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채를 갚지 못하면”…‘원정 성매매’ 일당 적발

입력 2016.03.24 (08:32) 수정 2016.03.24 (10: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여성들의 선정적인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가 가득한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일본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이트인데요.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 여성들입니다.

한국 여성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원정 성매매에 나선 겁니다.

경찰이 조사를 했더니, 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건 아니었습니다.

성매매 업주와 사채업자가 결탁해 여성들에게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 준 뒤, 이를 갚지 못한 여성들을 해외로 보내 성매매를 시켜온 겁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해외 원정성매매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 도쿄에 있는 우구이스다니역 주변입니다.

유흥가이자 모텔촌인 이 지역에 얼마 전부터 한국인 여성들이 몰려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인터뷰> 이관길(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부산 지역 자체가 항만이 가깝고 그러다 보니까 일본에 보따리상 왕래가 잦은데 내국인들이 일본 지역에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했습니다.”

일본 유흥가에서 성매매하고 있다는 한국 여성들.

그런데 이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스스로 원해서 일본에 건너가 성매매에 나선 건 아니었습니다.

이들 뒤에는 여성들의 약점을 잡아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있었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여성들에게 원정 성매매를 강요한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일당이 여성들을 성매매 내모는데 이용한 수단은 다름 아닌 사채였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사채를 진 여성들에게 해외 성매매를 강요한 사채업자 등 47명을 검거했습니다. 그중에 3명을 구속하였고 나중에 (성매매 여성과 업소 주인) 44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진행 중입니다.”

이들 일당은 높은 이자로 사채를 빌려준 뒤 빚을 갚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해외로 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사채업을 겸해서 하는 업주도 있었고 사채만 전문적으로 하는데 국내에서 주점 종업원을 상대로 돈을 갚지 못하면 일본에 가면 월 3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권유해서 성매매를 알선한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 여성들의 프로필을 올려놓고선, 일본인 성 매수 남성들이 연락을 해오면 여성을 선택하게 하는 식으로 영업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은 일당과 성매매 여성들이 6:4로 나눴는데, 여성들의 수익 대부분은 사채를 갚는 데 사용됐습니다.

일당의 성매매 영업 방식은 전문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일본의 성매매 영업시 주의할 점과 성매수 남성을 만날 때 주의해야할 사항들을 적은 매뉴얼까지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 에티켓이라든지 표정관리, 성행위시 주의할 점 이런 부분들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그런 매뉴얼입니다.”

일당은 성매매를 견디지 못하고 여성들이 도망칠 것을 대비한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우선 여성들이 일본으로 들어오면 여권부터 빼앗았습니다.

또, 여성들끼리 서로를 감시하도록 연대 보증을 서게 했습니다.

만약 여성들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돈을 받고 오지에 있는 성매매 업소로 보내버렸습니다.

<인터뷰> 김관길(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윤 모 씨라는 여성인데 2천만 원을 처음에 빌려 가지고 갔는데 일을 하던 중에 돈을 다 못 갚게 되고 몸이 아파서 일을 다 못하고 금액을 다 못 갚으니까 일부를 갚기 위해서 여권도 뺏고 일본 다른 오지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일당의 영업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가 일부 여성들에 대해 원정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의심해 재입국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일당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냅니다.

일본 입국을 거부당한 여성들을 캐나다나 미국, 호주 등 다른 나라로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겁니다.

<인터뷰> 김관길(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관광 비자로 가면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거든요. 그 기간이 지나면 국내로 다시 입국을 해야 하니까 입국했다가 또다시 가려고 하면 성매매 쪽으로 의심을 해사 입국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캐나다나 다른 지역으로 매매를 알선한 (겁니다.)”

이런 원정 성매매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에는 마카오에서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고 2013년에도 모델, 연예인을 포함한 일본 원정 성매매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성매매에 관계되는 법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그런 법을 피해 가면서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많지 않다고 보고요. 일본 같은 경우는 성행위 자체 외에 있는 유사 성행위 같은 이런 부분들은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일본으로 가서 성매매하는 여성들이 늘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내 단속이 강화되자 해외 원정 성매매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해외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적발된 여성 역시 2009년 40명에서 2013년 283면으로 5년새 7배나 늘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자기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황폐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법에 정해져 있는 그런 수준 이상의 그런 이자를 요구하고 하는 이런 상황에서 끙끙 앓기보다는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 기관과 우리 사회 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늘어나는 원정 성매매.

