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극에 달한 北 ‘김정은 우상화’

입력 2016.02.06 (08:07) 수정 2016.02.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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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북한은 우상화를 통한 체제 결속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절대 충성을 맹세하는 각종 찬양시와 노래가 쏟아지고 있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미지까지 빌려 우상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인데요.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정국에서 한층 노골화되고 있는 김정은 우상화.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혹한의 공사장.

둘씩 짝을 이룬 여성들이 한 명은 정을 붙잡고, 다른 한 명은 망치로 바위 깨기에 여념이 없다.

여성 돌격대원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함마 대오’..

<녹취> 북한 기록영화(‘영웅청년신화는 이렇게 창조되었다’) : "함마전에 금방 잡혔던 물집이 터져 밥숟가락도 다 제대로 잡지 못하게 쓰리고 아팠지만, 오히려 웃음을 띄우고 또다시 힘있게 함마를 틀어잡는 처녀돌격대원들.."

최근 북한 TV가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청년 활약상을 다룬 프로그램 속 한 장면이다.

얼음을 깨고 맨몸으로 강에 들어가 다리를 만드는 청년 돌격대원들의 모습도 전파를 탔다.

<녹취> "아버지 장군님!"

백두산 1,2호 발전소 건설 과정을 담은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바로 수천 명이 한데 모여 울부짖듯 찬양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녹취> "자나 깨나 뵙고 싶은 우리의 장군님..."

김정일에 대한 찬양은 곧바로 아들인 김정은으로 이어진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영웅청년신화는 이렇게 창조되었다’) : "한 삽을 이겨도 등짐을 하나 져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맨 앞장에서 받들어 나갈 신념의 맹세가 온 건설장에 화산같이 타 번졌습니다."

김정은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맹세는 북한 TV에서 방송되는 노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26일 첫선을 보인 노래 ‘우리의 신념’.

<녹취> ‘우리의 신념’(김정은 찬양 신곡) : "우리 신념 누가 꺾으랴 김정은 동지만을 옹위해 가리라."

어떠한 시련이 와도 김정은을 따르겠다는 ‘결사옹위’가 주된 내용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찬양가와 특집 프로그램을 쏟아내며 체제 결속을 본격화하고 나선 건 지난달 초 4차 핵실험 발표 이후부터다.

핵실험 발표 당일부터 열흘간, 북한 TV를 통해 쏟아진 찬양 시는 모두 열여덟 편..

핵실험을 ‘정당한 자의적 조치’라 주장하는 이들 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김정은에 대한 묘사다.

<녹취> "강철의 명장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천하제일강국의 위용 떨치는 내 조국.."

자칭 수소탄 실험을 김정은의 업적으로 돌림으로써, 김정은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이라든가 소위 장거리 미사일, 소위 로켓이라고 하는데 위성이라고 하죠. 이런 것을 과시함으로써 이 자체가 바로 김정은의 지도력이다, 이런 역량이 있다, 이 역량 이외에도 신비적인 역량도 많이 갖추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상화를 만들어나간다고 볼 수가 있죠."

핵실험 이후 북한 사회 전역에 김정은 우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지난달 16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

핵실험 최종 명령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옆으로, 정전협정 문건에 비준하는 젊은 시절 김일성의 사진이 실려 있다.

통일신보는 ‘김정은의 서명 모습을 본 사람들의 뇌리에 불현듯 떠올려지는 역사의 화폭이 있었다’며, 그것은 다름 아닌 김일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4월,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맞아 성대하게 개최된 열병식..

이날은 3대 세습을 이어받은 김정은이 처음 대중 앞에서 연설한 날이기도 했다.

<녹취> 2012년 4월 15일, 김정은 첫 육성 연설 : "백전백승의 기치이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와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

TV를 통해 김정은의 연설 모습을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놀라움은 컸다고 한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첫 시기에 2012년도에 김정은이 나와서 연설을 하니까 사람들이 처음에는‘어? 혹시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지 않나?’이렇게 사람들이 희망을 잠깐 가진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네. 겉모습이 너무 김일성하고 흡사하게 생겼다. 목소리도 비슷하고."

할아버지를 꼭 빼닮은 외모와 목소리 톤, 그리고 구호를 외치며 한 손가락을 치켜드는 특유의 제스처까지.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인 김정은의 모습이 과거 김일성과 매우 흡사했던 것이다.

북한 언론은 아예 김정은의 연설이 김일성을 떠올리게 한다고 선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역사의 그 날, 조국개선 연설을 하시던 우리 수령님 음성 그대로였고..."

이른바 ‘김일성 따라하기’는, 가장 대표적인 김정은 우상화 전략이다.

양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배를 내민 채 골반을 흔들며 걸어가는 김정은...

이는 과거 김일성의 걸음걸이와 유사하다.

