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중동 판도를 바꿀 ‘이란’ 의 부상

입력 2015.04.07 (18:06) 수정 2015.04.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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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등 주요 6개국과의 핵 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반미, 반서방을 외치고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서방세계의 각종 제재를 받아왔는데요.

원유 매장량이나 인구 규모로 볼때 이란이 시아파 맹주를 넘어 차세대 중동의 맹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37년 만에 경제 속쇄를 풀고 국제사회로 나오고 있는 이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원중 기자!

<질문>
이란은 종교지도자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사실상 국가 통치권까지 갖는 강력한 이슬람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죠. 근데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면서요?

<답변>
하 앵커, 지금 보이는 이 사진을 보면 어느 나라 같나요?

네, 70년대 이란의 젊은이들 사진입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개방적이었음을 알 수 있죠?

79년까지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친미, 친서방적인 왕정국가였는데요.

팔레비 국왕은 이란의 근대화를 위해 강력한 서구화 정책을 펴서 이를 '백색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하지만 석유 이권을 서구사회에 넘기고 일부 집권층만 권력을 향유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1979년 이슬람 종교지도자들과 국민들의 반정부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국왕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왕조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질문>
반미, 반서방의 핵심국가인 이란이 과거에는 가장 친서방적인 국가였다는 거군요. 이런 나라가 갑자기 바뀐 계기는 무엇인가요?

<답변>
이란의 현대사에서는 바로 이 분이죠?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요.

'이슬람혁명' 또는 '호메이니혁명' 이라고 도 불리는 '이란혁명'을 주도했습니다.

<녹취> 호메이니(전 이란 국가 최고 지도자) : "나는 대중들을 위한 정부를 만들 것입니다. 이 정부의 얼굴을 때릴 것입니다."

호메이니는 팔레비 국왕의 '백색혁명', 즉 서구화, 세속화에 반대하며 전국민적인 저항운동을 일으킨 인물이었는데요.

팔레비가 해외로 도피한 뒤 망명 갔던 프랑스에서 귀국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됐습니다.

이때부터 이란은 최고 종교지도자가 국가 통치권도 갖는 '신정국가'의 면모를 보이게 된 겁니다.

<질문>
이란이 37년 만에 국제사회로 나오려고 하는데,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오랫동안 각종 제재를 받아왔다는 건데, 이란혁명 이후 반서방정책을 폈기 때문이겠죠?

<답변>
네 맞습니다.

이슬람법에 의한 통치를 선언한 호메이니의 등장은 서구와의 갈등을 예고한 건데요.

그 상징적인 사건이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입니다.

미국으로 간 팔레비 국왕의 신병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대가 1979년 11월 미국 대사관에 난입해 70여 명의 외교관을 억류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무려 444일 동안 이어진 인질사태를 두고 이란과 미국이 초강경한 자세로 맞붙었는데요.

이란은 미국에 대한 석유금수 조치를 취했고 미국은 팔레비 왕의 재산을 포함해 미국 내 이란의 공적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질문>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주로 핵무기 개발에 따른 것 아닌가요?

<답변>
이란과 미국이 인질사태를 두고 갈등하고 있던 1980년 이라크의 후세인이 이란을 침공합니다.

일진 일퇴를 거듭하던 이 전쟁은 무려 8년을 끌며 승자없이 끝났는데요.

서구사회와 아랍토후국들로부터 견제를 받기 시작한 이란은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이 끝난 후부터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게 됩니다.

서구사회와의 갈등은 이란 내 이슬람 보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는데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는 대책점에 서게 된 것이죠.

중동 내 다른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경계심을 높였지만 반미 반이스라엘을 외치는 이란에게 중동사회 대중들은 지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또 이슬람주의와 반미를 앞세운 중동 내 여러 무장단체들에게 이란의 영향력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의 부시 정부로부터 '악의 축'으로 낙인 찍히게 된거죠.

<녹취> 조지 부시(미국대통령/2002년) : "이란은 공격적인 무기를 추구하고 테러를 수출합니다. 이 국가들과 테러 동맹들은 '악의 축'이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갈등이 심했던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해빙무드를 맞게 된 이유는 뭘까요?

<답변>
오랜 경제제재로 이란은 석유부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은 피폐해졌는데요.

지난 2013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중도개혁파로 손꼽히는 하산 로하니를 선출했습니다.

<녹취> 하산 로하니(이란 대통령) : "상대가 약속을 지키면 우리도 약속과 의무를 다 할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협상과 다른 길을 간다면 이란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로하니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이란을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며 중동에서의 직접적인 개입을 피하면서도 지역 내 안정을 꾀하기 위해 이란과의 협력이 중요해졌습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IS 격퇴전인데요. 이란이 이라크와 함께 IS 격퇴의 선봉에 선 것이죠.

<질문>
이란이 핵협상을 타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게 되면 중동의 판세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면서요? 최근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커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서요?

<답변>
네, 이란은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나라인데요. 그래서 종교적으로는 이슬람이지만 민족적으로는 아랍족이 아니라 페르시아족 국가입니다.

인구가 7천만으로 중동국가 중에서는 인구 대국입니다.

사우디의 인구가 천만이니까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아시겠죠.

원유매장량도 세계 3위인데요.

반미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후광을 얻어 정치적으로 입지를 굳힌데다 오랫동안 시아파의 맹주로 군림해 왔습니다.

