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생활고에 시달리는 6.25 참전용사

입력 2013.06.06 (21:19) 수정 2013.06.0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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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치열한 고지쟁탈전을 소재로 한 영화 '고지전'입니다.

6.25 전쟁 당시 젊은이들은 이처럼 참혹한 전투를 수 없이 겪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사선을 넘나들었지만 고령이 된 지금 대부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참전용사의 하루를 박은주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84살 홍승복 할아버지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혈관 질환으로 다리 통증이 심하지만, 묵묵히 폐지를 모읍니다.

폐지를 팔아 받는 돈은 한 달에 15만 원.

<인터뷰> 홍승복 : "조금 하다보면 어지럽고...밑천 들이는 거 아니고 내가 노력하면 되는데 그거 하기도 벅차네요."

폐지 수입에 참전 수당 15만 원과 노령 연금을 더하면 한 달 수입은 48만 원 정도.

이 돈으로 기본 생활비는 물론 자신의 약값과 암에 걸린 아내의 치료비까지 해결해야 합니다.

<녹취> 홍승복 : "병원 가야지 뭘 가야지..또 그나마 살림한다고 하니까...공과금도 20만 원씩 떼요."

곤궁한 할아버지의 삶은 전우들을 만날 때 생기를 찾습니다.

할아버지는 20사단 소속으로 강원 인제 지역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처지를 돌아보면 목숨 걸고 지킨 조국이 참전 용사를 홀대한다는 생각에 울적해 지기도 합니다.

<녹취>홍승복 : "모른 척 하거든요. 말로는 당신들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삽니다...말로선 하는데..."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들은 18만 명 정도, 10명 중 9명이 홍 할아버지처럼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이곳 경북 칠곡 328 고지 정상은 6.25 전쟁 당시 다부동 지구 전투가 벌어진 곳입니다.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아직도 이런 탄피와 포탄 파편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또 매년 이 일대에서 발굴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사자들의 유해를 다 찾지 못했습니다.

1950년 8월,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다부동은 임시 수도인 대구를 포격할 수 있는 요충지였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군은 병력 2만여 명을 동원해 총공격을 감행했고 국군 제1사단은 3분의 1도 안 되는 병력으로 20일 넘게 사투를 벌여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둡니다.

이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6.25 전쟁에서 살아남은 용사는 100만여 명.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우는 차가웠습니다.

지난 2000년 관련법이 생기기 전까지 반세기 가깝도록 참전용사들은 전쟁 중에 다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2002년부터는 참전명예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액수는 겨우 5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참전 수당을 받을 경우 그만큼 소득이 는다고 간주해, 기초생활 수급권자인 참전용사들의 생활비 일부를 삭감합니다.

올해는 매달 3만 5천 원씩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또 2008년부터는 참전 용사들도 국가유공자에 포함됐지만, 본인 병원비를 감면받는 정도뿐 다른 혜택들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 참전용사들에 대한 처우는 과연 적정한 걸까요?

다른 나라는 참전 용사들을 어떻게 예우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한국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5백명 가량이 여생을 보내고 있는 곳입니다.

평균 연령 82살, 최고령자는 99살입니다.

치료시설과 운동시설은 물론 영화관과 도서관, 골프장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펠더(6.25 참전 용사)

사회에 복귀하는 참전 군인들에 대한 지원도 전방위적입니다.

의료 혜택은 물론 주택 대부에 보증을 서주고 다양한 재교육을 통해 취업을 돕고 있습니다.

연방과 주 공무원 채용 때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민간기업이 상이군인을 채용할 경우에도 세제혜택을 줍니다.

미국의 보훈 수준은 한국의 보훈처에 해당하는 제대군인부의 서열이 국무부, 국방부에 이어 세번째라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훈 업무 종사 공무원만 30만명 가량, 일년 예산도 160조원을 넘습니다.

