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못다한 평양 이야기] ④ 평양에서 물건을 사려면?

입력 2015.09.03 (19:02) 수정 2015.09.04 (09: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달러 주면 거스름돈은 위안화로?

대동강 맥주, 물건 산 영수증대동강 맥주, 물건 산 영수증

메뉴판 유로 가격 표시메뉴판 유로 가격 표시


북한에서 외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호텔이나 음식점, 가게 등에서는 달러나 유로화, 위안화가 모두 통용됩니다. 환율은 북한 화폐 100원=1달러입니다. 제가 머물던 양각도 호텔에서도 식당이나 매점에서 모두 달러가 통용됐는데요. 대동강 맥주 1병(북한돈 150원)과 명태한마리(180원), 기념품으로 산 살결물(스킨로션) 2개를 구입하니 710원, 7.1달러를 지불했습니다.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환율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일단 환율 계산은 단순한데요.

하지만 거스름돈을 받으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제가 달러를 내면 10번 중 9번은 위안화로 거스름돈이 돌아왔습니다.

앞서 7.1달러를 달러를 지불하려고 8달러를 냈는데, 거스름돈 0.9달러를 위안화로 주는 겁니다.

점원 왈...달러가 없다나요?

게다다 환율대로라면 5.8위안을 받아야 하는데 점원들이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서 지폐로 5위안 정도를 돌려줍니다.

차떼고 포떼고 대략 거스름돈을 돌려주는 식이라 환차손이 생기는 셈입니다.

좀 더 친절한(?) 곳에서는 동전은 없으니 0.5 위안 대신 껌을 가져가라며 자일리톨 껌 하나를 쥐어주더군요.

아까운 마음에 호텔 프론트로 달려가서 달러를 주고, 북한돈으로 환전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호텔 내 모든 곳에서 달러를 쓸 수 있는데 대체 왜 북한돈이 필요하냐"며 거절당했습니다.

● 북한판 현금결제카드 ‘나래카드’ 써보니!

나래카드나래카드

나래카드나래카드

나래카드나래카드


이때 눈에 띈게 호텔 전화박스나 매점마다 붙어 있는 '나래카드' 설명서였습니다.

충전식교통카드 같은 것으로 보면 되는데 3달러를 주고 북한 무역은행에서 발행한 '나래카드'를 구입한 뒤 10불이든 100불이든 원하는 금액만큼 입금해서 쓸 때마다 차감하는 겁니다.

매번 환차손은 안봐도 되겠다 싶어 얼른 구입했습니다.

북한 주민이라면 휴대전화와도 연동해 결제할 수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나래카드에 충전된 돈을 다쓰고 반납하면 보증금 격인 3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아직 그런 시스템은 도입돼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나래카드'를 이용할 때는 4자릿수 비밀번호도 정해야 하는데요.

구입당시 점원은 저에게 1234로 비밀번호를 정했으니, 그대로 이용하시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물건 구입때는 저에게 묻지않고 1234를 본인이 눌러 요금을 차감하더라구요.

제가 남한에서 간 취재진이라서 저를 기억해주고 편의(?)를 위해 알아서 결제해 준 것일 수도 있지만, 개인정보나 보안에 대한 인식은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느꼈습니다.

몇년전 도입된 북한의 나래카드는 평양의 호텔과 택시, 왠만한 상점은 물론이고 함흥시나 원산시, 마식령 스키장 등 많은 관광지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당국이 외국인 여행객에는 북한돈으로의 환전을 거부한 채 실제보다 훨씬 높은 환율로 나래카드에 입금하게 하고, 이를 사용하도록 해서 유입되는 외화를 모으고 있다고 꼬집은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달러를 내고 위안화를 거스름돈으로 받고 보니 외국인들을 통해 부족한 외화를 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와이파이’ 없는 북한…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데이터’는 존재

북한의 호텔에는 기본적으로 인터넷망이 깔려있지 않습니다. 와이파이는 물론 랜선도 없습니다.

취재진은 평양에 도착한지 이틀만에 북한 체신성의 도움을 받아 방 1곳에 뉴스를 전송할 수 있는 인터넷을 설치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북한이 설치한 인터넷은 한국 사이트는 물론이고 구글 드라이브 등에도 접속이 안됩니다.

저희 취재진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다행히 한국으로의 영상송출 방법을 찾아냈지만, 이번엔 속도가 문제였습니다. 광케이블이 아닌 전화선 기반 인터넷으로 전송 속도는 매우 느렸는데요. 음성 파일이나 텍스트 파일을 보내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동영상 파일은 2분 분량 전송에 5~6시간 소요됐습니다.

