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커피와 초콜릿, 원산지 농민은 ‘봉’?

입력 2015.06.13 (08:27) 수정 2015.06.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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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커피와 초콜릿, 대표적인 기호 식품이죠.

그러나 커피의 그윽한 향과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는

서글픈 현실이 감춰져 있습니다.

커피와 초콜릿의 원료는 적도 부근 저개발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데요.

이들 원산지 농민들은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도시에선 비싸게 팔리지만 원산지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공 능력이 없어서 원재료 그대로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아프리카 가나와 케냐 농민의 빈곤의 악순환을 강나루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혀 끝에서 녹는 달콤한 초콜릿과 식후에 즐기는 커피 한 잔..

두 기호식품은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초콜릿 시장의 규모는 매년 증가해 어느새 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커피는 그 스무 배에 달합니다.

초콜릿의 주 재료, 카카오 생산지로 유명한 아프리카 가나.

바로 옆 코트디 부아르와 함께 세계 2대 카카오 생산국으로, 한 해 생산되는 카카오만 8~90만 톤에 달합니다.

카카오의 원산지는 남미지만, 이제는 가나를 포함한 서아프리카에서 세계 카카오의 70%를 생산합니다.

수도 아크라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코포리두아'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카카오 농가가 모인 마을 하나가 보입니다.

'코코, 가나! 가나, 코코!' '

이 마을에선 주민 백여 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카카오를 재배하는데,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적절한 강수량, 습도 등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카카오는 토양 상태와 병충해에 민감해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열맵니다.

이 안을 열어보면 초콜릿과는 달리 색이 매우 하얀데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씨앗을 꺼내 발효시킨 뒤 햇빛에 말려야합니다.

2006년부터 아내와 카카오 농사를 짓고 있는 찰스 씨는 오전 8시쯤 농장에 나갑니다.

9년째 카카오를 재배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매년 농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걱정입니다.

<인터뷰> 찰스(카카오 재배 농민) : "문제는 카카오 가격뿐 아니라 다른 비용도 조금씩 오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농사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 농민들은 대부분 5에이커 미만의 소규모 농사를 짓기 때문에 비료나 살충제 등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단위 면적당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이는 다시 농민들의 낮은 소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인터뷰> 애닠 콰퐁(가나 카카오 연구소) : "불행하게도 생산성은 낮은 편입니다. 1헥타르에 약 400kg 밖에 생산되지 않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800kg 까지 생산합니다. 2배에 달하는 양이죠."

또, 기호 식품인 카카오 재배를 식량 작물보다 우선하다 보니 정작 먹을 음식은 비싼 값에 사오는 일도 벌어집니다.

<인터뷰> 아우구스투스(UNDP 박사) : "전통적으로 농부들은 자기가 먹을 식량은 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먹을 식량은 스스로 길렀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카카오 경작 지역에 가면 식량을 기르기 위한 농장은 찾기 힘듭니다."

식량까지 포기해가며 카카오를 생산하지만 정작 가나에서 볼 수 있는 초콜릿은 거의 외국제..

원료인 카카오만 내다 팔뿐, 완제품인 초콜릿을 만들어 팔 능력이 안되다 보니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습니다.

뒤늦게 가나 정부가 초콜릿 자체 생산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또다른 기호 식품, 커피는 어떨까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바링고 주, 커피가 주 농작물입니다.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아열대 지역에서만 자라는데, 대부분 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에서 재배가 이뤄져 '신의 선물'로도 불립니다.

저는 지금 케냐 바링고 지역의 한 커피 농가에 와있습니다.

제 앞으로 보이는 바로 이게 커피 나무인데요.

이렇게 열매가 빨갛게 익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 형제는 2000년도에 할아버지로부터 커피 농장을 물려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커피 나무가 250여 그루였는데, 이제 56그루뿐입니다.

문제는 역시 가격입니다,

<인터뷰> 농민(형제) : "왜냐면 내다팔 시장도 없고, 가격도 너무 싸고 유지의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피를 심었던 곳에 옥수수를 심어야 했습니다."

