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인터넷 도박에 빠진 아이들…범죄까지

입력 2015.11.24 (08:31) 수정 2015.11.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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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터넷을 하다 보면 도박 사이트를 광고하는 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클릭만 하면 바로 연결되고 가입 절차도 간단합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화면, 일상 생활에서 만져보기 어려운 액수의 판돈.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유혹을, 호기심 많은 10대 청소년들도 피해가지 못 했습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로 빠지는 청소년들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인터넷 도박에 빠진 청소년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10대 남학생이 편의점에서 누군가에게 택배를 보냅니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파는 건데, 상자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창원 서부경찰서) : “빈 상자를 주워서 택배를 접수하고 송장을 찍어서 상대방에게 보내주고 안심시키고 피해자의 돈을 송금 받는…….”

19살 박모 군은 이런 식으로 51명으로부터 900여 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박 군은 결국 PC방에서 경찰에 검거됐는데요.

붙잡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터뷰> 김대규(수사과장/창원 서부경찰서) :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제 200만 원씩 벌었었는데 인터넷 도박에 빠지다 보니까 돈이 부족해서 인터넷 물품 사기를 해서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겁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최고치는 2천만 원까지 딴 것 같아요. 그것을 그대로 갖다 부었죠. 2백만 원으로는 2천만 원 만들었는데 2천만 원으로 2억 못 만들 이유는 뭐 있느냐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사람이. 그렇게 해서 계속 가는 것 같아요.”

박 군이 인터넷 도박에 쏟아 부은 돈은 무려 3300만 원.

처음 인터넷 도박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끊으려고 하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알고 보면 중독이죠. 완전히 그건 진짜 자신감에 차 있었죠. 난 이 돈만 찾으면 그만할 거다.”

하지만 점점 도박에 중독돼 갔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이렇게 돼서 끊게 되니까 더 좋은 거죠. 바랄 게 없는 거죠. 나가면 안 할 수 있는 거니까.”

아예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직접 개설해 운영한 10대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장제원(수사팀장/경기 구리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도박 사이트를 최연소로 조직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24시간 합숙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도 오피스텔을 세를 얻어서 (운영했습니다)"

경제 관념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어린 나이에 도박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학교를 자퇴하고 배달 일을 하고 있는 18살 김 모 군.

시간이 날 때마다 PC방에 가 인터넷 도박을 합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애들 있잖아요. 댓글 같은데 보면 하나씩 있어요. 토토하는 게. 봐봐요. 이렇게 나오잖아요, 이게 다 토토 사이트거든요.”

SNS를 통해 도박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다, 가입 절차도 간단합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추천인코드 무조건 첫 번째로 입력해야 해요. 입력하고 전화번호 적고 이름 적고 계좌번호 적고 은행 적고 그러면 전화가 와요. 전화가 오면 계좌번호를 다시 부르라고 해요. 이름하고. 몇 년생이냐고 물어보는 애들도 있는데 안 물어보는 애들이 더 많아요.”

인터넷 도박 특성상 판돈이 큰 만큼, 중독성도 강합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제가 20만 원을 했는데 20만 원을 잃었어요. 그전에 딴 게 있 잖아요. 그러면 20만 원 잃었는데도 또 하고 싶은 거예요. 오기가 생겨서. 또 따겠지, 또 따겠지. 이런 게 중독되는 거예요. 따겠지, 따겠지. 한번 큰돈을 만져보면 아, 좋구나. 하고 계속하게 되는 거예요.”

돈을 따도 문제가 생깁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얼마까지 따 봤 어요?) 저는 천만 원. 저희가 이걸 하면 저희가 돈을 벌잖아요. 돈을 너무 쉽게 써요. 백만 원 단위는 돈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중독되면 제 친구들은 다 그러는데 (돈을)빌려서 쓰다가 인생 망치는 애들도 많고…….”

17살에 처음 인터넷 도박을 시작했다는 22살 김 모 씨.

