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철없는 아빠’의 아들 납치 자작극

입력 2013.03.19 (08:36) 수정 2013.03.19 (08: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아빠와 함께 유치원에 가던 세 살배기 아이가 괴한들에게 납치됐습니다.

괴한들은 아이의 할머니에게 2억 원을 요구했다가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진짜 납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이용해 벌인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김기흥 기자, 아무리 돈이 궁해도 어떻게 아버지가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을까요?

<기자 멘트>

돈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둔 철없는 30대 아빠가 벌인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빚 1억 2천 만원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26개월 된 아들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는 자작극이었는데요.

가족들은 눈 앞이 깜깜해졌고, 이로 인해 경찰 백여 명이 동원됐으며 전담 수사반까지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아빠의 행동에 납치 자작극은 7시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는데요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아파트 주차장.

이곳에서 납치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15일 오전 11시쯤이었습니다.

35살 허모씨가 1시간 전쯤, 생후 26개월 된 아들과 함께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 괴한 2명에게 차로 납치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아버지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가는데 불상의 차가 칼로 위협해서 납치를 했다. 그러면서 돈을 요구했다. 그런 내용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괴한들은 허씨와 허씨의 아들을 납치한 직후, 아이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약국으로 전화를 걸었고, 아이 몸값으로 현금 2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갑작스런 아이의 납치 소식에, 가족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아동 가족(음성변조) :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앞뒤가 멍해지는 기분.. 그런 기분이었어요."

허씨와 허씨의 어린 아들을 납치해 승용차로 이동하던 괴한들은 1킬로미터가 지난 지점에서 아버지 허씨만 풀어주었다는데요.

이후 아이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동원 가능한 경찰 100여명을 전원 투입해 범인 검거에 나섰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형사들이 (집 주변에) 많이 있더라고요. 물어보니까 사건이 있다고, 차량 추적을 하려고 한다고 (했어요.) 알고 보니까 유괴(사건)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전담 수사팀까지 꾸려졌던 이 사건.

신고 6시간 만에 아버지 허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허씨가) 자영업을 2군데에서 했어요. 한 5~6년 하다보니까 경기가 안 좋아서 적자가 난 모양이에요. 그 부채를 빨리 변제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는 그런 취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식당 운영이 잘 되지 않으면서 결국 1억2천만 원가량의 빚을 지게 된 허씨.

평소 이 거액의 빚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본인이 얼마를 버는지는 모르니까요. (장사가) 잘 안 되기는 했어요."

빚을 갚을 방법을 고민하던 허씨는 선후배에게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넘겨주고, 자신의 노부모를 협박해 돈을 받아내라고 시켰던 겁니다.

경찰에 붙잡힌 허씨는 2명의 공범들에 대해,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들이라며, 범행에 가담하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제대로 시연하지 못하는 것을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공범의 신원을 자백하고 말았는데요.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허위진술로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 (공범자들을) 인터넷에서 (만나) (모의)했다라고 하는데 자신으로 인해서 (지인들이) 피해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진술했던 것이고, 사실은 사회 선후배가 맞습니다."

사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여러 정황들을 근거로 허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중 가장 수상했던 점은 사건에 대한 허씨의 진술이었습니다.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예를 들어 피해자를 납치해 갔다면 (진술에서) 어떤 차였고 사건이 어떻게 됐다는 이런 부분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진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납치사건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오전 10시쯤 일어난 점.

또한 부모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된 뒤 “왜 신고했느냐”고 화를 내고, 종적을 감춘 점 등을 볼 때 자작극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미 판단을 했다는데요.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현장에서 경찰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회피하고, 오히려 화를 낸 점. 그 다음에 나중에 조사과정에서 피의자가 운영하는 가게들이 적자를 내고 있었다는 그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허씨에게) 용의점이 일부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어린 아들을 볼모로 납치 자작극을 벌인 허씨.

어린 아이의 납치 소식에 애태웠던 가족들은 이제는 허씨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어머니(음성변조) : "(아들이) 미운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말할 수가 없지만 자식인지라 어떻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이것이 더 걱정돼요. 앞으로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게 걱정되죠, 엄마는."

