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반도 기후변화…농작물 지각변동

입력 2012.09.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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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녹취> "죽고 싶은 심정이죠"



<인터뷰> 농민 :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집니다."



<인터뷰> 농민 : "다 포기한 상태라 나와 볼 이유도 없고"



졸지에 막대한 농작물 피해를 본 농민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입니다.



최근에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가뭄, 폭염과 같은 기상이변 현상이 더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는데요.



바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원인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식량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한반도 기후 변화 상황을 신방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발 천 미터의 고랭지 배추밭, 파릇한 배추 사이로 누렇게 변한 자리가 눈에 띕니다.



올 여름 종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입은 겁니다.



<인터뷰> 김기덕(농촌진흥청 농학박사) : "올해처럼 폭염이 심하고 온도가 올라갈 때는 무름병 같은 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난달 상순까지 이어진 18년 만의 폭염, 이후 국지성 폭우와 연이은 두 개의 태풍 북상 등 여름 내내 변덕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극단적인 날씨는 최근 더욱 심해져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상재해에 의한 농업피해는 2010년엔 9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기온은 1.8도 올라가 지구 평균보다 2.4배 높았습니다.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돼 2100년이면 6도나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터뷰> 조천호(기상청 과장) : "2050년대가 되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고요. 아열대와 아울러 극한의 기상현상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30여 년 뒤엔 폭우로 농경지 침수 위험이 43% 증가하고, 폭염으로 토양은 지금보다 20% 더 건조해지는 등 농업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멘트>



기후 변화는 농업의 피해 뿐만 아니라, 농작물 재배지까지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제주의 감귤, 대구의 사과 같은 지역 특산물 개념이 차츰 사라지고 있는데요.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재배지의 변화를 허솔지 기자가 현장에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푸른 녹차 잎이 화사하게 반짝이는 이곳, 보통 ’녹차’하면 당연히 전남 보성을 떠올리겠지만, 이곳은 강원도, 고성입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녹차 재배지가 강원도까지 올라온 겁니다.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때마다 농작물 재배 한계선은 81킬로미터 북상하고, 고도는 154미터나 높아지는데요.



이 때문에 대구 사과나 청도 복숭아 같은 지역 특산물 개념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주로 경상도에서 나던 사과와 복숭아는 이제 강원도, 영월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고요.



제주의 특산물로 알려진 한라봉과 참다래도 전북 김제와 경남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런 생육환경의 변화는 작물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기는 해발 천 백미터,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 배추밭입니다.



여름에도 서늘한 날씨 때문에 고랭지 작물의 주산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만 헥타르가 넘었던 고랭지 배추 재배지는 불과 몇 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요.



고랭지 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배 한계선의 북상으로 지난 10년 동안 사과와 포도의 재배면적도 만 3천헥타르와 2만 헥타르씩 감소했습니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대처하려면 신품종과 농업기술 개발 등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은 이런 변화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을까요?



김정환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벼 이삭이 하얗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태풍이 몰고온 강풍에 수분이 날아가 쭉정이만 남았습니다.



<인터뷰> 이무원(서산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팀장) : "가뭄이나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서산 지역의 벼 수확량은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벼 생육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 평균 기온이 오를수록 쌀 생산량은 줄어 2050년에는 8%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현재 처럼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사과와 고랭지 배추 등 다른 작물의 재배 면적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인터뷰> 원용재(농진청 답작과 연구사) : "내병성, 내충성, 내재해성을 모두 갖춘 품종들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비한 우리의 농작물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미국과 유럽 연합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할 때 우리의 연구 수준은 74%에 불과합니다.



특히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농식품분야 비율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창길(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단기적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서 농가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해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지침개발이 가장 시급합니다."



농업환경의 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기후변화에 대비한 품종 개발 등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할 땝니다.



KBS 뉴스 김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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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한반도 기후변화…농작물 지각변동
    • 입력 2012-09-14 22:00:58
    뉴스 9
<앵커 멘트>

<녹취> "죽고 싶은 심정이죠"

<인터뷰> 농민 :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집니다."

<인터뷰> 농민 : "다 포기한 상태라 나와 볼 이유도 없고"

졸지에 막대한 농작물 피해를 본 농민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입니다.

최근에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가뭄, 폭염과 같은 기상이변 현상이 더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는데요.

바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원인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식량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한반도 기후 변화 상황을 신방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발 천 미터의 고랭지 배추밭, 파릇한 배추 사이로 누렇게 변한 자리가 눈에 띕니다.

올 여름 종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입은 겁니다.

<인터뷰> 김기덕(농촌진흥청 농학박사) : "올해처럼 폭염이 심하고 온도가 올라갈 때는 무름병 같은 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난달 상순까지 이어진 18년 만의 폭염, 이후 국지성 폭우와 연이은 두 개의 태풍 북상 등 여름 내내 변덕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극단적인 날씨는 최근 더욱 심해져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상재해에 의한 농업피해는 2010년엔 9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기온은 1.8도 올라가 지구 평균보다 2.4배 높았습니다.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돼 2100년이면 6도나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터뷰> 조천호(기상청 과장) : "2050년대가 되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고요. 아열대와 아울러 극한의 기상현상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30여 년 뒤엔 폭우로 농경지 침수 위험이 43% 증가하고, 폭염으로 토양은 지금보다 20% 더 건조해지는 등 농업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멘트>

기후 변화는 농업의 피해 뿐만 아니라, 농작물 재배지까지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제주의 감귤, 대구의 사과 같은 지역 특산물 개념이 차츰 사라지고 있는데요.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재배지의 변화를 허솔지 기자가 현장에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푸른 녹차 잎이 화사하게 반짝이는 이곳, 보통 ’녹차’하면 당연히 전남 보성을 떠올리겠지만, 이곳은 강원도, 고성입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녹차 재배지가 강원도까지 올라온 겁니다.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때마다 농작물 재배 한계선은 81킬로미터 북상하고, 고도는 154미터나 높아지는데요.

이 때문에 대구 사과나 청도 복숭아 같은 지역 특산물 개념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주로 경상도에서 나던 사과와 복숭아는 이제 강원도, 영월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고요.

제주의 특산물로 알려진 한라봉과 참다래도 전북 김제와 경남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런 생육환경의 변화는 작물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기는 해발 천 백미터,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 배추밭입니다.

여름에도 서늘한 날씨 때문에 고랭지 작물의 주산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만 헥타르가 넘었던 고랭지 배추 재배지는 불과 몇 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요.

고랭지 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배 한계선의 북상으로 지난 10년 동안 사과와 포도의 재배면적도 만 3천헥타르와 2만 헥타르씩 감소했습니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대처하려면 신품종과 농업기술 개발 등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은 이런 변화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을까요?

김정환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벼 이삭이 하얗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태풍이 몰고온 강풍에 수분이 날아가 쭉정이만 남았습니다.

<인터뷰> 이무원(서산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팀장) : "가뭄이나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서산 지역의 벼 수확량은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벼 생육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 평균 기온이 오를수록 쌀 생산량은 줄어 2050년에는 8%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현재 처럼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사과와 고랭지 배추 등 다른 작물의 재배 면적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인터뷰> 원용재(농진청 답작과 연구사) : "내병성, 내충성, 내재해성을 모두 갖춘 품종들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비한 우리의 농작물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미국과 유럽 연합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할 때 우리의 연구 수준은 74%에 불과합니다.

특히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농식품분야 비율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창길(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단기적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서 농가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해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지침개발이 가장 시급합니다."

농업환경의 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기후변화에 대비한 품종 개발 등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할 땝니다.

KBS 뉴스 김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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