담배를 즐겨 피우거나, 밀짚모자와 지팡이 등 장신구를 착용한 모습에서도, 김일성이 연상된다.

언론을 통해 보이는 이러한 모습은, 당국의 철저한 통제 하에 이루어진다는 게 북한 방송원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북한 조선중앙 방송에서도 중앙 선전선동부에서 지시를 내리면 거기에 따라야 되거든요. 그래서‘이번에 김정은 장군에 대한 우상화를 이런 식으로 하시오. 할아버지를 닮은 모습이라든지, 배짱과 담력을 부각해서 촬영하고 이런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시오.’하면 그에 맞게 진행하고..."

이런 연출을 통한 김정은 우상화는 최근 들어 더욱 노골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22일,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과거 유치원을 방문한 김정은의 일화를 소개했다.

<녹취> 2012년 7월 당시 : "종합놀이장에 들리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의사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정겹게 보아주셨습니다."

김정은이 병원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자신도 진찰을 해달라며 어울렸다는 내용..

이는 생전 어린이들에게 유독 많은 관심을 보였던 김일성의 행보를 꼭 닮았다.

또, 이발사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꾼들에 둘러싸여 기타를 쳤다는 등의 일화도 보도됐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연상시켜, 이른바 ‘애민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김일성 시대에 상대적으로 북한 체제에서 뭔가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이라든가 국가 발전에 대한 어떤 것들을 걸었었던 그 시대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아무래도 김정은이라고 하는 존재 자체가 낯선 나이 많은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그래도 김일성을 다시 본다고 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열흘 앞으로 다가온 김정일의 생일 ‘광명성절’도, 우상화의 계기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최근 북한 TV에서 연속 방영되고 있는 김정일 기록영화..

각종 군 시설을 비롯해 생산 공장 등 김정일의 다양한 현지지도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 집중 부각되는 건, 김정일의 곁을 지키는 후계자 시절 김정은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단결하고 또 단결하여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라고. 이것이 어버이장군님이 남기신 절절한 당부셨습니다."

김정일의 유훈을 빌어,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과거 행적에 대한 새로운 선전도 나왔다.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당시 김정일을 따라 현지지도를 다닌 경험으로 인해 주민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는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1일) : "장군님(김정일)의 그 강행군 길에 나(김정은)의 발걸음을 맞춰 나갔다고, 나는 고난의 행군 전 기간 장군님을 모시고 인민들과 함께 있었다고 감회 깊이 회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1990년대 당시, 김정은은 대부분을 유학 중인 스위스에서 보냈다.

거짓 선전전까지 동원하면서, 북한 당국이 김정은 우상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자체가 사실은 갑작스럽게 최고 권력자로 등장을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지도 역량이라든가 경륜이라든가 이런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을 거예요. 이것을 어떤 의미에서 좀 보완하기 위해서.."

김정은 시대 들어 스포츠도 우상화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다양한 체육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담은 특집 프로그램...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축구선수들이, 공항에 마중 나온 김정은에게 만세를 외친다.

<녹취> "승리의 최고 화신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 영광, 영광을 드리자. 만세!"

이들은 대회 출전 전 김정은에게 승리를 서약한 ‘맹세문’까지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군인들이 장총을 치켜들고 군복 차림으로 수영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담겨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체육 경기들이 이채롭게 진행되는 속에 우리 혁명 무력의 전투력은 비상히 강화되었고..."

각종 예술단이 선두에서 우상화를 주도하는 것도 선대와 달라진 점이다.

<녹취> 모란봉악단 ‘인민의 환희’ : "우린 무엇도 부럽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

지난 2012년 김정은의 지시하에 전격 창단한 모란봉 악단.

체제 선전과 김정은 찬양 노래 일색이지만, 이들의 인기는 북한에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주민들이 좋아하는 미인들이 딱 TV에 나오잖아요. 노래도 좀 더 활발하고 재미있게 해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를 자연스럽게 찬양할 수 있게 그렇게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주민들이 뭐 ‘가리라 백두산으로’그 노래 딱 들어보면 사람들이 따라 하지 않고는 안 견딜 정도로 그렇게 막 부르더라고요."

이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는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와도 맞물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에 있어서 당이라고 하는 것은 곧 수령입니다. 수령이 당이고 당이 수령이다 하는 이런 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당 대회는 바로 수령의 행사라고 볼 수가 있고, 또 수령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기회라고 볼 수가 있고, 또 수령의 권력을 정통성을 강화하는 그런 기회라고 볼 수가 있죠."

핵실험 이후 조성된 위기 국면에서 우상화를 통한 체제 결속으로 대응에 나선 북한!

