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외로운 마지막 ‘고독사’…40~50대 급증

입력 2016.01.07 (08:31) 수정 2016.01.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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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독사라는 말, 종종 들으셨을 텐데요. 혼자 쓸쓸히 생을 마친다는 의밉니다.

고독사 하면 홀로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발생하는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최근엔 50대 이하 중장년 남성이 절반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숨진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기도 하는데요.

한창 왕성히 일하거나 삶의 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했을 나이가 4, 50대 중년인데 왜 그들의 외로운 죽음이 증가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부산 동래구의 한 원룸.

지난 3일 이곳에 혼자 살던 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연락을 안 받고 월세도 밀려있고 해서 집주인이 이상한 생각에 신고를 했어요."

월세가 밀린 건 지난해 6월부터.

우편함에 각종 고지서들이 쌓이고, 연락을 바란다는 쪽지를 남겨도 아무 답이 없자 주인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잠금장치를 부수고 경찰이 집안에 들어갔을 때 이 남성은 원룸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숨져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부패 정도가 심했습니다. 9월 정도에 사망한 걸로 추정됩니다."

숨진 지 무려 넉 달이 지나서야 발견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특별한 지인도 없습니다. 가족도 없고 형님이 있는데 형님도 연락 안 되고 옛날부터 직업도 없고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이웃들은 이 집에 누가 사는 지 모르고 있었는데요, 숨진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OOO 호 누가 사셨는지는 아세요?) 모르겠어요. 아파트도 이웃들 인사 없고 하니까. 세상이 그렇죠……."

부산 진구의 한 아파트에선 역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악취가 난다는 신고에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했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창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갑니다.

경찰의 눈에 들어온 건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남성의 모습.

<인터뷰> 정원태(경위/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화장실) 변기에 기댄 채로 상당히 부패된 상태로 복부도 팽창되어 있었고 거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46살 진모 씨는 그렇게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정원태(경위/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혼자 생활하고 있고 바깥출입을 거의 안 하는 걸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진씨 옆엔 술병이 가득했는데요,

<인터뷰> 정원태(경위/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거실에는 거의 막걸리병이 200개 이상 (있었고) 음식 자체를 안 해 먹고 하니까 주방이 지저분하고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냥 술만……."

진 씨는 10년 넘게 이곳에 혼자 살았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진씨가 조용하면서도 인사성이 밝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인사도 잘하고 사람이 조용하니 그렇데. 인물도 좋고 자기 가족도 다 있다고 해. 자식도 있고."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헤어진 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고, 술에 의존해 생활하게 됐다는데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맨날 술만 먹고 다녀. 참 젊은 사람이 불쌍해 사람은 참 좋은데……."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돈 벌러도 못 가고 일용직 하루하고 사람들이 안 써주고 수도 끊기고 불도 끊기고 다 끊겼다 하더라고요."

지난 4일엔 간암 말기의 50대 남성이 숨진 지 2주 만에 발견됐습니다.

이웃들은 TV와 형광등이 모두 켜져 있어 이 남성의 사망을 의심하지 않았다는데요.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보면 고독사 추이를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무연고 사망자 숫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엔 1년 사이에 130명이나 늘어 처음으로 천 명을 넘어섰는데요.

눈에 띄는 건 과거와 달리 4,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고, 10명 중 8명은 남성의 고독사라는 겁니다.

한 유품정리업체가 지난 2012년부터 분석해 본 결관데요,

<인터뷰> 길해용(회장/한국유품정리사협회) : "(고독사가) 매년 한 10% 이상씩은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저희 업체 기준으로는 고독사의 40% 가까이가 50대였어요. 그 이후가 40대였고 그다음에 60대 이상의 노인분들, 맨 마지막으로는 2, 30대 젊은 층들."

그렇다면 4,50대 특히 남성들의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이 연령대 남성들을 챙기는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주로 사회적 관심이 노인과 여성에 대한 권익보호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데요.

<인터뷰> 송영신(대표/시니어 희망 공동체) : "노인복지 서비스의 대상층, 65세 이상은 어느 정도 안전망이 작동하고 있어요. 여성 보호에 대한 사회 복지 서비스도 체계가 잡혀있어요. 여기서 사각지대는 바로 남성 중년층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러한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년 남성의 문제가 고독사 뿐 아니라 통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살 분야에서도 단연코 1등입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또는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1인 가구가 되는 4,50대 남성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최악의 경우 쓸쓸히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송영신(대표/시니어 희망 공동체) : "일단은 혼자 있어서 생기는 문제였잖아요. 나와 같이 어떤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 현대적 의미의 가족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 사회적 가족 안에서 관계망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각 당사자들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거죠."

