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 스포츠계 부는 ‘여풍’…비결·한계는?

입력 2015.08.08 (08:06) 수정 2015.08.08 (08: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 1일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개막전... 북한과 일본 여자축구대표팀이 맞붙었다.

전반 35분 팽팽한 균형을 깬 건 북한이었다. 공격수 리애경이 문전으로 날아든 공을 차 넣으며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이후 동점골을 뽑아내며 추격에 나섰지만 북한의 두 공격수 라은심과 리 애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최종 스코어 4대 2.. 2015 여자월드컵 준우승 팀을 상대로 거둔 완벽한 승리였다.

<녹취> 김광민 : "우리 선수들이 높은 정신력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끝까지 잘 싸워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흘 뒤 열린 중국과의 2차전, 이번엔 17세의 어린 골잡이 위정심의 맹활약 속에 개최국 중국을 3대 2로 물리쳤다.

우리나라 여자축구대표팀 역시 중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북한과 같은 2승을 기록했다.

오늘 열리는 남북 대결에 따라 두 팀 중 한 팀이 우승컵을 안는 상황.. 북한 매체는 중국, 일본과의 경기를 연일 재방송하며 여자축구 활약 선전에 나섰다.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나라 여자 축구선수들은 일본팀과의 첫 번째 경기에 이긴데 이어서, 4일 중국팀과의 경기도 승리의 신심에 넘쳐 잘 운영해 나갔습니다."

북한 여자 선수들의 승전보는 다양한 종목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30일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앳된 얼굴의 북한의 신예 김국향이 다이빙대에 올랐다. 완벽한 동작과 입수...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나라의 김국향 선수가 제 16차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대회 물에 뛰어들기 여자 10m 고정판 경기에서 영예의 금메달을 쟁취했습니다."

불과 열여섯 살의 북한 소녀가 중국의 독무대인 다이빙 종목에서 금메달을 쟁취한 것이다.

<녹취> 김국향 : "이렇게 1등까지 할지는 정말 몰랐지만 다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엔 ‘쌍둥이 마라토너’로 유명한 북한의 마라톤 자매 중 동생 김혜경이 아시아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북한 여성 스포츠의 상승세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인 2012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여자 유도 설경이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같은 해 런던올림픽에선 안금애가 북한에 첫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안금애를 신호탄으로,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선수들의 활약은 당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녹취> 남성욱 :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사망함으로서 북한 사회가 급변, 격변에 혼란의 상황에 빠졌습니다. 2011년 12월 30일 최고 사령관에 오른 김정은은 3대 세습을 부드럽게 매끄럽게 연결시키는데 총력을 다했고요. 새로운 3대 세습의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과정에서 런던 올림픽에서 20위권의 좋은 성적을 내는 그런 성과를 거둠으로서 북한 사회가 침체에서 활기찬 사회로 전환되는 하나의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자 선수들의 활약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지난 해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은 종합순위 7위를 차지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는데, 일등 공신은 여성들이었다.

전체 금메달 11개중 여자 축구팀을 비롯해 여자 선수들이 따낸 금메달이 7개에 달했다.

막 정권의 기틀을 다져가던 김정은에게 이 같은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반가운 것은 당연했다.

김정은은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경애하는 원수님을 우러르며 선수들은 세계의 하늘가에 공화국 깃발을 더 높이 휘날리며 금메달로 조국의 존엄과 영예를 빛내갈 충정의 맹세를 다졌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까지도 여자 스포츠 스타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일엔 ‘조선여성과 체육’이라는 특별 프로그램까지 편성해, 북한 스포츠계의 여성 영웅들을 집중 조명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 공화국이 창건돼서 처음으로 나온 유일한 체육인 공화국 영웅도 여자 마라손(마라톤) 선수이며 노력영웅도 여성 탁구선수이다."

북한에서 처음 ‘여자 스포츠 영웅’이 탄생한 것은 1960년 대..

1962년 모스크바 국제육상대회 400, 800미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육상영웅’ 신금단이 그 주인공이다.

1970~80년 대 동서 갈등에 따른 스포츠 경색기 이후, 1990년대 들어 여성 스포츠 영웅들이 무더기로 탄생했다.

우리나라의 현정화와 짝을 이뤄 세계탁구를 제패한 리분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로 유명세를 얻은 계순희,

<녹취> 계순희 :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 누가 비록 많은 경기들에서 우승했지만 정말 기쁩니다."

