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③ “로드킬이 줄고 있다고?” 부실한 집계…10년 째 중구난방

입력 2016.06.21 (14:17) 수정 2016.06.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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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해마다 연초에 로드킬 조사 자료를 배포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를 목격하는 횟수는 늘어나는 것일까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사하는 도로의 길이는 전체 국내 도로의 0.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 등 전국 모든 도로에서 차에 치어 죽는 동물들의 숫자는 훨씬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간 3만 마리 이상 로드킬로 죽음...증가 추세

실제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도로공사에서 수집한 로드킬 데이터를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한 결과,길에서 죽임을 당한 동물들의 개체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 고속도로에서 집계된 로드킬 피해 동물 수는 지난 2006년 2,960마리에서 2007년 3,216마리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주춤해졌다가 지난해 2015년 2,550마리로 다시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만 차에 치어 죽은 동물들의 수는 모두 2만 3,874마리나 됩니다.
여기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집계한 로드킬 사망 동물 수 6,345 마리를 합하면 10년 동안 3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길 위에서 생명을 잃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무도 모르는 로드킬 건수...조사 주체 다 달라 중구난방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닙니다.
2014년 말 기준,국내에 놓인 도로의 길이는 약 10만Km.
크게 고속도로와 지방도, 일반국도, 국립공원을 지나는 도로 등으로 나뉘어지는데요,
이 가운데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야생동물 로드킬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곳은 도로공사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단 2곳 뿐.
전체 10만 km에 이르는 도로 가운데 4.5%의 도로에서만 로드킬이 조사되고 있는 셈입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전국 도로 가운데 244곳을 정해 월 1회 조사하고 있지만, 나머지 90% 이상의 도로에서 일어나는 야생동물 로드킬은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일어나는 지 사실상 아는 사람도, 집계도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경부 9년 전 "통합 조사" 수립하고도 중구난방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별로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따로 하면서도 정작 자료가 통합되지도, 관리되지도 않는 상황을 환경부는 몰랐을까요? 알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9년 전인 지난 2007년 6월 보도자료를 내고,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기관 별로 조사 대상과 시간, 횟수 등 방법이 달라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합지침을 마련해 그 해 7월부터 곧바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보다 면밀히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태통로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입니다.
또 새로 도로를 낼 때, 로드킬 예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도로 노선을 선정할 때도 야생동물 서식지를 우회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로드킬 조사나 결과 자료는 통합되기는 커녕 여전히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야생동물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지난 2010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 개체 수는 2마리... 그러나 도로공사의 자료에는 2,069마리가 로드킬 당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도로공사가 조사하고 수집한 로드킬 사고는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2011년부터는 아예 도로공사 로드킬 조사는 <야생동물 로드킬 실태 보고서>에서 사라졌습니다.
고속도로 뿐 아닙니다.
일반 국도를 관리하는 국토관리청 소속 국토관리사무소,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야생동물 로드킬을 조사하고 있지만, 환경부로부터 어떠한 지침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도로공사는 24시간 2명의 순찰조가 도로에 발생한 로드킬을 조사해 종별, 개체 수 별 정보를 수집하고 사체를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로드킬 실태조사 통합 지침에 대해서는 “환경부에서 특별히 로드킬 조사자료 전체를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 서문홍 연구사는 “로드킬 조사는 전국 244곳에 고정 조사구간을 정해 이뤄지고 있다”며 “도로공사로부터는 조사구간 4곳의 자료만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서 연구사는 “제대로 된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데 환경부의 통합지침 발표 이후 임시로 한 지 10년이 됐다”며 “현재 실시하는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전국 로드킬 실태 조사 등을 위해 환경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125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국립공원에서 로드킬이 줄었다고 발표하는 동안 고속도로에서 로드킬로 죽는 동물들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관리사무소에서 집계한 지방도로에서의 야생동물 로드킬도 만여 마리에 이릅니다.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줄이려면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환경부는 뒤늦게 내년까지 로드킬 실태조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수립하겠다며 2억원 가량의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다른 정부 기관과 통합해 제대로 된 야생동물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지 10년 만입니다.
환경부의 로드킬 조사가 신뢰를 잃고 있는 사이, 환경 전문가들은 전국의 도로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야생동물 로드킬 건수는 연간 100만 건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2,740마리가 길에서 죽고 있는 셈입니다.