성매매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 또 원정 성매매로 인한 피해 여성을 구제하기 위해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사채를 갚지 못하면”…‘원정 성매매’ 일당 적발
    • 입력 2016-03-24 08:34:57
    • 수정2016-03-24 10:33:33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여성들의 선정적인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가 가득한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일본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이트인데요.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 여성들입니다.

한국 여성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원정 성매매에 나선 겁니다.

경찰이 조사를 했더니, 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건 아니었습니다.

성매매 업주와 사채업자가 결탁해 여성들에게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 준 뒤, 이를 갚지 못한 여성들을 해외로 보내 성매매를 시켜온 겁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해외 원정성매매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 도쿄에 있는 우구이스다니역 주변입니다.

유흥가이자 모텔촌인 이 지역에 얼마 전부터 한국인 여성들이 몰려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인터뷰> 이관길(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부산 지역 자체가 항만이 가깝고 그러다 보니까 일본에 보따리상 왕래가 잦은데 내국인들이 일본 지역에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했습니다.”

일본 유흥가에서 성매매하고 있다는 한국 여성들.

그런데 이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스스로 원해서 일본에 건너가 성매매에 나선 건 아니었습니다.

이들 뒤에는 여성들의 약점을 잡아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있었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여성들에게 원정 성매매를 강요한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일당이 여성들을 성매매 내모는데 이용한 수단은 다름 아닌 사채였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사채를 진 여성들에게 해외 성매매를 강요한 사채업자 등 47명을 검거했습니다. 그중에 3명을 구속하였고 나중에 (성매매 여성과 업소 주인) 44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진행 중입니다.”

이들 일당은 높은 이자로 사채를 빌려준 뒤 빚을 갚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해외로 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사채업을 겸해서 하는 업주도 있었고 사채만 전문적으로 하는데 국내에서 주점 종업원을 상대로 돈을 갚지 못하면 일본에 가면 월 3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권유해서 성매매를 알선한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 여성들의 프로필을 올려놓고선, 일본인 성 매수 남성들이 연락을 해오면 여성을 선택하게 하는 식으로 영업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은 일당과 성매매 여성들이 6:4로 나눴는데, 여성들의 수익 대부분은 사채를 갚는 데 사용됐습니다.

일당의 성매매 영업 방식은 전문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일본의 성매매 영업시 주의할 점과 성매수 남성을 만날 때 주의해야할 사항들을 적은 매뉴얼까지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 에티켓이라든지 표정관리, 성행위시 주의할 점 이런 부분들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그런 매뉴얼입니다.”

일당은 성매매를 견디지 못하고 여성들이 도망칠 것을 대비한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우선 여성들이 일본으로 들어오면 여권부터 빼앗았습니다.

또, 여성들끼리 서로를 감시하도록 연대 보증을 서게 했습니다.

만약 여성들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돈을 받고 오지에 있는 성매매 업소로 보내버렸습니다.

<인터뷰> 김관길(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윤 모 씨라는 여성인데 2천만 원을 처음에 빌려 가지고 갔는데 일을 하던 중에 돈을 다 못 갚게 되고 몸이 아파서 일을 다 못하고 금액을 다 못 갚으니까 일부를 갚기 위해서 여권도 뺏고 일본 다른 오지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일당의 영업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가 일부 여성들에 대해 원정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의심해 재입국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일당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냅니다.

일본 입국을 거부당한 여성들을 캐나다나 미국, 호주 등 다른 나라로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겁니다.

<인터뷰> 김관길(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관광 비자로 가면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거든요. 그 기간이 지나면 국내로 다시 입국을 해야 하니까 입국했다가 또다시 가려고 하면 성매매 쪽으로 의심을 해사 입국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캐나다나 다른 지역으로 매매를 알선한 (겁니다.)”

이런 원정 성매매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에는 마카오에서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고 2013년에도 모델, 연예인을 포함한 일본 원정 성매매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대장/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성매매에 관계되는 법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그런 법을 피해 가면서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많지 않다고 보고요. 일본 같은 경우는 성행위 자체 외에 있는 유사 성행위 같은 이런 부분들은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일본으로 가서 성매매하는 여성들이 늘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내 단속이 강화되자 해외 원정 성매매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해외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적발된 여성 역시 2009년 40명에서 2013년 283면으로 5년새 7배나 늘었습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자기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황폐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법에 정해져 있는 그런 수준 이상의 그런 이자를 요구하고 하는 이런 상황에서 끙끙 앓기보다는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 기관과 우리 사회 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늘어나는 원정 성매매.

성매매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 또 원정 성매매로 인한 피해 여성을 구제하기 위해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