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확대경] 부상자 후송 ‘급급’ 응급 의료 허점

입력 2014.02.19 (21:04) 수정 2014.02.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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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발생 2시간이 넘어서야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됐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부상자 후송에만 급급했습니다.

우리 재난 응급 의료 체계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먼저 범기영 기자가 당시의 응급 처리 상황을 긴급 점검해 봤습니다.

<리포트>

리조트 붕괴사고 직후, 현장으로 접근하는 하나뿐인 진입로가 마비돼 있습니다.

구급차 58대, 여기에 기중기 등 중장비까지 소방장비만 100여 대가 밀려든 탓입니다.

현장 지휘소격인 응급의료소가 마련된 것은 사고 발생 2시간 여 뒤.

그동안 이송된 전체 부상자의 절반이 넘는 70여 명이, 부상 정도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 없이 무작정 구급차에 실렸습니다.

<인터뷰> 황중근(경주소방 대응구조구급과장) : "응급의료소가 지휘본부 현장 도착 즉시 설치되면 바람직합니다. 이번에는 현장이 협소하고 상황이 급박해서 이송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자가 한꺼번에 밀려든 병원에서도 혼란은 불가피했습니다.

침대가 10개 뿐인 응급실에 40명 넘는 환자가 몰렸습니다.

치료가 늦어지면서 추가 희생자가 생길 가능성마저 있었습니다.

<인터뷰> 병원 관계자 : "머리 부분이 찢어지는 수준의 상처가 많았습니다. 위에서 떨어졌으니까요. 중환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구급 전문가의 판단을 거쳐 적시에, 의료진과 장비가 갖춰진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한다는 원칙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자 멘트>

이번 사고 직후, 응급구조는 무조건 부상자를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는 '스쿱 앤 런' 형태였습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응급구조입니다.

부상자가 백 명을 넘는 대형사고 상황에서 환자가 한 병원으로 몰리면 중증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고 때 부상자 180여명에 사망자 3명.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때도 같은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에선 백십여명 부상에 10명이나 숨졌습니다.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미국에서 사망자가 적었던 건 '트리아지'란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사고 현장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부상자를 분류하는 겁니다.

긴급부터 응급, 비응급, 사망으로 분류해 빨강, 노랑, 초록, 검정색 표를 붙이고 이에따라 부상자를 이송합니다.

무조건 가까운 병원에 보내는 게 아니라, 중증 외상환자는 설사 거리가 멀어도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보내는 겁니다.

우리에게도 물론 매뉴얼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재난대응 체계를 보면 현장 응급의료소가 설치돼야 '트리아지'가 작동하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여기에만 2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최초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한 즉시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고쳐야 합니다.

또, 환자가 한 병원에 몰리지 않도록 최초 구조팀에게 이송할 병원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해주는 시스템도 보완돼야 합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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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확대경] 부상자 후송 ‘급급’ 응급 의료 허점
    • 입력 2014-02-19 20:46:56
    • 수정2014-02-21 11:39:35
    뉴스 9
<앵커 멘트>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발생 2시간이 넘어서야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됐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부상자 후송에만 급급했습니다.

우리 재난 응급 의료 체계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먼저 범기영 기자가 당시의 응급 처리 상황을 긴급 점검해 봤습니다.

<리포트>

리조트 붕괴사고 직후, 현장으로 접근하는 하나뿐인 진입로가 마비돼 있습니다.

구급차 58대, 여기에 기중기 등 중장비까지 소방장비만 100여 대가 밀려든 탓입니다.

현장 지휘소격인 응급의료소가 마련된 것은 사고 발생 2시간 여 뒤.

그동안 이송된 전체 부상자의 절반이 넘는 70여 명이, 부상 정도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 없이 무작정 구급차에 실렸습니다.

<인터뷰> 황중근(경주소방 대응구조구급과장) : "응급의료소가 지휘본부 현장 도착 즉시 설치되면 바람직합니다. 이번에는 현장이 협소하고 상황이 급박해서 이송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자가 한꺼번에 밀려든 병원에서도 혼란은 불가피했습니다.

침대가 10개 뿐인 응급실에 40명 넘는 환자가 몰렸습니다.

치료가 늦어지면서 추가 희생자가 생길 가능성마저 있었습니다.

<인터뷰> 병원 관계자 : "머리 부분이 찢어지는 수준의 상처가 많았습니다. 위에서 떨어졌으니까요. 중환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구급 전문가의 판단을 거쳐 적시에, 의료진과 장비가 갖춰진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한다는 원칙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자 멘트>

이번 사고 직후, 응급구조는 무조건 부상자를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는 '스쿱 앤 런' 형태였습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응급구조입니다.

부상자가 백 명을 넘는 대형사고 상황에서 환자가 한 병원으로 몰리면 중증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고 때 부상자 180여명에 사망자 3명.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때도 같은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에선 백십여명 부상에 10명이나 숨졌습니다.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미국에서 사망자가 적었던 건 '트리아지'란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사고 현장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부상자를 분류하는 겁니다.

긴급부터 응급, 비응급, 사망으로 분류해 빨강, 노랑, 초록, 검정색 표를 붙이고 이에따라 부상자를 이송합니다.

무조건 가까운 병원에 보내는 게 아니라, 중증 외상환자는 설사 거리가 멀어도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보내는 겁니다.

우리에게도 물론 매뉴얼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재난대응 체계를 보면 현장 응급의료소가 설치돼야 '트리아지'가 작동하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여기에만 2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최초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한 즉시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고쳐야 합니다.

또, 환자가 한 병원에 몰리지 않도록 최초 구조팀에게 이송할 병원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해주는 시스템도 보완돼야 합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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