<녹취> 김00(22세/음성변조) : “돈을 쉽게 쉽게 쓰게 되고요. 그렇게 되면 빚도 늘어나고 돈이 모이지 않아요 잘. 돈을 모으려고 하면 안 되고 그러면서 안 하게 됐죠.”

친구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했습니다.

<녹취> 김00(22살/음성변조) : “자기 통장을 대포 통장으로 만들면 돈을 쉽게 얻을 수 있어요. 그런 식으로도 쉽게 쉽게 얻어서 도박도 해보고요, 부모님 돈 몰래 훔쳐서 하는 애도 있었어요.”

인터넷 도박은 10대들 사이에서 이미 흔한 일이 돼 버렸습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백 명이다 하면 그래도 40%는 하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40~50%. 너무 쉬워요. 하기가.”

<녹취> 김00(22살/음성변조) : “거의 한 반에서 10명 정도 한다고 보면 돼요.”

학교 앞을 찾아 학생들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학생(음성변조) : “불법 토토요? 반 애들은 많이 하는데요. 6,7명. 많은 반은 열댓 명해요. 사다리 타고요. 스포츠 토토도하고 달팽이, 여러 가지 다해요.”

<녹취> 학생(음성변조) : “SNS 댓글 보시면 그런 것들로 널렸어요. 인기 글 댓글 들어가면 사다리 홍보글이 반이에요.”

불법 인터넷 도박 실태를 보면, 10대의 비중이 12.2%로 50대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게다가, 46.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20대의 경우, 대부분 10대부터 도박을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전영민(상담센터장/한국 도박문제관리센터) : “지금 초등학생들도 도박에 빠지고 있거든요. 초등학생부터 일정한 도박에 대한 어떤 피해나 예방 교육을 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커리큘럼을 개발해서 시행할 필요가 있겠고요. 밤새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든지 그러면서도 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에 보이지 않는 현상들이 발견되면 우리 아이가 도박에 노출되지 않았나 일단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불법 인터넷 도박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해 규모가 17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늪에 빠져 헤매고 있는 10대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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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인터넷 도박에 빠진 아이들…범죄까지
    • 입력 2015-11-24 08:33:23
    • 수정2015-11-24 0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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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터넷을 하다 보면 도박 사이트를 광고하는 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클릭만 하면 바로 연결되고 가입 절차도 간단합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화면, 일상 생활에서 만져보기 어려운 액수의 판돈.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유혹을, 호기심 많은 10대 청소년들도 피해가지 못 했습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로 빠지는 청소년들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인터넷 도박에 빠진 청소년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10대 남학생이 편의점에서 누군가에게 택배를 보냅니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파는 건데, 상자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창원 서부경찰서) : “빈 상자를 주워서 택배를 접수하고 송장을 찍어서 상대방에게 보내주고 안심시키고 피해자의 돈을 송금 받는…….”

19살 박모 군은 이런 식으로 51명으로부터 900여 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박 군은 결국 PC방에서 경찰에 검거됐는데요.

붙잡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터뷰> 김대규(수사과장/창원 서부경찰서) :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제 200만 원씩 벌었었는데 인터넷 도박에 빠지다 보니까 돈이 부족해서 인터넷 물품 사기를 해서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겁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최고치는 2천만 원까지 딴 것 같아요. 그것을 그대로 갖다 부었죠. 2백만 원으로는 2천만 원 만들었는데 2천만 원으로 2억 못 만들 이유는 뭐 있느냐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사람이. 그렇게 해서 계속 가는 것 같아요.”

박 군이 인터넷 도박에 쏟아 부은 돈은 무려 3300만 원.

처음 인터넷 도박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끊으려고 하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알고 보면 중독이죠. 완전히 그건 진짜 자신감에 차 있었죠. 난 이 돈만 찾으면 그만할 거다.”

하지만 점점 도박에 중독돼 갔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박00(피의자/음성변조) : “이렇게 돼서 끊게 되니까 더 좋은 거죠. 바랄 게 없는 거죠. 나가면 안 할 수 있는 거니까.”

