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식량 증산 총력…한계는?

입력 2016.06.18 (08:08) 수정 2016.06.1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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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을 다시 한번 ‘식량 부족국가’로 지정했는데요.

최근 김정은은 “5년 안에 북한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식량 증산을 위한 총력전을 선언했습니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자초해놓고 무슨 이율배반적인 말이냐도 싶지만, 이런 정권의 잘못과는 별개로 북한 주민들의 팍팍할 삶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북한 식량난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김정은식 먹거리 해법의 실상과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막바지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북한 개성의 농촌 마을.

곳곳에 꽂힌 붉은 깃발이 눈에 띄고 협동농장에선 반자동 이앙기 뒤에 올라탄 여성들이 부지런히 모를 심고 있다.

소를 몰며 모내기 작업에 한창인 사람들도 보인다.

<녹취> 김철학(인흥협동농장 관리위원장) : “전체 농장원들과 조업 일꾼들의 앙양된 열의를 더욱 고조시켜 올해 농사 앞에 맡겨진 알곡 생산 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겠습니다.“

농민들을 독려하기 위해 경제선동대원들도 농업현장에 동원된다.

곳곳에 '영농전투'의 결의를 다지는 선전구호가 걸려있고, 경쟁을 부추기는 실적판까지 등장했다.

협동농장이 대부분인 북한에선 해마다 농번기가 되면 트랙터 등 농기계의 가동을 알리는 ‘출동식’을 시작으로, ‘모내기 전투’, ‘김매기 전투’로 이어지는 ‘영농전투’를 펼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4일) : “당 제7차대회가 열린 뜻깊은 올해에 기어이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년 가을을 펼쳐놓고 대승전가를 높이 울립시다!”

올해는 연초부터 70일전투, 200일전투와 맞물려 식량 증산에 더욱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생산성과가 높은 협동농장을 소개하는 특집프로그램을 비롯해 주민들을 독려하기 위한 선전노래도 연일 전파를 타고 있다.

<녹취> 북한 노래 ‘분조농사는 나의 농사’ : “분조농사는 나의 농사 우리 분조 우리 살림 꽃을 피워가네”

지난 달,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제 7차 대회.

3대 권력 세습의 대관식을 치른 김정은이 ‘경제발전 5개년 전략’ 가운데 특히 강조한 것은 ‘농업’이었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 : “농업과 경공업 생산을 늘여 인민생활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켜야 합니다.”

김정은이 당대회 이후 첫 현지시찰 장소로 택한 곳도 새로 개발한 농기계의 전시장이다. 이 같은 농업 중시 행보는 김정은 집권 초부터 이어져왔다.

<녹취> 김정은(2013년 신년사) :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 생산의 과학화, 집약화 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2012년 내놓은 ‘6.28 경제 개혁 조치’의 핵심도 농업 개혁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4일) : “포전담당제를 실시해서 이미 모를 낸 논에 대한 관리도 책임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인 분조의 인원수를 대폭 줄여 생산성을 높이려는 ‘포전담당제’, 또, 일한 만큼의 보상을 제시하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도 도입됐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10명~25명이라는 중소 규모의 인원을 가지고 일정정도의 토지를 관리 운영하던 것을 가족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포함시켜서 4명 내지 5명 소규모로 분조를 해서 거기에 토지를 주는 거죠. 그래서 그 4,5명이 경작을 해서 나온 농산물에 대해서 국가에서 준 계획 생산 외에는 내가 다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거죠."

지난 2014년 2월, 당 창건 이래 처음으로 열린 전국농업부문 분조장 대회.

김정은은 대회 직후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분배 평균주의가 생산의욕을 떨어뜨린다며 비판했다.

<녹취> 김정은 서한(2014년 2월, 조선중앙TV) : "분조에서 생산한 알곡 가운데서 국가가 정한 일정한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들이 번 로력일에 따라 현물을 기본으로 하여 분배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해 5월에는 농업의 자율경영제까지 일부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이렇게 틈만 나면 농업 개혁을 내세우는 배경엔 북한의 오랜 식량난이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개인 텃밭’이나 야산을 개간한 이른바 ‘뙈기밭’에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왔다.

<인터뷰> 김영학(협동농장원 출신/2014년 탈북/음성변조) : "농장에서 주는 식량은 없고... 북한을 보면 웬만한 산 다 밭 아닌 산이 없어요. 거기서 난 식량은 국가에서 군량미 바치라는 것 외에는 거둬가지 않으니까 자기들 개인들이 땅 산에서 일군 거니까 아마 그것마저 없으면 먹고 살기 힘들 거예요."

오랜 시간, 턱없이 부족한 먹거리를이렇게 스스로 조달해 온 상황.

