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이야기④] 흑두루미 계속 늘어나는데…부족한 먹이터

입력 2016.02.06 (07:07) 수정 2016.02.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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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류는 키가 1m에서 1m 40cm에 이릅니다. 큰 덩치만큼 날아가는 동작도 다른 조류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목을 반듯하게 뻗고 천천히 날갯짓하며 날아갑니다. 날다가 내려앉을 때는 활강하듯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이륙할 때는 목을 앞으로 숙인 채 걸어가면서 날갯짓합니다. 이 때문에 이륙이나 착륙 때 다른 조류에 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두루미의 서식 공간에서 전깃줄은 치명적입니다. 자칫 날개나 다리가 부딪치면 골절상을 입고 죽기 때문입니다.

두루미 캡션두루미 캡션


대대들 옆 흑두루미 먹이터대대들 옆 흑두루미 먹이터


순천만 하구 바로 앞 대대들 농경지에는 전봇대와 전깃줄이 없습니다. 흑두루미를 위해 모두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흑두루미는 그런 대대들에서만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월동하는 개체 수가 늘어 천 마리를 넘어가면서 대대들을 지나 해룡들이나 대대들 옆 농경지로 이동해 먹이를 찾는 흑두루미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해룡들이나 대대들 옆 농경지에는 전봇대를 따라 전깃줄이 여기저기 이어져 있습니다. 그런 전깃줄 사이로 흑두루미가 날아갑니다.

전깃줄 사이 흑두루미떼전깃줄 사이 흑두루미떼


비행하다 내려앉은 흑두루미떼비행하다 내려앉은 흑두루미떼


순천시는 대대들 옆 농경지와 해룡들 일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하구 바로 앞 대대들을 제외하고 다른 농경지의 전봇대를 제거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농경지에서는 겨울철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동안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통제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간섭이 있으면 흑두루미는 위협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먹이도 문제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볏짚을 모두 걷어 '볏짚 곤포 사일리지' 로 만드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흑두루미의 먹이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흑두루미떼 앞 지나가는 차량흑두루미떼 앞 지나가는 차량


지난 1월 한파에 천수만 등지에 있던 흑두루미가 순천만으로 남하하면서 순천만 두루미류 개체 수는 1,430여 마리로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과거 두루미류의 월동지였던 구미 해평습지와 낙동강 하구, 천수만 등의 서식 여건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 이즈미에 버금가는 월동지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즈미는 만 마리가 넘는 흑두루미가 월동해 세계 최대 규모의 두루미 명소로 유명합니다.

일본 이즈미일본 이즈미


[연관 기사] ☞ 두루미와 공존하는 마을

일본 이즈미시는 수십 년 동안 두루미류를 보호한 끝에 지금과 같은 명소가 됐습니다. 순천만보다 훨씬 넓은 주변 농경지가 모두 두루미들의 먹이터입니다. 이즈미 역시 순천만처럼 두루미에게 먹이를 줄 뿐만 아니라 넓은 지역에서 사람들의 간섭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오랜 보호 정책 끝에 이제는 두루미가 사람 바로 옆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순천만 노을순천만 노을


하지만 순천만에는 이즈미시가 갖지 못한, 가질 수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즈미가 농경지인 반면, 순천만에는 갯벌과 갈대밭의 아름다운 경관이 있습니다. 갯벌에 모여 있는 대규모 흑두루미 떼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순천만이 거의 유일합니다. 갈대밭 위로 날아가는 흑두루미의 아름다운 모습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갯벌 위 흑두루미떼갯벌 위 흑두루미떼


순천시는 늘어나는 흑두루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순천만 내륙습지와 농경지를 매입하고 볏짚 존치 사업도 확대하는 등 흑두루미 서식지의 보호 영역을 넓히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에 방치된 폐염전도 다시 갯벌로 복원할 계획입니다. 이런 보호 대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순천만은 일본 이즈미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두루미 명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연관 기사]