아예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직접 개설해 운영한 10대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장제원(수사팀장/경기 구리경찰서 사이버수사팀) : "도박 사이트를 최연소로 조직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24시간 합숙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도 오피스텔을 세를 얻어서 (운영했습니다)"

경제 관념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어린 나이에 도박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학교를 자퇴하고 배달 일을 하고 있는 18살 김 모 군.

시간이 날 때마다 PC방에 가 인터넷 도박을 합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애들 있잖아요. 댓글 같은데 보면 하나씩 있어요. 토토하는 게. 봐봐요. 이렇게 나오잖아요, 이게 다 토토 사이트거든요.”

SNS를 통해 도박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다, 가입 절차도 간단합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추천인코드 무조건 첫 번째로 입력해야 해요. 입력하고 전화번호 적고 이름 적고 계좌번호 적고 은행 적고 그러면 전화가 와요. 전화가 오면 계좌번호를 다시 부르라고 해요. 이름하고. 몇 년생이냐고 물어보는 애들도 있는데 안 물어보는 애들이 더 많아요.”

인터넷 도박 특성상 판돈이 큰 만큼, 중독성도 강합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제가 20만 원을 했는데 20만 원을 잃었어요. 그전에 딴 게 있 잖아요. 그러면 20만 원 잃었는데도 또 하고 싶은 거예요. 오기가 생겨서. 또 따겠지, 또 따겠지. 이런 게 중독되는 거예요. 따겠지, 따겠지. 한번 큰돈을 만져보면 아, 좋구나. 하고 계속하게 되는 거예요.”

돈을 따도 문제가 생깁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얼마까지 따 봤 어요?) 저는 천만 원. 저희가 이걸 하면 저희가 돈을 벌잖아요. 돈을 너무 쉽게 써요. 백만 원 단위는 돈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중독되면 제 친구들은 다 그러는데 (돈을)빌려서 쓰다가 인생 망치는 애들도 많고…….”

17살에 처음 인터넷 도박을 시작했다는 22살 김 모 씨.

<녹취> 김00(22세/음성변조) : “돈을 쉽게 쉽게 쓰게 되고요. 그렇게 되면 빚도 늘어나고 돈이 모이지 않아요 잘. 돈을 모으려고 하면 안 되고 그러면서 안 하게 됐죠.”

친구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했습니다.

<녹취> 김00(22살/음성변조) : “자기 통장을 대포 통장으로 만들면 돈을 쉽게 얻을 수 있어요. 그런 식으로도 쉽게 쉽게 얻어서 도박도 해보고요, 부모님 돈 몰래 훔쳐서 하는 애도 있었어요.”

인터넷 도박은 10대들 사이에서 이미 흔한 일이 돼 버렸습니다.

<녹취> 김00(18살/음성변조) : “백 명이다 하면 그래도 40%는 하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40~50%. 너무 쉬워요. 하기가.”

<녹취> 김00(22살/음성변조) : “거의 한 반에서 10명 정도 한다고 보면 돼요.”

학교 앞을 찾아 학생들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학생(음성변조) : “불법 토토요? 반 애들은 많이 하는데요. 6,7명. 많은 반은 열댓 명해요. 사다리 타고요. 스포츠 토토도하고 달팽이, 여러 가지 다해요.”

<녹취> 학생(음성변조) : “SNS 댓글 보시면 그런 것들로 널렸어요. 인기 글 댓글 들어가면 사다리 홍보글이 반이에요.”

불법 인터넷 도박 실태를 보면, 10대의 비중이 12.2%로 50대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게다가, 46.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20대의 경우, 대부분 10대부터 도박을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전영민(상담센터장/한국 도박문제관리센터) : “지금 초등학생들도 도박에 빠지고 있거든요. 초등학생부터 일정한 도박에 대한 어떤 피해나 예방 교육을 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커리큘럼을 개발해서 시행할 필요가 있겠고요. 밤새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든지 그러면서도 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에 보이지 않는 현상들이 발견되면 우리 아이가 도박에 노출되지 않았나 일단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불법 인터넷 도박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해 규모가 17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늪에 빠져 헤매고 있는 10대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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