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양 실태 추적 “아기 삽니다”

입력 2016.01.31 (23:36) 수정 2016.02.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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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전우암(논산경찰서 수사과장) :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가지고(보니까) 뜬 게 있었는가 보입니다. 댓글 다니까 아기는 있는데, 키울 사람이 없네요. '아, 내가 키우겠다. ' 그래서 가격 흥정이 되는 거고."

<녹취> 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이렇게 만나서 (입양이) 되는 경우는 그냥 아이를 낳아서 주고, (기록이) 남는 게 없죠. 출생 신고를 안했으니까."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치더라도 만일 그걸 실시간으로 누군가 감시하고 있지 않으면 감지해 내기조차 어렵다..."

<오프닝>

한 20대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불법 입양했습니다.

수십 만원의 돈이 오갔고, 아기는 물건처럼 거래됐습니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6명의 아기를 데려올 수 있을만큼 '인터넷 매매'는 손쉽게 이뤄졌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는 미혼모들과 도와주겠다는 말로 사실상 불법 입양을 제안하는 브로커들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데요.

인터넷 공간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아기 매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충남 논산의 한 주택가입니다.

이 동네에 살던 임모 씨 집에서 재작년부터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애기 데리고 나와서 걸음마도 시키고, 엄마라는 새댁인가 아가씬지는 몰라도...업고 다니고 그래서 "몇 개월 됐어?" 했더니, 그때 돌 지났다고 했나. 돌 안됐다고 했나..."

임 씨는 23살의 미혼 여성.

할머니와 아버지, 삼촌, 남동생 등 성인 5명이 방 1개짜리 연립 주택에 살고 있었습니다.

임 씨의 가족들은 갑자기 나타난 아기들을 지방에서 데려 온 입양아라고 이웃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분(임 씨 아버지)이 입양을 받았다고 하더라니까. 2015년 그때가 한...6월인가, 5월인가 됐을 거예요. 아마. 아기를 멜빵 끈에 업고 다니더라고. '아기 어떻게 된 거에요?' 이랬더니 하나는 입양을 했고, 하나는 대구에서 했고..."

이후에도 임 씨의 집에는 비슷한 또래의 어린 아기들이 하나둘 늘어갔습니다.

출산한 적도 없는 임 씨가 어린 아기를 여러 명 키우는 것이 수상하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지난해 말, 임 씨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주소를 옮기고, 몰래 이사까지 다니던 임 씨는 한달여 만에 대구의 고모 집에서 체포됐습니다.

키우던 아기 3명과 함께였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임 씨는 인터넷으로 알게된 미혼모에게 돈을 주고 아기를 데려왔다고 진술했습니다.

2년 전, 버려진 아기들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이른바 '아기 매매'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경찰 범죄심리분석관에게는 9살에 어머니를 잃은 뒤, 버려지는 아기들에게 유독 더 동정심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전우암(논산경찰서 수사과장) : "(사이트에) 미혼모가 "내가 아기가 있다. 키울 사람이 없느냐" 그래서 그 글을 보고, 피의자가 "내가 키우겠다" 해서. 가격 부분에서는 만나서 흥정하지 않았나..."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부산과 대구, 구미, 대전, 인천, 평택 등 전국 곳곳에서 각각 40만 원에서 150만원 씩 현금을 주고 아기를 데려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임씨는 "나도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 고모의 부탁을 받아 대신 아기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전우암(논산경찰서 수사과장) : "고모가 애를 피의자가 키우고 있는 걸 보니까 굉장히 귀여웠던가, 아기가 사랑스러웠던가 그래서 피의자한테 부탁을 해서 애기를 데려가서 그 고모가 피의자와 고모 딸을 인우보증 세워서 출생 신고를 해 가지고...

아기들을 호적에 올리는 과정은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직접 아기를 낳지 않아 출생증명서는 없었지만, 가족들이 보증을 서주면 문제가 없었습니다.

