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5천 원 짜리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원두값은?

입력 2015.07.0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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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하루에 몇 잔이나 드세요?

하루에 커피 한 잔. 될 수 있으면 이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데 이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는 항상 커피가 있기 때문이죠. 데이트할 때도, 취재원을 만날 때도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것만큼 편한 게 없습니다. 이렇듯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에 아주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전 세계 커피 시장 규모는 어림잡아 2천조 원에 달합니다. 오죽했으면 전통적으로 차(茶)를 중요시하던 중국에서도 차 밭을 뒤엎고 커피를 심고 있을까요.

매일, 어쩌면 밥보다 더 많이 접하는 게 커피지만 이 한 잔이 정확히 어떻게 우리 손에 쥐어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원두의 이미지는 로스팅까지 마치고 난 갈색의 '커피콩'입니다. 하지만 커피가 처음부터 저 상태였던 건 아닙니다.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는 두 차례의 가공을 거쳐 비로소 생두가 되고, 이 생두를 다시 적절하게 로스팅을 한 뒤 갈아 물과 함께 내려 마시는 게 우리가 마시는 커피 음료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커피 전문가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저 역시 커피가 고구마・감자처럼 땅을 파서 수확하는 것인지, 아니면 커피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는 것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카페 직원이 '치익'하고 증기를 내뿜는 기계를 만지고 나면 커피는 알아서 컵에 담기곤 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커피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가요? 저는 제 무지에 사죄하는 의미에서, 커피 산지의 재배 농민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바링고 지도, 전경바링고 지도, 전경


■ 커피 열매가 원두가 되기까지

우리가 찾은 곳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북쪽에 위치한 '바링고' 주입니다. 인구 60만, 케냐 47개 주 가운데 끝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못 사는 동네지만 다행히 고산 지대에 자리 잡아 커피 재배에는 적합한 환경을 갖췄습니다. 1년에 생산하는 커피는 120톤. 300톤까지 생산량을 늘리는 게 주 정부의 목표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바링고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형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0년, 형제의 할아버지는 이곳에 커피나무 250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한 농가에는 커피나무가 56그루에 불과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재배 농민 인터뷰재배 농민 인터뷰


기본적으로 농민이 자신이 재배한 커피의 제값을 받으려면 최종 상태까지 가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AA, AB 같은 등급이 나오기 때문이죠. 다시 복습해볼까요? 우선 커피나무에서 열리는 커피 열매, 즉 씨를 둘러싼 과육이 붙어있는 상태를 현지에선 '젤리(Jelly)'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과육을 으깨거나 떼내면 젤리 안의 씨앗이 나옵니다. 이 씨앗을 '패치먼트(Parchment)'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게 1차 가공입니다. 과육이 영어로 '펄프(Pulp)'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펄핑(Pulping)'이라고 하죠. 헷갈리기 쉬운 게 이 1차 가공, 펄핑을 마친 상태가 생두가 아니라는 겁니다.

패치먼트 상태에서 한 번 더 가공해야 비로소 생두가 되는데, 이 2차 가공을 방앗간을 뜻하는 '밀(Mill)'에서 따와 '밀링(Mill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밀링까지 마친 것이 바로 생두인데, 이 생두의 색깔은 옅은 갈색, 또는 피부색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커피콩(Coffee Bean)', 즉 원두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로스팅, 그러니까 생두를 볶아내야만 비로소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까만 원두의 모습이 나오는 거죠.

커피 열매, 생두, 원두 비교 그림커피 열매, 생두, 원두 비교 그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앞서 농민들이 커피 제값을 받기 위해선 가공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면 되잖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쉽지가 않습니다. 농가에서도 커피를 젤리 상태로 판매하진 않습니다. 커피 열매를 물에 불려 마늘을 찧듯이 공이 같은 걸로 내리치면 과육을 벗겨내는 건 그렇게 어렵진 않거든요. 문제는 2차 가공입니다. 과육과는 달리 패치먼트 상태는 딱딱한 외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그것도 수많은 커피 열매를 가공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5천 원짜리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원두값은?

그나마 마을 어귀에 큰돈을 들여 설치한 펄핑 기계는 2년 만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농민들은 더는 커피 가공을 할 수 없게 됐고, 등급이 나오기 전인 '패치먼트' 상태에서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바링고 커피 농가는 고산 지대 곳곳에 영세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나이로비에 커피를 내다 팔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중간 도매상들이 농가 곳곳을 돌며 터무니없는 가격에 커피를 매입하고 있는 거죠.

