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가는 버스 보조금

입력 2016.01.24 (23:39) 수정 2016.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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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전 00 관광버스 기사 : "나는 휴직을 안 했는데, 그런 장난을 치니까 참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녹취> 00 관광 사장 : "어찌 됐든 제가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부정 수급인지는 모르고 한 것을 이해해주시고…."

<녹취> 고용노동부 관계자 : "(업체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운행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봐요. 그쪽 업종 자체가…."

<오프닝>

지난해 여름,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랴부랴 지원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이 가운데 사정이 어려운 회사들이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제도인 고용유지지원금 52억 원이 집행됐고, 그 절반이 여행업계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취재진은 한 관광버스 회사가 거짓으로 이 지원금을 받아냈다는 상세한 내용의 제보를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 회사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수법으로 돈을 타낸 것인지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이산가족 389명을 태운 대형 버스 16대가 금강산을 향해 차례로 출발합니다.

파란색 외장의 이 버스들은 서울에 본사를 둔 한 관광버스 회사 소속입니다.

김경철 씨는 지난달까지 바로 이 회사에서 버스 기사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퇴직 직전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자신이 휴직한 것으로 돼 있고 휴직 급여 명목으로 회사가 정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실제 일을 쉰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경철(전 00 관광버스 기사) : "저희는 열심히 일했지만, 일은 안 한 휴직자로서 처리한 것을 뒤늦게 10월 말 경쯤 알게 됐습니다."

김씨가 알아본 결과, 회사 측은 지난해 6월 지방 노동청에 휴직한 직원 명단을 제출했습니다.

메르스로 인해 일이 없는 기간 직원들을 쉬게 하는 대신 휴직 급여 2/3를 보조해주는 '메르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겁니다.

지방 노동청의 지원 내역입니다.

김 씨의 경우 지난해 7월 한 달간 유급 휴직을 하고 지원금 8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김 씨는 당시 회사가 메르스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10만 원을 줬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경철(전 00 관광버스 기사) : "(회사에서) 10만 원이라는 메르스 지원금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정부로부터 나온 거냐 그랬더니 (회사에서는) 사장님 개인 돈으로 준거다"

이 회사는 이런 식으로 계열 업체 두 곳 직원 25명의 휴직 급여로 지난해 7월과 8월 두 달간 3천5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김 씨뿐만이 아니라 휴직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직원 상당수가 일을 쉰 적이 없다는 겁니다.

<녹취> 전 00 관광버스 기사 : "7~8월에 휴가를 가라 해서 (서류를) 잘 보지도 않고 서명을 했는데 계속 7~8월에 이렇게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원금 명단) 여기에 나는 1차 2차 전부 내 이름으로 (휴직)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나는 휴직을 안 했는데, 이런 장난을 치니까 참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취재진이 입수한 이 업체의 지난해 7, 8월 배차 일지 자료입니다.

김경철 씨를 비롯해 유급휴직자 명단에 있는 기사 이름이 일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배차 일지와 휴직자 명단, 급여 대장 등을 분석한 결과, 휴직한 것으로 돼 있는 직원 25명 가운데 13명은 한 달에 최소 10일에서 최대 22일을 실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자료에 일부 날짜의 기록이 빠져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근무 일수는 더 많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부 버스 기사들은 회사 간부로부터 허위 신고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전 00 관광버스 기사 : "8월, 9월에 인가 (회사에서) 전화해서 (노동청에서 물어보면) 7, 8월 일을 안 한 걸로 대답을 해라. 뭐 시키는 대로 했죠. 회사에 있으려니까. 그렇게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고 이런 사건이 벌어진 거에요."

