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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다문화 자녀 20만 명, 제도는 바뀌었지만…
입력 2016.03.24 (09:07) 수정 2016.03.25 (09:19) 취재후


[연관 기사] ☞ [집중진단] 다문화 학생, 이중 언어 구사…글로벌 인재로!

 ■ 나주 자매의 아픔

2007년 10월, 전남 나주시로 취재를 갔다. 장애 아동 교육을 전담으로 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자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당시 7살, 6살이던 자매는 정신지체 2급이었는데 자매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말'을 하는 문제였다. 언니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동생은 말 자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다문화 학생의 글쓰기초등학교 6학년 다문화 학생의 글쓰기


자매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결혼 이민자였다. 아버지는 밤낮으로 농사일을 하느라 바빴고 집에는 연로한 할머니와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어머니만 있었다.

어머니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한국어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말문이 트이는 2, 3살 즈음에 자매에게 말을 제대로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던 거다. 결국 자매는 '말'하는 걸 '벽'으로 느끼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해 한국으로 온 결혼이민자, 혼인귀화자가 한참 늘던 9년 전의 얘기다. 드러내 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였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이 농어촌 지역에는 적지 않았다. 당시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는 4만여 명이었다.

■ 언어 장벽에 갇힌 아이들

2015년,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20만 8천 명이다. 초·중·고등학생이 8만 2천여 명이고 나머지는 미취학 아동이다. 다문화 초등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2% 정도지만 내국인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 학생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이 83%로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결혼에서 비롯된 다문화 가정뿐 아니라 부모가 우리나라에 일하러 와 국적을 취득하고 아이들은 나중에 데려오는 '중도 입국' 학생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부모의 국적으로 보면 중국(34%)이 가장 많고 베트남(21%), 일본(16%), 필리핀(14%) 순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외국인 주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정도가 되면 그 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나라는 통계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다문화 자녀 증가 추이를 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의 모습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 당국의 설문조사를 봐도, 취재진이 직접 만난 다문화 학생들의 경험을 들어도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의사소통이다. 한국말을 잘 못 하니까 학교에 바로 입학하기 버거워 제 나이보다 2년 정도 늦게 입학한다. 입학해도 학업을 따라는 가야 하는 문제에,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어려움, 문화적 차이가 겹친다.

이런 상황이면 성인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때 해결법을 찾지 못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이런 어려움이 결국 심리적,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짐작이 가능하고도 남는다.

■ 다문화는 '고민' 아닌 '강점'

한국에 정착한 베트남인 부모와 함께 8년 전 입국한 이안윤 학생은 올해 대학 새내기가 됐다. 이 양과 처음 전화로 연락이 닿았을 땐 섭외가 제대로 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한국말이 너무 유창해서 말이다.

이 양은 12살 때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못해 바로 입학하지 못했고 그림이 많은 동화책으로 집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에 가게 됐지만 자기가 하는 말을 친구들이 알아듣지 못했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의 1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하면서 도움보다는 놀림을 받는 일이 잦았다.

말을 좀 이해하게 됐을 때도 어려운 단어에서 난관에 부딪혔는데 이 양은 '이상형'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이상한 형'이라는 뜻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다 쉬운 말로 바꿔 적고 외우기를 반복하는 자신만의 요령을 찾았다.



이런 과정에서 깨달은 또 한 가지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베트남어 같은 소수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은 한국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양은 그 점이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베트남어로 말하고 밖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배우며 고3 때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특별상을 받았다.

이 양의 전공은 의류디자인이다. 언어 능력을 키우고 그에 따른 사회, 문화적 적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는 것도 그만큼 수월하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틀을 만들어 주는 게 교육의 역할이고 교육의 힘이다.

다문화 특별학급 학생들의 국적다문화 특별학급 학생들의 국적


그래서 정부는 5년 전 3곳에 불과했던 다문화 예비학교(일선 초·중·고등학교에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을 별도로 설치한 학교)를 올해 1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유치원의 경우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문화 유치원을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린다.

이중언어뿐 아니라 수학, 과학,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다문화 학생들의 적성을 살리기 위해 대학과 함께 인재 육성 사업도 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1대1 멘토로 나서 다문화 학생의 적응을 돕는 사업도 진행한다. 이미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한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 배경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초기부터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 불편한 시선…그걸 극복하는 것도 우리 몫

제도적인 측면에서 9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하지만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9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이다. 그래서 다문화 학생에 대한 교육과 동시에 다양한 문화의 차이, 더불어 사는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도 일선 학교 교육 과정에 확대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보다는 청소년이 다문화에 열린 인식을 갖고 있고 연령별로도 60대 보다는 30대가, 30대 보다는 20대가 다문화에 긍정적이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껴 안을 지 고민해 나가야, 그들의 좌절이 곧 우리 사회의 좌절이 되는 일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 9년 만에 다시 다문화 아이들을 취재했다.