작동을 멈춘 커피 가공 기계작동을 멈춘 커피 가공 기계


우리가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에는 보통 원두 50여 개, 7g 정도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커피 산지에서 농민이 파는 생두, 엄밀히 말하면 생두 전인 패치먼트의 가격은 5원 정도입니다. 커피 한 잔을 5천 원이라고 했을 때 재배 농가에 돌아가는 몫이 0.1%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물론 아프리카와 남미 같은 먼 곳의 커피가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마땅한 대가가 지급되어야겠죠. 하지만 과연 중간 유통 과정에 지급되어야 하는 금액이 커피값의 99.9%가 되어야 할까요?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아열대 지역에서만 자라는데, 대부분 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에서 재배가 이뤄져 '신의 선물'로도 불립니다. 하지만 커피를 주로 소비하는 선진국들, 그리고 대형 커피 회사들이 그 신의 선물조차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커피 열매 수확하는 부자커피 열매 수확하는 부자


■ “그래도 아는 것이 낫다”

취재하면서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질문은 '그래서 뭐?'였습니다. 사실 커피뿐만이 아닙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주 생산지인 서아프리카 가나의 경우에도, 영국에서 판매되는 밀크 초콜릿 가격의 4% 정도만 농민 몫으로 돌아간다고 하죠.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기호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건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분명 가슴 아픈 일이고, 옳지 못한 일이지만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라는 질문, 혹은 반감이 생기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공정무역. 해묵은 단어지만, 이처럼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링고에서 만난 한 구호단체가 선택한 방법은 '직거래'입니다. 우선 단체는 바링고 주 정부와 협약을 맺습니다. 우리가 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커피를 나이로비 가격의 1.2배에 수매할 테니, 대신 주 정부에서 농민들을 도와 커피를 가공하고, 각 농가에 있는 커피를 한곳에 모아달라고 합니다. 이 결과 농민은 패치먼트가 아닌 생두 상태로 커피를 팔아 예전보다 5배 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구호단체 역시 나이로비에서 살 수 있는 다른 생두와 비슷한 가격에, 가공까지 마친 양질의 커피를 사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공정 무역 농민 인터뷰공정 무역 농민 인터뷰


