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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입력 2016.08.31 (15:44) 수정 2017.03.29 (17:57) 취재K
멕시코 감옥에 한국인 여성이 8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의 대응이 무기력하고 미숙했다는 비판에 대해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전비호)은 "상당히 과도할 정도로 조력을 제공했다"고 반박해왔다.

그런데 취재진이 전혀 다른 내용이 담긴 공문서들을 입수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현지 검찰과 법원의 여러 문서에는, 대사관 측의 기존 주장과는 다른 증언과 단서들이 들어있다. 현지 영사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외교부는, 이 같은 문서의 존재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시작. 1월 15일 자정

37살 양 모 씨는 지난해 말, 멕시코에서 짝을 만나 정착하려는 여동생도 볼 겸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멕시코에 갔다. 두 달이 채 안 된 1월 15일 자정쯤, 동생의 약혼자 김 모 씨의 카라오케(노래방 시설을 갖추고 술을 파는 음식점) 영업 마무리를 돕고 있는데, 복면을 쓴 50여 명의 무장 병력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신원이나 이유도 밝히지 않고 한국인 종업원 5명, 현지인 매니저 1명, 그리고 손님들을 끌고 갔다. 현지 검찰청이었다.

양 씨와 종업원들은 한 명씩 떨어져 별도의 공간에서 수갑이 채워졌다. 함께 연행된 한국인 손님 A씨가 스페인어를 거의 못 하는 이들을 대신해 짧은 통역을 맡았고, 종업원 5명의 진술서가 작성됐다. 담당 검사는 무슨 내용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스페인어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종업원들은 한국 대사관 사람을 불러줄 것을 요구하며 35시간 가까이 버텼다. 화장실 이용도 물을 마시는 것도 제한됐고 압박이 계속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7일에야 그들은 주멕시코 대사관의 이임걸 경찰영사를 만날 수 있었다. 영사와 함께 온 통역사로부터 짧게 들은 진술서 내용은 아니나다를까 자신들의 얘기와 전혀 달랐다. 성매매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진술서에 종업원들은 매춘부가, 양 씨는 매춘을 강요한 포주가 돼있었다.

35시간을 버텨놓고... 그들은 왜 그냥 서명했나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종업원들은 하루 넘게 필사적으로 거부했던 그 진술서에 그냥 서명을 했다. 그들은 풀려났고, 그들의 서명으로 양 씨는 곧장 교도소에 구금됐다. 멕시코에선 매춘이 합법이다. 그러나 감금이나 협박을 통해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임금을 착취하면 강력 범죄가 된다. 종업원들은 석방된 이후 탄원서를 제출해, 이임걸 영사의 말을 듣고 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임걸 영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아래는 이임걸 영사가 6월 7일, 멕시코 최대 한인 사이트에 직접 올린 글이다.


즉 자신은 종업원들과 멕시코 검찰 측 양쪽의 의견을 전달했을 뿐 서명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서명은 종업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구속된 양 모 씨의 주변인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4월, 이 영사가 멕시코 연방검찰청에 보낸 대사관 공문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해당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6월에는 헌법소원을 담당하는 연방법원의 판사를 찾아가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도 했던 것으로 취재됐다. 이임걸 영사가 해당 판사에게 의견을 전달할 당시 통역을 했던 분으로부터취재진이 확인한 사실이다. 그는 도움이 된다면 법정에서 증언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임걸 영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아래와 같이 밝혀왔다.

"6월 7일 판사를 찾아갔을 때, 000이 스페인어로 통역한 부분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통역을 맡은 000이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통역하지 않고, 자기의 말을 섞어서 많이 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른다. (스페인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말인지 알았나?) 내 말보다 길게 말했다. (본인의 말과 다른 내용을 전달했는지 확인했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공문서에 나오는 내용은, 피해자 측 변호사(대사관 소속 변호사이기도 함)가 재판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변호사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서 전달한 것이다. 내가 그렇다고 인정해서 적은 내용이 아니다."


곳곳에 절차상 하자, 왜 몰랐나?

게다가 멕시코 검찰이 이들로부터 진술서에 서명을 받을 때 곳곳에 절차상 하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멕시코는 형사법 186조에 따라 사건의 증인이 통역을 맡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 씨와 종업원들의 진술서는 함께 붙잡혀 갔던 한국인 손님 A씨의 통역으로 작성됐다. 수사 절차상의 명백한 오점이다.