[연관기사]
☞ [집중진단] ① 다문화 자녀 ‘이중고’…언어 서툴러 왕따까지
☞ [집중진단] ② 다문화 학생, 이중 언어 구사…글로벌 인재로!
  • [취재후] 다문화 자녀 20만 명, 제도는 바뀌었지만…
    • 입력 2016.03.24 (09:07)
    • 수정 2016.03.25 (09:19)
    취재후


[연관 기사] ☞ [집중진단] 다문화 학생, 이중 언어 구사…글로벌 인재로!

 ■ 나주 자매의 아픔

2007년 10월, 전남 나주시로 취재를 갔다. 장애 아동 교육을 전담으로 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던 자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당시 7살, 6살이던 자매는 정신지체 2급이었는데 자매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말'을 하는 문제였다. 언니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동생은 말 자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다문화 학생의 글쓰기초등학교 6학년 다문화 학생의 글쓰기


자매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결혼 이민자였다. 아버지는 밤낮으로 농사일을 하느라 바빴고 집에는 연로한 할머니와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어머니만 있었다.

어머니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한국어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말문이 트이는 2, 3살 즈음에 자매에게 말을 제대로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던 거다. 결국 자매는 '말'하는 걸 '벽'으로 느끼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해 한국으로 온 결혼이민자, 혼인귀화자가 한참 늘던 9년 전의 얘기다. 드러내 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였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이 농어촌 지역에는 적지 않았다. 당시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는 4만여 명이었다.

■ 언어 장벽에 갇힌 아이들

2015년,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20만 8천 명이다. 초·중·고등학생이 8만 2천여 명이고 나머지는 미취학 아동이다. 다문화 초등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2% 정도지만 내국인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 학생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이 83%로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결혼에서 비롯된 다문화 가정뿐 아니라 부모가 우리나라에 일하러 와 국적을 취득하고 아이들은 나중에 데려오는 '중도 입국' 학생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부모의 국적으로 보면 중국(34%)이 가장 많고 베트남(21%), 일본(16%), 필리핀(14%) 순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외국인 주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정도가 되면 그 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나라는 통계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다문화 자녀 증가 추이를 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의 모습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 당국의 설문조사를 봐도, 취재진이 직접 만난 다문화 학생들의 경험을 들어도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의사소통이다. 한국말을 잘 못 하니까 학교에 바로 입학하기 버거워 제 나이보다 2년 정도 늦게 입학한다. 입학해도 학업을 따라는 가야 하는 문제에,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어려움, 문화적 차이가 겹친다.

이런 상황이면 성인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때 해결법을 찾지 못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이런 어려움이 결국 심리적,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짐작이 가능하고도 남는다.

■ 다문화는 '고민' 아닌 '강점'

한국에 정착한 베트남인 부모와 함께 8년 전 입국한 이안윤 학생은 올해 대학 새내기가 됐다. 이 양과 처음 전화로 연락이 닿았을 땐 섭외가 제대로 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한국말이 너무 유창해서 말이다.

이 양은 12살 때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못해 바로 입학하지 못했고 그림이 많은 동화책으로 집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에 가게 됐지만 자기가 하는 말을 친구들이 알아듣지 못했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의 1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하면서 도움보다는 놀림을 받는 일이 잦았다.

말을 좀 이해하게 됐을 때도 어려운 단어에서 난관에 부딪혔는데 이 양은 '이상형'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이상한 형'이라는 뜻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다 쉬운 말로 바꿔 적고 외우기를 반복하는 자신만의 요령을 찾았다.



이런 과정에서 깨달은 또 한 가지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베트남어 같은 소수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은 한국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양은 그 점이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베트남어로 말하고 밖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배우며 고3 때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특별상을 받았다.

이 양의 전공은 의류디자인이다. 언어 능력을 키우고 그에 따른 사회, 문화적 적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는 것도 그만큼 수월하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틀을 만들어 주는 게 교육의 역할이고 교육의 힘이다.

다문화 특별학급 학생들의 국적다문화 특별학급 학생들의 국적


그래서 정부는 5년 전 3곳에 불과했던 다문화 예비학교(일선 초·중·고등학교에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을 별도로 설치한 학교)를 올해 1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유치원의 경우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문화 유치원을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60곳으로 늘린다.

이중언어뿐 아니라 수학, 과학,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다문화 학생들의 적성을 살리기 위해 대학과 함께 인재 육성 사업도 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1대1 멘토로 나서 다문화 학생의 적응을 돕는 사업도 진행한다. 이미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한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 배경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초기부터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 불편한 시선…그걸 극복하는 것도 우리 몫

제도적인 측면에서 9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하지만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9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이다. 그래서 다문화 학생에 대한 교육과 동시에 다양한 문화의 차이, 더불어 사는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도 일선 학교 교육 과정에 확대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보다는 청소년이 다문화에 열린 인식을 갖고 있고 연령별로도 60대 보다는 30대가, 30대 보다는 20대가 다문화에 긍정적이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껴 안을 지 고민해 나가야, 그들의 좌절이 곧 우리 사회의 좌절이 되는 일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 9년 만에 다시 다문화 아이들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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