참전군인에 대한 예우는 미군을 강군으로 성장시키고 위기의 순간에 국가를 위해 나서도록 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성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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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생활고에 시달리는 6.25 참전용사
    • 입력 2013-06-06 21:20:47
    • 수정2013-06-06 22: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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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치열한 고지쟁탈전을 소재로 한 영화 '고지전'입니다.

6.25 전쟁 당시 젊은이들은 이처럼 참혹한 전투를 수 없이 겪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사선을 넘나들었지만 고령이 된 지금 대부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참전용사의 하루를 박은주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84살 홍승복 할아버지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혈관 질환으로 다리 통증이 심하지만, 묵묵히 폐지를 모읍니다.

폐지를 팔아 받는 돈은 한 달에 15만 원.

<인터뷰> 홍승복 : "조금 하다보면 어지럽고...밑천 들이는 거 아니고 내가 노력하면 되는데 그거 하기도 벅차네요."

폐지 수입에 참전 수당 15만 원과 노령 연금을 더하면 한 달 수입은 48만 원 정도.

이 돈으로 기본 생활비는 물론 자신의 약값과 암에 걸린 아내의 치료비까지 해결해야 합니다.

<녹취> 홍승복 : "병원 가야지 뭘 가야지..또 그나마 살림한다고 하니까...공과금도 20만 원씩 떼요."

곤궁한 할아버지의 삶은 전우들을 만날 때 생기를 찾습니다.

할아버지는 20사단 소속으로 강원 인제 지역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처지를 돌아보면 목숨 걸고 지킨 조국이 참전 용사를 홀대한다는 생각에 울적해 지기도 합니다.

<녹취>홍승복 : "모른 척 하거든요. 말로는 당신들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삽니다...말로선 하는데..."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들은 18만 명 정도, 10명 중 9명이 홍 할아버지처럼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이곳 경북 칠곡 328 고지 정상은 6.25 전쟁 당시 다부동 지구 전투가 벌어진 곳입니다.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아직도 이런 탄피와 포탄 파편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또 매년 이 일대에서 발굴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사자들의 유해를 다 찾지 못했습니다.

1950년 8월,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다부동은 임시 수도인 대구를 포격할 수 있는 요충지였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군은 병력 2만여 명을 동원해 총공격을 감행했고 국군 제1사단은 3분의 1도 안 되는 병력으로 20일 넘게 사투를 벌여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둡니다.

이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6.25 전쟁에서 살아남은 용사는 100만여 명.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우는 차가웠습니다.

지난 2000년 관련법이 생기기 전까지 반세기 가깝도록 참전용사들은 전쟁 중에 다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2002년부터는 참전명예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액수는 겨우 5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참전 수당을 받을 경우 그만큼 소득이 는다고 간주해, 기초생활 수급권자인 참전용사들의 생활비 일부를 삭감합니다.

올해는 매달 3만 5천 원씩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또 2008년부터는 참전 용사들도 국가유공자에 포함됐지만, 본인 병원비를 감면받는 정도뿐 다른 혜택들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 참전용사들에 대한 처우는 과연 적정한 걸까요?

다른 나라는 참전 용사들을 어떻게 예우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한국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5백명 가량이 여생을 보내고 있는 곳입니다.

평균 연령 82살, 최고령자는 99살입니다.

치료시설과 운동시설은 물론 영화관과 도서관, 골프장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펠더(6.25 참전 용사)

사회에 복귀하는 참전 군인들에 대한 지원도 전방위적입니다.

의료 혜택은 물론 주택 대부에 보증을 서주고 다양한 재교육을 통해 취업을 돕고 있습니다.

연방과 주 공무원 채용 때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민간기업이 상이군인을 채용할 경우에도 세제혜택을 줍니다.

미국의 보훈 수준은 한국의 보훈처에 해당하는 제대군인부의 서열이 국무부, 국방부에 이어 세번째라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훈 업무 종사 공무원만 30만명 가량, 일년 예산도 160조원을 넘습니다.

참전군인에 대한 예우는 미군을 강군으로 성장시키고 위기의 순간에 국가를 위해 나서도록 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성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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