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2조 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의사까지 고용”

입력 2016.04.01 (08:32) 수정 2016.04.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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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 많은 돈다발들은 영화 소품도, 은행에 보관 중인 돈도 아닙니다.

경찰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들에게 압수한 현금입니다.

상당히 많죠?

경찰이 확보한 도박수익금이 93억 원이 넘고, 주범 한 명이 챙긴 수익만 무려 300억 원이 넘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 규모가 어지간한 대기업 매출액에 버금가는 2조 6천억 원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특이한 건 이들이 범행을 위해 현직 의사까지 고용했다는 겁니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왜 의사가 필요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경찰이 한 가정집을 급습합니다.

집안에 있던 남성 두 명은 별다른 저항 없이 경찰에 검거됩니다.

곧이어, 경찰이 집안을 뒤지자 평범한 가정집에선 보기 힘든 5만 원권 현금다발과 대포 통장들이 무더기로 나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마카오와 중국, 홍콩 등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유통한 피의자들을 17명을 검거해서 5명을 구속하고…….“

같은 날, 경찰은 또 다른 은신처에 숨어있던 주범 신 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는데, 신 씨의 은신처 한 곳에서만 나온 현금다발이 무려 14억 원에 달했습니다.

경찰이 이렇게 불법도박 운영자들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현금만 33억 원.

해외 은닉 재산 27억 원과 고급 자동차와 명품 시계까지 포함해 드러난 금액만 93억 원에 달합니다.

놀라운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외제차를 여러 대를 구입해서 번갈아 가면서 타고 다녔고 저희가 최근에 압수한 피의자가 타고 다녔던 차량은 구입가가 4억 6천만 원 상당으로 상당한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주범 신 씨는 전 세계 15대! 국내에선 단 1대밖에 없는 4억 5천만 원 상당의 고급 스포츠카를 몰았으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3개월에서 6개월마다 보안이 잘되는 고급 빌라를 옮겨 다녔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신 씨가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는 무려 2조 6천억 원 규모!

어지간한 대기업 한 해 매출액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이를 통해 신 씨 한 명이 거둔 부당 수익이 300억 원에 달했는데 신 씨는 이 돈으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호화 생활을 해온 겁니다.

<녹취>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몇 년 전 김제 마늘밭에서 도박자금을 압수한 이후로 최대 규모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을까.

이들의 운영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전문적이었습니다.

도박 자금의 거래 과정을 숨기기 위해 이들이 사용한 대포 통장만 천 개가 넘었습니다.

또, 약 30명에 달하는 일당이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했는데 해외에 사무실까지 차렸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해당 국가에 있는 사무실마다 조금씩 역할이 달랐는데 중국 같은 경우에는 회원들이 (게임 머니를) 충전하거나 환전하는 그런 추·환전 관리를 했고 마카오 같은 경우는 회원 관리, 상담 이런 부분을 관리했습니다.“

다시 말해 게임 서버는 태국에 있고, 중국에선 대포 통장과 게임 머니를 관리했으며 마카오에선 온라인 광고와 회원 상담과 같은 회원 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마치 글로벌 기업처럼 운영한 겁니다.

그럼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주범 신 씨는 과연 누구일까?

43살인 신 씨는 과거 다른 불법 도박 사이트 조직에서 회원모집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렇게 불법 도박 범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13년엔 직접 사이트 운영에 나섭니다.

신 씨는 꾸준한 수익을 얻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을 살려 회원 관리에 집중했는데요.

방식이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녹취> 피의자(공범/음성변조) : “커피도 주고 생일날 케이크도 챙겨주고요. 무료 게임머니 쿠폰도 주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회원들의 생일이나 기념일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기념일 때 특별 마일리지를 제공한 다든가 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좀 틀렸습니다.“

또 발길을 끊은 회원에겐 무료로 게임머니를 주어 다시 사이트로 유인하는가 하면, 돈을 잃은 회원이 홧김에 고발할 것을 염려해 달래는 일도 꾸준히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공범/음성변조) : “돈을 많이 잃은 분들은 기분이 많이 상해있는데 전화해서 많이 얘기 들어주고 무료 쿠폰을 주면서 많이 달래 줬습니다.“

게다가 고액을 쓰는 특별 회원이 수사 기관에 적발될 경우, 벌금을 대신 내주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적게는 벌금의 20%에서 많게는 70%까지 해준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리한 회원 정보만 1만 7천 건에 달합니다.

내부 단속을 위해 조직원 관리를 한다며 통 크게 명품 시계와 외제차까지 선물해줬는데요.

퇴직할 경우엔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퇴직금 명목으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신 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된 부동산 같은 재산을 따로 모으지 않았습니다.

또, 돈은 항상 현금으로 가방에 넣어 다녔는데요.

더욱 특이한 점은 이들이 천만 원이 넘는 월급을 주고 의사까지 고용했다는 건데요.

이 의사의 이름을 빌려 척추질환 전문 병원을 만들고 도박 자금을 돈세탁했습니다.

<녹취>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의사를 고용한 다음에 의사 명의로 필요없는 대출을 받게 하고 그 대신 대출금을 자신이 현금으로 대납해주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면서 신 씨의 화려했던 2년간의 삶은 결국,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기업형이지 않습니까? 이게 굉장히 아이러니한 거죠. 본인들도 이게 범죄인지 아닌지를 헷갈려하는 상태에서 결과는 반사회적인 형태로 된다는 그런 특징이 있는 거죠.“

경찰은 신씨가 해외에 은닉한 도박 수익금을 회수하기 위해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달아난 일당 4명을 계속 추적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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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2조 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의사까지 고용”
    • 입력 2016-04-01 08:33:33
    • 수정2016-04-01 0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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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 많은 돈다발들은 영화 소품도, 은행에 보관 중인 돈도 아닙니다.

