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이야기③] 흑두루미 지켰더니 멸종위기종 ‘피난처’된 순천만

입력 2016.01.30 (09:04) 수정 2016.02.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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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하구를 따라 배가 지나갑니다. 순천만 하구 습지를 오가는 생태체험선입니다. 이 배를 타면 겨울 순천만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빽빽하게 들어선 갈대밭, 그 사이로 파고드는 갯골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뱃길을 따라 눈앞에 전개됩니다. 무엇보다 갯벌 곳곳에 자리 잡은 철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갯벌위 흑두루미갯벌위 흑두루미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멸종위기종도 순천만 하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천 마리가 넘게 월동하는 흑두루미는 하늘과 들, 갯벌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흑두루미는 낮에 주로 들판에서 낙곡을 먹지만 갯벌에서 게와 갯지렁이 등 동물성 먹이도 잡아먹습니다. 갯벌과 들판을 오고 가기 때문에 하늘을 날고 있는 우아한 모습도 수시로 볼 수 있습니다.

노랑부리저어새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도 순천만 하구의 터줏대감입니다. 저어새와 마찬가지로 주걱처럼 생긴 부리로 물속을 저어가면서 먹이를 찾습니다. 저어새는 부리 전체가 검지만 노랑부리저어새는 부리끝이 노란색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고 가까이서 보기엔 더욱 어렵지만, 순천만 하구 갯벌에서는 얕은 물 속을 부리로 젓는 모습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황새황새


개리개리


독수리독수리


순천만은 이제 흑두루미만의 안식처가 아닙니다. 흑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의 간섭을 막고 생태계를 보전하자 온갖 생명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흑두루미가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은 다른 새들과 생명이 서식하기에도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황새개리, 독수리 등 33종의 멸종위기종이 순천만에 자리 잡았습니다. 멸종위기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입니다. 순천만과 동천하구 습지에 703종의 생물이 있습니다.

순천만 수달순천만 수달



생태체험선을 타고 가다가 운이 좋으면 수달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드물게 목격돼 언론의 주목을 받더니 이제는 역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달은 사람을 피해 주로 밤에 다니며 먹이를 찾지만, 순천만에서는 대낮에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만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수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은 순천만의 생태계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관기사] ☞ 순천만에서 멸종위기종 수달 관찰

순천만순천만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는 원래 다양한 생명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서 기수역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만들기에 생물다양성이 뛰어납니다. 우리나라 주요 하천 하구의 생물다양성 역시 예전에는 순천만처럼 풍성했습니다. 하지만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과 금강의 하구는 하굿둑과 보로 막히고 각종 개발이 진행되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과 함께 생명의 쉼터도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기수역의 생태계가 온전히 남아있는 순천만에 온갖 멸종위기종이 모여드는 겁니다.

습지위 흑두루미 비행습지위 흑두루미 비행


순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인 동천, 그 동천이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는 바다와 함께 순천만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보면 과거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생태적 아름다움과 규모가 어떠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순천만을 보기 위해 한해 오백만 명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자연생태가 순천만처럼 보전됐다면 수천만 명이 찾는 세계적 명소가 됐을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 하구 개발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다시 찾을 수는 없는지, 충청남도는 이제 금강 하굿둑을 허물고 재자연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판단과 자연의 복원력을 기대해 봅니다.

[연관기사]
[순천만 이야기①] 흑두루미 천마리 순천만에 깃들다
[순천만 이야기②] 전봇대 뽑고 먹이 주고…순천만의 정성
[순천만 이야기④] 흑두루미 계속 늘어나는데…부족한 먹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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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만 이야기③] 흑두루미 지켰더니 멸종위기종 ‘피난처’된 순천만
    • 입력 2016-01-30 09:04:03
    • 수정2016-02-06 09:05:27
    취재K
휘어지는 하구를 따라 배가 지나갑니다. 순천만 하구 습지를 오가는 생태체험선입니다. 이 배를 타면 겨울 순천만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빽빽하게 들어선 갈대밭, 그 사이로 파고드는 갯골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뱃길을 따라 눈앞에 전개됩니다. 무엇보다 갯벌 곳곳에 자리 잡은 철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갯벌위 흑두루미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멸종위기종도 순천만 하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천 마리가 넘게 월동하는 흑두루미는 하늘과 들, 갯벌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흑두루미는 낮에 주로 들판에서 낙곡을 먹지만 갯벌에서 게와 갯지렁이 등 동물성 먹이도 잡아먹습니다. 갯벌과 들판을 오고 가기 때문에 하늘을 날고 있는 우아한 모습도 수시로 볼 수 있습니다.

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도 순천만 하구의 터줏대감입니다. 저어새와 마찬가지로 주걱처럼 생긴 부리로 물속을 저어가면서 먹이를 찾습니다. 저어새는 부리 전체가 검지만 노랑부리저어새는 부리끝이 노란색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고 가까이서 보기엔 더욱 어렵지만, 순천만 하구 갯벌에서는 얕은 물 속을 부리로 젓는 모습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황새


개리


독수리


순천만은 이제 흑두루미만의 안식처가 아닙니다. 흑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의 간섭을 막고 생태계를 보전하자 온갖 생명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흑두루미가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은 다른 새들과 생명이 서식하기에도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황새개리, 독수리 등 33종의 멸종위기종이 순천만에 자리 잡았습니다. 멸종위기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입니다. 순천만과 동천하구 습지에 703종의 생물이 있습니다.

순천만 수달



생태체험선을 타고 가다가 운이 좋으면 수달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드물게 목격돼 언론의 주목을 받더니 이제는 역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달은 사람을 피해 주로 밤에 다니며 먹이를 찾지만, 순천만에서는 대낮에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만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수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은 순천만의 생태계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관기사] ☞ 순천만에서 멸종위기종 수달 관찰

순천만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는 원래 다양한 생명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서 기수역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만들기에 생물다양성이 뛰어납니다. 우리나라 주요 하천 하구의 생물다양성 역시 예전에는 순천만처럼 풍성했습니다. 하지만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과 금강의 하구는 하굿둑과 보로 막히고 각종 개발이 진행되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과 함께 생명의 쉼터도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기수역의 생태계가 온전히 남아있는 순천만에 온갖 멸종위기종이 모여드는 겁니다.

습지위 흑두루미 비행


순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인 동천, 그 동천이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는 바다와 함께 순천만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보면 과거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생태적 아름다움과 규모가 어떠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순천만을 보기 위해 한해 오백만 명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자연생태가 순천만처럼 보전됐다면 수천만 명이 찾는 세계적 명소가 됐을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 하구 개발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다시 찾을 수는 없는지, 충청남도는 이제 금강 하굿둑을 허물고 재자연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판단과 자연의 복원력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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