, 이렇게 된다고 당당하게 말한 남자가 있습니다.

정말 24인용 텐트를 혼자서도 칠 수 있을까요?

그 도전을 함께했습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도전자는 대전에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24인용 군용텐트, 혼자 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누리꾼들이 답글을 달기 시작했고 이광낙씨는 지난달 30일, 대다수 의견과 다른 답글을 달았다는데요.

<인터뷰> 이광낙(24인용 텐트 혼자서 치기 도전) : "논란이 되고 있는 글에다가 제가 댓글을 달면서 시작이 됐어요. 다들 안 된다는 거예요. 백이면 백 안된대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달아줬죠. '되는데요' "

이 댓글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방부까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는데요.

급기야, 실제로 보여주겠다는 내기까지 확대된거요.

<인터뷰> 이광낙 : "(제가 있던 부대에는) 인원이 없기 때문에 그 인원으로 텐트를 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두세 명이 치다 보니까 혼자서도 칠 수 있게 된 거죠. 원래는 보통 열 명이 붙어야 돼요."

자신만만한 이유, 있었습니다.

이광낙씨는 육군 부사관 출신이었던 겁니다.

8년 동안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쌓은 야전 경험을 믿은 거겠죠?

<인터뷰> 이광낙 : " '된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인데 못한다는 의견이 저를 불타오르게 했네요."

사소한 내기에서 시작된 도전에, 인터넷에는 하루 몇 백건 씩 응원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인터뷰> 이광낙 : "저는 이미 전설이 됐습니다."

도전을 하루 전날, 이광낙씨를 체육관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체력단련 중이었는데요.

어떤 운동을 주로 하세요?

<녹취> 이광낙 : "팔하고 허리 다리 그 정도 (부분에 힘이 필요하죠). 비슷한 체급은 다 잡을 수 있어요."

이때 최무배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레슬링 선수 출신 이종격투기 선수죠?

힘에서는 자신만만하다니까, 한 번 겨뤄봤습니다.

네,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체격의 트레이너와 겨뤄봤더니 이겼습니다.

힘이 상당한데요?

<녹취> 이광낙 : "보셨죠? 이정도입니다. 제 체급에서는 자신 있습니다."

<인터뷰> 최무배(이종격투기 선수) : "잘 할 것으로 알고 자신감과 힘을 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드디더 도전의 날이 됐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도전 장소인데요.

길게 늘어선 줄, 끝이 안 보이네요.

<녹취> "텐트 치는 것 보러왔어요. "

<녹취> 이벤트 운영자 : "지금 2000명 이상은 들어와 있는데 500명 이상은 줄을 서고 계세요."

<녹취> 시민 : "성공하실 것 같아요."

<녹취> 시민 : "한 명으로는 도저히 칠 수 없거든요."

<녹취> "성공할 것 같아요."

네, 온라인에서도 팽팽하게 맞서더니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집니다.

'군필자의 허세'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초반과 달리 이제는 축제가 됐습니다.

취재열기도 뜨거웠는데요.

3천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드디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무게만 200킬로그램이 넘는 텐트의 중심을 잡는 게 관건일텐데요.

텐트 양쪽 끝의 기둥을 세우고 천을 씌운 다음, 텐트에서 가장 높이 솟은 부분인 용마루의 지주를 세웠습니다.

<녹취> 시민들 : "벌레! 벌레!"

놀라운 속도로 텐트의 모양이 완성됐습니다.

걸린 시간은 한 시간 24분 15초.

텐트 위에 올라가서 누워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중심도 잘 잡혔습니다.

<녹취> "재입대 재입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성공했네요. 저는 성공할 줄 알았습니다 벌레님.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인터넷 상으로는 시비가 붙을 수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진짜 된다는 것을 확인하니까 무조건 내가 안된다고 안되는 게 게 아니고 자기 의견과 다른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녹취> 부인 :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랑해요."

<녹취> 이광낙 :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데 저의 용기와 패기에 많이 고맙다고. 아무것도 없는 이런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온라인의 설전이 현실무대로 등장한 첫 번째 사례는, 국방부도 놀란 결과로 끝났네요..