때문에, 북한 당국이협동농장의 분배구조 개선 등의 정책을 내놓은 것 역시, 개인 소토지 경작에 집중된 노력을 협동농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란 분석이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모든 농장원들이 그런 소토지를 일궈가지고 한다면 전국적으로 봤을 때 엄청난 수확량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당국은 그것을 경제난 극복, 식량난 해결, 주민들 생활에 필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볼 수가 있죠.”

동시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존 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민들의 자구책을 수용해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인터뷰> 김관호(농어촌연구원 북한협력센터 책임연구원) : “북한이 시장경제를 일부 인정하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장마당은 잘 활성화돼있고, 그 장마당의 중심을 이룬 것들이 개인 텃밭이나 뙈기밭에서 나온 농산물들이고... 그래서 김정은 정권도 이런 시장, 장마당 시장 경제를 더 이상은 폐쇄할 수 없고, 이런 것들을 어느정도 활성화시키는 것이 북한의 경제 정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그럼에도 부족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주민들은 이른바 ‘어로 전투’에 내몰리기도 한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 : “4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합니다.”

작은 목선에서 위태롭게 맨손으로 작업하는 어민들.

<녹취> 북한 어민 : “목숨 걸고 하죠. 그래서 전투, 어로전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표류하다 배가 난파돼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먹거리를 다양화한다며 버섯 농사를 강조하기도 한다.

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업 기술 개발도 강조하고 있다.

가축의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해 농작물을 기르고, 그 부산물을 다시 가축 먹이로 활용하는 고리형순환생산체계도 적극적으로 선전한다.

<녹취> 조선중앙TV : "축산을 활성화해서 많은 돼지와 오리, 게사니(거위)를 기르고 있는데 수백톤의 질좋은 유기질 거름도 생산해서 남새(채소) 온실과 논밭의 지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엔 무엇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체제 안정을 꾀하기 힘들다는 정권 차원의 위기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지금의 북한 사회가 많이 변화되어 있고 외부 문물을 너무 많이 받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라든가 그 다음에 또 사회 이탈이라든다 이런 것들이 발생할 수 있어서 체제 불안정, 정권 불안정 이런 것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인민 생활하고 직결된 농산, 농업에 대해서 강조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나아지고 있을까.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를 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 증가하다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동안 증가세를 보인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은 포전담당제 등 김정은식 농업 개혁의 성과라고 선전하고 있다.

<녹취> 강철호(삼지강 협동농장 분조장) : “포전담당제를 실시하면서 이렇게 조별로, 포전담당별로 경쟁적으로 일을 하니 실적이 쭉쭉 오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우선 증가폭 자체가 미미해 식량 부족분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김관호(농어촌연구원 북한협력센터 책임연구원) : “숫자상으로는 차이가 조금 늘지만 그렇게 크게 증가하지는 못하고 식량 소비량이 전체적인 유엔 권장 소비량의 절반도 되지 못하기 때문에 과연 그게 식량 증산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더욱이 상당량이 군량미 등 국가 몫으로 들어가는 데다 부족한 농자재를 자체 조달하다 보니 실제 농민들의 수중에 들어오는 양은 많지 않다는 것이 최근 탈북한 협동농장원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김영학(협동농장원 출신/2014년 탈북/음성변조) : 나라에서는 70%는 바치고 30%는 농장원들에게 주라 원칙상은 그렇죠. 농사를 지으려니까 디젤유도 사서 써야 되고 뜨락또르(트랙터) 부속도 사서 써야 되고 군량미 바치고 충성의 외화벌이라고 바쳐야 되지. 이런 거 다 내다보니까 마지막에 줄래도 줄게 없으니까 못준단 말이에요. 농장원들한테..."

여기에 지난해 ‘100년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을 겪으며 다시 생산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 역시 북한 농업 구조의 취약성과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낙후된 농업 기반 시설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농업생산량에 타격을 받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비료와 농약 등 부족한 농자재 문제와 농업 기술의 개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인터뷰> 김관호(농어촌연구원 북한협력센터 책임연구원) : “농사를 짓기 위해서 필요한 하부구조, 즉 농약, 비료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농업 용수가 될 것입니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죠. 지금 2014년, 2015년에도 농업 용수 부족으로 가뭄으로 상당히 고생을 했고 2016년도에 북한 실정을 노동신문을 보면 지금도 물이 없어서 거의 물을 포기마다 주는 형식으로 짓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생산 기반 인프라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자본과 선진 농업기술이 필요한 만큼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핵개발에 따른 대북제재로 외부 지원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또한, 북한 당국의 통제로 식량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도 국제 사회의 도움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평양곡산공장’ 등 식료품 생산 시설들을 방문하며 먹을거리 문제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식량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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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식량 증산 총력…한계는?
    • 입력 2016-06-18 06:49:09
    • 수정2016-06-18 23: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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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을 다시 한번 ‘식량 부족국가’로 지정했는데요.