이런 이란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경우 세속주의 이집트나 왕정체제인 사우디, 전후 정권이 취약해진 이라크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중동의 맹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핵협상에 대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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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중동 판도를 바꿀 ‘이란’ 의 부상
    • 입력 2015-04-07 19:04:32
    • 수정2015-04-07 19:39:41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 등 주요 6개국과의 핵 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반미, 반서방을 외치고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서방세계의 각종 제재를 받아왔는데요.

원유 매장량이나 인구 규모로 볼때 이란이 시아파 맹주를 넘어 차세대 중동의 맹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37년 만에 경제 속쇄를 풀고 국제사회로 나오고 있는 이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원중 기자!

<질문>
이란은 종교지도자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사실상 국가 통치권까지 갖는 강력한 이슬람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죠. 근데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면서요?

<답변>
하 앵커, 지금 보이는 이 사진을 보면 어느 나라 같나요?

네, 70년대 이란의 젊은이들 사진입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개방적이었음을 알 수 있죠?

79년까지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친미, 친서방적인 왕정국가였는데요.

팔레비 국왕은 이란의 근대화를 위해 강력한 서구화 정책을 펴서 이를 '백색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하지만 석유 이권을 서구사회에 넘기고 일부 집권층만 권력을 향유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1979년 이슬람 종교지도자들과 국민들의 반정부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국왕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왕조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질문>
반미, 반서방의 핵심국가인 이란이 과거에는 가장 친서방적인 국가였다는 거군요. 이런 나라가 갑자기 바뀐 계기는 무엇인가요?

<답변>
이란의 현대사에서는 바로 이 분이죠?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요.

'이슬람혁명' 또는 '호메이니혁명' 이라고 도 불리는 '이란혁명'을 주도했습니다.

<녹취> 호메이니(전 이란 국가 최고 지도자) : "나는 대중들을 위한 정부를 만들 것입니다. 이 정부의 얼굴을 때릴 것입니다."

호메이니는 팔레비 국왕의 '백색혁명', 즉 서구화, 세속화에 반대하며 전국민적인 저항운동을 일으킨 인물이었는데요.

팔레비가 해외로 도피한 뒤 망명 갔던 프랑스에서 귀국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됐습니다.

이때부터 이란은 최고 종교지도자가 국가 통치권도 갖는 '신정국가'의 면모를 보이게 된 겁니다.

<질문>
이란이 37년 만에 국제사회로 나오려고 하는데,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오랫동안 각종 제재를 받아왔다는 건데, 이란혁명 이후 반서방정책을 폈기 때문이겠죠?

<답변>
네 맞습니다.

이슬람법에 의한 통치를 선언한 호메이니의 등장은 서구와의 갈등을 예고한 건데요.

그 상징적인 사건이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입니다.

미국으로 간 팔레비 국왕의 신병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대가 1979년 11월 미국 대사관에 난입해 70여 명의 외교관을 억류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무려 444일 동안 이어진 인질사태를 두고 이란과 미국이 초강경한 자세로 맞붙었는데요.

이란은 미국에 대한 석유금수 조치를 취했고 미국은 팔레비 왕의 재산을 포함해 미국 내 이란의 공적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질문>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주로 핵무기 개발에 따른 것 아닌가요?

<답변>
이란과 미국이 인질사태를 두고 갈등하고 있던 1980년 이라크의 후세인이 이란을 침공합니다.

일진 일퇴를 거듭하던 이 전쟁은 무려 8년을 끌며 승자없이 끝났는데요.

서구사회와 아랍토후국들로부터 견제를 받기 시작한 이란은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이 끝난 후부터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게 됩니다.

서구사회와의 갈등은 이란 내 이슬람 보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는데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는 대책점에 서게 된 것이죠.

중동 내 다른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경계심을 높였지만 반미 반이스라엘을 외치는 이란에게 중동사회 대중들은 지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또 이슬람주의와 반미를 앞세운 중동 내 여러 무장단체들에게 이란의 영향력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의 부시 정부로부터 '악의 축'으로 낙인 찍히게 된거죠.

<녹취> 조지 부시(미국대통령/2002년) : "이란은 공격적인 무기를 추구하고 테러를 수출합니다. 이 국가들과 테러 동맹들은 '악의 축'이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갈등이 심했던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해빙무드를 맞게 된 이유는 뭘까요?

<답변>
오랜 경제제재로 이란은 석유부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은 피폐해졌는데요.

지난 2013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중도개혁파로 손꼽히는 하산 로하니를 선출했습니다.

<녹취> 하산 로하니(이란 대통령) : "상대가 약속을 지키면 우리도 약속과 의무를 다 할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협상과 다른 길을 간다면 이란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로하니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이란을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며 중동에서의 직접적인 개입을 피하면서도 지역 내 안정을 꾀하기 위해 이란과의 협력이 중요해졌습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IS 격퇴전인데요. 이란이 이라크와 함께 IS 격퇴의 선봉에 선 것이죠.

<질문>
이란이 핵협상을 타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게 되면 중동의 판세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면서요? 최근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커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서요?

<답변>
네, 이란은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나라인데요. 그래서 종교적으로는 이슬람이지만 민족적으로는 아랍족이 아니라 페르시아족 국가입니다.

인구가 7천만으로 중동국가 중에서는 인구 대국입니다.

사우디의 인구가 천만이니까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아시겠죠.

원유매장량도 세계 3위인데요.

반미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후광을 얻어 정치적으로 입지를 굳힌데다 오랫동안 시아파의 맹주로 군림해 왔습니다.

이런 이란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경우 세속주의 이집트나 왕정체제인 사우디, 전후 정권이 취약해진 이라크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중동의 맹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핵협상에 대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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