그동안 열띤 논쟁을 벌였던 사람들, 현장에서 지켜본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이 하나 생겼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화제포착] ‘사소한 내기’에 3천 명이 모였다?
    • 입력 2012-09-10 09:22:12
    • 수정2012-09-10 10:53:4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지난 주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3천여 명의 인파가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죠? 네, 이분들 모두 단 한 명의 사나이를 보려고 몰려든 건데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작된 작은 논란이 시초였다고 합니다. 누군가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다고 글을 올리자,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설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주인공이 직접 해보이겠다며 나선 건데요. 김기흥 기자, 실제로 성공했는지도 궁금하지만 글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았단 사실도 참 신기하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설전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진 첫번째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캠핑가서 가장 어려운 일 하면 텐트 치는 것이다라는 분들 많으신데요. 하물며 24인용 군용텐트는 어떻겠습니까? 국방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혼자서는 칠 수 없다고 했지만 된다고 당당히 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소한 내기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열기가 뜨거웠던 그 도전의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캠핑장. 캠핑에서 가장 어려운 일, 텐트 치는 것 아닐까요? <녹취> "아빠. 여기 잡고 있어?" "여보 잘 좀 해봐요." 온 가족이 사투를 벌여야 제 모습 갖춰집니다. 텐트 치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녹취> "30~40분?" 그럼 24인용 텐트는요? <녹취> 남성 : "힘들 것 같은데요." <녹취> 남성 : "우리 군대 시절에 막사인 것같은데 불가능하지 않나? 엄청 무거운데." <녹취> 여성 : "엄청 넓을 텐데 그것을 혼자서 치기엔 진짜 불가능해요." <녹취> 남성 : "연습을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군대에서도 (시간) 단축시키는 훈련을 많이 하잖아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녹취> 이광낙 : "되는데요" 네, 이렇게 된다고 당당하게 말한 남자가 있습니다. 정말 24인용 텐트를 혼자서도 칠 수 있을까요? 그 도전을 함께했습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도전자는 대전에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24인용 군용텐트, 혼자 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누리꾼들이 답글을 달기 시작했고 이광낙씨는 지난달 30일, 대다수 의견과 다른 답글을 달았다는데요. <인터뷰> 이광낙(24인용 텐트 혼자서 치기 도전) : "논란이 되고 있는 글에다가 제가 댓글을 달면서 시작이 됐어요. 다들 안 된다는 거예요. 백이면 백 안된대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달아줬죠. '되는데요' " 이 댓글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방부까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는데요. 급기야, 실제로 보여주겠다는 내기까지 확대된거요. <인터뷰> 이광낙 : "(제가 있던 부대에는) 인원이 없기 때문에 그 인원으로 텐트를 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두세 명이 치다 보니까 혼자서도 칠 수 있게 된 거죠. 원래는 보통 열 명이 붙어야 돼요." 자신만만한 이유, 있었습니다. 이광낙씨는 육군 부사관 출신이었던 겁니다. 8년 동안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쌓은 야전 경험을 믿은 거겠죠? <인터뷰> 이광낙 : " '된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인데 못한다는 의견이 저를 불타오르게 했네요." 사소한 내기에서 시작된 도전에, 인터넷에는 하루 몇 백건 씩 응원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인터뷰> 이광낙 : "저는 이미 전설이 됐습니다." 도전을 하루 전날, 이광낙씨를 체육관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체력단련 중이었는데요. 어떤 운동을 주로 하세요? <녹취> 이광낙 : "팔하고 허리 다리 그 정도 (부분에 힘이 필요하죠). 비슷한 체급은 다 잡을 수 있어요." 이때 최무배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레슬링 선수 출신 이종격투기 선수죠? 힘에서는 자신만만하다니까, 한 번 겨뤄봤습니다. 네,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체격의 트레이너와 겨뤄봤더니 이겼습니다. 힘이 상당한데요? <녹취> 이광낙 : "보셨죠? 이정도입니다. 제 체급에서는 자신 있습니다." <인터뷰> 최무배(이종격투기 선수) : "잘 할 것으로 알고 자신감과 힘을 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드디더 도전의 날이 됐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도전 장소인데요. 길게 늘어선 줄, 끝이 안 보이네요. <녹취> "텐트 치는 것 보러왔어요. " <녹취> 이벤트 운영자 : "지금 2000명 이상은 들어와 있는데 500명 이상은 줄을 서고 계세요." <녹취> 시민 : "성공하실 것 같아요." <녹취> 시민 : "한 명으로는 도저히 칠 수 없거든요." <녹취> "성공할 것 같아요." 네, 온라인에서도 팽팽하게 맞서더니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집니다. '군필자의 허세'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초반과 달리 이제는 축제가 됐습니다. 취재열기도 뜨거웠는데요. 3천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드디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무게만 200킬로그램이 넘는 텐트의 중심을 잡는 게 관건일텐데요. 텐트 양쪽 끝의 기둥을 세우고 천을 씌운 다음, 텐트에서 가장 높이 솟은 부분인 용마루의 지주를 세웠습니다. <녹취> 시민들 : "벌레! 벌레!" 놀라운 속도로 텐트의 모양이 완성됐습니다. 걸린 시간은 한 시간 24분 15초. 텐트 위에 올라가서 누워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중심도 잘 잡혔습니다. <녹취> "재입대 재입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성공했네요. 저는 성공할 줄 알았습니다 벌레님.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인터넷 상으로는 시비가 붙을 수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진짜 된다는 것을 확인하니까 무조건 내가 안된다고 안되는 게 게 아니고 자기 의견과 다른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녹취> 부인 :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랑해요." <녹취> 이광낙 :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데 저의 용기와 패기에 많이 고맙다고. 아무것도 없는 이런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온라인의 설전이 현실무대로 등장한 첫 번째 사례는, 국방부도 놀란 결과로 끝났네요.. 그동안 열띤 논쟁을 벌였던 사람들, 현장에서 지켜본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