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임박…“첫승부, 심리적 압박 변수”

입력 2016.03.07 (17:02) 수정 2016.03.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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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이 임박했다. '인간 vs 컴퓨터'의 머리 싸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3월 9일 첫 바둑대결을 벌인다. 9일에 이어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까지 다섯 번의 대국이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펼쳐진다.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바둑계와 과학계, 일반인들도 승부를 점치며 주시하고 있다. 인간의 자존심을 건 '승리 예상'과 과학기술의 무서운 힘을 인정하는 '패배 예측'까지, 결과를 놓고 전망과 평론이 무성하다.

바둑계, 일반인 “이세돌 승리 예상”

중국 바둑랭킹 1위인 커제 9단은 "저에게 100위안이 있다면, 이세돌이 이긴다고 확신하고 100%를 걸겠다"며 "정상급 기사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짧은 시간에 프로에 입단한 실력으로 정상급 기사를 이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도 알파고의 실력이 빨리 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보 내용을 보면 알파고가 지금 실력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바둑계에서도 '이세돌 승리' 전망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 과반수도 이세돌 9단 승리를 예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19∼22일 성인 1천3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0%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56.3%는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쳤다. 이세돌 9단이 전승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2.9%, 이세돌 9단이 4:1승 또는 3:2승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3.4%였다. 응답자의 31.1%는 알파고의 우세를 예상했는데, 알파고의 전승을 예상한 응답자 비율은 11.3%, 알파고의 4:1승 또는 3:2승을 예상한 응답은 19.8%로 나타났다.



과학계 “알파고가 이길 수도”

과학계는 '이세돌 승리' 예상이 더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알파고는 단기 전략은 우수하지만 멀리 내다보고 미리 수를 쓰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이세돌 기사가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등은 스스로 학습하며 지능을 키우는 '딥러닝'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알파고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첫 승부 중요…심리적 압박 변수’

첫 승부가 결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이 첫 번째 판에서 진다면 대국의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 첫 번째 판이 굉장히 중요하다. 첫 판을 보면 나머지 판의 윤곽도 어느 정도 나온다. 이세돌 9단이 첫 판을 이기더라도 힘겹게 이긴다면 승부는 알 수 없게 된다" 이세돌 9단의 현재 실력이 월등히 앞선다고 하더라도 변수는 또 있다.

이세돌 9단이 5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패해, 농심배 우승컵은 중국이 가져갔다.이세돌 9단이 5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패해, 농심배 우승컵은 중국이 가져갔다.


컴퓨터와 달리 사람은 경기 당일 몸 상태나 외부 환경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세돌 9단의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이 굉장히 클 것이란 게 바둑계 관측이다. 이세돌 9단은 5일 중국에서 열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현지 랭킹 1위인 커제 9단에게 패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란 것이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대국을 치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도 가장 큰 패인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꼽았다.

[연관 기사]
☞ “이세돌 완승할 것…인간패배 전망도  
☞ 알파고 끝없는 진화…“이세돌 도전은 시기상조”  

“바둑은 단순한 수싸움 아니다, 인생 담겨”

승부를 넘어서 '바둑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원로 바둑인 김인(73) 9단은 "프로 기사로서, 모두가 이세돌의 승리를 바란다"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바둑에는 인생의 본질이 담겨있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 바둑은 단순한 수싸움이 아니다"고 말한다.



알파고가 정확한 계산으로 수를 예측해 인간 최고의 프로기사를 이기는 날이 온다 해도, 바둑판에 돌을 한 수 한 수 두면서 느끼는 인생의 뜻까지 기술에 빼앗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김인 9단은 19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간 일인자 자리를 지킨 바둑계의 거목이다. 15세에 프로기사로 입단한 김인 9단은 1966년부터 국내 최고(最古)의 기전인 국수전을 6연패 하면서 '영원한 국수'로 추앙받고 있다.

2월 28일 서울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많은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의 구글 인공지능 연구 기관 딥마인드(Deep 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화상통화로 설명하고 있다. 2월 28일 서울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많은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의 구글 인공지능 연구 기관 딥마인드(Deep 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화상통화로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 집중…KBS 2TV, news.kbs.co.kr 생중계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월 22일 한국기원 대국장의 기자회견에 AP, AFP 등 해외 통신사 기자까지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영국의 BBC와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에서 이세돌 9단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바둑이 전파되지 않은 아랍권의 통신사 알자지라도 이세돌 9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이 이번 대국을 직접 보기 위해 또다시 한국을 찾는다. KBS는 9일(수) 낮 12시 40분부터 2시까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TV와 news.kbs.co.kr을 통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 Go)의 세기의 대결 제1국을 생중계 방송한다. KBS는 구글 딥마인드가 제작하는 국제신호를 현장 중계차에서 직접 제공 받아 KBS 스튜디오와 연계해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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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대결 임박…“첫승부, 심리적 압박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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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3-08 20:37:42
    취재K
세기의 대결이 임박했다. '인간 vs 컴퓨터'의 머리 싸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3월 9일 첫 바둑대결을 벌인다. 9일에 이어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까지 다섯 번의 대국이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펼쳐진다.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바둑계와 과학계, 일반인들도 승부를 점치며 주시하고 있다. 인간의 자존심을 건 '승리 예상'과 과학기술의 무서운 힘을 인정하는 '패배 예측'까지, 결과를 놓고 전망과 평론이 무성하다.

