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골프채가 부러질 때까지…” 이번엔 ‘악마 선배’

입력 2016.03.10 (08:34) 수정 2016.03.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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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제자를 때리고 강제로 인분까지 먹인 교수.

동기생에게 집 청소를 시키고 성적 학대까지 한 동기생.

기억하십니까?

악마 교수, 악마 동기생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사회에 충격을 주었는데요.

이런 엽기적인 사건이 이번엔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대학원에서 일어났습니다.

선배가 후배를 골프채로 때리고 변기에 든 물을 마시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해왔다는데요.

피해자는 무려 3년 동안 선배의 끔찍한 가혹행위를 참아왔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왜 이런 가혹행위를 신고조차 하지 않은 건지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9월, 유 모 씨의 어머니는 자고 있는 아들의 방에 들어갔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들의 몸 곳곳이 새까맣게 멍들어 있었던 겁니다.

아들은 서울의 명문 사립대 대학원생이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맞고 와서 (몸에서) 너무 열이 나니까 (옷을) 다 벗고 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이걸 알 수 있었죠. 한 번 이러니까 맨날 내가 (아들을) 조사하게 되는 거죠."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참다못한 어머니는 아들을 추궁했습니다.

힘겹게 입을 연 유 씨는 대학원 선배인 김모 씨에게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아들의 절친한 선배, 어머니도 김 씨를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얘가 좋은 선배를 만났대요. "내가 같이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고 굉장히 좋게 저한테 얘기했어요."

좋은 선후배 관계였다는 두 사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 씨는 지난 2009년, 대학 전공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 같은 과 선배인 김 씨와 친해졌습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매일매일 붙어 있다고 보시면 돼요. 말을 되게 잘해요. 거기에다 대외적으로는 굉장히 신사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이후 선배 김 씨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교수를 꿈꾸던 유 씨 역시 지난 2012년 김 씨와 같은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논문을 쓰는 등 같이 공부하게 됐는데요.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대학원 (공부)도 해야 하고 지도교수님도 도와야 하고 이러다 보니까……. 지도교수가 따로 있는데 (김 씨가) "내 지도교수 일 좀 도와줘."라는 게 거의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고……."

선배 김 씨가 부탁을 했는데 유 씨가 바쁜 일정 탓에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하자, 선배 김 씨가 때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폭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상습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유 씨는 골프채가 부러질 때까지 맞은 적도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골프채로 맞았던 게 제일 힘들었고 나중에는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걸 아니까 빈도가 높아졌죠."

두 사람이 함께 논문 작업을 했다는 대학원의 연구솝니다.

옆방을 썼던 대학원생들은 사람을 때리는 듯한 소리나 욕설을 자주 들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해당 대학 대학원생(음성변조) : "맞는 소리가 들려요. 여기 벽에 부딪히고 저희 책상이 흔들려요. 일단 소리 들리면 저희(끼리) "또 시작됐다." 이랬어요."

지난해 8월, 두 사람이 함께 학술 세미나에 참석했을 땐 호텔 방안에서도 폭행이 이뤄졌다는데요.

방을 청소한 직원이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해당 호텔 관계자(음성변조) : "(청소 직원이) 침대 커버에 좀 피가 묻어있었고 TV 장식장이 있는데 피가 튀어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자비한 폭행은 무려 3년 동안이나 계속됐고, 선배 김 씨는 유 씨에게 점점 더 가혹해졌다고 합니다.

김 씨는 논문 작업을 핑계로 유 씨에게 5분마다 위치를 보고하게 하며, 유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또, 심지어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게 하거나 변기 물을 마시게 하는 등 엽기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유 씨를 괴롭혔다는데요.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군대에서 하는 거 있잖아요. '누구하고 부르면 이병 누구'처럼 뭐 하다가 제 이름이 나오면 'XXX(욕설)' 복창해야 하는 것도 했고 그럴 땐 되게 힘들었죠."

그런데 왜, 유 씨는 이런 폭행과 가혹행위를 그저 참고만 있었던 걸까.

유 씨는 선배 김 씨의 아버지가 수도권에 있는 대학의 교수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곧 있으면 강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든지 "아버지가 학교에서 힘쓰고 있다." (김 씨가)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래서 맞아도 계속 참고 버텨서 나중에 교수라도 되면 뭔가 이 힘든 게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겠지 하고…….

교수가 꿈이었던 유 씨는 김 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실제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교수인 김 씨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도 한 데다, 지난해에는 한 학기 동안 김 씨가 아버지가 있는 대학에 출강하게 되자 유 씨의 이런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고 합니다.

뒤늦게 모든 일을 알게 된 유 씨 어머니는 선배 김 씨에게 수차례 항의했는데요.

김 씨는 그럴 때마다 조금만 참으면 아들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대답만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과일 장사를 해도 너 스스로 하지 왜 걔한테 붙어서 하느냐……. 교수가 된다 한들 걔한테 벗어날 수 있겠어요? 왜 참았느냐 그랬더니 (아들이) 곧 잡힌다는 거예요. (교수 임용이) 보인다는 거예요."

유 씨는 점점 더 극심해지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결국 김 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폭행 등 일부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가해 학생은 전부 인정하지 않고 절반 정도는 인정했다……. 너무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게 됐다……."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난 김 씨는 다른 사람의 배경에만 기대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지난날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요령 피우다가 제풀에 넘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어리석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조사를 마친 경찰은 김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씨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피해자 유 씨가 제출한 증거 자료를 분석해 사실관계를 밝힐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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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골프채가 부러질 때까지…” 이번엔 ‘악마 선배’
    • 입력 2016-03-10 08:35:14
    • 수정2016-03-10 09: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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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제자를 때리고 강제로 인분까지 먹인 교수.