<녹취> 충남 논산시 직원(음성변조) : "(출생 신고를) 늦게 할 수도 있고, 빨리 할 수도 있잖아요. 늦게 해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기를 다시 키우겠다며 뒤늦게 찾아온 사람에게는 돌려 주면 그만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 변조) : "(아기를) 데려다 키웠는데, 엄마가 와서 달라고 싸움하는 것도 있고..."

실제로 데려온 아기 2명을 돌려주기도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금방 또다른 아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14년부터 1년 여 동안 임 씨가 돈을 주고 데려 온 아기는 모두 6명이었습니다.

사적으로 아기를 입양을 하거나 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돼있습니다.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입양을 막기 위해섭니다.

그러나 임씨의 불법 입양이 계속된 1년여 동안 이를 제재하는 기관은 없었습니다.

임 씨의 아기 매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도 불법 입양은 공공연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을 통해 '불법 입양 희망자'를 찾아봤습니다.

아기를 입양 보내고 싶다며 도움을 청하는 글에는 10여 건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도움을 주겠다, 아기를 데려가서 키우겠다며 사실상 불법 입양을 제안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연락처를 남겨놓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미 2명의 아이를 입양했고, 2명은 위탁 양육하고 있다는 이 여성은 여자 아기를 한 명 더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진료 비용 등 물질적인 도움도 줄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대놓고 돈 거래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돈 거래는 위험하거든요? 아이한테도 미안하고...내가 또 고마워서 주는 거 하고 액수를 대놓고 이렇게 하면은 이게 완전 불법 이거든요."

그리고나서 꺼내 든 서류 한 장.

서약서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단순 변심으로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도움받은 물질 전액을 되돌려 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그래서 만약에...조그만 서약서 같은 거를 왜냐면은 (미혼모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사람 마음을 못 믿어서 그래요. 막판에 많이 변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법적인 문제는 없냐고 묻자, 공식 입양 절차는 번거롭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이렇게 하는 거는 괜찮은 거에요?) 사실 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좋긴 좋죠. 그 대신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서류 하나 보내면 두 달 기다려야 되고, 여기 하나, 저기 하나 1년씩 걸리면 힘들잖아, 사람이...

또 개별적으로 입양을 진행할 경우, 기록에 남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이렇게 만나서 (입양이) 되는 경우는 그냥 아이를 낳아서 주고, (기록이) 남는 게 없죠. 출생 신고를 안했으니까. 둘이 (입양 절차)를 밟는 거를 배려해줘서 안 하고, 나 혼자 밟는 거지."

이처럼 인터넷에서 불법 입양 중개가 이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기를 주고 받는 양측이 모두 '비공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2012년 개정된 입양 특례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입양을 하려면 친부모는 '출생신고'를 양부모는 '가정법원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입양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출생 사실을 숨기고 싶은 친부모, 특히 미혼부모의 경우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불법 매매를 하려면 사실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서로 만나야 되는데, 문제는 온라인이 그와 같은 시장을 제공한다는 거에요."

여기에 금품이 오고갈 경우, 절박한 상황에 처한 미혼부모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2014년에는 충북 청주에서 20살 미혼 아버지가 태어난 지 7개월 된 친딸을 인터넷으로 알게 된 30대 여성에게 보낸 일도 있었습니다.

대가로 현금 60만 원을 받았습니다.

<녹취> 친딸 매매 피의자(사건 당시) : "같이 죽을까도 생각해봤고, 너무 힘들어서...돈이 떨어져 가서,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 빌리려고 한 건데."

버려지는 아이들을 받아주는 한 교회의 베이비박스.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미혼 부모들이 이 곳에 아기를 맡기고 가면, 입양이나 보육시설 입소 전까지 임시로 돌봐주는 곳입니다.

