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정권 교체 눈앞…기로에 선 타이완

입력 2016.01.16 (08:43) 수정 2016.01.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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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타이완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총통과 입법위원 선거 날입니다.

말하자면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리는 날이죠.

선거 결과는 오늘 저녁에 나올 텐데,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큽니다.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70년 가까이 제1당 지위를 누려온 국민당이 야당에 패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면적 정권 교체의 기로에 선 타이완, 무엇이 국민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는지 김진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타이완 수도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지룽 시.

저녁이 되자 시민들이 하나둘씩 광장에 모입니다.

빗속에서도 민진당 지지자 5천여 명이 모여 정권 교체를 다짐합니다.

<녹취> "당선 당선"

민진당의 총통 후보 차이잉원이 등장하자 열기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녹취> "차이잉원! 차이잉원!"

차이잉원 후보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며 국민당 주리룬과 친민당 쑹추위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해당하는 타이완의 총통 선거는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당선이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8년 만의 정권 교체입니다.

정권 교체가 점쳐지는 이런 분위기는 각 후보 선거운동본부에서도 감지됩니다.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집권 국민당 선거운동본부.

총통 후보 주리룬의 당선을 염원하는 붓글씨 쓰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운동은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입법위원 선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1949년 이래 줄곧 제1당 자리를 지켜 온 국민당, 이번 선거에서 제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고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린유청(주리룬 선거운동본부) : "입법위원 선거 상황이 팽팽합니다.각 후보가 밤에도 방문 활동을 하며 치열한 유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선거운동본부는 활기에 차 있습니다.

일단 총통 당선은 확실하고,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호우칭(차이잉원 선거운동본부) :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에서 힘을 쓸 수 있는 민진당을 포함한 민주 세력이 국회에서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 입니다."

집권당인 국민당이 총통뿐 아니라 제1당 자리까지 내줄 수 있는 상황,

왜 이렇게 타이완 국민들의 민심이 집권 국민당에서 멀어진 것일까?

24살 챠오샤오는 오늘도 아침 일찍 모교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재작년 내로라하는 대만사범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여러 회사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월급이 우리 돈으로 100만 원인 마케팅 회사에 겨우 취업했는데 회사는 닷새 만에 부도가 났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급은 80만 원을 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챠오 샤오(취업 준비생) : "그래서 저는 최종 결정했습니다.예식장에서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이젠 완전히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타이완의 청년 실업률은 줄곧 10%대를 넘었습니다.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청년 등을 합하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20%가 넘습니다.

임금상승률은 지난 8년간 평균 1%에 불과했고 2010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타이완 20대 청년 세대들은 자신들을 22K세대라고 스스로 비하합니다.

K는 1000을 뜻하니까 22K는 2만2천인데, 타이완 최저 임금을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은 22000 대만달러, 우리 돈 77만 원짜리 세대라는 겁니다.

타이완 통계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1.06% 라고 발표했지만, 민간경제연구소는 일제히 0%대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탕다이뱌오(타이완대 국가발전연구소 교수) : "사장이 임금을 얼마나 주던지 노동자들은 협상력이 없습니다.임금을 올려 달라면 사장은 말하겠죠.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긴다고요."

정체된 성장, 낮은 임금.... 타이완 사람들은 원인을 국민당의 친 중국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타이완 투자 80%는 중국 본토에 집중됐고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초기 사정은 좋았지만 중국이 부품을 자체 생산하면서 타이완 제조업은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타이완의 경제가 중국에 종속돼 하향 평준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지금 타이완에는 팽배합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타이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등 신산업 위주로 체질을 바꾸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경쟁력 회복은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해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타이완 최대 반도체 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했고,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메리도 중국 업체에 인수됐습니다.

여기에 중국 부호들이 타이완의 주택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8년 사이 집값은 2배로 뛰면서 국민 생활을 압박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게 되자, 친 중국 정책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린종잉(타이베이 시민) :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타이완 발전이 있을 수 없고 이 상황을 인정하는 것은 도피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국민당이 아닌 민진당 선택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인터뷰> 황신하오(타이완사범대 교수) : "2008년 국민당 집권 이래로 중국과 경제통합을 하려 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아무런 개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다 해도 친 중국 정책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타이완 기업 10만 개 이상이 중국에 진출한 상황에서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습니다.

떨어진 경쟁력을 당장 회복할 수 있는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터뷰> 탕다이뱌오(타이완대 국가발전연구소 교수) : "현재 타이완의 경제는 산업 구조상의 문제입니다.집권당이 바뀐다고 경제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처음엔 타이완 경제의 숨통을 터줄 출구처럼 보였던 중국, 하지만 중국은 이젠 출구가 아니라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인터뷰> 박한진(코트라 타이베이 관장) : "국내 경제가 뒷받침 되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국가 경제에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타이완이 보여줍니다.)"

인구 2,300만 명, 교역 등에 있어서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이웃 타이완.