☞ ① 흑두루미 천마리 순천만에 깃들다
☞ ② 전봇대 뽑고 먹이 주고…순천만의 정성
☞ ③ 흑두루미 지켰더니 멸종위기종 ‘피난처’된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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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만 이야기④] 흑두루미 계속 늘어나는데…부족한 먹이터
    • 입력 2016-02-06 07:07:06
    • 수정2016-02-06 09:38:30
    취재K


두루미류는 키가 1m에서 1m 40cm에 이릅니다. 큰 덩치만큼 날아가는 동작도 다른 조류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목을 반듯하게 뻗고 천천히 날갯짓하며 날아갑니다. 날다가 내려앉을 때는 활강하듯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이륙할 때는 목을 앞으로 숙인 채 걸어가면서 날갯짓합니다. 이 때문에 이륙이나 착륙 때 다른 조류에 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두루미의 서식 공간에서 전깃줄은 치명적입니다. 자칫 날개나 다리가 부딪치면 골절상을 입고 죽기 때문입니다.

두루미 캡션


대대들 옆 흑두루미 먹이터


순천만 하구 바로 앞 대대들 농경지에는 전봇대와 전깃줄이 없습니다. 흑두루미를 위해 모두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흑두루미는 그런 대대들에서만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월동하는 개체 수가 늘어 천 마리를 넘어가면서 대대들을 지나 해룡들이나 대대들 옆 농경지로 이동해 먹이를 찾는 흑두루미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해룡들이나 대대들 옆 농경지에는 전봇대를 따라 전깃줄이 여기저기 이어져 있습니다. 그런 전깃줄 사이로 흑두루미가 날아갑니다.

전깃줄 사이 흑두루미떼


비행하다 내려앉은 흑두루미떼


순천시는 대대들 옆 농경지와 해룡들 일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하구 바로 앞 대대들을 제외하고 다른 농경지의 전봇대를 제거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농경지에서는 겨울철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동안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통제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간섭이 있으면 흑두루미는 위협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먹이도 문제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볏짚을 모두 걷어 '볏짚 곤포 사일리지' 로 만드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흑두루미의 먹이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흑두루미떼 앞 지나가는 차량


지난 1월 한파에 천수만 등지에 있던 흑두루미가 순천만으로 남하하면서 순천만 두루미류 개체 수는 1,430여 마리로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과거 두루미류의 월동지였던 구미 해평습지와 낙동강 하구, 천수만 등의 서식 여건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일본 이즈미에 버금가는 월동지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즈미는 만 마리가 넘는 흑두루미가 월동해 세계 최대 규모의 두루미 명소로 유명합니다.

일본 이즈미


[연관 기사] ☞ 두루미와 공존하는 마을

일본 이즈미시는 수십 년 동안 두루미류를 보호한 끝에 지금과 같은 명소가 됐습니다. 순천만보다 훨씬 넓은 주변 농경지가 모두 두루미들의 먹이터입니다. 이즈미 역시 순천만처럼 두루미에게 먹이를 줄 뿐만 아니라 넓은 지역에서 사람들의 간섭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오랜 보호 정책 끝에 이제는 두루미가 사람 바로 옆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순천만 노을


하지만 순천만에는 이즈미시가 갖지 못한, 가질 수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즈미가 농경지인 반면, 순천만에는 갯벌과 갈대밭의 아름다운 경관이 있습니다. 갯벌에 모여 있는 대규모 흑두루미 떼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순천만이 거의 유일합니다. 갈대밭 위로 날아가는 흑두루미의 아름다운 모습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갯벌 위 흑두루미떼


순천시는 늘어나는 흑두루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순천만 내륙습지와 농경지를 매입하고 볏짚 존치 사업도 확대하는 등 흑두루미 서식지의 보호 영역을 넓히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에 방치된 폐염전도 다시 갯벌로 복원할 계획입니다. 이런 보호 대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순천만은 일본 이즈미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두루미 명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연관 기사]

☞ ① 흑두루미 천마리 순천만에 깃들다
☞ ② 전봇대 뽑고 먹이 주고…순천만의 정성
☞ ③ 흑두루미 지켰더니 멸종위기종 ‘피난처’된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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