마라톤 깜짝 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육상선수 정성옥까지..

그리고 지난해엔 여자축구의 라은심과 허은별, 체조의 홍은정, 탁구의 김정 등이 ‘공화국 10대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는 등 북한 여자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스포츠계에서 특히 여자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 조선중앙통신은 ‘과학자·기술자 돌격대’라는 전문가 그룹을 소개했다.

교수와 과학자들을 동원해 각 종목의 기술과 훈련 기법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스포츠의 과학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2년, 북한의 스포츠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정치국 회의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낼 데 대하여>가 채택되었다."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전폭적인 수준의 스포츠 스타 육성.. 이를 통해 북한이 노리는 바는 무엇일까.

<녹취> 박영옥 :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고 ‘우리가 보여주는 성과를 봐라, 우리도 똑같은 정상적인 국가다.’ 이런 것들을 스포츠를 수단으로 보여주고 싶은 거죠."

때문에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 대한 포상 역시 엄청난데, 북한 주민들은 이를 ‘인생역전’으로 인식할 정도라고 한 운동선수 출신 탈북자는 말한다.

<녹취> 박세영 :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났다. 그리고 정말 선망의 우러러보는 그런 대상이 되거든요. 이 사람들은 이제 죽을 때까지 그 영웅의 간판을 가지고 있고, 그 다음에 평양에 물론 거주를 시켜주잖아요. 그러니까 승승장구죠, 이런 사람들은. 그러니까 직위는 물론이지만 친척들까지도, 사촌까지도 다 그냥 이 사람의 덕을 보는 거죠."

특히 남자들에 비해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과거 영웅들의 도움도 컸다.

현재 세계적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안금애, 김혜경 등을 길러낸 건 계순희와 정성옥이다.

국제 대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지도가 북한 여자 스포츠를 세계 정상 수준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박영옥 : "어떤 특정 선수가 국제무대에 가서 메달을 따지 않습니까. 그러면 거기서 같이 훈련했던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은 굉장히 빠르게 자기 목표를 상향 조정하거든요. ‘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 이렇게 상향 조정을 하는데 그런 반영 효과, 거울 효과 같은 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여자 선수가 일단 한번 금메달을 따잖아요. 그러면 그쪽 영역의 종목들에서 굉장히 우수한 선수가 따라서 같이 올라오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북한 여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 또한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뷰> 박세영 : "고난의 강행군이 들어서면서 여자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가 대단히 높아진 거예요. 여자들은 이제 깡, 사회가 그렇게 하다 보니까 무조건 내가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사회적인 게 머릿속에 많이 지배가 되다보니까 운동하면서도 ‘남을 이겨야 된다, 내가 너를 이겨야 된다, 무조건 올라서야 된다.’ 이런 그런 의식이 강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 스포츠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종목이 여전히 격투기 등 일부 종목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종목 별 고른 투자와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는 현재 북한에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인터뷰> 박영옥 : "축구는 별도로 국기 이런 것처럼 굉장히 별도로 이렇게 많이 지원을 하고요. 나머지 종목들은 이제 경 경기 종목, 중 경기 종목, 이런 식으로 해서 나눠서 지원이 들어가는데 실질적으로는 특정 종목을 우리가 유도를 잘해야 된다, 축구가지고 메달을 따야 된다, 이렇게 하기 보다는 이제 배분된 속에서 그 중에서 특출한 선수가 있을 때 그 선수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내려가지 않을까."

스포츠가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정치적 목적으로,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어린 나이에 유망 선수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는 북한식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인터뷰> 남성욱 : "보통 서방의 체육은 국민 대중 체육이라고 해서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북한의 체육은 엘리트 체육을 통해서 국제 사회의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큰 목적이죠. 10세 미만의 선수를 선발해서 10대에 집중적으로 이를 육성합니다. 육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인 훈련을 하죠. 이 집중적인 훈련은 극기 훈련 수준이 되겠죠. 자기를 참고, 사생활을 참고 모든 것을 훈련에 몰입을 하는 거죠."