커피는 최종 가공을 마쳐야 등급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마을에 제대로 된 가공 시설이 없다보니 농민들은 1차 농산물인 커피 열매를 그대로 수출합니다.

<인터뷰> 지역 의장 : " 이 기계는 2년밖에 작동을 못하고 고장 났습니다. 그리고 커피 값이 하락했고 농가의 생산량도 줄어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농부들이 커피에 대한 관심을 잃었습니다."

농가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를 껍질을 벗겨 1차로 가공한 상탭니다.

여기에서 한번 더 껍질을 벗겨야 비로소 생두가 되는데, 농민들이 직접 가공하기만 해도 가격을 5배 이상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지역 농부들은 대부분 고산 지대에서 영세하게 농사를 짓는데, 수확철마다 중간 유통상인들이 농가를 돌아다니며 헐값에 커피를 사들입니다.

농민들 손에 쥐어지는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주목 받는 게,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 공정 무역입니다.

이 농민은 한국 구호단체의 직거래를 통해 평균 소득이 7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공정거래 농민 : "지난 2주 동안 우리는 좋은 값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 전에 이러한 값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지금껏 농사를 지으면서 가격이 이렇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인터뷰> 박영학(이사/월드베스트프렌드) : "대량 생산을 위해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부작용들... 그러나 제값을 주고 정당한 과정 속에서 만약에 생산이 된다면, 노동 착취라든지 혹은 환경을 파괴하는 부분에서 조금 더 나은, 생산지도 좋고 마시는 분들도 좋고.."

우리가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에는 원두 7그램, 50여 개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커피 산지에서 농민이 파는 생두 50개의 가격은 5원 정도 밖에 안됩니다.

커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에서 재배 농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0.1%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사정이 나은 카카오 역시 밀크 초콜릿 가격의 4% 정도만 농민 몫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기호품이 주는 달콤함 뒤에 숨어 있는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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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커피와 초콜릿, 원산지 농민은 ‘봉’?
    • 입력 2015-06-13 08:43:05
    • 수정2015-06-13 09:03:2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커피와 초콜릿, 대표적인 기호 식품이죠.

그러나 커피의 그윽한 향과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는

서글픈 현실이 감춰져 있습니다.

커피와 초콜릿의 원료는 적도 부근 저개발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데요.

이들 원산지 농민들은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도시에선 비싸게 팔리지만 원산지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공 능력이 없어서 원재료 그대로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아프리카 가나와 케냐 농민의 빈곤의 악순환을 강나루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혀 끝에서 녹는 달콤한 초콜릿과 식후에 즐기는 커피 한 잔..

두 기호식품은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초콜릿 시장의 규모는 매년 증가해 어느새 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커피는 그 스무 배에 달합니다.

초콜릿의 주 재료, 카카오 생산지로 유명한 아프리카 가나.

바로 옆 코트디 부아르와 함께 세계 2대 카카오 생산국으로, 한 해 생산되는 카카오만 8~90만 톤에 달합니다.

카카오의 원산지는 남미지만, 이제는 가나를 포함한 서아프리카에서 세계 카카오의 70%를 생산합니다.

수도 아크라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코포리두아'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카카오 농가가 모인 마을 하나가 보입니다.

'코코, 가나! 가나, 코코!' '

이 마을에선 주민 백여 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카카오를 재배하는데,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적절한 강수량, 습도 등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카카오는 토양 상태와 병충해에 민감해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열맵니다.

이 안을 열어보면 초콜릿과는 달리 색이 매우 하얀데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씨앗을 꺼내 발효시킨 뒤 햇빛에 말려야합니다.

2006년부터 아내와 카카오 농사를 짓고 있는 찰스 씨는 오전 8시쯤 농장에 나갑니다.

9년째 카카오를 재배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매년 농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걱정입니다.