지난 2009년 말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뒤 이곳에 맡겨진 아기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연간 250명 이상 베이비박스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종락 목사는 아기를 맡긴 미혼모 가운데 불법 입양을 고려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종락(목사/베이비박스 운영) : "유혹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미혼모)자기가 너무 급해서 인터넷에 올렸고, 그리고 한 시간 만에 바로 지우긴 했는데. 막 (입양을 하겠다는)전화가 벌떼같이 왔다고 해요. 굉장히 많이 왔다고..."

인터넷을 통해 음성적으로 진행되는 입양의 상당수는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2013년 부산에서는 한 30대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미혼모에게서 아기를 불법 입양한 뒤 보험 사기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출생 신고를 하고 나서 곧바로 10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아기를 거짓으로 입원시켜 보험금 2천여 만원을 타냈습니다.

<녹취> 아기 친모(사건 당시) : "자기 가족사진이라던지 이런 걸 막 보여주면서 이 아기도 자기가 잘 키워주겠다고..."

이듬 해에는 40대 어린이집 원장이 미혼모에게 데려온 갓난 아기를 6억 원에 팔아 넘기려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출생 신고를 해 보육 수당 수백만 원을 챙기고도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아기는 태어났을 때보다 몸무게가 줄어들 정도였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입양 알선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속을 차단시키고 있지만, 불법 입양을 막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뷰> 정 완(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비밀 채팅방을 만들어가지고 각자가 의사소통을 할 경우에는 그거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은 없습니다. 인터넷만을 단속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입양 거래 수단을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긴하지만, 미혼 부모들이 불법 입양을 선택하지 않도록 양육 지원을 하는 등 근본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신언항(중앙입양원장) : "(미혼모)시설에 좀 들어가면 좋겠는데, 정원이 꽉 차서 아됩니다. 그런 게시글도 많이 올라오거든요. 엄마와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입소해가지고 보호받을 수 있는 이러한 시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직접 양육을 포기할 경우에도 불법 입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병원에서 출산 즉시 아기의 출생을 등록하도록 하거나 출산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익명출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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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입양 실태 추적 “아기 삽니다”
    • 입력 2016-01-31 23:49:28
    • 수정2016-02-01 15:05:43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전우암(논산경찰서 수사과장) :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가지고(보니까) 뜬 게 있었는가 보입니다. 댓글 다니까 아기는 있는데, 키울 사람이 없네요. '아, 내가 키우겠다. ' 그래서 가격 흥정이 되는 거고."

<녹취> 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이렇게 만나서 (입양이) 되는 경우는 그냥 아이를 낳아서 주고, (기록이) 남는 게 없죠. 출생 신고를 안했으니까."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치더라도 만일 그걸 실시간으로 누군가 감시하고 있지 않으면 감지해 내기조차 어렵다..."

<오프닝>

한 20대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불법 입양했습니다.

수십 만원의 돈이 오갔고, 아기는 물건처럼 거래됐습니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6명의 아기를 데려올 수 있을만큼 '인터넷 매매'는 손쉽게 이뤄졌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는 미혼모들과 도와주겠다는 말로 사실상 불법 입양을 제안하는 브로커들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데요.

인터넷 공간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아기 매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충남 논산의 한 주택가입니다.

이 동네에 살던 임모 씨 집에서 재작년부터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애기 데리고 나와서 걸음마도 시키고, 엄마라는 새댁인가 아가씬지는 몰라도...업고 다니고 그래서 "몇 개월 됐어?" 했더니, 그때 돌 지났다고 했나. 돌 안됐다고 했나..."

임 씨는 23살의 미혼 여성.

할머니와 아버지, 삼촌, 남동생 등 성인 5명이 방 1개짜리 연립 주택에 살고 있었습니다.

임 씨의 가족들은 갑자기 나타난 아기들을 지방에서 데려 온 입양아라고 이웃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 분(임 씨 아버지)이 입양을 받았다고 하더라니까. 2015년 그때가 한...6월인가, 5월인가 됐을 거예요. 아마. 아기를 멜빵 끈에 업고 다니더라고. '아기 어떻게 된 거에요?' 이랬더니 하나는 입양을 했고, 하나는 대구에서 했고..."