그리고 A씨는 멕시코 검찰로부터 통역을 해주면 이름이 이니셜로 표기해주겠다는 이득을 제안받았다. 그런 A씨도 진술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서명해야 했다. A씨가 지난 6월 재판정에서 증언한 발언이 기록된 법원 문서를 그대로 옮긴다.


이임걸 영사는 멕시코 검찰청에서 서명을 거부하는 종업원들을 만났을 때 이런 절차상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사의 말대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주재국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면, 마땅히 절차상의 하자나 오류 때문에 우리 국민이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받고 있진 않는지 따져봐야 했지만 이 부분을 놓친 것이다.

이 영사는 왜 이런 부분을 놓쳤을까? 다음은 이임걸 영사가 인터넷에 게시한 글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피의자 신분인 우리 국민들 6명이 혐의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며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인 상황이고, 멕시코 검찰의 수사와 연행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헌법재판까지 제기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우리 영사는 이미 '중범죄'라는 단정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외 여러 글에서도 '접대부'라고 못 박아 지칭하며, "미련한 짓을 하고 있다" "000씨의 만행" 등의 말들을 써왔다.

'유령 사건' 의혹까지... 누가 일을 꾸몄나?

이에 더해 이임걸 영사의 판단과 달리 애초에 사건 자체가 꾸며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사건은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임금을 착취당했다는 신고에 의해 진행됐다고 멕시코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 아래는 멕시코 검찰이 관할 법원에 제출한 문서다.


그런데 이 여성은 법원의 출석 명령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지금까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이 여성의 신원과 소재를 특정하지 못 했다. 이에 법원은 익명으로 기재된 ABC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관리하는 부처에 확인을 요청했고 아래와 같은 답신을 받았다.


허구의 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또 검찰이 제시한 ABC의 신고 내용을 보면, 이번에 단속한 가게와는 주소도, 사장 이름도 다르다. 현지 교민들에게 취재한 결과 한국인이 운영 중인 현지의 다른 가게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검찰이 성매매와 감금의 증거라며 현장에서 압수한 것들의 증거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휴지에 싸인 콘돔과 정액 흔적이 남은 쇼파'를 현장에서 감정하고 수집한 감정사가 법정에서 한 증언이다.


감금과 불법 노동의 증거라며 압수한 CCTV는 아예 증거목록에 올리지도 않았다.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이 없었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번역에 시간이 걸려서...답변 회피한 외교부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은 이 같은 내용과 억울함을 끊임없이 알려왔다. 대통령과 외교부, 경찰청에까지 탄원서를 제출했고, 양 씨는 본인의 옥중 심경을 담은 편지를 고국에 보내기도 했다. 기사화도 여러 번 됐다. 여기에는 현지에서 기업체를 운영 중인 홍금표 사장의 노력이 컸다. 홍 사장은 인터넷 게시판에 지금까지 모두 16편의 글을 시리즈로 게시하며, 묻힐 뻔한 사건에 관심을 모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 [바로가기] 다음 아고라 게시글


우리 외교부는 "대사관 측이 모든 조력을 다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취재진이 입수한 문서와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에 앞서 제시한 문서들을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외교부가 약속한 시간을 훌쩍 지나 내놓은 답변은 "번역을 하기가 까다로워 해당 내용에 대한 확인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였다. 그러면서 제시한 시간이 "10월은 돼야 한다고..." 였다.

또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측은 이 문서와 관련해 이임걸 영사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영사는 양 씨 변호사가 해당 내용(자신이 멕시코 검찰에 속아 피의자 신분이었던 여성들에게 서명을 설득했고, 진술 내용 교체를 약속했다는 부분)을 첨부해달라고 요구해서 썼다고 하네요"라고 전했다.

그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대사관 공문서로 작성해 타국 검찰에 보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물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영사는 앞서 보도된 기사들에 대해서는 '사심'에 의해 작성된 '오보'라고 주장해왔다.


사실 이 같은 사건과 사연은 우리에게 익숙할 정도다.


그때마다 내놓은 외교부의 "달라지겠다"는 반성과 개혁 의지도 이젠 식상하다. 지난해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사관이 접대에만 신경쓰고 정작 우리 국민 보호에 소홀하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까지 질타했지만, 변화는 없어 보인다. 전비호 대사가 얼마 전 방문한 대통령 영접에만 신경쓰느라 8개월간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옥에 갇혀있는 우리 국민은 제대로 챙겨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 한인회는 관련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활동하는 회원의 과반수가 넘는 서명을 받았다.

