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폭행범 유인한 뒤…’ 감금에 물고문까지

입력 2013.03.11 (08:34) 수정 2013.03.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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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가해자를 유인해 3일 동안 끌고 다니면서 폭행하고, 고문했습니다.

이들은 매를 맞던 남성이 머리를 다치자 병원에 데려가 치료한 뒤,다시 폭행하기도 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일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피해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가해자로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정말 영화같은 얘긴데요.

성폭행 가해자를 모텔로 유인해 감금하고 폭행한 뒤 급기야 물고문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모텔을 옮겨다면서 주위의 시선도 따돌렸는데요.

감금된 지 3일이 지나서야 가해자는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탈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은 죄 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어떻게 알려지게 됐을까요?

기막힌 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해 8월.

부산의 한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

평소 안면이 있던 남성 두 명과 어울려 술을 마신 뒤, 모텔까지 따라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여성인 김모씨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신의 후배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복수'를 계획했습니다.

<인터뷰> (성폭행을 당하고 왜 바로 신고하지 않고?)사과를 요구하려고 그런 거죠. 부모도 알면 또 걱정되고 하니까."

수개월 뒤인 지난 달 10일.

성폭행 피해 여성의 후배인 여고생 두 명과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두 명 등 모두 네 명이 부산의 한 모텔에 모였습니다.

성폭행 가해자인 정씨와 동네 선후배 사이였던 여고생들은 정씨를 불러냈고, 정씨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여서 오히려 안심을 하고 나갔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1년 전에 알던 애들인데 처음에 10일 날“술을 한 잔 사줄래?” 해가지고 만났는데 그래가지고 모텔 잡아서 술 먹고..."

자신이 벌인 성폭행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모텔에 따라 들어간 정모씨. 그리고 다음 날인 11일, 성폭행을 당한 김씨가 합류하면서 무차별 폭력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이제 성폭행 당한 애가 합류된 거죠. 다섯 명이서 00동 모텔에서 자다가 10대 애들한테 맞고... "

다리로 맞고 주먹으로 맞고 00모텔 가서 무지하게 맞고...

다섯 명은 둔기를 이용해 정씨를 구타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러한 폭력은 이후 3일 동안 계속됐습니다.

<인터뷰> 박용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 "3일 동안 해운대, 동래, 서면 등지 모텔로 끌고 다니면서 속옷만 입혀놓고 다섯 명이 번갈아가며 두드려 패고..."

이들은 모텔 주인에게 의심 살 것을 우려해,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범행 장소를 바꾸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3일 동안 모텔 세 곳을 옮겨다니면서 폭행을 계속했는데요.

택시를 이용해 이동을 하기는 했지만 도움을 청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영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계) : "상대편이 다섯 명이나 되니까 겁을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를 한 거죠, 신고 자체를."

영화에서 본,‘물고문'을 그대로 따라하는등, 이들의 폭행수법은 잔인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나이 몇 살이냐?" 해가지고, 내가 말을 못하니까 이제 물고문을 당한 거죠. 욕조에다 머리 잡아넣고 “잘못했습니다”반복하라고..."

또 이들은 식사때가 되면 정씨까지 데리고 나와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밤에도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는 등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대담하게 행동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00여관에 있다가 12시 되면 나와야 되거든요. 나와 가지고 여기서 이제 아침밥을 먹었지...(안 먹겠다고 하는데 억지로?)안 먹겠다고 하니까 억지로 먹인 거지."

3일간의 모텔비와 밥값은 물론 생필품까지...

모두 정씨의 카드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영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계) : "스마트 폰이 한 90만원 정도짜리를 빼앗겼고, 그리고 현금 8만원, 그 다음에 카드 뺏겨서 카드로 끊은(결제) 게 68만원, 한 180여만 원 강취 당했습니다."

폭행 과정에서 정씨가 머리를 다치자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한 뒤 다시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10대 피의자가 머리 때려서 다쳐가지고 피 나니까 종합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 해가지고..."

그러던 중, 다섯 명 가운데 몇 명이 자리를 비운 사이 탈출을 하게 된 정씨...!

감금된 지 3일 만이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진짜 이제 안 도망가면 죽을 것 같다 이런 생각하고 저녁 9시쯤에 탈출을 시도한 거지 애들이 마트 들어간 사이에..."

택시를 잡아타고 가까운 친구 집으로, 그곳에서 다시 자신의 누나의 집으로 피신을 한 정씨.

다음 날 그는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3일간 계속된 감금과 폭행...

보통의 피해자라면 경찰에 신고부터 했을 텐데요.

정씨가 그렇게 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 : "나도 술 먹고 욱하는 성격에 (성폭행을)해버렸는... 술 먹으면 사람이 좀 그렇잖아요..."

바로 그 자신이 수개월 전 있었던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영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계) : "작년 8월 중순경에 여성을 갖다가 강간할 때 피해여성이 반항을 하니까 같이 갔던 피해자 친구가 (피해여성) 팔을 잡아주고..."

감금,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정씨는 현재,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서 친구인 이모씨와 함께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피의자 무리 속에 피해를 당했던 여성이 속해있는데 정상참작이 되는 건가요?)똑같이 다 처벌합니다. (폭행사건) 피해자도 강간범으로 돼서 처벌받고, 또 피의자들은 폭행 감금 부분에 처벌을 받고..."