이후에도 임 씨의 집에는 비슷한 또래의 어린 아기들이 하나둘 늘어갔습니다.

출산한 적도 없는 임 씨가 어린 아기를 여러 명 키우는 것이 수상하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지난해 말, 임 씨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주소를 옮기고, 몰래 이사까지 다니던 임 씨는 한달여 만에 대구의 고모 집에서 체포됐습니다.

키우던 아기 3명과 함께였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임 씨는 인터넷으로 알게된 미혼모에게 돈을 주고 아기를 데려왔다고 진술했습니다.

2년 전, 버려진 아기들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이른바 '아기 매매'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경찰 범죄심리분석관에게는 9살에 어머니를 잃은 뒤, 버려지는 아기들에게 유독 더 동정심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전우암(논산경찰서 수사과장) : "(사이트에) 미혼모가 "내가 아기가 있다. 키울 사람이 없느냐" 그래서 그 글을 보고, 피의자가 "내가 키우겠다" 해서. 가격 부분에서는 만나서 흥정하지 않았나..."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부산과 대구, 구미, 대전, 인천, 평택 등 전국 곳곳에서 각각 40만 원에서 150만원 씩 현금을 주고 아기를 데려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임씨는 "나도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 고모의 부탁을 받아 대신 아기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전우암(논산경찰서 수사과장) : "고모가 애를 피의자가 키우고 있는 걸 보니까 굉장히 귀여웠던가, 아기가 사랑스러웠던가 그래서 피의자한테 부탁을 해서 애기를 데려가서 그 고모가 피의자와 고모 딸을 인우보증 세워서 출생 신고를 해 가지고...

아기들을 호적에 올리는 과정은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직접 아기를 낳지 않아 출생증명서는 없었지만, 가족들이 보증을 서주면 문제가 없었습니다.

<녹취> 충남 논산시 직원(음성변조) : "(출생 신고를) 늦게 할 수도 있고, 빨리 할 수도 있잖아요. 늦게 해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기를 다시 키우겠다며 뒤늦게 찾아온 사람에게는 돌려 주면 그만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 변조) : "(아기를) 데려다 키웠는데, 엄마가 와서 달라고 싸움하는 것도 있고..."

실제로 데려온 아기 2명을 돌려주기도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금방 또다른 아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14년부터 1년 여 동안 임 씨가 돈을 주고 데려 온 아기는 모두 6명이었습니다.

사적으로 아기를 입양을 하거나 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돼있습니다.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입양을 막기 위해섭니다.

그러나 임씨의 불법 입양이 계속된 1년여 동안 이를 제재하는 기관은 없었습니다.

임 씨의 아기 매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도 불법 입양은 공공연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을 통해 '불법 입양 희망자'를 찾아봤습니다.

아기를 입양 보내고 싶다며 도움을 청하는 글에는 10여 건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도움을 주겠다, 아기를 데려가서 키우겠다며 사실상 불법 입양을 제안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연락처를 남겨놓은 여성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미 2명의 아이를 입양했고, 2명은 위탁 양육하고 있다는 이 여성은 여자 아기를 한 명 더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진료 비용 등 물질적인 도움도 줄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대놓고 돈 거래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돈 거래는 위험하거든요? 아이한테도 미안하고...내가 또 고마워서 주는 거 하고 액수를 대놓고 이렇게 하면은 이게 완전 불법 이거든요."

그리고나서 꺼내 든 서류 한 장.

서약서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단순 변심으로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도움받은 물질 전액을 되돌려 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그래서 만약에...조그만 서약서 같은 거를 왜냐면은 (미혼모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사람 마음을 못 믿어서 그래요. 막판에 많이 변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법적인 문제는 없냐고 묻자, 공식 입양 절차는 번거롭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이렇게 하는 거는 괜찮은 거에요?) 사실 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좋긴 좋죠. 그 대신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서류 하나 보내면 두 달 기다려야 되고, 여기 하나, 저기 하나 1년씩 걸리면 힘들잖아, 사람이...