북한이 또 한 번의 미사일 도발을 예고한 가운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는 당 대회가 열리는 오는 5월까지 더욱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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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6 08:23:03
    • 수정2016-02-06 0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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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북한은 우상화를 통한 체제 결속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절대 충성을 맹세하는 각종 찬양시와 노래가 쏟아지고 있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미지까지 빌려 우상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인데요.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정국에서 한층 노골화되고 있는 김정은 우상화.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혹한의 공사장.

둘씩 짝을 이룬 여성들이 한 명은 정을 붙잡고, 다른 한 명은 망치로 바위 깨기에 여념이 없다.

여성 돌격대원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함마 대오’..

<녹취> 북한 기록영화(‘영웅청년신화는 이렇게 창조되었다’) : "함마전에 금방 잡혔던 물집이 터져 밥숟가락도 다 제대로 잡지 못하게 쓰리고 아팠지만, 오히려 웃음을 띄우고 또다시 힘있게 함마를 틀어잡는 처녀돌격대원들.."

최근 북한 TV가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청년 활약상을 다룬 프로그램 속 한 장면이다.

얼음을 깨고 맨몸으로 강에 들어가 다리를 만드는 청년 돌격대원들의 모습도 전파를 탔다.

<녹취> "아버지 장군님!"

백두산 1,2호 발전소 건설 과정을 담은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바로 수천 명이 한데 모여 울부짖듯 찬양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녹취> "자나 깨나 뵙고 싶은 우리의 장군님..."

김정일에 대한 찬양은 곧바로 아들인 김정은으로 이어진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영웅청년신화는 이렇게 창조되었다’) : "한 삽을 이겨도 등짐을 하나 져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맨 앞장에서 받들어 나갈 신념의 맹세가 온 건설장에 화산같이 타 번졌습니다."

김정은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맹세는 북한 TV에서 방송되는 노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26일 첫선을 보인 노래 ‘우리의 신념’.

<녹취> ‘우리의 신념’(김정은 찬양 신곡) : "우리 신념 누가 꺾으랴 김정은 동지만을 옹위해 가리라."

어떠한 시련이 와도 김정은을 따르겠다는 ‘결사옹위’가 주된 내용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찬양가와 특집 프로그램을 쏟아내며 체제 결속을 본격화하고 나선 건 지난달 초 4차 핵실험 발표 이후부터다.

핵실험 발표 당일부터 열흘간, 북한 TV를 통해 쏟아진 찬양 시는 모두 열여덟 편..

핵실험을 ‘정당한 자의적 조치’라 주장하는 이들 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김정은에 대한 묘사다.

<녹취> "강철의 명장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천하제일강국의 위용 떨치는 내 조국.."

자칭 수소탄 실험을 김정은의 업적으로 돌림으로써, 김정은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이라든가 소위 장거리 미사일, 소위 로켓이라고 하는데 위성이라고 하죠. 이런 것을 과시함으로써 이 자체가 바로 김정은의 지도력이다, 이런 역량이 있다, 이 역량 이외에도 신비적인 역량도 많이 갖추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상화를 만들어나간다고 볼 수가 있죠."

핵실험 이후 북한 사회 전역에 김정은 우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지난달 16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

핵실험 최종 명령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옆으로, 정전협정 문건에 비준하는 젊은 시절 김일성의 사진이 실려 있다.

통일신보는 ‘김정은의 서명 모습을 본 사람들의 뇌리에 불현듯 떠올려지는 역사의 화폭이 있었다’며, 그것은 다름 아닌 김일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4월,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맞아 성대하게 개최된 열병식..

이날은 3대 세습을 이어받은 김정은이 처음 대중 앞에서 연설한 날이기도 했다.

<녹취> 2012년 4월 15일, 김정은 첫 육성 연설 : "백전백승의 기치이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와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

TV를 통해 김정은의 연설 모습을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놀라움은 컸다고 한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첫 시기에 2012년도에 김정은이 나와서 연설을 하니까 사람들이 처음에는‘어? 혹시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지 않나?’이렇게 사람들이 희망을 잠깐 가진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네. 겉모습이 너무 김일성하고 흡사하게 생겼다. 목소리도 비슷하고."

할아버지를 꼭 빼닮은 외모와 목소리 톤, 그리고 구호를 외치며 한 손가락을 치켜드는 특유의 제스처까지.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인 김정은의 모습이 과거 김일성과 매우 흡사했던 것이다.

북한 언론은 아예 김정은의 연설이 김일성을 떠올리게 한다고 선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역사의 그 날, 조국개선 연설을 하시던 우리 수령님 음성 그대로였고..."

이른바 ‘김일성 따라하기’는, 가장 대표적인 김정은 우상화 전략이다.

양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배를 내민 채 골반을 흔들며 걸어가는 김정은...

이는 과거 김일성의 걸음걸이와 유사하다.