체육 강국 건설의 모토 속에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북한 여자 선수들! 하지만 정치적 목적과 구조적 한계라는 틀이 갇힌 북한 여자 스포츠가 언제까지 그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북한 스포츠계 부는 ‘여풍’…비결·한계는?
    • 입력 2015-08-08 08:27:26
    • 수정2015-08-08 08:49:41
    남북의 창
<리포트>

지난 1일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개막전... 북한과 일본 여자축구대표팀이 맞붙었다.

전반 35분 팽팽한 균형을 깬 건 북한이었다. 공격수 리애경이 문전으로 날아든 공을 차 넣으며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이후 동점골을 뽑아내며 추격에 나섰지만 북한의 두 공격수 라은심과 리 애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최종 스코어 4대 2.. 2015 여자월드컵 준우승 팀을 상대로 거둔 완벽한 승리였다.

<녹취> 김광민 : "우리 선수들이 높은 정신력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끝까지 잘 싸워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흘 뒤 열린 중국과의 2차전, 이번엔 17세의 어린 골잡이 위정심의 맹활약 속에 개최국 중국을 3대 2로 물리쳤다.

우리나라 여자축구대표팀 역시 중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북한과 같은 2승을 기록했다.

오늘 열리는 남북 대결에 따라 두 팀 중 한 팀이 우승컵을 안는 상황.. 북한 매체는 중국, 일본과의 경기를 연일 재방송하며 여자축구 활약 선전에 나섰다.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나라 여자 축구선수들은 일본팀과의 첫 번째 경기에 이긴데 이어서, 4일 중국팀과의 경기도 승리의 신심에 넘쳐 잘 운영해 나갔습니다."

북한 여자 선수들의 승전보는 다양한 종목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30일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앳된 얼굴의 북한의 신예 김국향이 다이빙대에 올랐다. 완벽한 동작과 입수...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나라의 김국향 선수가 제 16차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대회 물에 뛰어들기 여자 10m 고정판 경기에서 영예의 금메달을 쟁취했습니다."

불과 열여섯 살의 북한 소녀가 중국의 독무대인 다이빙 종목에서 금메달을 쟁취한 것이다.

<녹취> 김국향 : "이렇게 1등까지 할지는 정말 몰랐지만 다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엔 ‘쌍둥이 마라토너’로 유명한 북한의 마라톤 자매 중 동생 김혜경이 아시아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북한 여성 스포츠의 상승세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인 2012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여자 유도 설경이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같은 해 런던올림픽에선 안금애가 북한에 첫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안금애를 신호탄으로,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선수들의 활약은 당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녹취> 남성욱 :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사망함으로서 북한 사회가 급변, 격변에 혼란의 상황에 빠졌습니다. 2011년 12월 30일 최고 사령관에 오른 김정은은 3대 세습을 부드럽게 매끄럽게 연결시키는데 총력을 다했고요. 새로운 3대 세습의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과정에서 런던 올림픽에서 20위권의 좋은 성적을 내는 그런 성과를 거둠으로서 북한 사회가 침체에서 활기찬 사회로 전환되는 하나의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자 선수들의 활약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지난 해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은 종합순위 7위를 차지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는데, 일등 공신은 여성들이었다.

전체 금메달 11개중 여자 축구팀을 비롯해 여자 선수들이 따낸 금메달이 7개에 달했다.

막 정권의 기틀을 다져가던 김정은에게 이 같은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반가운 것은 당연했다.

김정은은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경애하는 원수님을 우러르며 선수들은 세계의 하늘가에 공화국 깃발을 더 높이 휘날리며 금메달로 조국의 존엄과 영예를 빛내갈 충정의 맹세를 다졌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까지도 여자 스포츠 스타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일엔 ‘조선여성과 체육’이라는 특별 프로그램까지 편성해, 북한 스포츠계의 여성 영웅들을 집중 조명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우리 공화국이 창건돼서 처음으로 나온 유일한 체육인 공화국 영웅도 여자 마라손(마라톤) 선수이며 노력영웅도 여성 탁구선수이다."

북한에서 처음 ‘여자 스포츠 영웅’이 탄생한 것은 1960년 대..

1962년 모스크바 국제육상대회 400, 800미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육상영웅’ 신금단이 그 주인공이다.

1970~80년 대 동서 갈등에 따른 스포츠 경색기 이후, 1990년대 들어 여성 스포츠 영웅들이 무더기로 탄생했다.

