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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베일 벗은 북 ‘청봉악단’…쌍두 체제로”
입력 2015.09.12 (08:07) 수정 2015.09.12 (14:55)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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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모란봉 악단에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을 지시했다는 ‘청봉악단’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려한 드레스, 군복 차림에 한껏 사상성이 강조된 노래들로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청봉악단은 최근 건재를 과시한 모란봉악단과 더불어 앞으로 북한 체제 전위대로서 쌍두마차 역할을 할 거란 전망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베일을 벗은 김정은 시대 새로운 악단, 청봉악단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31일, 북-러 친선의 해 기념 공연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녹취> "‘우리의 총창 위에 평화가 있다’ 침략의 무리 덤벼든다면 우린 용감히 쳐부수리라"

차이코프스키 음악당에 울려 퍼진 북한 국가공훈합창단의 공연.

눈길을 끈 건 뒤이어 등장한 악단이었다.

군복에 이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성 단원들...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지시로 지난 7월 만들어진 ‘청봉악단’이다.

신곡 발표 후 사실상 첫 데뷔 무대에 나선 것이다.

<녹취> 지난 3일, 조선중앙TV : " 청봉악단의 가수들은 맑고 개성적인 목소리와 세련되고 우아한 율동으로 관중들을 격정과 흥분으로 끓게 했습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청봉악단 단원들.. 그들은 누구일까.

먼저, 일곱 명의 멤버 가운데 중앙에 위치한 김주향.

김주향은 과거 ‘왕재산 경음악단’에서 활동했던 가수였다.

<녹취> ‘까투리 타령’(김주향) : "까투리 한 마리 푸드득 나니 내 마음이 떨려"

지난 2000년엔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녹취> 김주향 (2000년 서울 공연 당시) : "자나 깨나 우리 소원 분단의 장벽이 허물고 우리 겨레 얼싸안고.."

베일에 가려있던 다른 멤버들도 속속 드러났다.

우리 정보당국은, 러시아 무대에 올랐던 멤버 중 네 명이 과거 ‘보천보 전자악단’에서 활동했던 리유경, 김향미, 김옥주, 그리고 김성심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악단에 인지도 있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다.

이는 북한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과거 예술선전대 출신 탈북자는 말한다.

<인터뷰> 한옥정(탈북자, 전 북한예술선전대 가수) : "예전에 인기를 누렸던 그런 배우들도 같이 넣어서 그 인기를 그대로 유지를 해가는, 그 사람만이 혼자 했던 자기가 발표했던 곡들이 있잖아요 그런 곡들을 없앨 수는 없잖아요."

지난 달 2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의 직접 발기에 따른 청봉악단 창단 소식을 알리면서 ‘전도양양한 혁명적 예술단체’라 칭했다.

발표된 신곡을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지난 달 공개한 신곡 ‘영원한 메아리’.

<녹취> ‘영원한 메아리’(청봉악단 신곡) :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라, 불굴의 이 신념 가슴에 안고.."

항일 투쟁 당시 나무에 새겼다는 혁명구호대로 사상 결속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녹취> ‘전쟁의 3년간’ (청봉악단 신곡) : "이 땅의 모든 이들이 혈육 잃고 흘린 눈물을.."

또 다른 신곡 ‘전쟁의 3년간’에서는 반미 의식 고취와 더불어 6.25를 승리한 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상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김정은 시대 체제 전위대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것은 2012년,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지시로 창단한 모란봉악단 때문이다.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과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등장시켰던 파격적인 창단 공연..

<녹취> ‘배우자’ (모란봉악단) : "시간은 쉼 없이 흐르네 그러니 돌아보지 마시고.."

창단 3년 만에 북한 최고 악단으로 자리 잡은 모란봉악단의 인기는, 지난 달 평양을 찾았던 남북의 창 취재진도 실감할 수 있었다.

순안공항 대형 전광판에서 모란봉악단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모란봉악단의 노래를 담은 CD까지 만들어져, 주민들 사이에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화려한 쇼라든지, 또 무대 배경이라든지, 그 다음에 곡도 굉장히 빠른 템포로 이뤄지고 있단 말이죠. 그래서 기존에 북한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양식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정치 행사에도 이들 악단의 활약은 빠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수교 55주년을 맞아 쿠바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쿠바 정부의 ‘2인자’라 불리는 미겔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과 김정은 제 1위원장의 만남..

2년 2개월 만의 외국 대표단 방북에,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전례 없이 활달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쿠바 대표단을 환대했다.

접견을 마치고, 북한 당국이 쿠바 대표단을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공연장.

<녹취> 지난 8일,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쿠바공화국 국가 대표단을 환영하는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축하 공연을 관람하셨습니다."

