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파기, 정부 ‘속도전’에 노동계는 ‘대화 거부’ 쳇바퀴

입력 2016.01.19 (19:14) 수정 2016.01.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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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9.15 노사정 대타협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한국노총이 오늘 대타협이 파기됐다며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9.15 대타협 이후 정부는 후속 논의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양대지침 초안을 협의 없이 발표하는 등 속도전을 벌여 노동계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정부의 책임만을 강조하며 성실히 논의에 임하지 않는 등 비판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부에 문제제기를 하기보다 회의 불참 등 대화를 거부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정부와 한국노총 간의 갈등은 같은 양상으로 반복됐다. 정부가 안을 발표하면 노동계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반발하는 형국이었다.

우선 이른바 '양대지침'이 그렇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양대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대지침을 공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노사정은 간담회 날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1월 7일에 양대지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었다. 이 같은 합의는 12월 18일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됐다. 한국노총은 7일 전체회의에서 양대지침 관련 정부의 초안을 확인하고 노총 의견을 정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에 앞서 간담회를 통해 양대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간담회 장소 앞에선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규탄 집회가 벌어졌다. 한국노총은 "행정지침은 법안처럼 국회 통과 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발표는 행정지침을 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초안은 초안일 뿐이며 앞으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간담회에 앞서 양대지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수차례 노동계에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노정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고, 한국노총은 7일로 예정돼 있던 노사정위 특위에 불참했다. 양대지침에 대한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첫 자리가 무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대환 노사정 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과정 관리상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면서 "한국노총도 특위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스스로의 기회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9월 노사정 대타협2015년 9월 노사정 대타협


양대지침에 대해 9.15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에는 "(저성과자 해고 관련) 노사정은 공정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쓰여있다.

이에 앞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양상의 갈등이 벌어졌다. 노사정 대타협 선언 바로 다음 날인 지난 해 9월 16일, 여당은 비정규직 법안을 포함한 노동 5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 근로자의 파견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 [이슈&뉴스] 5대 노동 입법…“고용절벽해소” vs “비정규직 양산”

문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에 대해선 노사정이 당초 대타협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사정은 대타협을 선언하면서 두 법안을 추후 과제로 정리했다. 대타협 합의문에는 두 법안에 대해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 사항은 정기 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토록 한다"고 돼 있다.




노동계는 공동실태조사 등 후속 논의 전에 법안을 발의한 것은 합의 위반이라며 법안 폐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사정이 만든 대안을 반영하면 된다며 법안을 폐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정부와 노동계의 인식 차이는 오늘(19일) 기자회견에서도 반복됐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노사정 합의를 위반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왔음에도 책임을 한국노총에 씌우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타협의 기본 정신은 정년 60세 이전인 지난 해 말까지 노동 개혁 입법과 지침을 마무리하고 금년부터는 현장 실천에 주력하는 것" 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타협의 다른 후속 과제에 대한 논의도 불투명해졌다.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편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의 과제는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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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타협 파기, 정부 ‘속도전’에 노동계는 ‘대화 거부’ 쳇바퀴
    • 입력 2016-01-19 19:14:34
    • 수정2016-01-19 19: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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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9.15 노사정 대타협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한국노총이 오늘 대타협이 파기됐다며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9.15 대타협 이후 정부는 후속 논의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양대지침 초안을 협의 없이 발표하는 등 속도전을 벌여 노동계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정부의 책임만을 강조하며 성실히 논의에 임하지 않는 등 비판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부에 문제제기를 하기보다 회의 불참 등 대화를 거부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정부와 한국노총 간의 갈등은 같은 양상으로 반복됐다. 정부가 안을 발표하면 노동계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반발하는 형국이었다. 우선 이른바 '양대지침'이 그렇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양대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대지침을 공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노사정은 간담회 날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1월 7일에 양대지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었다. 이 같은 합의는 12월 18일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됐다. 한국노총은 7일 전체회의에서 양대지침 관련 정부의 초안을 확인하고 노총 의견을 정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에 앞서 간담회를 통해 양대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간담회 장소 앞에선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규탄 집회가 벌어졌다. 한국노총은 "행정지침은 법안처럼 국회 통과 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발표는 행정지침을 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초안은 초안일 뿐이며 앞으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간담회에 앞서 양대지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수차례 노동계에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노정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고, 한국노총은 7일로 예정돼 있던 노사정위 특위에 불참했다. 양대지침에 대한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첫 자리가 무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대환 노사정 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과정 관리상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면서 "한국노총도 특위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스스로의 기회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9월 노사정 대타협
양대지침에 대해 9.15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에는 "(저성과자 해고 관련) 노사정은 공정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쓰여있다. 이에 앞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양상의 갈등이 벌어졌다. 노사정 대타협 선언 바로 다음 날인 지난 해 9월 16일, 여당은 비정규직 법안을 포함한 노동 5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 근로자의 파견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 [이슈&뉴스] 5대 노동 입법…“고용절벽해소” vs “비정규직 양산” 문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에 대해선 노사정이 당초 대타협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사정은 대타협을 선언하면서 두 법안을 추후 과제로 정리했다. 대타협 합의문에는 두 법안에 대해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 사항은 정기 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토록 한다"고 돼 있다.
노동계는 공동실태조사 등 후속 논의 전에 법안을 발의한 것은 합의 위반이라며 법안 폐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사정이 만든 대안을 반영하면 된다며 법안을 폐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정부와 노동계의 인식 차이는 오늘(19일) 기자회견에서도 반복됐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노사정 합의를 위반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왔음에도 책임을 한국노총에 씌우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타협의 기본 정신은 정년 60세 이전인 지난 해 말까지 노동 개혁 입법과 지침을 마무리하고 금년부터는 현장 실천에 주력하는 것" 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타협의 다른 후속 과제에 대한 논의도 불투명해졌다.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편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의 과제는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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