우리나라의 현정화와 짝을 이뤄 세계탁구를 제패한 리분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로 유명세를 얻은 계순희,

<녹취> 계순희 :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 누가 비록 많은 경기들에서 우승했지만 정말 기쁩니다."

마라톤 깜짝 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육상선수 정성옥까지..

그리고 지난해엔 여자축구의 라은심과 허은별, 체조의 홍은정, 탁구의 김정 등이 ‘공화국 10대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는 등 북한 여자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스포츠계에서 특히 여자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 조선중앙통신은 ‘과학자·기술자 돌격대’라는 전문가 그룹을 소개했다.

교수와 과학자들을 동원해 각 종목의 기술과 훈련 기법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스포츠의 과학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2년, 북한의 스포츠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정치국 회의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낼 데 대하여>가 채택되었다."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전폭적인 수준의 스포츠 스타 육성.. 이를 통해 북한이 노리는 바는 무엇일까.

<녹취> 박영옥 :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고 ‘우리가 보여주는 성과를 봐라, 우리도 똑같은 정상적인 국가다.’ 이런 것들을 스포츠를 수단으로 보여주고 싶은 거죠."

때문에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 대한 포상 역시 엄청난데, 북한 주민들은 이를 ‘인생역전’으로 인식할 정도라고 한 운동선수 출신 탈북자는 말한다.

<녹취> 박세영 :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났다. 그리고 정말 선망의 우러러보는 그런 대상이 되거든요. 이 사람들은 이제 죽을 때까지 그 영웅의 간판을 가지고 있고, 그 다음에 평양에 물론 거주를 시켜주잖아요. 그러니까 승승장구죠, 이런 사람들은. 그러니까 직위는 물론이지만 친척들까지도, 사촌까지도 다 그냥 이 사람의 덕을 보는 거죠."

특히 남자들에 비해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과거 영웅들의 도움도 컸다.

현재 세계적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안금애, 김혜경 등을 길러낸 건 계순희와 정성옥이다.

국제 대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지도가 북한 여자 스포츠를 세계 정상 수준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박영옥 : "어떤 특정 선수가 국제무대에 가서 메달을 따지 않습니까. 그러면 거기서 같이 훈련했던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은 굉장히 빠르게 자기 목표를 상향 조정하거든요. ‘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 이렇게 상향 조정을 하는데 그런 반영 효과, 거울 효과 같은 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여자 선수가 일단 한번 금메달을 따잖아요. 그러면 그쪽 영역의 종목들에서 굉장히 우수한 선수가 따라서 같이 올라오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북한 여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 또한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뷰> 박세영 : "고난의 강행군이 들어서면서 여자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가 대단히 높아진 거예요. 여자들은 이제 깡, 사회가 그렇게 하다 보니까 무조건 내가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사회적인 게 머릿속에 많이 지배가 되다보니까 운동하면서도 ‘남을 이겨야 된다, 내가 너를 이겨야 된다, 무조건 올라서야 된다.’ 이런 그런 의식이 강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 스포츠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종목이 여전히 격투기 등 일부 종목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종목 별 고른 투자와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는 현재 북한에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인터뷰> 박영옥 : "축구는 별도로 국기 이런 것처럼 굉장히 별도로 이렇게 많이 지원을 하고요. 나머지 종목들은 이제 경 경기 종목, 중 경기 종목, 이런 식으로 해서 나눠서 지원이 들어가는데 실질적으로는 특정 종목을 우리가 유도를 잘해야 된다, 축구가지고 메달을 따야 된다, 이렇게 하기 보다는 이제 배분된 속에서 그 중에서 특출한 선수가 있을 때 그 선수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내려가지 않을까."

스포츠가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정치적 목적으로,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어린 나이에 유망 선수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는 북한식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인터뷰> 남성욱 : "보통 서방의 체육은 국민 대중 체육이라고 해서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북한의 체육은 엘리트 체육을 통해서 국제 사회의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큰 목적이죠. 10세 미만의 선수를 선발해서 10대에 집중적으로 이를 육성합니다. 육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인 훈련을 하죠. 이 집중적인 훈련은 극기 훈련 수준이 되겠죠. 자기를 참고, 사생활을 참고 모든 것을 훈련에 몰입을 하는 거죠."

체육 강국 건설의 모토 속에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북한 여자 선수들! 하지만 정치적 목적과 구조적 한계라는 틀이 갇힌 북한 여자 스포츠가 언제까지 그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