<인터뷰> 찰스(카카오 재배 농민) : "문제는 카카오 가격뿐 아니라 다른 비용도 조금씩 오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농사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 농민들은 대부분 5에이커 미만의 소규모 농사를 짓기 때문에 비료나 살충제 등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단위 면적당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이는 다시 농민들의 낮은 소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인터뷰> 애닠 콰퐁(가나 카카오 연구소) : "불행하게도 생산성은 낮은 편입니다. 1헥타르에 약 400kg 밖에 생산되지 않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800kg 까지 생산합니다. 2배에 달하는 양이죠."

또, 기호 식품인 카카오 재배를 식량 작물보다 우선하다 보니 정작 먹을 음식은 비싼 값에 사오는 일도 벌어집니다.

<인터뷰> 아우구스투스(UNDP 박사) : "전통적으로 농부들은 자기가 먹을 식량은 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먹을 식량은 스스로 길렀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카카오 경작 지역에 가면 식량을 기르기 위한 농장은 찾기 힘듭니다."

식량까지 포기해가며 카카오를 생산하지만 정작 가나에서 볼 수 있는 초콜릿은 거의 외국제..

원료인 카카오만 내다 팔뿐, 완제품인 초콜릿을 만들어 팔 능력이 안되다 보니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습니다.

뒤늦게 가나 정부가 초콜릿 자체 생산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또다른 기호 식품, 커피는 어떨까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바링고 주, 커피가 주 농작물입니다.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아열대 지역에서만 자라는데, 대부분 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에서 재배가 이뤄져 '신의 선물'로도 불립니다.

저는 지금 케냐 바링고 지역의 한 커피 농가에 와있습니다.

제 앞으로 보이는 바로 이게 커피 나무인데요.

이렇게 열매가 빨갛게 익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 형제는 2000년도에 할아버지로부터 커피 농장을 물려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커피 나무가 250여 그루였는데, 이제 56그루뿐입니다.

문제는 역시 가격입니다,

<인터뷰> 농민(형제) : "왜냐면 내다팔 시장도 없고, 가격도 너무 싸고 유지의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피를 심었던 곳에 옥수수를 심어야 했습니다."

커피는 최종 가공을 마쳐야 등급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마을에 제대로 된 가공 시설이 없다보니 농민들은 1차 농산물인 커피 열매를 그대로 수출합니다.

<인터뷰> 지역 의장 : " 이 기계는 2년밖에 작동을 못하고 고장 났습니다. 그리고 커피 값이 하락했고 농가의 생산량도 줄어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농부들이 커피에 대한 관심을 잃었습니다."

농가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를 껍질을 벗겨 1차로 가공한 상탭니다.

여기에서 한번 더 껍질을 벗겨야 비로소 생두가 되는데, 농민들이 직접 가공하기만 해도 가격을 5배 이상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지역 농부들은 대부분 고산 지대에서 영세하게 농사를 짓는데, 수확철마다 중간 유통상인들이 농가를 돌아다니며 헐값에 커피를 사들입니다.

농민들 손에 쥐어지는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주목 받는 게,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 공정 무역입니다.

이 농민은 한국 구호단체의 직거래를 통해 평균 소득이 7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공정거래 농민 : "지난 2주 동안 우리는 좋은 값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 전에 이러한 값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지금껏 농사를 지으면서 가격이 이렇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인터뷰> 박영학(이사/월드베스트프렌드) : "대량 생산을 위해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부작용들... 그러나 제값을 주고 정당한 과정 속에서 만약에 생산이 된다면, 노동 착취라든지 혹은 환경을 파괴하는 부분에서 조금 더 나은, 생산지도 좋고 마시는 분들도 좋고.."

우리가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에는 원두 7그램, 50여 개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커피 산지에서 농민이 파는 생두 50개의 가격은 5원 정도 밖에 안됩니다.

커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에서 재배 농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0.1%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사정이 나은 카카오 역시 밀크 초콜릿 가격의 4% 정도만 농민 몫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기호품이 주는 달콤함 뒤에 숨어 있는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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