최근 김정은은 “5년 안에 북한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식량 증산을 위한 총력전을 선언했습니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자초해놓고 무슨 이율배반적인 말이냐도 싶지만, 이런 정권의 잘못과는 별개로 북한 주민들의 팍팍할 삶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북한 식량난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김정은식 먹거리 해법의 실상과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막바지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북한 개성의 농촌 마을.

곳곳에 꽂힌 붉은 깃발이 눈에 띄고 협동농장에선 반자동 이앙기 뒤에 올라탄 여성들이 부지런히 모를 심고 있다.

소를 몰며 모내기 작업에 한창인 사람들도 보인다.

<녹취> 김철학(인흥협동농장 관리위원장) : “전체 농장원들과 조업 일꾼들의 앙양된 열의를 더욱 고조시켜 올해 농사 앞에 맡겨진 알곡 생산 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겠습니다.“

농민들을 독려하기 위해 경제선동대원들도 농업현장에 동원된다.

곳곳에 '영농전투'의 결의를 다지는 선전구호가 걸려있고, 경쟁을 부추기는 실적판까지 등장했다.

협동농장이 대부분인 북한에선 해마다 농번기가 되면 트랙터 등 농기계의 가동을 알리는 ‘출동식’을 시작으로, ‘모내기 전투’, ‘김매기 전투’로 이어지는 ‘영농전투’를 펼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4일) : “당 제7차대회가 열린 뜻깊은 올해에 기어이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년 가을을 펼쳐놓고 대승전가를 높이 울립시다!”

올해는 연초부터 70일전투, 200일전투와 맞물려 식량 증산에 더욱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생산성과가 높은 협동농장을 소개하는 특집프로그램을 비롯해 주민들을 독려하기 위한 선전노래도 연일 전파를 타고 있다.

<녹취> 북한 노래 ‘분조농사는 나의 농사’ : “분조농사는 나의 농사 우리 분조 우리 살림 꽃을 피워가네”

지난 달,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제 7차 대회.

3대 권력 세습의 대관식을 치른 김정은이 ‘경제발전 5개년 전략’ 가운데 특히 강조한 것은 ‘농업’이었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 : “농업과 경공업 생산을 늘여 인민생활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켜야 합니다.”

김정은이 당대회 이후 첫 현지시찰 장소로 택한 곳도 새로 개발한 농기계의 전시장이다. 이 같은 농업 중시 행보는 김정은 집권 초부터 이어져왔다.

<녹취> 김정은(2013년 신년사) :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하고 농업 생산의 과학화, 집약화 수준을 높여 올해 알곡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2012년 내놓은 ‘6.28 경제 개혁 조치’의 핵심도 농업 개혁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4일) : “포전담당제를 실시해서 이미 모를 낸 논에 대한 관리도 책임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인 분조의 인원수를 대폭 줄여 생산성을 높이려는 ‘포전담당제’, 또, 일한 만큼의 보상을 제시하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도 도입됐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10명~25명이라는 중소 규모의 인원을 가지고 일정정도의 토지를 관리 운영하던 것을 가족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포함시켜서 4명 내지 5명 소규모로 분조를 해서 거기에 토지를 주는 거죠. 그래서 그 4,5명이 경작을 해서 나온 농산물에 대해서 국가에서 준 계획 생산 외에는 내가 다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거죠."

지난 2014년 2월, 당 창건 이래 처음으로 열린 전국농업부문 분조장 대회.

김정은은 대회 직후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분배 평균주의가 생산의욕을 떨어뜨린다며 비판했다.

<녹취> 김정은 서한(2014년 2월, 조선중앙TV) : "분조에서 생산한 알곡 가운데서 국가가 정한 일정한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들이 번 로력일에 따라 현물을 기본으로 하여 분배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해 5월에는 농업의 자율경영제까지 일부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이렇게 틈만 나면 농업 개혁을 내세우는 배경엔 북한의 오랜 식량난이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개인 텃밭’이나 야산을 개간한 이른바 ‘뙈기밭’에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왔다.

<인터뷰> 김영학(협동농장원 출신/2014년 탈북/음성변조) : "농장에서 주는 식량은 없고... 북한을 보면 웬만한 산 다 밭 아닌 산이 없어요. 거기서 난 식량은 국가에서 군량미 바치라는 것 외에는 거둬가지 않으니까 자기들 개인들이 땅 산에서 일군 거니까 아마 그것마저 없으면 먹고 살기 힘들 거예요."

오랜 시간, 턱없이 부족한 먹거리를이렇게 스스로 조달해 온 상황.