'최악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결과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무지한 것보다는 그래도 아는 것이 낫다.'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저서 <마키아벨리의 독창성>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손에 들고 있는 이 커피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알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것만으로도 지금보단 더 커피를 즐겁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요?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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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5천 원 짜리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원두값은?
    • 입력 2015-07-07 06:02:39
    취재후·사건후
■ 커피, 하루에 몇 잔이나 드세요? 하루에 커피 한 잔. 될 수 있으면 이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데 이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는 항상 커피가 있기 때문이죠. 데이트할 때도, 취재원을 만날 때도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것만큼 편한 게 없습니다. 이렇듯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에 아주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전 세계 커피 시장 규모는 어림잡아 2천조 원에 달합니다. 오죽했으면 전통적으로 차(茶)를 중요시하던 중국에서도 차 밭을 뒤엎고 커피를 심고 있을까요. 매일, 어쩌면 밥보다 더 많이 접하는 게 커피지만 이 한 잔이 정확히 어떻게 우리 손에 쥐어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원두의 이미지는 로스팅까지 마치고 난 갈색의 '커피콩'입니다. 하지만 커피가 처음부터 저 상태였던 건 아닙니다.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는 두 차례의 가공을 거쳐 비로소 생두가 되고, 이 생두를 다시 적절하게 로스팅을 한 뒤 갈아 물과 함께 내려 마시는 게 우리가 마시는 커피 음료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커피 전문가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저 역시 커피가 고구마・감자처럼 땅을 파서 수확하는 것인지, 아니면 커피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는 것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카페 직원이 '치익'하고 증기를 내뿜는 기계를 만지고 나면 커피는 알아서 컵에 담기곤 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커피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가요? 저는 제 무지에 사죄하는 의미에서, 커피 산지의 재배 농민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바링고 지도, 전경
■ 커피 열매가 원두가 되기까지 우리가 찾은 곳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북쪽에 위치한 '바링고' 주입니다. 인구 60만, 케냐 47개 주 가운데 끝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못 사는 동네지만 다행히 고산 지대에 자리 잡아 커피 재배에는 적합한 환경을 갖췄습니다. 1년에 생산하는 커피는 120톤. 300톤까지 생산량을 늘리는 게 주 정부의 목표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바링고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형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0년, 형제의 할아버지는 이곳에 커피나무 250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한 농가에는 커피나무가 56그루에 불과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재배 농민 인터뷰
기본적으로 농민이 자신이 재배한 커피의 제값을 받으려면 최종 상태까지 가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AA, AB 같은 등급이 나오기 때문이죠. 다시 복습해볼까요? 우선 커피나무에서 열리는 커피 열매, 즉 씨를 둘러싼 과육이 붙어있는 상태를 현지에선 '젤리(Jelly)'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과육을 으깨거나 떼내면 젤리 안의 씨앗이 나옵니다. 이 씨앗을 '패치먼트(Parchment)'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게 1차 가공입니다. 과육이 영어로 '펄프(Pulp)'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펄핑(Pulping)'이라고 하죠. 헷갈리기 쉬운 게 이 1차 가공, 펄핑을 마친 상태가 생두가 아니라는 겁니다. 패치먼트 상태에서 한 번 더 가공해야 비로소 생두가 되는데, 이 2차 가공을 방앗간을 뜻하는 '밀(Mill)'에서 따와 '밀링(Mill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밀링까지 마친 것이 바로 생두인데, 이 생두의 색깔은 옅은 갈색, 또는 피부색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커피콩(Coffee Bean)', 즉 원두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로스팅, 그러니까 생두를 볶아내야만 비로소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까만 원두의 모습이 나오는 거죠.
커피 열매, 생두, 원두 비교 그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앞서 농민들이 커피 제값을 받기 위해선 가공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면 되잖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쉽지가 않습니다. 농가에서도 커피를 젤리 상태로 판매하진 않습니다. 커피 열매를 물에 불려 마늘을 찧듯이 공이 같은 걸로 내리치면 과육을 벗겨내는 건 그렇게 어렵진 않거든요. 문제는 2차 가공입니다. 과육과는 달리 패치먼트 상태는 딱딱한 외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그것도 수많은 커피 열매를 가공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5천 원짜리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원두값은? 그나마 마을 어귀에 큰돈을 들여 설치한 펄핑 기계는 2년 만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농민들은 더는 커피 가공을 할 수 없게 됐고, 등급이 나오기 전인 '패치먼트' 상태에서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바링고 커피 농가는 고산 지대 곳곳에 영세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나이로비에 커피를 내다 팔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중간 도매상들이 농가 곳곳을 돌며 터무니없는 가격에 커피를 매입하고 있는 거죠.
작동을 멈춘 커피 가공 기계
우리가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에는 보통 원두 50여 개, 7g 정도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커피 산지에서 농민이 파는 생두, 엄밀히 말하면 생두 전인 패치먼트의 가격은 5원 정도입니다. 커피 한 잔을 5천 원이라고 했을 때 재배 농가에 돌아가는 몫이 0.1%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물론 아프리카와 남미 같은 먼 곳의 커피가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마땅한 대가가 지급되어야겠죠. 하지만 과연 중간 유통 과정에 지급되어야 하는 금액이 커피값의 99.9%가 되어야 할까요?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아열대 지역에서만 자라는데, 대부분 남반구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에서 재배가 이뤄져 '신의 선물'로도 불립니다. 하지만 커피를 주로 소비하는 선진국들, 그리고 대형 커피 회사들이 그 신의 선물조차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커피 열매 수확하는 부자
■ “그래도 아는 것이 낫다” 취재하면서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질문은 '그래서 뭐?'였습니다. 사실 커피뿐만이 아닙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주 생산지인 서아프리카 가나의 경우에도, 영국에서 판매되는 밀크 초콜릿 가격의 4% 정도만 농민 몫으로 돌아간다고 하죠.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기호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건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분명 가슴 아픈 일이고, 옳지 못한 일이지만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라는 질문, 혹은 반감이 생기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공정무역. 해묵은 단어지만, 이처럼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링고에서 만난 한 구호단체가 선택한 방법은 '직거래'입니다. 우선 단체는 바링고 주 정부와 협약을 맺습니다. 우리가 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커피를 나이로비 가격의 1.2배에 수매할 테니, 대신 주 정부에서 농민들을 도와 커피를 가공하고, 각 농가에 있는 커피를 한곳에 모아달라고 합니다. 이 결과 농민은 패치먼트가 아닌 생두 상태로 커피를 팔아 예전보다 5배 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구호단체 역시 나이로비에서 살 수 있는 다른 생두와 비슷한 가격에, 가공까지 마친 양질의 커피를 사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공정 무역 농민 인터뷰
'최악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결과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무지한 것보다는 그래도 아는 것이 낫다.'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저서 <마키아벨리의 독창성>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손에 들고 있는 이 커피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알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것만으로도 지금보단 더 커피를 즐겁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요? [연관기사] ☞ [특파원 현장보고] [월드 리포트] 커피와 초콜릿, 원산지 농민은 ‘봉’? ☞ [뉴스광장] [지금 세계는] 커피의 비극…농민 몫 겨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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