동기생에게 집 청소를 시키고 성적 학대까지 한 동기생.

기억하십니까?

악마 교수, 악마 동기생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사회에 충격을 주었는데요.

이런 엽기적인 사건이 이번엔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대학원에서 일어났습니다.

선배가 후배를 골프채로 때리고 변기에 든 물을 마시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해왔다는데요.

피해자는 무려 3년 동안 선배의 끔찍한 가혹행위를 참아왔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왜 이런 가혹행위를 신고조차 하지 않은 건지 오늘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9월, 유 모 씨의 어머니는 자고 있는 아들의 방에 들어갔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들의 몸 곳곳이 새까맣게 멍들어 있었던 겁니다.

아들은 서울의 명문 사립대 대학원생이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맞고 와서 (몸에서) 너무 열이 나니까 (옷을) 다 벗고 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이걸 알 수 있었죠. 한 번 이러니까 맨날 내가 (아들을) 조사하게 되는 거죠."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참다못한 어머니는 아들을 추궁했습니다.

힘겹게 입을 연 유 씨는 대학원 선배인 김모 씨에게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아들의 절친한 선배, 어머니도 김 씨를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얘가 좋은 선배를 만났대요. "내가 같이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고 굉장히 좋게 저한테 얘기했어요."

좋은 선후배 관계였다는 두 사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 씨는 지난 2009년, 대학 전공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 같은 과 선배인 김 씨와 친해졌습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매일매일 붙어 있다고 보시면 돼요. 말을 되게 잘해요. 거기에다 대외적으로는 굉장히 신사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이후 선배 김 씨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교수를 꿈꾸던 유 씨 역시 지난 2012년 김 씨와 같은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논문을 쓰는 등 같이 공부하게 됐는데요.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대학원 (공부)도 해야 하고 지도교수님도 도와야 하고 이러다 보니까……. 지도교수가 따로 있는데 (김 씨가) "내 지도교수 일 좀 도와줘."라는 게 거의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고……."

선배 김 씨가 부탁을 했는데 유 씨가 바쁜 일정 탓에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하자, 선배 김 씨가 때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폭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상습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유 씨는 골프채가 부러질 때까지 맞은 적도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골프채로 맞았던 게 제일 힘들었고 나중에는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걸 아니까 빈도가 높아졌죠."

두 사람이 함께 논문 작업을 했다는 대학원의 연구솝니다.

옆방을 썼던 대학원생들은 사람을 때리는 듯한 소리나 욕설을 자주 들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해당 대학 대학원생(음성변조) : "맞는 소리가 들려요. 여기 벽에 부딪히고 저희 책상이 흔들려요. 일단 소리 들리면 저희(끼리) "또 시작됐다." 이랬어요."

지난해 8월, 두 사람이 함께 학술 세미나에 참석했을 땐 호텔 방안에서도 폭행이 이뤄졌다는데요.

방을 청소한 직원이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해당 호텔 관계자(음성변조) : "(청소 직원이) 침대 커버에 좀 피가 묻어있었고 TV 장식장이 있는데 피가 튀어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자비한 폭행은 무려 3년 동안이나 계속됐고, 선배 김 씨는 유 씨에게 점점 더 가혹해졌다고 합니다.

김 씨는 논문 작업을 핑계로 유 씨에게 5분마다 위치를 보고하게 하며, 유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또, 심지어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게 하거나 변기 물을 마시게 하는 등 엽기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유 씨를 괴롭혔다는데요.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군대에서 하는 거 있잖아요. '누구하고 부르면 이병 누구'처럼 뭐 하다가 제 이름이 나오면 'XXX(욕설)' 복창해야 하는 것도 했고 그럴 땐 되게 힘들었죠."

그런데 왜, 유 씨는 이런 폭행과 가혹행위를 그저 참고만 있었던 걸까.

유 씨는 선배 김 씨의 아버지가 수도권에 있는 대학의 교수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곧 있으면 강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든지 "아버지가 학교에서 힘쓰고 있다." (김 씨가)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래서 맞아도 계속 참고 버텨서 나중에 교수라도 되면 뭔가 이 힘든 게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겠지 하고…….

교수가 꿈이었던 유 씨는 김 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실제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교수인 김 씨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도 한 데다, 지난해에는 한 학기 동안 김 씨가 아버지가 있는 대학에 출강하게 되자 유 씨의 이런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고 합니다.

뒤늦게 모든 일을 알게 된 유 씨 어머니는 선배 김 씨에게 수차례 항의했는데요.

김 씨는 그럴 때마다 조금만 참으면 아들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대답만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과일 장사를 해도 너 스스로 하지 왜 걔한테 붙어서 하느냐……. 교수가 된다 한들 걔한테 벗어날 수 있겠어요? 왜 참았느냐 그랬더니 (아들이) 곧 잡힌다는 거예요. (교수 임용이) 보인다는 거예요."

유 씨는 점점 더 극심해지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결국 김 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폭행 등 일부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가해 학생은 전부 인정하지 않고 절반 정도는 인정했다……. 너무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게 됐다……."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난 김 씨는 다른 사람의 배경에만 기대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지난날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유○○(피해자/음성변조) : "요령 피우다가 제풀에 넘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어리석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조사를 마친 경찰은 김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씨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피해자 유 씨가 제출한 증거 자료를 분석해 사실관계를 밝힐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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