[연관 기사]
☞ ① 여기가 로드킬 다발지역…최초 제작 “야생동물 로드킬” 지도
☞ ② 삵, 수달, 담비도 로드킬…멸종 가속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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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킬③ “로드킬이 줄고 있다고?” 부실한 집계…10년 째 중구난방
    • 입력 2016-06-21 14:17:45
    • 수정2016-06-22 17: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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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해마다 연초에 로드킬 조사 자료를 배포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를 목격하는 횟수는 늘어나는 것일까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사하는 도로의 길이는 전체 국내 도로의 0.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 등 전국 모든 도로에서 차에 치어 죽는 동물들의 숫자는 훨씬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간 3만 마리 이상 로드킬로 죽음...증가 추세

실제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도로공사에서 수집한 로드킬 데이터를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한 결과,길에서 죽임을 당한 동물들의 개체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 고속도로에서 집계된 로드킬 피해 동물 수는 지난 2006년 2,960마리에서 2007년 3,216마리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주춤해졌다가 지난해 2015년 2,550마리로 다시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만 차에 치어 죽은 동물들의 수는 모두 2만 3,874마리나 됩니다.
여기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집계한 로드킬 사망 동물 수 6,345 마리를 합하면 10년 동안 3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길 위에서 생명을 잃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무도 모르는 로드킬 건수...조사 주체 다 달라 중구난방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닙니다.
2014년 말 기준,국내에 놓인 도로의 길이는 약 10만Km.
크게 고속도로와 지방도, 일반국도, 국립공원을 지나는 도로 등으로 나뉘어지는데요,
이 가운데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야생동물 로드킬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곳은 도로공사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단 2곳 뿐.
전체 10만 km에 이르는 도로 가운데 4.5%의 도로에서만 로드킬이 조사되고 있는 셈입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전국 도로 가운데 244곳을 정해 월 1회 조사하고 있지만, 나머지 90% 이상의 도로에서 일어나는 야생동물 로드킬은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일어나는 지 사실상 아는 사람도, 집계도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경부 9년 전 "통합 조사" 수립하고도 중구난방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별로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따로 하면서도 정작 자료가 통합되지도, 관리되지도 않는 상황을 환경부는 몰랐을까요? 알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9년 전인 지난 2007년 6월 보도자료를 내고,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기관 별로 조사 대상과 시간, 횟수 등 방법이 달라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합지침을 마련해 그 해 7월부터 곧바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보다 면밀히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태통로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입니다.
또 새로 도로를 낼 때, 로드킬 예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도로 노선을 선정할 때도 야생동물 서식지를 우회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로드킬 조사나 결과 자료는 통합되기는 커녕 여전히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야생동물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지난 2010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 개체 수는 2마리... 그러나 도로공사의 자료에는 2,069마리가 로드킬 당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도로공사가 조사하고 수집한 로드킬 사고는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2011년부터는 아예 도로공사 로드킬 조사는 <야생동물 로드킬 실태 보고서>에서 사라졌습니다.
고속도로 뿐 아닙니다.
일반 국도를 관리하는 국토관리청 소속 국토관리사무소,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야생동물 로드킬을 조사하고 있지만, 환경부로부터 어떠한 지침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도로공사는 24시간 2명의 순찰조가 도로에 발생한 로드킬을 조사해 종별, 개체 수 별 정보를 수집하고 사체를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로드킬 실태조사 통합 지침에 대해서는 “환경부에서 특별히 로드킬 조사자료 전체를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 서문홍 연구사는 “로드킬 조사는 전국 244곳에 고정 조사구간을 정해 이뤄지고 있다”며 “도로공사로부터는 조사구간 4곳의 자료만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서 연구사는 “제대로 된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데 환경부의 통합지침 발표 이후 임시로 한 지 10년이 됐다”며 “현재 실시하는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전국 로드킬 실태 조사 등을 위해 환경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125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국립공원에서 로드킬이 줄었다고 발표하는 동안 고속도로에서 로드킬로 죽는 동물들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관리사무소에서 집계한 지방도로에서의 야생동물 로드킬도 만여 마리에 이릅니다.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줄이려면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환경부는 뒤늦게 내년까지 로드킬 실태조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수립하겠다며 2억원 가량의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다른 정부 기관과 통합해 제대로 된 야생동물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지 10년 만입니다.
환경부의 로드킬 조사가 신뢰를 잃고 있는 사이, 환경 전문가들은 전국의 도로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야생동물 로드킬 건수는 연간 100만 건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2,740마리가 길에서 죽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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