이 회사는 월급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보통 때 와는 다르게 마치 휴직 급여를 준 것처럼 월급을 나눠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노동청에 급여기록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회사 측은 은폐지시를 한 적은 없고 일부 직원들에게 휴직 기간 일을 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녹취> 위00(00 관광 사장) : "메르스 때 그냥 차가 거의 한 90% 이상이 서 있었죠. 그런데 이제 갑자기 배차가 들어올 때 (휴직 처리된) 기사님들 한두 분 데려다 쓴 것이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한 달 내내 그러니까 안 써야 되는데"

규정을 잘 몰라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면서 메르스 사태 때문에 일감이 끊겨 회사가 많이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악의적으로 노동청을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위00(00 관광 사장) :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사실은 부정 수급을 하려고 했으면 훨씬 많은 인원을 제가 했을 수도 있는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을 뭐라고 말씀드리겠습니까?"

지방 노동청의 관리 감독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지방 노동청이 현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부당 수령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퇴직 기사들이 노동청에 회사의 지원금 부당수령 의혹을 제기했지만, 지방 노동청이 자료 제출 요구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KBS 취재가 시작된 직후였습니다.

<녹취> 고용노동부 00 노동청 관계자 : "(자료 요청) 공문은 월요일 (18일) 썼고 어떤 식으로 조사할 지, 사업장이 어떤 식으로 나왔을 때 저희가 전세버스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알아봐야 되니까 (시간이 걸리죠.)"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이 어려워져 직원을 내 보내야 하는 회사에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았다가 적발된 업체는 모두 18개 업체, 액수는 3억 5천만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단 4건만 수사기관에 고발 조처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부정 수령 규모가 3천만 원 이상이거나 이른바 '죄질'이 나쁜 경우가 고발 대상이라며 이번 사건도 조사 결과에 따라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담당 지방 노동청은 해당 업체가 서류를 완벽하게 꾸며서 지원금을 신청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알아챌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운행 일지를 직접 확인하는 등 사전에 충분한 조치가 취해졌는지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업체들이 손쉽게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령하는 행태는 이 같은 일선 관청의 감독 의지 부족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광역시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버스 준공영제 특정 감사 자료입니다.

모두 37가지의 문제점이 지적됐습니다.

이 가운데 준공영제 보조금 일부가 잘못 지원됐다며 5억 3천여만 원을 환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처는 없었습니다.

<녹취> 인천광역시 관계자 : "당시에 문책을 해야 되니 말아야 되니 이러다가 버스정책과가 힘들고 격무 부서다 보니까 (보조금) 회수도 가능하고 업체에서도 회수한다고 동의도 냈고…."

인천시는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업체들을 수사 기관에 고발하지도 않았습니다.

버스 준공영제를 개혁하기 위해 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바로 고발을 했다가는 큰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인천광역시 관계자 : "격무 부서에 있는 공무원들의 위축감, 그다음에 또 (버스) 조합이나 업체에서 반발이 있어서 (고발)'하다 보면 결국은 피해는 시민들에게 가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 고려해가지고…."

인천시가 문제를 적발하고도 고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은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버스 기사 명단을 허위 신고해 보조금을 받은 혐의로 모 버스회사 영업소장 2명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또 경찰은 차고지를 허위 신고해 보조금을 받아낸 업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인천시 감사에서 지적돼 4억 5천여만 원을 추징당했던 업체입니다.

특히 경찰은 관련 사실을 적발해 추징까지 하고도 수사 기관에 전혀 알리지 않은 시의 처분이 적법한 지 여부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담당 관청의 고발 의무는 따로 규정이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이영수(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 "행정관청에서 지급하는 돈이기 때문에 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법의 적용을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책을 집행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 같다고…."

<녹취> 황교안(국무총리/지난 12일) : "공공시스템에서도 분야별로 적절한 예방 백신을 처방하여, 예산 낭비와 부조리를 미리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새해, 정부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부당하게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보조금 부정 수령을 비롯한 대규모 공공사업 부문에 대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국고 보조금 규모는 총 58조 4천억 원, 보조금 부정 수급의 유형은 다양화하고 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일선 현장에서 분명한 근절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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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나가는 버스 보조금
    • 입력 2016-01-24 23:12:49
    • 수정2016-01-25 00:12:53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전 00 관광버스 기사 : "나는 휴직을 안 했는데, 그런 장난을 치니까 참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녹취> 00 관광 사장 : "어찌 됐든 제가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부정 수급인지는 모르고 한 것을 이해해주시고…."

