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동에 월급 13만 원…광길 씨는 현대판 노예

입력 2016.02.23 (21:34) 수정 2016.02.23 (22: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벌써 2년전 일이죠?

장애인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킨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을 기억나실 겁니다.

경북 상주의 한 농촌에도 중노동에 시달리며, 마치 노예같은 삶을 살고 있는 50대 농민이 있었습니다.

류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낡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소에게 줄 볏짚을 모읍니다.

농번기가 아닌데도, 일은 오전 내내 계속됩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내가 볼때 매일 같이 소풀을 잔뜩 해 오더라고..."

볏집을 싣고 집에 도착한 뒤엔 소 사료를 먹입니다.

비로소 창고 옆 숙소에서 맨밥을 물에 말아, 된장 하나를 반찬 삼아 허겁지겁 식사를 합니다.

<녹취> 이광길 씨(농민) : "어떤 때는 (주인집에) 밥 푸러 가면 문을 꼭 잠가 놓고 어디 나가고 없어요. 그러면 그날은 굶는 거예요."

취재진에게 두려운 듯, 계속 나가라고 손짓하는 이광길 씨.

<녹취> "주인 눈치 채기 전에 빨리 나가요"

이광길 씨는 한 농민 집에 머무르며 그 집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5년 째, 주민들은 10만 제곱미터의 벼 농사를 사실상 도맡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기계로 하는 건 주인이 하고, 손으로 된 다 싶은 건 건 전부다 얘가 다 하는 셈이죠."

그런데도 이광길 씨의 임금은 한달에 13만 원이 전부.

하루종일 일한 품삯이 5천원도 안되는 겁니다.

이 씨는 무엇보다 계속되는 집주인의 폭언과 폭행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주장합니다.

논에 물을 잘 대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휘두른 삽에 맞아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조금 일이 없는 철에는 애(이광길)를 잡습니다. 반 잡아...완전 노예입니다,노예. 옛날 말 그대로.."

사정이 이렇지만 가족도 없고, 글도 모르는 이 씨 스스로는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녹취> 이광길 씨(농민) : "제일 걱정되는게 사람한테 한 번 놀래가지고 한 번 그러고 나서는 사람만 보면 겁이나 해코지 할까 싶어서..."

집주인은 임금을 적게 준 것은 인정했지만 일을 시키거나, 폭행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 모 씨(이광길 씨 고용 농민) : "(일을) 잘 안시키지요.이것 좀 해와라 이러죠. 그 사람이 사장이고, 제가 일꾼이에요."

누구도 눈길을 주지 못한 사이, 온전치 못한 사회적 약자가 온갖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재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중노동에 월급 13만 원…광길 씨는 현대판 노예
    • 입력 2016-02-23 21:37:46
    • 수정2016-02-23 22:09:40
    뉴스 9
<앵커 멘트>

벌써 2년전 일이죠?

장애인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킨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을 기억나실 겁니다.

경북 상주의 한 농촌에도 중노동에 시달리며, 마치 노예같은 삶을 살고 있는 50대 농민이 있었습니다.

류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낡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소에게 줄 볏짚을 모읍니다.

농번기가 아닌데도, 일은 오전 내내 계속됩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내가 볼때 매일 같이 소풀을 잔뜩 해 오더라고..."

볏집을 싣고 집에 도착한 뒤엔 소 사료를 먹입니다.

비로소 창고 옆 숙소에서 맨밥을 물에 말아, 된장 하나를 반찬 삼아 허겁지겁 식사를 합니다.

<녹취> 이광길 씨(농민) : "어떤 때는 (주인집에) 밥 푸러 가면 문을 꼭 잠가 놓고 어디 나가고 없어요. 그러면 그날은 굶는 거예요."

취재진에게 두려운 듯, 계속 나가라고 손짓하는 이광길 씨.

<녹취> "주인 눈치 채기 전에 빨리 나가요"

이광길 씨는 한 농민 집에 머무르며 그 집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5년 째, 주민들은 10만 제곱미터의 벼 농사를 사실상 도맡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기계로 하는 건 주인이 하고, 손으로 된 다 싶은 건 건 전부다 얘가 다 하는 셈이죠."

그런데도 이광길 씨의 임금은 한달에 13만 원이 전부.

하루종일 일한 품삯이 5천원도 안되는 겁니다.

이 씨는 무엇보다 계속되는 집주인의 폭언과 폭행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주장합니다.

논에 물을 잘 대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휘두른 삽에 맞아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조금 일이 없는 철에는 애(이광길)를 잡습니다. 반 잡아...완전 노예입니다,노예. 옛날 말 그대로.."

사정이 이렇지만 가족도 없고, 글도 모르는 이 씨 스스로는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녹취> 이광길 씨(농민) : "제일 걱정되는게 사람한테 한 번 놀래가지고 한 번 그러고 나서는 사람만 보면 겁이나 해코지 할까 싶어서..."

집주인은 임금을 적게 준 것은 인정했지만 일을 시키거나, 폭행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 모 씨(이광길 씨 고용 농민) : "(일을) 잘 안시키지요.이것 좀 해와라 이러죠. 그 사람이 사장이고, 제가 일꾼이에요."

누구도 눈길을 주지 못한 사이, 온전치 못한 사회적 약자가 온갖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재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