이쯤되면 궁금하다. 외교부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재외국민보호'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일반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괴리가 너무 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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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았다’는 멕시코 영사…시간 달라는 외교부
    • 입력 2016-08-31 15:44:22
    • 수정2017-03-29 17:57:21
    취재K
멕시코 감옥에 한국인 여성이 8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의 대응이 무기력하고 미숙했다는 비판에 대해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전비호)은 "상당히 과도할 정도로 조력을 제공했다"고 반박해왔다.

그런데 취재진이 전혀 다른 내용이 담긴 공문서들을 입수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현지 검찰과 법원의 여러 문서에는, 대사관 측의 기존 주장과는 다른 증언과 단서들이 들어있다. 현지 영사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외교부는, 이 같은 문서의 존재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시작. 1월 15일 자정

37살 양 모 씨는 지난해 말, 멕시코에서 짝을 만나 정착하려는 여동생도 볼 겸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멕시코에 갔다. 두 달이 채 안 된 1월 15일 자정쯤, 동생의 약혼자 김 모 씨의 카라오케(노래방 시설을 갖추고 술을 파는 음식점) 영업 마무리를 돕고 있는데, 복면을 쓴 50여 명의 무장 병력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신원이나 이유도 밝히지 않고 한국인 종업원 5명, 현지인 매니저 1명, 그리고 손님들을 끌고 갔다. 현지 검찰청이었다.

양 씨와 종업원들은 한 명씩 떨어져 별도의 공간에서 수갑이 채워졌다. 함께 연행된 한국인 손님 A씨가 스페인어를 거의 못 하는 이들을 대신해 짧은 통역을 맡았고, 종업원 5명의 진술서가 작성됐다. 담당 검사는 무슨 내용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스페인어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종업원들은 한국 대사관 사람을 불러줄 것을 요구하며 35시간 가까이 버텼다. 화장실 이용도 물을 마시는 것도 제한됐고 압박이 계속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7일에야 그들은 주멕시코 대사관의 이임걸 경찰영사를 만날 수 있었다. 영사와 함께 온 통역사로부터 짧게 들은 진술서 내용은 아니나다를까 자신들의 얘기와 전혀 달랐다. 성매매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진술서에 종업원들은 매춘부가, 양 씨는 매춘을 강요한 포주가 돼있었다.

35시간을 버텨놓고... 그들은 왜 그냥 서명했나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종업원들은 하루 넘게 필사적으로 거부했던 그 진술서에 그냥 서명을 했다. 그들은 풀려났고, 그들의 서명으로 양 씨는 곧장 교도소에 구금됐다. 멕시코에선 매춘이 합법이다. 그러나 감금이나 협박을 통해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임금을 착취하면 강력 범죄가 된다. 종업원들은 석방된 이후 탄원서를 제출해, 이임걸 영사의 말을 듣고 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임걸 영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아래는 이임걸 영사가 6월 7일, 멕시코 최대 한인 사이트에 직접 올린 글이다.


즉 자신은 종업원들과 멕시코 검찰 측 양쪽의 의견을 전달했을 뿐 서명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서명은 종업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구속된 양 모 씨의 주변인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4월, 이 영사가 멕시코 연방검찰청에 보낸 대사관 공문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해당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6월에는 헌법소원을 담당하는 연방법원의 판사를 찾아가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도 했던 것으로 취재됐다. 이임걸 영사가 해당 판사에게 의견을 전달할 당시 통역을 했던 분으로부터취재진이 확인한 사실이다. 그는 도움이 된다면 법정에서 증언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임걸 영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아래와 같이 밝혀왔다.

"6월 7일 판사를 찾아갔을 때, 000이 스페인어로 통역한 부분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통역을 맡은 000이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통역하지 않고, 자기의 말을 섞어서 많이 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른다. (스페인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말인지 알았나?) 내 말보다 길게 말했다. (본인의 말과 다른 내용을 전달했는지 확인했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공문서에 나오는 내용은, 피해자 측 변호사(대사관 소속 변호사이기도 함)가 재판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변호사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서 전달한 것이다. 내가 그렇다고 인정해서 적은 내용이 아니다."


곳곳에 절차상 하자, 왜 몰랐나?

게다가 멕시코 검찰이 이들로부터 진술서에 서명을 받을 때 곳곳에 절차상 하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멕시코는 형사법 186조에 따라 사건의 증인이 통역을 맡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 씨와 종업원들의 진술서는 함께 붙잡혀 갔던 한국인 손님 A씨의 통역으로 작성됐다. 수사 절차상의 명백한 오점이다.