고독사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노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에 시달리다 쓸쓸히 삶을 마감하는 중년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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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외로운 마지막 ‘고독사’…40~50대 급증
    • 입력 2016-01-07 08:32:16
    • 수정2016-01-07 09:28:27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고독사라는 말, 종종 들으셨을 텐데요. 혼자 쓸쓸히 생을 마친다는 의밉니다.

고독사 하면 홀로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발생하는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최근엔 50대 이하 중장년 남성이 절반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숨진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기도 하는데요.

한창 왕성히 일하거나 삶의 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했을 나이가 4, 50대 중년인데 왜 그들의 외로운 죽음이 증가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부산 동래구의 한 원룸.

지난 3일 이곳에 혼자 살던 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연락을 안 받고 월세도 밀려있고 해서 집주인이 이상한 생각에 신고를 했어요."

월세가 밀린 건 지난해 6월부터.

우편함에 각종 고지서들이 쌓이고, 연락을 바란다는 쪽지를 남겨도 아무 답이 없자 주인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잠금장치를 부수고 경찰이 집안에 들어갔을 때 이 남성은 원룸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숨져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부패 정도가 심했습니다. 9월 정도에 사망한 걸로 추정됩니다."

숨진 지 무려 넉 달이 지나서야 발견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특별한 지인도 없습니다. 가족도 없고 형님이 있는데 형님도 연락 안 되고 옛날부터 직업도 없고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이웃들은 이 집에 누가 사는 지 모르고 있었는데요, 숨진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OOO 호 누가 사셨는지는 아세요?) 모르겠어요. 아파트도 이웃들 인사 없고 하니까. 세상이 그렇죠……."

부산 진구의 한 아파트에선 역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악취가 난다는 신고에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했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창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갑니다.

경찰의 눈에 들어온 건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남성의 모습.

<인터뷰> 정원태(경위/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화장실) 변기에 기댄 채로 상당히 부패된 상태로 복부도 팽창되어 있었고 거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46살 진모 씨는 그렇게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정원태(경위/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혼자 생활하고 있고 바깥출입을 거의 안 하는 걸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진씨 옆엔 술병이 가득했는데요,

<인터뷰> 정원태(경위/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거실에는 거의 막걸리병이 200개 이상 (있었고) 음식 자체를 안 해 먹고 하니까 주방이 지저분하고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냥 술만……."

진 씨는 10년 넘게 이곳에 혼자 살았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진씨가 조용하면서도 인사성이 밝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인사도 잘하고 사람이 조용하니 그렇데. 인물도 좋고 자기 가족도 다 있다고 해. 자식도 있고."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헤어진 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고, 술에 의존해 생활하게 됐다는데요,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맨날 술만 먹고 다녀. 참 젊은 사람이 불쌍해 사람은 참 좋은데……."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돈 벌러도 못 가고 일용직 하루하고 사람들이 안 써주고 수도 끊기고 불도 끊기고 다 끊겼다 하더라고요."

지난 4일엔 간암 말기의 50대 남성이 숨진 지 2주 만에 발견됐습니다.

이웃들은 TV와 형광등이 모두 켜져 있어 이 남성의 사망을 의심하지 않았다는데요.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보면 고독사 추이를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무연고 사망자 숫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엔 1년 사이에 130명이나 늘어 처음으로 천 명을 넘어섰는데요.

눈에 띄는 건 과거와 달리 4,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고, 10명 중 8명은 남성의 고독사라는 겁니다.

한 유품정리업체가 지난 2012년부터 분석해 본 결관데요,

<인터뷰> 길해용(회장/한국유품정리사협회) : "(고독사가) 매년 한 10% 이상씩은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저희 업체 기준으로는 고독사의 40% 가까이가 50대였어요. 그 이후가 40대였고 그다음에 60대 이상의 노인분들, 맨 마지막으로는 2, 30대 젊은 층들."

그렇다면 4,50대 특히 남성들의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이 연령대 남성들을 챙기는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주로 사회적 관심이 노인과 여성에 대한 권익보호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데요.

<인터뷰> 송영신(대표/시니어 희망 공동체) : "노인복지 서비스의 대상층, 65세 이상은 어느 정도 안전망이 작동하고 있어요. 여성 보호에 대한 사회 복지 서비스도 체계가 잡혀있어요. 여기서 사각지대는 바로 남성 중년층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러한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년 남성의 문제가 고독사 뿐 아니라 통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살 분야에서도 단연코 1등입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또는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1인 가구가 되는 4,50대 남성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최악의 경우 쓸쓸히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송영신(대표/시니어 희망 공동체) : "일단은 혼자 있어서 생기는 문제였잖아요. 나와 같이 어떤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 현대적 의미의 가족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 사회적 가족 안에서 관계망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각 당사자들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거죠."

고독사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노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에 시달리다 쓸쓸히 삶을 마감하는 중년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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