허씨의 부모는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았지만, 경찰은 허씨 등 3명에 대해 미성년자 약취, 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철없는 아빠’의 아들 납치 자작극
    • 입력 2013-03-19 08:37:35
    • 수정2013-03-19 08:59:04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아빠와 함께 유치원에 가던 세 살배기 아이가 괴한들에게 납치됐습니다. 괴한들은 아이의 할머니에게 2억 원을 요구했다가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진짜 납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이용해 벌인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김기흥 기자, 아무리 돈이 궁해도 어떻게 아버지가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을까요? <기자 멘트> 돈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둔 철없는 30대 아빠가 벌인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빚 1억 2천 만원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26개월 된 아들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는 자작극이었는데요. 가족들은 눈 앞이 깜깜해졌고, 이로 인해 경찰 백여 명이 동원됐으며 전담 수사반까지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아빠의 행동에 납치 자작극은 7시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는데요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아파트 주차장. 이곳에서 납치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15일 오전 11시쯤이었습니다. 35살 허모씨가 1시간 전쯤, 생후 26개월 된 아들과 함께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 괴한 2명에게 차로 납치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아버지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가는데 불상의 차가 칼로 위협해서 납치를 했다. 그러면서 돈을 요구했다. 그런 내용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괴한들은 허씨와 허씨의 아들을 납치한 직후, 아이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약국으로 전화를 걸었고, 아이 몸값으로 현금 2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갑작스런 아이의 납치 소식에, 가족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아동 가족(음성변조) :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앞뒤가 멍해지는 기분.. 그런 기분이었어요." 허씨와 허씨의 어린 아들을 납치해 승용차로 이동하던 괴한들은 1킬로미터가 지난 지점에서 아버지 허씨만 풀어주었다는데요. 이후 아이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동원 가능한 경찰 100여명을 전원 투입해 범인 검거에 나섰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형사들이 (집 주변에) 많이 있더라고요. 물어보니까 사건이 있다고, 차량 추적을 하려고 한다고 (했어요.) 알고 보니까 유괴(사건)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전담 수사팀까지 꾸려졌던 이 사건. 신고 6시간 만에 아버지 허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허씨가) 자영업을 2군데에서 했어요. 한 5~6년 하다보니까 경기가 안 좋아서 적자가 난 모양이에요. 그 부채를 빨리 변제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는 그런 취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식당 운영이 잘 되지 않으면서 결국 1억2천만 원가량의 빚을 지게 된 허씨. 평소 이 거액의 빚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본인이 얼마를 버는지는 모르니까요. (장사가) 잘 안 되기는 했어요." 빚을 갚을 방법을 고민하던 허씨는 선후배에게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넘겨주고, 자신의 노부모를 협박해 돈을 받아내라고 시켰던 겁니다. 경찰에 붙잡힌 허씨는 2명의 공범들에 대해,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들이라며, 범행에 가담하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제대로 시연하지 못하는 것을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공범의 신원을 자백하고 말았는데요.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허위진술로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 (공범자들을) 인터넷에서 (만나) (모의)했다라고 하는데 자신으로 인해서 (지인들이) 피해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진술했던 것이고, 사실은 사회 선후배가 맞습니다." 사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여러 정황들을 근거로 허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중 가장 수상했던 점은 사건에 대한 허씨의 진술이었습니다.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예를 들어 피해자를 납치해 갔다면 (진술에서) 어떤 차였고 사건이 어떻게 됐다는 이런 부분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진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납치사건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오전 10시쯤 일어난 점. 또한 부모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된 뒤 “왜 신고했느냐”고 화를 내고, 종적을 감춘 점 등을 볼 때 자작극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미 판단을 했다는데요. <인터뷰> 허명환(경위/성남중원경찰서 강력4팀) : "현장에서 경찰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회피하고, 오히려 화를 낸 점. 그 다음에 나중에 조사과정에서 피의자가 운영하는 가게들이 적자를 내고 있었다는 그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허씨에게) 용의점이 일부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어린 아들을 볼모로 납치 자작극을 벌인 허씨. 어린 아이의 납치 소식에 애태웠던 가족들은 이제는 허씨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어머니(음성변조) : "(아들이) 미운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말할 수가 없지만 자식인지라 어떻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이것이 더 걱정돼요. 앞으로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게 걱정되죠, 엄마는." 허씨의 부모는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았지만, 경찰은 허씨 등 3명에 대해 미성년자 약취, 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