한때는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 불리며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타이완의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도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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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정권 교체 눈앞…기로에 선 타이완
    • 입력 2016-01-16 08:46:25
    • 수정2016-01-16 09:32:1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오늘은 타이완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총통과 입법위원 선거 날입니다.

말하자면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리는 날이죠.

선거 결과는 오늘 저녁에 나올 텐데,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큽니다.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70년 가까이 제1당 지위를 누려온 국민당이 야당에 패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면적 정권 교체의 기로에 선 타이완, 무엇이 국민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는지 김진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타이완 수도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지룽 시.

저녁이 되자 시민들이 하나둘씩 광장에 모입니다.

빗속에서도 민진당 지지자 5천여 명이 모여 정권 교체를 다짐합니다.

<녹취> "당선 당선"

민진당의 총통 후보 차이잉원이 등장하자 열기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녹취> "차이잉원! 차이잉원!"

차이잉원 후보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며 국민당 주리룬과 친민당 쑹추위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해당하는 타이완의 총통 선거는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당선이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8년 만의 정권 교체입니다.

정권 교체가 점쳐지는 이런 분위기는 각 후보 선거운동본부에서도 감지됩니다.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집권 국민당 선거운동본부.

총통 후보 주리룬의 당선을 염원하는 붓글씨 쓰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운동은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입법위원 선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1949년 이래 줄곧 제1당 자리를 지켜 온 국민당, 이번 선거에서 제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고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린유청(주리룬 선거운동본부) : "입법위원 선거 상황이 팽팽합니다.각 후보가 밤에도 방문 활동을 하며 치열한 유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선거운동본부는 활기에 차 있습니다.

일단 총통 당선은 확실하고,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호우칭(차이잉원 선거운동본부) :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에서 힘을 쓸 수 있는 민진당을 포함한 민주 세력이 국회에서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 입니다."

집권당인 국민당이 총통뿐 아니라 제1당 자리까지 내줄 수 있는 상황,

왜 이렇게 타이완 국민들의 민심이 집권 국민당에서 멀어진 것일까?

24살 챠오샤오는 오늘도 아침 일찍 모교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재작년 내로라하는 대만사범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여러 회사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월급이 우리 돈으로 100만 원인 마케팅 회사에 겨우 취업했는데 회사는 닷새 만에 부도가 났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급은 80만 원을 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챠오 샤오(취업 준비생) : "그래서 저는 최종 결정했습니다.예식장에서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이젠 완전히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타이완의 청년 실업률은 줄곧 10%대를 넘었습니다.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청년 등을 합하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20%가 넘습니다.

임금상승률은 지난 8년간 평균 1%에 불과했고 2010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타이완 20대 청년 세대들은 자신들을 22K세대라고 스스로 비하합니다.

K는 1000을 뜻하니까 22K는 2만2천인데, 타이완 최저 임금을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은 22000 대만달러, 우리 돈 77만 원짜리 세대라는 겁니다.

타이완 통계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1.06% 라고 발표했지만, 민간경제연구소는 일제히 0%대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탕다이뱌오(타이완대 국가발전연구소 교수) : "사장이 임금을 얼마나 주던지 노동자들은 협상력이 없습니다.임금을 올려 달라면 사장은 말하겠죠.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긴다고요."

정체된 성장, 낮은 임금.... 타이완 사람들은 원인을 국민당의 친 중국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타이완 투자 80%는 중국 본토에 집중됐고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초기 사정은 좋았지만 중국이 부품을 자체 생산하면서 타이완 제조업은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타이완의 경제가 중국에 종속돼 하향 평준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지금 타이완에는 팽배합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타이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등 신산업 위주로 체질을 바꾸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경쟁력 회복은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해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타이완 최대 반도체 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했고,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메리도 중국 업체에 인수됐습니다.

여기에 중국 부호들이 타이완의 주택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8년 사이 집값은 2배로 뛰면서 국민 생활을 압박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게 되자, 친 중국 정책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린종잉(타이베이 시민) :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타이완 발전이 있을 수 없고 이 상황을 인정하는 것은 도피적인 생각입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국민당이 아닌 민진당 선택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인터뷰> 황신하오(타이완사범대 교수) : "2008년 국민당 집권 이래로 중국과 경제통합을 하려 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아무런 개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다 해도 친 중국 정책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타이완 기업 10만 개 이상이 중국에 진출한 상황에서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습니다.

떨어진 경쟁력을 당장 회복할 수 있는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터뷰> 탕다이뱌오(타이완대 국가발전연구소 교수) : "현재 타이완의 경제는 산업 구조상의 문제입니다.집권당이 바뀐다고 경제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처음엔 타이완 경제의 숨통을 터줄 출구처럼 보였던 중국, 하지만 중국은 이젠 출구가 아니라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인터뷰> 박한진(코트라 타이베이 관장) : "국내 경제가 뒷받침 되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국가 경제에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타이완이 보여줍니다.)"

인구 2,300만 명, 교역 등에 있어서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이웃 타이완.

한때는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 불리며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타이완의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도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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