담배를 즐겨 피우거나, 밀짚모자와 지팡이 등 장신구를 착용한 모습에서도, 김일성이 연상된다.

언론을 통해 보이는 이러한 모습은, 당국의 철저한 통제 하에 이루어진다는 게 북한 방송원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북한 조선중앙 방송에서도 중앙 선전선동부에서 지시를 내리면 거기에 따라야 되거든요. 그래서‘이번에 김정은 장군에 대한 우상화를 이런 식으로 하시오. 할아버지를 닮은 모습이라든지, 배짱과 담력을 부각해서 촬영하고 이런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시오.’하면 그에 맞게 진행하고..."

이런 연출을 통한 김정은 우상화는 최근 들어 더욱 노골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22일,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과거 유치원을 방문한 김정은의 일화를 소개했다.

<녹취> 2012년 7월 당시 : "종합놀이장에 들리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의사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정겹게 보아주셨습니다."

김정은이 병원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자신도 진찰을 해달라며 어울렸다는 내용..

이는 생전 어린이들에게 유독 많은 관심을 보였던 김일성의 행보를 꼭 닮았다.

또, 이발사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꾼들에 둘러싸여 기타를 쳤다는 등의 일화도 보도됐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연상시켜, 이른바 ‘애민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김일성 시대에 상대적으로 북한 체제에서 뭔가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이라든가 국가 발전에 대한 어떤 것들을 걸었었던 그 시대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아무래도 김정은이라고 하는 존재 자체가 낯선 나이 많은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그래도 김일성을 다시 본다고 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열흘 앞으로 다가온 김정일의 생일 ‘광명성절’도, 우상화의 계기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최근 북한 TV에서 연속 방영되고 있는 김정일 기록영화..

각종 군 시설을 비롯해 생산 공장 등 김정일의 다양한 현지지도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 집중 부각되는 건, 김정일의 곁을 지키는 후계자 시절 김정은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단결하고 또 단결하여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라고. 이것이 어버이장군님이 남기신 절절한 당부셨습니다."

김정일의 유훈을 빌어,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과거 행적에 대한 새로운 선전도 나왔다.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당시 김정일을 따라 현지지도를 다닌 경험으로 인해 주민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는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1일) : "장군님(김정일)의 그 강행군 길에 나(김정은)의 발걸음을 맞춰 나갔다고, 나는 고난의 행군 전 기간 장군님을 모시고 인민들과 함께 있었다고 감회 깊이 회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1990년대 당시, 김정은은 대부분을 유학 중인 스위스에서 보냈다.

거짓 선전전까지 동원하면서, 북한 당국이 김정은 우상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자체가 사실은 갑작스럽게 최고 권력자로 등장을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지도 역량이라든가 경륜이라든가 이런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을 거예요. 이것을 어떤 의미에서 좀 보완하기 위해서.."

김정은 시대 들어 스포츠도 우상화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다양한 체육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담은 특집 프로그램...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축구선수들이, 공항에 마중 나온 김정은에게 만세를 외친다.

<녹취> "승리의 최고 화신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 영광, 영광을 드리자. 만세!"

이들은 대회 출전 전 김정은에게 승리를 서약한 ‘맹세문’까지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군인들이 장총을 치켜들고 군복 차림으로 수영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담겨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체육 경기들이 이채롭게 진행되는 속에 우리 혁명 무력의 전투력은 비상히 강화되었고..."

각종 예술단이 선두에서 우상화를 주도하는 것도 선대와 달라진 점이다.

<녹취> 모란봉악단 ‘인민의 환희’ : "우린 무엇도 부럽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

지난 2012년 김정은의 지시하에 전격 창단한 모란봉 악단.

체제 선전과 김정은 찬양 노래 일색이지만, 이들의 인기는 북한에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인터뷰> 송지영(前 북한 아나운서) : "주민들이 좋아하는 미인들이 딱 TV에 나오잖아요. 노래도 좀 더 활발하고 재미있게 해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를 자연스럽게 찬양할 수 있게 그렇게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주민들이 뭐 ‘가리라 백두산으로’그 노래 딱 들어보면 사람들이 따라 하지 않고는 안 견딜 정도로 그렇게 막 부르더라고요."

이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는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와도 맞물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에 있어서 당이라고 하는 것은 곧 수령입니다. 수령이 당이고 당이 수령이다 하는 이런 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당 대회는 바로 수령의 행사라고 볼 수가 있고, 또 수령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기회라고 볼 수가 있고, 또 수령의 권력을 정통성을 강화하는 그런 기회라고 볼 수가 있죠."

핵실험 이후 조성된 위기 국면에서 우상화를 통한 체제 결속으로 대응에 나선 북한!

북한이 또 한 번의 미사일 도발을 예고한 가운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는 당 대회가 열리는 오는 5월까지 더욱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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