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못다한 평양 이야기] ⑤ 옥류관 vs 고려호텔…평양냉면 승자는?

입력 2015.09.05 (12:16) 수정 2015.09.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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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관? 청류관?…"난 고려호텔파"

-축구취재를 위해 평양을 찾은 취재진은 방북 닷새째가 돼서야 안내원들의 도움을 받아 첫 외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 이었지만, 유명하다던 옥류관도 아닌 세련된 분위기가 일품이라는 청류관도 아닌, 고려호텔 내의 평양냉면 가게였습니다. 제가 실망하는 기색을 엿보이자, 북측 안내원 중 가장 연배가 있었던 박 선생(북한식 호칭)께서는 여기 사람들은 '옥류관파' 와 '고려호텔파'로 나뉠 정도로 두 집의 냉면 맛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뿐,우위를 가릴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난 개인적으로 고려호텔 면발에서 나는 특유의 진한 메밀 향을 좋아한다"며 "홍 선생도 먹어보면 반할꺼야"라고 자신있게 권했습니다. 일단 겉보기는 어떤가요?

고려호텔 냉면 vs 옥류관 냉면고려호텔 냉면 vs 옥류관 냉면

▲ 좌-고려호텔 냉면, 우-옥류관 냉면


한입 먹었을 때 확실히 색깔만큼 진한 면발의 향이 입에 확퍼지긴 합니다. 하지만 평양냉면은 '심심하지만 자꾸 당기는 맛'이 있다는 선입견(?)을 가진 저한테 빨간색 양념장이 처음부터 들어가 있는 고려호텔 냉면은 그 맛이나 겉모습에서 '유천칡냉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명불허전' 옥류관 냉면…하루 만그릇 판매

옥류관에 늘어선 줄옥류관에 늘어선 줄

▲ 옥류관 외경에 줄선 모습, 옥류관 냉면


본관, 1관, 2관에 모란봉점까지 있다는 옥류관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길게 늘어선 북한 주민들의 행렬이 보이면서 더 입맛을 다시게 했는데요. 소고기와 닭고기, 돼지고기에 꿩고기까지 더해져 우려낸 국물에 100% 메밀이라는 면발. 고명으로는 4가지 고기 편육과 저린 무, 양배추 김치와 오이 2조각, 계란 반쪽,지단과 잣 3알이 얌전하게 올려져 있습니다. 평양냉면을 먹을 때는 절대로 국물에 식초를 뿌려서는 안되고, '수령님이 알려주신 방법'에 따라서 젓가락 두개로 면을 꼬듯이 집어 올려 냉면 그릇 위에 놓거나 높이 집어든 뒤 그 위에 식초를 뿌려야 합니다. 그리고 겨자를 국물에 풀어 섞어 먹어야만 맛이 살아난다는 것이 점원의 설명이었습니다. 한입 먹는 순간, 국물맛은 시원하고 담백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유명 평양냉면집들보다 훨씬 깊고 진했습니다. 면발 역시 뚝뚝 끊기지 않고 질기지도 않은 적당히 쫄깃한 식감이 있었습니다. 100% 메밀이라는 걸 믿기 힘들었지만, 매니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분은 100% 메밀면발로 이렇게 만드는 것이 하루 만그릇을 판매하는 '옥류관' 냉면의 비밀이라고 자랑했습니다. 대동강 맥주나 옥류관 냉면, 분단으로 인해 쉽게 먹어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많겠죠? 하지만 대동강 맥주 한잔에 옥류관 냉면 한그릇은 할 수만 있다면 한여름 매일이라도 달려가 먹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북한 내 평양냉면 경연대회 1등은?

북한, 평양 냉면집 소개 방송북한, 평양 냉면집 소개 방송

▲ 북한 조선중앙 TV의옥류관, 청류관 소개 방송


옥류관 vs 청류관옥류관 vs 청류관

▲ 좌-옥류관, 우-청류관



이처럼 1960년 문을 연 옥류관은 북한 내에서도 평양냉면의 '절대강자'인데요. 최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조국'은 평양시민들 사이에서 최고의 평양냉면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1982년 문을 연 '청류관'이 현대적인 맛으로 옥류관 인기를 따라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평양에서 열린 국수 경연대회에는 역시 '전통의 강자'옥류관이 열띤 경쟁끝에 청류관을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고 조선중앙 TV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국수경연대회의 1등은 옥류관, 2등 청류관, 3등은 앞서 그 맛을 말씀드린 고려호텔의 평양냉면이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북한에서도 치열한 맛집 경쟁이 벌어져 주민들이 맛과 가격을 따져서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9박 10일간 거의 같은 메뉴로 나오는 양각도 호텔의 '선수단 식사'에서 벗어나고 싶어 새롭게 찾아가 본 호텔 지하의 '평양랭면'집 냉면 사진과 평가를 올립니다.