바둑계, 일반인 “이세돌 승리 예상”

중국 바둑랭킹 1위인 커제 9단은 "저에게 100위안이 있다면, 이세돌이 이긴다고 확신하고 100%를 걸겠다"며 "정상급 기사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짧은 시간에 프로에 입단한 실력으로 정상급 기사를 이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도 알파고의 실력이 빨리 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보 내용을 보면 알파고가 지금 실력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바둑계에서도 '이세돌 승리' 전망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 과반수도 이세돌 9단 승리를 예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19∼22일 성인 1천3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0%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56.3%는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쳤다. 이세돌 9단이 전승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2.9%, 이세돌 9단이 4:1승 또는 3:2승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3.4%였다. 응답자의 31.1%는 알파고의 우세를 예상했는데, 알파고의 전승을 예상한 응답자 비율은 11.3%, 알파고의 4:1승 또는 3:2승을 예상한 응답은 19.8%로 나타났다.



과학계 “알파고가 이길 수도”

과학계는 '이세돌 승리' 예상이 더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알파고는 단기 전략은 우수하지만 멀리 내다보고 미리 수를 쓰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이세돌 기사가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등은 스스로 학습하며 지능을 키우는 '딥러닝'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알파고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첫 승부 중요…심리적 압박 변수’

첫 승부가 결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이 첫 번째 판에서 진다면 대국의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 첫 번째 판이 굉장히 중요하다. 첫 판을 보면 나머지 판의 윤곽도 어느 정도 나온다. 이세돌 9단이 첫 판을 이기더라도 힘겹게 이긴다면 승부는 알 수 없게 된다" 이세돌 9단의 현재 실력이 월등히 앞선다고 하더라도 변수는 또 있다.

이세돌 9단이 5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패해, 농심배 우승컵은 중국이 가져갔다.

컴퓨터와 달리 사람은 경기 당일 몸 상태나 외부 환경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세돌 9단의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이 굉장히 클 것이란 게 바둑계 관측이다. 이세돌 9단은 5일 중국에서 열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현지 랭킹 1위인 커제 9단에게 패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란 것이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대국을 치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도 가장 큰 패인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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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끝없는 진화…“이세돌 도전은 시기상조”  

“바둑은 단순한 수싸움 아니다, 인생 담겨”

승부를 넘어서 '바둑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원로 바둑인 김인(73) 9단은 "프로 기사로서, 모두가 이세돌의 승리를 바란다"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바둑에는 인생의 본질이 담겨있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 바둑은 단순한 수싸움이 아니다"고 말한다.



알파고가 정확한 계산으로 수를 예측해 인간 최고의 프로기사를 이기는 날이 온다 해도, 바둑판에 돌을 한 수 한 수 두면서 느끼는 인생의 뜻까지 기술에 빼앗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김인 9단은 19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간 일인자 자리를 지킨 바둑계의 거목이다. 15세에 프로기사로 입단한 김인 9단은 1966년부터 국내 최고(最古)의 기전인 국수전을 6연패 하면서 '영원한 국수'로 추앙받고 있다.

2월 28일 서울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많은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의 구글 인공지능 연구 기관 딥마인드(Deep 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화상통화로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 집중…KBS 2TV, news.kbs.co.kr 생중계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월 22일 한국기원 대국장의 기자회견에 AP, AFP 등 해외 통신사 기자까지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영국의 BBC와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에서 이세돌 9단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바둑이 전파되지 않은 아랍권의 통신사 알자지라도 이세돌 9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이 이번 대국을 직접 보기 위해 또다시 한국을 찾는다. KBS는 9일(수) 낮 12시 40분부터 2시까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TV와 news.kbs.co.kr을 통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 Go)의 세기의 대결 제1국을 생중계 방송한다. KBS는 구글 딥마인드가 제작하는 국제신호를 현장 중계차에서 직접 제공 받아 KBS 스튜디오와 연계해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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