<녹취> 고용노동부 관계자 : "(업체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운행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봐요. 그쪽 업종 자체가…."

<오프닝>

지난해 여름,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랴부랴 지원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이 가운데 사정이 어려운 회사들이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제도인 고용유지지원금 52억 원이 집행됐고, 그 절반이 여행업계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취재진은 한 관광버스 회사가 거짓으로 이 지원금을 받아냈다는 상세한 내용의 제보를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 회사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수법으로 돈을 타낸 것인지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이산가족 389명을 태운 대형 버스 16대가 금강산을 향해 차례로 출발합니다.

파란색 외장의 이 버스들은 서울에 본사를 둔 한 관광버스 회사 소속입니다.

김경철 씨는 지난달까지 바로 이 회사에서 버스 기사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퇴직 직전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자신이 휴직한 것으로 돼 있고 휴직 급여 명목으로 회사가 정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실제 일을 쉰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경철(전 00 관광버스 기사) : "저희는 열심히 일했지만, 일은 안 한 휴직자로서 처리한 것을 뒤늦게 10월 말 경쯤 알게 됐습니다."

김씨가 알아본 결과, 회사 측은 지난해 6월 지방 노동청에 휴직한 직원 명단을 제출했습니다.

메르스로 인해 일이 없는 기간 직원들을 쉬게 하는 대신 휴직 급여 2/3를 보조해주는 '메르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겁니다.

지방 노동청의 지원 내역입니다.

김 씨의 경우 지난해 7월 한 달간 유급 휴직을 하고 지원금 8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김 씨는 당시 회사가 메르스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10만 원을 줬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경철(전 00 관광버스 기사) : "(회사에서) 10만 원이라는 메르스 지원금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정부로부터 나온 거냐 그랬더니 (회사에서는) 사장님 개인 돈으로 준거다"

이 회사는 이런 식으로 계열 업체 두 곳 직원 25명의 휴직 급여로 지난해 7월과 8월 두 달간 3천5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김 씨뿐만이 아니라 휴직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직원 상당수가 일을 쉰 적이 없다는 겁니다.

<녹취> 전 00 관광버스 기사 : "7~8월에 휴가를 가라 해서 (서류를) 잘 보지도 않고 서명을 했는데 계속 7~8월에 이렇게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원금 명단) 여기에 나는 1차 2차 전부 내 이름으로 (휴직)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나는 휴직을 안 했는데, 이런 장난을 치니까 참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취재진이 입수한 이 업체의 지난해 7, 8월 배차 일지 자료입니다.

김경철 씨를 비롯해 유급휴직자 명단에 있는 기사 이름이 일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배차 일지와 휴직자 명단, 급여 대장 등을 분석한 결과, 휴직한 것으로 돼 있는 직원 25명 가운데 13명은 한 달에 최소 10일에서 최대 22일을 실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자료에 일부 날짜의 기록이 빠져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근무 일수는 더 많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부 버스 기사들은 회사 간부로부터 허위 신고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전 00 관광버스 기사 : "8월, 9월에 인가 (회사에서) 전화해서 (노동청에서 물어보면) 7, 8월 일을 안 한 걸로 대답을 해라. 뭐 시키는 대로 했죠. 회사에 있으려니까. 그렇게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고 이런 사건이 벌어진 거에요."