양각도 호텔 냉면양각도 호텔 냉면

▲ '소리없는 강자' 양각도 호텔의 평양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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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못다한 평양 이야기] ⑤ 옥류관 vs 고려호텔…평양냉면 승자는?
    • 입력 2015-09-05 12:16:00
    • 수정2015-09-05 15:13:26
    취재후·사건후
●옥류관? 청류관?…"난 고려호텔파" -축구취재를 위해 평양을 찾은 취재진은 방북 닷새째가 돼서야 안내원들의 도움을 받아 첫 외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 이었지만, 유명하다던 옥류관도 아닌 세련된 분위기가 일품이라는 청류관도 아닌, 고려호텔 내의 평양냉면 가게였습니다. 제가 실망하는 기색을 엿보이자, 북측 안내원 중 가장 연배가 있었던 박 선생(북한식 호칭)께서는 여기 사람들은 '옥류관파' 와 '고려호텔파'로 나뉠 정도로 두 집의 냉면 맛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뿐,우위를 가릴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난 개인적으로 고려호텔 면발에서 나는 특유의 진한 메밀 향을 좋아한다"며 "홍 선생도 먹어보면 반할꺼야"라고 자신있게 권했습니다. 일단 겉보기는 어떤가요?
고려호텔 냉면 vs 옥류관 냉면 ▲ 좌-고려호텔 냉면, 우-옥류관 냉면
한입 먹었을 때 확실히 색깔만큼 진한 면발의 향이 입에 확퍼지긴 합니다. 하지만 평양냉면은 '심심하지만 자꾸 당기는 맛'이 있다는 선입견(?)을 가진 저한테 빨간색 양념장이 처음부터 들어가 있는 고려호텔 냉면은 그 맛이나 겉모습에서 '유천칡냉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명불허전' 옥류관 냉면…하루 만그릇 판매
옥류관에 늘어선 줄 ▲ 옥류관 외경에 줄선 모습, 옥류관 냉면
본관, 1관, 2관에 모란봉점까지 있다는 옥류관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길게 늘어선 북한 주민들의 행렬이 보이면서 더 입맛을 다시게 했는데요. 소고기와 닭고기, 돼지고기에 꿩고기까지 더해져 우려낸 국물에 100% 메밀이라는 면발. 고명으로는 4가지 고기 편육과 저린 무, 양배추 김치와 오이 2조각, 계란 반쪽,지단과 잣 3알이 얌전하게 올려져 있습니다. 평양냉면을 먹을 때는 절대로 국물에 식초를 뿌려서는 안되고, '수령님이 알려주신 방법'에 따라서 젓가락 두개로 면을 꼬듯이 집어 올려 냉면 그릇 위에 놓거나 높이 집어든 뒤 그 위에 식초를 뿌려야 합니다. 그리고 겨자를 국물에 풀어 섞어 먹어야만 맛이 살아난다는 것이 점원의 설명이었습니다. 한입 먹는 순간, 국물맛은 시원하고 담백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유명 평양냉면집들보다 훨씬 깊고 진했습니다. 면발 역시 뚝뚝 끊기지 않고 질기지도 않은 적당히 쫄깃한 식감이 있었습니다. 100% 메밀이라는 걸 믿기 힘들었지만, 매니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분은 100% 메밀면발로 이렇게 만드는 것이 하루 만그릇을 판매하는 '옥류관' 냉면의 비밀이라고 자랑했습니다. 대동강 맥주나 옥류관 냉면, 분단으로 인해 쉽게 먹어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많겠죠? 하지만 대동강 맥주 한잔에 옥류관 냉면 한그릇은 할 수만 있다면 한여름 매일이라도 달려가 먹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북한 내 평양냉면 경연대회 1등은?
북한, 평양 냉면집 소개 방송 ▲ 북한 조선중앙 TV의옥류관, 청류관 소개 방송
옥류관 vs 청류관 ▲ 좌-옥류관, 우-청류관
이처럼 1960년 문을 연 옥류관은 북한 내에서도 평양냉면의 '절대강자'인데요. 최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조국'은 평양시민들 사이에서 최고의 평양냉면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1982년 문을 연 '청류관'이 현대적인 맛으로 옥류관 인기를 따라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평양에서 열린 국수 경연대회에는 역시 '전통의 강자'옥류관이 열띤 경쟁끝에 청류관을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고 조선중앙 TV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국수경연대회의 1등은 옥류관, 2등 청류관, 3등은 앞서 그 맛을 말씀드린 고려호텔의 평양냉면이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북한에서도 치열한 맛집 경쟁이 벌어져 주민들이 맛과 가격을 따져서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9박 10일간 거의 같은 메뉴로 나오는 양각도 호텔의 '선수단 식사'에서 벗어나고 싶어 새롭게 찾아가 본 호텔 지하의 '평양랭면'집 냉면 사진과 평가를 올립니다.
양각도 호텔 냉면 ▲ '소리없는 강자' 양각도 호텔의 평양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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