그리고 A씨는 멕시코 검찰로부터 통역을 해주면 이름이 이니셜로 표기해주겠다는 이득을 제안받았다. 그런 A씨도 진술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서명해야 했다. A씨가 지난 6월 재판정에서 증언한 발언이 기록된 법원 문서를 그대로 옮긴다.


이임걸 영사는 멕시코 검찰청에서 서명을 거부하는 종업원들을 만났을 때 이런 절차상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사의 말대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주재국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면, 마땅히 절차상의 하자나 오류 때문에 우리 국민이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받고 있진 않는지 따져봐야 했지만 이 부분을 놓친 것이다.

이 영사는 왜 이런 부분을 놓쳤을까? 다음은 이임걸 영사가 인터넷에 게시한 글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피의자 신분인 우리 국민들 6명이 혐의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며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인 상황이고, 멕시코 검찰의 수사와 연행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헌법재판까지 제기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우리 영사는 이미 '중범죄'라는 단정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외 여러 글에서도 '접대부'라고 못 박아 지칭하며, "미련한 짓을 하고 있다" "000씨의 만행" 등의 말들을 써왔다.

'유령 사건' 의혹까지... 누가 일을 꾸몄나?

이에 더해 이임걸 영사의 판단과 달리 애초에 사건 자체가 꾸며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사건은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임금을 착취당했다는 신고에 의해 진행됐다고 멕시코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 아래는 멕시코 검찰이 관할 법원에 제출한 문서다.


그런데 이 여성은 법원의 출석 명령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지금까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이 여성의 신원과 소재를 특정하지 못 했다. 이에 법원은 익명으로 기재된 ABC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관리하는 부처에 확인을 요청했고 아래와 같은 답신을 받았다.


허구의 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또 검찰이 제시한 ABC의 신고 내용을 보면, 이번에 단속한 가게와는 주소도, 사장 이름도 다르다. 현지 교민들에게 취재한 결과 한국인이 운영 중인 현지의 다른 가게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검찰이 성매매와 감금의 증거라며 현장에서 압수한 것들의 증거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휴지에 싸인 콘돔과 정액 흔적이 남은 쇼파'를 현장에서 감정하고 수집한 감정사가 법정에서 한 증언이다.


감금과 불법 노동의 증거라며 압수한 CCTV는 아예 증거목록에 올리지도 않았다.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이 없었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번역에 시간이 걸려서...답변 회피한 외교부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은 이 같은 내용과 억울함을 끊임없이 알려왔다. 대통령과 외교부, 경찰청에까지 탄원서를 제출했고, 양 씨는 본인의 옥중 심경을 담은 편지를 고국에 보내기도 했다. 기사화도 여러 번 됐다. 여기에는 현지에서 기업체를 운영 중인 홍금표 사장의 노력이 컸다. 홍 사장은 인터넷 게시판에 지금까지 모두 16편의 글을 시리즈로 게시하며, 묻힐 뻔한 사건에 관심을 모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 [바로가기] 다음 아고라 게시글


우리 외교부는 "대사관 측이 모든 조력을 다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취재진이 입수한 문서와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에 앞서 제시한 문서들을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외교부가 약속한 시간을 훌쩍 지나 내놓은 답변은 "번역을 하기가 까다로워 해당 내용에 대한 확인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였다. 그러면서 제시한 시간이 "10월은 돼야 한다고..." 였다.

또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측은 이 문서와 관련해 이임걸 영사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영사는 양 씨 변호사가 해당 내용(자신이 멕시코 검찰에 속아 피의자 신분이었던 여성들에게 서명을 설득했고, 진술 내용 교체를 약속했다는 부분)을 첨부해달라고 요구해서 썼다고 하네요"라고 전했다.

그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대사관 공문서로 작성해 타국 검찰에 보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물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영사는 앞서 보도된 기사들에 대해서는 '사심'에 의해 작성된 '오보'라고 주장해왔다.


사실 이 같은 사건과 사연은 우리에게 익숙할 정도다.


그때마다 내놓은 외교부의 "달라지겠다"는 반성과 개혁 의지도 이젠 식상하다. 지난해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사관이 접대에만 신경쓰고 정작 우리 국민 보호에 소홀하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까지 질타했지만, 변화는 없어 보인다. 전비호 대사가 얼마 전 방문한 대통령 영접에만 신경쓰느라 8개월간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옥에 갇혀있는 우리 국민은 제대로 챙겨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 한인회는 관련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활동하는 회원의 과반수가 넘는 서명을 받았다.

이쯤되면 궁금하다. 외교부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재외국민보호'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일반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괴리가 너무 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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