최근 해체설이 돌기도 했던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펼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기존의 모란봉악단에, 새롭게 등장한 청봉악단이 가세해 김정은 시대 ‘쌍두마차 체제’를 예고하는 상황.

그렇다면 모란봉악단이 건재한 상황에서 새로운 악단을 출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북한 주민들이 문화적 욕구가 굉장히 높아졌고, 그런 것을 맞추기 위해서 문화적 다양성을 일정 정도 제도권 내로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중 예술이나 문화가 경쟁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두 개의 악단이 공존을 하기 위해서는 역할의 분담이 이뤄질 것 같아요."

때문에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의 음악적 색깔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형식과 내용 면에서 굉장히 차이가 있는데요. 모란봉 악단은 열아홉 명의 여성 단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고, 현대식 전자악기와 화려한 조명이나 쇼가 주로 이뤄진다면 청봉 악단은 앙상블의 조화다, 이렇게 표현을 하거든요. 아카펠라와 같은 형식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성격이 다른 악단은 공존해 왔다.

양대 경음악단이라 불리는 왕재산 경음악단과 보천보 전자악단이다.

1983년, ‘북한식 경음악과 현대 무용의 발전’을 모토로 ‘왕재산 경음악단’이 창단됐다.

그리고 2년 뒤 전자음악을 기본음으로 한 ‘보천보 전자악단’까지 등장하자, 북한 주민들의 놀라움은 엄청났다고 한다.

<인터뷰> 한옥정(탈북자, 전 북한예술선전대 가수) : "한복입고 꽁꽁 싸매고 양복입고 딱 채우고 이런 모습만 보다가 세상에 홀랑 벗고 탑만 입고 이런 노래를 하는데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헉 저렇게도 노래를 하나.’ 이래가지고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이 그런 걸 보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많이 따라하고..."

이들 악단의 곡은 주민들의 사상 교육에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인터뷰> 한옥정(탈북자, 전 북한예술선전대 가수) : "자본주의 노래가 나오고 춤추고 엉덩이 흔들고 그런 게 사상 교육이 되겠어? 하지만 아니다, 아니다 해도 이게 분명히 김일성 노래, 김정일 노래, 김정은 노래지만 그 음악이 좋으니까 자꾸 흥얼흥얼하다보면 어느 샌가 가랑잎에 옷 젖는 것처럼 서서히, 서서히 내가 거기에 젖어들어 가는 거죠."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엔, ‘생활가요’라 불리는 대중성을 겸비한 이유가 컸다.

<녹취> ‘반갑습니다’(리경숙) : "동포여러분 형제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녹취> ‘휘파람’(전혜영) :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며칠 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도 이 시기 노래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전자음악이 가장 큰 장점은 대중성에 있거든요. 80년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내에서도 전자음악, 만수대 예술단에 있었던 이 전자 음악부를 독립시켜서 예술단으로 만들었다는 그 자체가 북한의 어떤 새로운 시대의 변화라고 하는 것을 던져주고자 했던 메시지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고요."

여기에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적 취향도, 이 시기 악단의 음악적 완성도와 예술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악단정치’는 2000년대 후반 은하수 관현악단에 이어 김정은 체제 들어 모란봉 악단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전기를 맞는다.

눈여겨 볼 점은 모란봉악단의 변화이다.

군복차림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녹취> ‘가리라 백두산으로’ (모란봉악단)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지난해부터는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 노래, 김정은 찬양가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당성에 집중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지난 5월 노동신문은 모란봉악단의 음악이 ‘식량’보다 중요하다며 예술계의 본보기로 치켜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악단인 청봉악단이 탄생했다.

청봉악단은 첫 등장부터 군복을 입고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활동지에서 악단 명을 따오는 등 체제 전위대로서의 목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체제 초기 들어서 가장 중요하게 세웠던 문화 정책의 목적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 않았나 싶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모든 문화 예술 분야에서 빠른 시간 내에 김정은 체제의 어떤 필요성, 당위성, 그 다음에 정당성을 홍보하는데 그만큼 목적을 둘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을 띄우는 노래들이 이제 불릴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지난 달 24일, 노동신문은 ‘새 세대의 사상 개조를 위해 우리식의 건전한 문화 예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직후 등장한 청봉악단은 이른바 ‘새 세대’라 불리는 북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때문에 청봉악단에겐 앞으로 모란봉악단 못지않은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모란봉 악단과 천봉 악단이 북한의 사상성을 대표하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정권의 정당성과 지지도를 결속시킬 수 있는 그런 음악정치의 어떤 선봉대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체제 선전과 우상화의 도구로 새로운 악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북한!