지난 5월 세계 여성평화운동단체 '위민크로스디엠지'의 일원으로 방북했던 콜린 백 씨는 북한에서 모바일 생방송을 한적이 있는데요. 북한의 이동통신 회사인 고려링크에서 3G 데이터를 구입한 뒤 모바일 인터넷 접속에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동영상 생방송도 무리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는데요. 하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 북한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데이터 접속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연관 기사]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① “평양 속도 정말 빠르지 않습네까?”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② 평양 점령한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③ 고려항공 타고, 평양 순안국제공항 내려보니…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④ 평양에서 물건을 사려면?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못다한 평양 이야기] ④ 평양에서 물건을 사려면?
    • 입력 2015-09-03 19:02:17
    • 수정2015-09-04 09:56:23
    취재후·사건후
● 달러 주면 거스름돈은 위안화로?
대동강 맥주, 물건 산 영수증 메뉴판 유로 가격 표시
북한에서 외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호텔이나 음식점, 가게 등에서는 달러나 유로화, 위안화가 모두 통용됩니다. 환율은 북한 화폐 100원=1달러입니다. 제가 머물던 양각도 호텔에서도 식당이나 매점에서 모두 달러가 통용됐는데요. 대동강 맥주 1병(북한돈 150원)과 명태한마리(180원), 기념품으로 산 살결물(스킨로션) 2개를 구입하니 710원, 7.1달러를 지불했습니다.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환율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일단 환율 계산은 단순한데요. 하지만 거스름돈을 받으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제가 달러를 내면 10번 중 9번은 위안화로 거스름돈이 돌아왔습니다. 앞서 7.1달러를 달러를 지불하려고 8달러를 냈는데, 거스름돈 0.9달러를 위안화로 주는 겁니다. 점원 왈...달러가 없다나요? 게다다 환율대로라면 5.8위안을 받아야 하는데 점원들이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서 지폐로 5위안 정도를 돌려줍니다. 차떼고 포떼고 대략 거스름돈을 돌려주는 식이라 환차손이 생기는 셈입니다. 좀 더 친절한(?) 곳에서는 동전은 없으니 0.5 위안 대신 껌을 가져가라며 자일리톨 껌 하나를 쥐어주더군요. 아까운 마음에 호텔 프론트로 달려가서 달러를 주고, 북한돈으로 환전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호텔 내 모든 곳에서 달러를 쓸 수 있는데 대체 왜 북한돈이 필요하냐"며 거절당했습니다. ● 북한판 현금결제카드 ‘나래카드’ 써보니!
나래카드 나래카드 나래카드
이때 눈에 띈게 호텔 전화박스나 매점마다 붙어 있는 '나래카드' 설명서였습니다. 충전식교통카드 같은 것으로 보면 되는데 3달러를 주고 북한 무역은행에서 발행한 '나래카드'를 구입한 뒤 10불이든 100불이든 원하는 금액만큼 입금해서 쓸 때마다 차감하는 겁니다. 매번 환차손은 안봐도 되겠다 싶어 얼른 구입했습니다. 북한 주민이라면 휴대전화와도 연동해 결제할 수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나래카드에 충전된 돈을 다쓰고 반납하면 보증금 격인 3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아직 그런 시스템은 도입돼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나래카드'를 이용할 때는 4자릿수 비밀번호도 정해야 하는데요. 구입당시 점원은 저에게 1234로 비밀번호를 정했으니, 그대로 이용하시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물건 구입때는 저에게 묻지않고 1234를 본인이 눌러 요금을 차감하더라구요. 제가 남한에서 간 취재진이라서 저를 기억해주고 편의(?)를 위해 알아서 결제해 준 것일 수도 있지만, 개인정보나 보안에 대한 인식은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느꼈습니다. 몇년전 도입된 북한의 나래카드는 평양의 호텔과 택시, 왠만한 상점은 물론이고 함흥시나 원산시, 마식령 스키장 등 많은 관광지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당국이 외국인 여행객에는 북한돈으로의 환전을 거부한 채 실제보다 훨씬 높은 환율로 나래카드에 입금하게 하고, 이를 사용하도록 해서 유입되는 외화를 모으고 있다고 꼬집은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달러를 내고 위안화를 거스름돈으로 받고 보니 외국인들을 통해 부족한 외화를 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와이파이’ 없는 북한…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데이터’는 존재 북한의 호텔에는 기본적으로 인터넷망이 깔려있지 않습니다. 와이파이는 물론 랜선도 없습니다. 취재진은 평양에 도착한지 이틀만에 북한 체신성의 도움을 받아 방 1곳에 뉴스를 전송할 수 있는 인터넷을 설치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북한이 설치한 인터넷은 한국 사이트는 물론이고 구글 드라이브 등에도 접속이 안됩니다. 저희 취재진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다행히 한국으로의 영상송출 방법을 찾아냈지만, 이번엔 속도가 문제였습니다. 광케이블이 아닌 전화선 기반 인터넷으로 전송 속도는 매우 느렸는데요. 음성 파일이나 텍스트 파일을 보내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동영상 파일은 2분 분량 전송에 5~6시간 소요됐습니다. 지난 5월 세계 여성평화운동단체 '위민크로스디엠지'의 일원으로 방북했던 콜린 백 씨는 북한에서 모바일 생방송을 한적이 있는데요. 북한의 이동통신 회사인 고려링크에서 3G 데이터를 구입한 뒤 모바일 인터넷 접속에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동영상 생방송도 무리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는데요. 하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 북한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데이터 접속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연관 기사]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① “평양 속도 정말 빠르지 않습네까?”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② 평양 점령한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③ 고려항공 타고, 평양 순안국제공항 내려보니… ☞ [못다한 평양 이야기] ④ 평양에서 물건을 사려면?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