이번 사건은 정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3일 동안 연락이 안 된 정씨에 대해 가족이 실종신고를 하면서 알려지게 됐는데요.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김씨는 결국 복수극을 꾸미면서 감금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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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폭행범 유인한 뒤…’ 감금에 물고문까지
    • 입력 2013-03-11 08:36:21
    • 수정2013-03-11 09: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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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가해자를 유인해 3일 동안 끌고 다니면서 폭행하고, 고문했습니다. 이들은 매를 맞던 남성이 머리를 다치자 병원에 데려가 치료한 뒤,다시 폭행하기도 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일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피해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가해자로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정말 영화같은 얘긴데요. 성폭행 가해자를 모텔로 유인해 감금하고 폭행한 뒤 급기야 물고문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모텔을 옮겨다면서 주위의 시선도 따돌렸는데요. 감금된 지 3일이 지나서야 가해자는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탈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은 죄 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어떻게 알려지게 됐을까요? 기막힌 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해 8월. 부산의 한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 평소 안면이 있던 남성 두 명과 어울려 술을 마신 뒤, 모텔까지 따라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여성인 김모씨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신의 후배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복수'를 계획했습니다. <인터뷰> (성폭행을 당하고 왜 바로 신고하지 않고?)사과를 요구하려고 그런 거죠. 부모도 알면 또 걱정되고 하니까." 수개월 뒤인 지난 달 10일. 성폭행 피해 여성의 후배인 여고생 두 명과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두 명 등 모두 네 명이 부산의 한 모텔에 모였습니다. 성폭행 가해자인 정씨와 동네 선후배 사이였던 여고생들은 정씨를 불러냈고, 정씨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여서 오히려 안심을 하고 나갔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1년 전에 알던 애들인데 처음에 10일 날“술을 한 잔 사줄래?” 해가지고 만났는데 그래가지고 모텔 잡아서 술 먹고..." 자신이 벌인 성폭행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모텔에 따라 들어간 정모씨. 그리고 다음 날인 11일, 성폭행을 당한 김씨가 합류하면서 무차별 폭력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이제 성폭행 당한 애가 합류된 거죠. 다섯 명이서 00동 모텔에서 자다가 10대 애들한테 맞고... " 다리로 맞고 주먹으로 맞고 00모텔 가서 무지하게 맞고... 다섯 명은 둔기를 이용해 정씨를 구타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러한 폭력은 이후 3일 동안 계속됐습니다. <인터뷰> 박용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 "3일 동안 해운대, 동래, 서면 등지 모텔로 끌고 다니면서 속옷만 입혀놓고 다섯 명이 번갈아가며 두드려 패고..." 이들은 모텔 주인에게 의심 살 것을 우려해,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범행 장소를 바꾸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3일 동안 모텔 세 곳을 옮겨다니면서 폭행을 계속했는데요. 택시를 이용해 이동을 하기는 했지만 도움을 청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영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계) : "상대편이 다섯 명이나 되니까 겁을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를 한 거죠, 신고 자체를." 영화에서 본,‘물고문'을 그대로 따라하는등, 이들의 폭행수법은 잔인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나이 몇 살이냐?" 해가지고, 내가 말을 못하니까 이제 물고문을 당한 거죠. 욕조에다 머리 잡아넣고 “잘못했습니다”반복하라고..." 또 이들은 식사때가 되면 정씨까지 데리고 나와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밤에도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는 등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대담하게 행동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00여관에 있다가 12시 되면 나와야 되거든요. 나와 가지고 여기서 이제 아침밥을 먹었지...(안 먹겠다고 하는데 억지로?)안 먹겠다고 하니까 억지로 먹인 거지." 3일간의 모텔비와 밥값은 물론 생필품까지... 모두 정씨의 카드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영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계) : "스마트 폰이 한 90만원 정도짜리를 빼앗겼고, 그리고 현금 8만원, 그 다음에 카드 뺏겨서 카드로 끊은(결제) 게 68만원, 한 180여만 원 강취 당했습니다." 폭행 과정에서 정씨가 머리를 다치자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한 뒤 다시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10대 피의자가 머리 때려서 다쳐가지고 피 나니까 종합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 해가지고..." 그러던 중, 다섯 명 가운데 몇 명이 자리를 비운 사이 탈출을 하게 된 정씨...! 감금된 지 3일 만이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음성변조) : "진짜 이제 안 도망가면 죽을 것 같다 이런 생각하고 저녁 9시쯤에 탈출을 시도한 거지 애들이 마트 들어간 사이에..." 택시를 잡아타고 가까운 친구 집으로, 그곳에서 다시 자신의 누나의 집으로 피신을 한 정씨. 다음 날 그는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3일간 계속된 감금과 폭행... 보통의 피해자라면 경찰에 신고부터 했을 텐데요. 정씨가 그렇게 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정00(폭행사건 피해자) : "나도 술 먹고 욱하는 성격에 (성폭행을)해버렸는... 술 먹으면 사람이 좀 그렇잖아요..." 바로 그 자신이 수개월 전 있었던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영군(팀장/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계) : "작년 8월 중순경에 여성을 갖다가 강간할 때 피해여성이 반항을 하니까 같이 갔던 피해자 친구가 (피해여성) 팔을 잡아주고..." 감금,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정씨는 현재,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서 친구인 이모씨와 함께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피의자 무리 속에 피해를 당했던 여성이 속해있는데 정상참작이 되는 건가요?)똑같이 다 처벌합니다. (폭행사건) 피해자도 강간범으로 돼서 처벌받고, 또 피의자들은 폭행 감금 부분에 처벌을 받고..." 이번 사건은 정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3일 동안 연락이 안 된 정씨에 대해 가족이 실종신고를 하면서 알려지게 됐는데요.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김씨는 결국 복수극을 꾸미면서 감금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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