하지만 등장과 동시에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한 청봉악단이 개방의 길로 접어든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얼마나 사로잡을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 [클로즈업 북한] “베일 벗은 북 ‘청봉악단’…쌍두 체제로”
    • 입력 2015-09-12 08:32:31
    • 수정2015-09-12 14:55:10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모란봉 악단에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을 지시했다는 ‘청봉악단’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려한 드레스, 군복 차림에 한껏 사상성이 강조된 노래들로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청봉악단은 최근 건재를 과시한 모란봉악단과 더불어 앞으로 북한 체제 전위대로서 쌍두마차 역할을 할 거란 전망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베일을 벗은 김정은 시대 새로운 악단, 청봉악단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31일, 북-러 친선의 해 기념 공연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녹취> "‘우리의 총창 위에 평화가 있다’ 침략의 무리 덤벼든다면 우린 용감히 쳐부수리라"

차이코프스키 음악당에 울려 퍼진 북한 국가공훈합창단의 공연.

눈길을 끈 건 뒤이어 등장한 악단이었다.

군복에 이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성 단원들...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지시로 지난 7월 만들어진 ‘청봉악단’이다.

신곡 발표 후 사실상 첫 데뷔 무대에 나선 것이다.

<녹취> 지난 3일, 조선중앙TV : " 청봉악단의 가수들은 맑고 개성적인 목소리와 세련되고 우아한 율동으로 관중들을 격정과 흥분으로 끓게 했습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청봉악단 단원들.. 그들은 누구일까.

먼저, 일곱 명의 멤버 가운데 중앙에 위치한 김주향.

김주향은 과거 ‘왕재산 경음악단’에서 활동했던 가수였다.

<녹취> ‘까투리 타령’(김주향) : "까투리 한 마리 푸드득 나니 내 마음이 떨려"

지난 2000년엔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녹취> 김주향 (2000년 서울 공연 당시) : "자나 깨나 우리 소원 분단의 장벽이 허물고 우리 겨레 얼싸안고.."

베일에 가려있던 다른 멤버들도 속속 드러났다.

우리 정보당국은, 러시아 무대에 올랐던 멤버 중 네 명이 과거 ‘보천보 전자악단’에서 활동했던 리유경, 김향미, 김옥주, 그리고 김성심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악단에 인지도 있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다.

이는 북한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과거 예술선전대 출신 탈북자는 말한다.

<인터뷰> 한옥정(탈북자, 전 북한예술선전대 가수) : "예전에 인기를 누렸던 그런 배우들도 같이 넣어서 그 인기를 그대로 유지를 해가는, 그 사람만이 혼자 했던 자기가 발표했던 곡들이 있잖아요 그런 곡들을 없앨 수는 없잖아요."

지난 달 2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의 직접 발기에 따른 청봉악단 창단 소식을 알리면서 ‘전도양양한 혁명적 예술단체’라 칭했다.

발표된 신곡을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지난 달 공개한 신곡 ‘영원한 메아리’.

<녹취> ‘영원한 메아리’(청봉악단 신곡) :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라, 불굴의 이 신념 가슴에 안고.."

항일 투쟁 당시 나무에 새겼다는 혁명구호대로 사상 결속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녹취> ‘전쟁의 3년간’ (청봉악단 신곡) : "이 땅의 모든 이들이 혈육 잃고 흘린 눈물을.."

또 다른 신곡 ‘전쟁의 3년간’에서는 반미 의식 고취와 더불어 6.25를 승리한 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상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김정은 시대 체제 전위대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것은 2012년,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지시로 창단한 모란봉악단 때문이다.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과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등장시켰던 파격적인 창단 공연..

<녹취> ‘배우자’ (모란봉악단) : "시간은 쉼 없이 흐르네 그러니 돌아보지 마시고.."

창단 3년 만에 북한 최고 악단으로 자리 잡은 모란봉악단의 인기는, 지난 달 평양을 찾았던 남북의 창 취재진도 실감할 수 있었다.

순안공항 대형 전광판에서 모란봉악단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모란봉악단의 노래를 담은 CD까지 만들어져, 주민들 사이에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화려한 쇼라든지, 또 무대 배경이라든지, 그 다음에 곡도 굉장히 빠른 템포로 이뤄지고 있단 말이죠. 그래서 기존에 북한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양식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정치 행사에도 이들 악단의 활약은 빠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수교 55주년을 맞아 쿠바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쿠바 정부의 ‘2인자’라 불리는 미겔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과 김정은 제 1위원장의 만남..

2년 2개월 만의 외국 대표단 방북에,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전례 없이 활달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쿠바 대표단을 환대했다.

접견을 마치고, 북한 당국이 쿠바 대표단을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공연장.

<녹취> 지난 8일,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쿠바공화국 국가 대표단을 환영하는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축하 공연을 관람하셨습니다."