또 개별적으로 입양을 진행할 경우, 기록에 남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녹취> 김00(가명/불법 입양 희망자/음성변조) : "이렇게 만나서 (입양이) 되는 경우는 그냥 아이를 낳아서 주고, (기록이) 남는 게 없죠. 출생 신고를 안했으니까. 둘이 (입양 절차)를 밟는 거를 배려해줘서 안 하고, 나 혼자 밟는 거지."

이처럼 인터넷에서 불법 입양 중개가 이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기를 주고 받는 양측이 모두 '비공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2012년 개정된 입양 특례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입양을 하려면 친부모는 '출생신고'를 양부모는 '가정법원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입양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출생 사실을 숨기고 싶은 친부모, 특히 미혼부모의 경우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불법 매매를 하려면 사실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서로 만나야 되는데, 문제는 온라인이 그와 같은 시장을 제공한다는 거에요."

여기에 금품이 오고갈 경우, 절박한 상황에 처한 미혼부모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2014년에는 충북 청주에서 20살 미혼 아버지가 태어난 지 7개월 된 친딸을 인터넷으로 알게 된 30대 여성에게 보낸 일도 있었습니다.

대가로 현금 60만 원을 받았습니다.

<녹취> 친딸 매매 피의자(사건 당시) : "같이 죽을까도 생각해봤고, 너무 힘들어서...돈이 떨어져 가서,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 빌리려고 한 건데."

버려지는 아이들을 받아주는 한 교회의 베이비박스.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미혼 부모들이 이 곳에 아기를 맡기고 가면, 입양이나 보육시설 입소 전까지 임시로 돌봐주는 곳입니다.

지난 2009년 말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뒤 이곳에 맡겨진 아기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연간 250명 이상 베이비박스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종락 목사는 아기를 맡긴 미혼모 가운데 불법 입양을 고려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종락(목사/베이비박스 운영) : "유혹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미혼모)자기가 너무 급해서 인터넷에 올렸고, 그리고 한 시간 만에 바로 지우긴 했는데. 막 (입양을 하겠다는)전화가 벌떼같이 왔다고 해요. 굉장히 많이 왔다고..."

인터넷을 통해 음성적으로 진행되는 입양의 상당수는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2013년 부산에서는 한 30대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미혼모에게서 아기를 불법 입양한 뒤 보험 사기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출생 신고를 하고 나서 곧바로 10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아기를 거짓으로 입원시켜 보험금 2천여 만원을 타냈습니다.

<녹취> 아기 친모(사건 당시) : "자기 가족사진이라던지 이런 걸 막 보여주면서 이 아기도 자기가 잘 키워주겠다고..."

이듬 해에는 40대 어린이집 원장이 미혼모에게 데려온 갓난 아기를 6억 원에 팔아 넘기려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출생 신고를 해 보육 수당 수백만 원을 챙기고도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아기는 태어났을 때보다 몸무게가 줄어들 정도였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입양 알선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속을 차단시키고 있지만, 불법 입양을 막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뷰> 정 완(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비밀 채팅방을 만들어가지고 각자가 의사소통을 할 경우에는 그거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은 없습니다. 인터넷만을 단속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입양 거래 수단을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긴하지만, 미혼 부모들이 불법 입양을 선택하지 않도록 양육 지원을 하는 등 근본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신언항(중앙입양원장) : "(미혼모)시설에 좀 들어가면 좋겠는데, 정원이 꽉 차서 아됩니다. 그런 게시글도 많이 올라오거든요. 엄마와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입소해가지고 보호받을 수 있는 이러한 시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직접 양육을 포기할 경우에도 불법 입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병원에서 출산 즉시 아기의 출생을 등록하도록 하거나 출산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익명출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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