경찰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들에게 압수한 현금입니다.

상당히 많죠?

경찰이 확보한 도박수익금이 93억 원이 넘고, 주범 한 명이 챙긴 수익만 무려 300억 원이 넘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 규모가 어지간한 대기업 매출액에 버금가는 2조 6천억 원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특이한 건 이들이 범행을 위해 현직 의사까지 고용했다는 겁니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왜 의사가 필요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경찰이 한 가정집을 급습합니다.

집안에 있던 남성 두 명은 별다른 저항 없이 경찰에 검거됩니다.

곧이어, 경찰이 집안을 뒤지자 평범한 가정집에선 보기 힘든 5만 원권 현금다발과 대포 통장들이 무더기로 나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마카오와 중국, 홍콩 등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유통한 피의자들을 17명을 검거해서 5명을 구속하고…….“

같은 날, 경찰은 또 다른 은신처에 숨어있던 주범 신 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는데, 신 씨의 은신처 한 곳에서만 나온 현금다발이 무려 14억 원에 달했습니다.

경찰이 이렇게 불법도박 운영자들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현금만 33억 원.

해외 은닉 재산 27억 원과 고급 자동차와 명품 시계까지 포함해 드러난 금액만 93억 원에 달합니다.

놀라운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외제차를 여러 대를 구입해서 번갈아 가면서 타고 다녔고 저희가 최근에 압수한 피의자가 타고 다녔던 차량은 구입가가 4억 6천만 원 상당으로 상당한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주범 신 씨는 전 세계 15대! 국내에선 단 1대밖에 없는 4억 5천만 원 상당의 고급 스포츠카를 몰았으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3개월에서 6개월마다 보안이 잘되는 고급 빌라를 옮겨 다녔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신 씨가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는 무려 2조 6천억 원 규모!

어지간한 대기업 한 해 매출액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이를 통해 신 씨 한 명이 거둔 부당 수익이 300억 원에 달했는데 신 씨는 이 돈으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호화 생활을 해온 겁니다.

<녹취>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몇 년 전 김제 마늘밭에서 도박자금을 압수한 이후로 최대 규모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을까.

이들의 운영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전문적이었습니다.

도박 자금의 거래 과정을 숨기기 위해 이들이 사용한 대포 통장만 천 개가 넘었습니다.

또, 약 30명에 달하는 일당이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했는데 해외에 사무실까지 차렸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해당 국가에 있는 사무실마다 조금씩 역할이 달랐는데 중국 같은 경우에는 회원들이 (게임 머니를) 충전하거나 환전하는 그런 추·환전 관리를 했고 마카오 같은 경우는 회원 관리, 상담 이런 부분을 관리했습니다.“

다시 말해 게임 서버는 태국에 있고, 중국에선 대포 통장과 게임 머니를 관리했으며 마카오에선 온라인 광고와 회원 상담과 같은 회원 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마치 글로벌 기업처럼 운영한 겁니다.

그럼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주범 신 씨는 과연 누구일까?

43살인 신 씨는 과거 다른 불법 도박 사이트 조직에서 회원모집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렇게 불법 도박 범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13년엔 직접 사이트 운영에 나섭니다.

신 씨는 꾸준한 수익을 얻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을 살려 회원 관리에 집중했는데요.

방식이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녹취> 피의자(공범/음성변조) : “커피도 주고 생일날 케이크도 챙겨주고요. 무료 게임머니 쿠폰도 주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회원들의 생일이나 기념일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기념일 때 특별 마일리지를 제공한 다든가 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좀 틀렸습니다.“

또 발길을 끊은 회원에겐 무료로 게임머니를 주어 다시 사이트로 유인하는가 하면, 돈을 잃은 회원이 홧김에 고발할 것을 염려해 달래는 일도 꾸준히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공범/음성변조) : “돈을 많이 잃은 분들은 기분이 많이 상해있는데 전화해서 많이 얘기 들어주고 무료 쿠폰을 주면서 많이 달래 줬습니다.“

게다가 고액을 쓰는 특별 회원이 수사 기관에 적발될 경우, 벌금을 대신 내주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적게는 벌금의 20%에서 많게는 70%까지 해준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리한 회원 정보만 1만 7천 건에 달합니다.

내부 단속을 위해 조직원 관리를 한다며 통 크게 명품 시계와 외제차까지 선물해줬는데요.

퇴직할 경우엔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퇴직금 명목으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신 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된 부동산 같은 재산을 따로 모으지 않았습니다.

또, 돈은 항상 현금으로 가방에 넣어 다녔는데요.

더욱 특이한 점은 이들이 천만 원이 넘는 월급을 주고 의사까지 고용했다는 건데요.

이 의사의 이름을 빌려 척추질환 전문 병원을 만들고 도박 자금을 돈세탁했습니다.

<녹취> 김태형(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의사를 고용한 다음에 의사 명의로 필요없는 대출을 받게 하고 그 대신 대출금을 자신이 현금으로 대납해주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면서 신 씨의 화려했던 2년간의 삶은 결국,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인터뷰>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기업형이지 않습니까? 이게 굉장히 아이러니한 거죠. 본인들도 이게 범죄인지 아닌지를 헷갈려하는 상태에서 결과는 반사회적인 형태로 된다는 그런 특징이 있는 거죠.“

경찰은 신씨가 해외에 은닉한 도박 수익금을 회수하기 위해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달아난 일당 4명을 계속 추적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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