최근 해체설이 돌기도 했던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펼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기존의 모란봉악단에, 새롭게 등장한 청봉악단이 가세해 김정은 시대 ‘쌍두마차 체제’를 예고하는 상황.

그렇다면 모란봉악단이 건재한 상황에서 새로운 악단을 출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북한 주민들이 문화적 욕구가 굉장히 높아졌고, 그런 것을 맞추기 위해서 문화적 다양성을 일정 정도 제도권 내로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중 예술이나 문화가 경쟁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두 개의 악단이 공존을 하기 위해서는 역할의 분담이 이뤄질 것 같아요."

때문에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의 음악적 색깔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형식과 내용 면에서 굉장히 차이가 있는데요. 모란봉 악단은 열아홉 명의 여성 단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고, 현대식 전자악기와 화려한 조명이나 쇼가 주로 이뤄진다면 청봉 악단은 앙상블의 조화다, 이렇게 표현을 하거든요. 아카펠라와 같은 형식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성격이 다른 악단은 공존해 왔다.

양대 경음악단이라 불리는 왕재산 경음악단과 보천보 전자악단이다.

1983년, ‘북한식 경음악과 현대 무용의 발전’을 모토로 ‘왕재산 경음악단’이 창단됐다.

그리고 2년 뒤 전자음악을 기본음으로 한 ‘보천보 전자악단’까지 등장하자, 북한 주민들의 놀라움은 엄청났다고 한다.

<인터뷰> 한옥정(탈북자, 전 북한예술선전대 가수) : "한복입고 꽁꽁 싸매고 양복입고 딱 채우고 이런 모습만 보다가 세상에 홀랑 벗고 탑만 입고 이런 노래를 하는데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헉 저렇게도 노래를 하나.’ 이래가지고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이 그런 걸 보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게 있잖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많이 따라하고..."

이들 악단의 곡은 주민들의 사상 교육에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인터뷰> 한옥정(탈북자, 전 북한예술선전대 가수) : "자본주의 노래가 나오고 춤추고 엉덩이 흔들고 그런 게 사상 교육이 되겠어? 하지만 아니다, 아니다 해도 이게 분명히 김일성 노래, 김정일 노래, 김정은 노래지만 그 음악이 좋으니까 자꾸 흥얼흥얼하다보면 어느 샌가 가랑잎에 옷 젖는 것처럼 서서히, 서서히 내가 거기에 젖어들어 가는 거죠."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엔, ‘생활가요’라 불리는 대중성을 겸비한 이유가 컸다.

<녹취> ‘반갑습니다’(리경숙) : "동포여러분 형제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녹취> ‘휘파람’(전혜영) :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며칠 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도 이 시기 노래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전자음악이 가장 큰 장점은 대중성에 있거든요. 80년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내에서도 전자음악, 만수대 예술단에 있었던 이 전자 음악부를 독립시켜서 예술단으로 만들었다는 그 자체가 북한의 어떤 새로운 시대의 변화라고 하는 것을 던져주고자 했던 메시지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고요."

여기에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적 취향도, 이 시기 악단의 음악적 완성도와 예술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악단정치’는 2000년대 후반 은하수 관현악단에 이어 김정은 체제 들어 모란봉 악단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전기를 맞는다.

눈여겨 볼 점은 모란봉악단의 변화이다.

군복차림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녹취> ‘가리라 백두산으로’ (모란봉악단)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지난해부터는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 노래, 김정은 찬양가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당성에 집중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지난 5월 노동신문은 모란봉악단의 음악이 ‘식량’보다 중요하다며 예술계의 본보기로 치켜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악단인 청봉악단이 탄생했다.

청봉악단은 첫 등장부터 군복을 입고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활동지에서 악단 명을 따오는 등 체제 전위대로서의 목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체제 초기 들어서 가장 중요하게 세웠던 문화 정책의 목적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 않았나 싶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모든 문화 예술 분야에서 빠른 시간 내에 김정은 체제의 어떤 필요성, 당위성, 그 다음에 정당성을 홍보하는데 그만큼 목적을 둘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을 띄우는 노래들이 이제 불릴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지난 달 24일, 노동신문은 ‘새 세대의 사상 개조를 위해 우리식의 건전한 문화 예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직후 등장한 청봉악단은 이른바 ‘새 세대’라 불리는 북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때문에 청봉악단에겐 앞으로 모란봉악단 못지않은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인터뷰>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모란봉 악단과 천봉 악단이 북한의 사상성을 대표하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정권의 정당성과 지지도를 결속시킬 수 있는 그런 음악정치의 어떤 선봉대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체제 선전과 우상화의 도구로 새로운 악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북한!

하지만 등장과 동시에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한 청봉악단이 개방의 길로 접어든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얼마나 사로잡을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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