때문에, 북한 당국이협동농장의 분배구조 개선 등의 정책을 내놓은 것 역시, 개인 소토지 경작에 집중된 노력을 협동농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란 분석이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모든 농장원들이 그런 소토지를 일궈가지고 한다면 전국적으로 봤을 때 엄청난 수확량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당국은 그것을 경제난 극복, 식량난 해결, 주민들 생활에 필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볼 수가 있죠.”

동시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존 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민들의 자구책을 수용해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인터뷰> 김관호(농어촌연구원 북한협력센터 책임연구원) : “북한이 시장경제를 일부 인정하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장마당은 잘 활성화돼있고, 그 장마당의 중심을 이룬 것들이 개인 텃밭이나 뙈기밭에서 나온 농산물들이고... 그래서 김정은 정권도 이런 시장, 장마당 시장 경제를 더 이상은 폐쇄할 수 없고, 이런 것들을 어느정도 활성화시키는 것이 북한의 경제 정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그럼에도 부족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주민들은 이른바 ‘어로 전투’에 내몰리기도 한다.

<녹취> 김정은(7차 당대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 : “4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합니다.”

작은 목선에서 위태롭게 맨손으로 작업하는 어민들.

<녹취> 북한 어민 : “목숨 걸고 하죠. 그래서 전투, 어로전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표류하다 배가 난파돼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먹거리를 다양화한다며 버섯 농사를 강조하기도 한다.

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업 기술 개발도 강조하고 있다.

가축의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해 농작물을 기르고, 그 부산물을 다시 가축 먹이로 활용하는 고리형순환생산체계도 적극적으로 선전한다.

<녹취> 조선중앙TV : "축산을 활성화해서 많은 돼지와 오리, 게사니(거위)를 기르고 있는데 수백톤의 질좋은 유기질 거름도 생산해서 남새(채소) 온실과 논밭의 지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엔 무엇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체제 안정을 꾀하기 힘들다는 정권 차원의 위기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지금의 북한 사회가 많이 변화되어 있고 외부 문물을 너무 많이 받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라든가 그 다음에 또 사회 이탈이라든다 이런 것들이 발생할 수 있어서 체제 불안정, 정권 불안정 이런 것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인민 생활하고 직결된 농산, 농업에 대해서 강조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나아지고 있을까.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를 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 증가하다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동안 증가세를 보인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은 포전담당제 등 김정은식 농업 개혁의 성과라고 선전하고 있다.

<녹취> 강철호(삼지강 협동농장 분조장) : “포전담당제를 실시하면서 이렇게 조별로, 포전담당별로 경쟁적으로 일을 하니 실적이 쭉쭉 오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우선 증가폭 자체가 미미해 식량 부족분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김관호(농어촌연구원 북한협력센터 책임연구원) : “숫자상으로는 차이가 조금 늘지만 그렇게 크게 증가하지는 못하고 식량 소비량이 전체적인 유엔 권장 소비량의 절반도 되지 못하기 때문에 과연 그게 식량 증산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더욱이 상당량이 군량미 등 국가 몫으로 들어가는 데다 부족한 농자재를 자체 조달하다 보니 실제 농민들의 수중에 들어오는 양은 많지 않다는 것이 최근 탈북한 협동농장원 출신 탈북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김영학(협동농장원 출신/2014년 탈북/음성변조) : 나라에서는 70%는 바치고 30%는 농장원들에게 주라 원칙상은 그렇죠. 농사를 지으려니까 디젤유도 사서 써야 되고 뜨락또르(트랙터) 부속도 사서 써야 되고 군량미 바치고 충성의 외화벌이라고 바쳐야 되지. 이런 거 다 내다보니까 마지막에 줄래도 줄게 없으니까 못준단 말이에요. 농장원들한테..."

여기에 지난해 ‘100년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을 겪으며 다시 생산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 역시 북한 농업 구조의 취약성과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낙후된 농업 기반 시설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농업생산량에 타격을 받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비료와 농약 등 부족한 농자재 문제와 농업 기술의 개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인터뷰> 김관호(농어촌연구원 북한협력센터 책임연구원) : “농사를 짓기 위해서 필요한 하부구조, 즉 농약, 비료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농업 용수가 될 것입니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죠. 지금 2014년, 2015년에도 농업 용수 부족으로 가뭄으로 상당히 고생을 했고 2016년도에 북한 실정을 노동신문을 보면 지금도 물이 없어서 거의 물을 포기마다 주는 형식으로 짓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생산 기반 인프라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자본과 선진 농업기술이 필요한 만큼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핵개발에 따른 대북제재로 외부 지원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또한, 북한 당국의 통제로 식량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도 국제 사회의 도움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평양곡산공장’ 등 식료품 생산 시설들을 방문하며 먹을거리 문제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식량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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