이 회사는 월급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보통 때 와는 다르게 마치 휴직 급여를 준 것처럼 월급을 나눠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노동청에 급여기록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회사 측은 은폐지시를 한 적은 없고 일부 직원들에게 휴직 기간 일을 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녹취> 위00(00 관광 사장) : "메르스 때 그냥 차가 거의 한 90% 이상이 서 있었죠. 그런데 이제 갑자기 배차가 들어올 때 (휴직 처리된) 기사님들 한두 분 데려다 쓴 것이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한 달 내내 그러니까 안 써야 되는데"

규정을 잘 몰라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면서 메르스 사태 때문에 일감이 끊겨 회사가 많이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악의적으로 노동청을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위00(00 관광 사장) :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사실은 부정 수급을 하려고 했으면 훨씬 많은 인원을 제가 했을 수도 있는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을 뭐라고 말씀드리겠습니까?"

지방 노동청의 관리 감독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지방 노동청이 현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부당 수령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퇴직 기사들이 노동청에 회사의 지원금 부당수령 의혹을 제기했지만, 지방 노동청이 자료 제출 요구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KBS 취재가 시작된 직후였습니다.

<녹취> 고용노동부 00 노동청 관계자 : "(자료 요청) 공문은 월요일 (18일) 썼고 어떤 식으로 조사할 지, 사업장이 어떤 식으로 나왔을 때 저희가 전세버스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알아봐야 되니까 (시간이 걸리죠.)"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이 어려워져 직원을 내 보내야 하는 회사에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았다가 적발된 업체는 모두 18개 업체, 액수는 3억 5천만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단 4건만 수사기관에 고발 조처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부정 수령 규모가 3천만 원 이상이거나 이른바 '죄질'이 나쁜 경우가 고발 대상이라며 이번 사건도 조사 결과에 따라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담당 지방 노동청은 해당 업체가 서류를 완벽하게 꾸며서 지원금을 신청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알아챌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운행 일지를 직접 확인하는 등 사전에 충분한 조치가 취해졌는지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업체들이 손쉽게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령하는 행태는 이 같은 일선 관청의 감독 의지 부족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광역시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버스 준공영제 특정 감사 자료입니다.

모두 37가지의 문제점이 지적됐습니다.

이 가운데 준공영제 보조금 일부가 잘못 지원됐다며 5억 3천여만 원을 환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처는 없었습니다.

<녹취> 인천광역시 관계자 : "당시에 문책을 해야 되니 말아야 되니 이러다가 버스정책과가 힘들고 격무 부서다 보니까 (보조금) 회수도 가능하고 업체에서도 회수한다고 동의도 냈고…."

인천시는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업체들을 수사 기관에 고발하지도 않았습니다.

버스 준공영제를 개혁하기 위해 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바로 고발을 했다가는 큰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인천광역시 관계자 : "격무 부서에 있는 공무원들의 위축감, 그다음에 또 (버스) 조합이나 업체에서 반발이 있어서 (고발)'하다 보면 결국은 피해는 시민들에게 가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 고려해가지고…."

인천시가 문제를 적발하고도 고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은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버스 기사 명단을 허위 신고해 보조금을 받은 혐의로 모 버스회사 영업소장 2명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또 경찰은 차고지를 허위 신고해 보조금을 받아낸 업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인천시 감사에서 지적돼 4억 5천여만 원을 추징당했던 업체입니다.

특히 경찰은 관련 사실을 적발해 추징까지 하고도 수사 기관에 전혀 알리지 않은 시의 처분이 적법한 지 여부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담당 관청의 고발 의무는 따로 규정이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이영수(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 "행정관청에서 지급하는 돈이기 때문에 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법의 적용을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책을 집행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 같다고…."

<녹취> 황교안(국무총리/지난 12일) : "공공시스템에서도 분야별로 적절한 예방 백신을 처방하여, 예산 낭비와 부조리를 미리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새해, 정부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부당하게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보조금 부정 수령을 비롯한 대규모 공공사업 부문에 대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국고 보조금 규모는 총 58조 4천억 원, 보조금 부정 수급의 유형은 다양화하고 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일선 현장에서 분명한 근절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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