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이 빚은 제주도의 슬픈 자화상

입력 2016.09.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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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을 갔든 일 때문에 출장을 갔든 요즘 제주도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첫번째는 제주공항이 너무 붐빈다는 것과, 둘째는 제주도에 예전과 달리 자동차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제주도가 예전의 제주도 같지 않다"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제주공항이 붐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고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치르는 것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라는 게 문제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30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하면 예약한 항공기를 넉넉히 탈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연관 기사] 제주공항 검색대 혼잡 ‘극심’…관광객 ‘불편’

제주공항은 이미 포화… 불편은 이용객 몫

택시나 승용차로 제주공항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예전 같지 않을뿐더러 어렵게 공항에 도착하면 항공권 발권을 위해 줄을 서는 것을 시작으로, 보안 탑승수속 때는 수십미터의 긴 줄을 서야 제 시간에 겨우 검색대를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제주공항에 이용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다른 공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해 이용객 상당수는 아예 바닥에 앉거나 서서 대기해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해서 탑승한 항공기가 제때에 이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뜨고 내리는 항공기로 활주로가 포화돼 이륙 전에 10~20분 계류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내릴 때도 제주공항은 활주로가 빌 때까지 공항 상공에서 항공기가 빙빙 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공항은 평일에도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에는 발권창구는 물론이고 보안수속에도 긴 줄이 만들어져 오랜 시간 대기하는 일이 잦아졌다.최근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공항은 평일에도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에는 발권창구는 물론이고 보안수속에도 긴 줄이 만들어져 오랜 시간 대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제주 하늘길이 포화상태임을 방증하는 재미 있는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제주공항의 여객 수송실적이 단일 활주로를 이용하는 전 세계 공항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단일 활주로 공항 중 제주공항 이용객 세계 최고

국제공항협회(ACI)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의 지난해 여객 수송 실적은 모두 2,604만1115명으로 터키 사비하곡센공항의 2,828만5578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2,250만3916명을 기록한 영국 스텐스테드공항이며, 일본 후쿠오카공항(2,094만2217명), 스위스 제네바공항(1,569만1077명)이 뒤를 이었다.

단일 활주로라는 전제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세계지도에서도 점하나로 표시될 정도로 작은 섬 제주도에서 세계 유수의 국제공항보다 훨씬 많은 공항 이용객들이 들어오고 나간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1위인 터키의 사비하곡센공항은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인데 비해 제주공항은 17시간만 운영되는 공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제주공항은 밤 11시 이후부터 새벽 5시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있다) 시간 당 여객 수송실적은 제주공항이 4,196명으로 터키 사비하곡센공항(3,229명)보다 오히려 1.2배 많다.


1분40초마다 항공기 이·착륙… 사고 위험 상존

또, 지난해 제주국제공항의 이·착륙 횟수는 모두 15만8,583편으로 산술적으로는 하루 평균 434.4편, 시간 당 25.5편으로 집계됐다.

특히 성수기와 주말에 항공기 운항이 일시에 몰릴 경우 시간당 35회로 제한된 '슬롯'(항공기 운항 스캐줄)이 포화되면서 1분40초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저 우리나라 공항 관계자들의 항공기 관제 실력에 감탄할 뿐이다.


이런 제주공항의 과포화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엔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연관기사] 제주 서귀포에 ‘제2공항’ 건설 추진…2025년 개항

당장 삶의 터전을 잃게된 주민들은 입지선정 시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마을마다 반대대책위를 꾸리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어, 오는 2025년 제주도 제2공항 건설이라는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제주해군기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2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은 벌써부터 마을마다 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공항건설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제주도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제2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은 벌써부터 마을마다 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공항건설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제주도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포화 상태인 공항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제주공항을 빠져 나오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가 한군데 뿐이어서 공항 입구 도로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서울 도심보다 교통체증이 더 심각하다.

제주도 자동차 45만대… 인구 1.4명 당 1대

올해 6월 기준으로 제주지역 자동차 등록대수는 45만3천 대다. 2015년말 제주지역 차량은 43만5천 대였으니 불과 6개월만에 1만 8천 대 증가한 것이다. 차량 증가가 교통란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제주도 인구가 6월말 현재 65만2천 명인 점을 감안하면 도민 1.43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자동차 증가율이 인구증가율을 훨씬 앞선 것은 물론이고 놀랍게도 인구 및 세대당 자동차 대수가 전국 1위다.

여기에는 100여 군데 렌터카 회사가 제주도에서 운행중인 렌터카 4만대도 포함된다.

제주공항과 시내를 잇는 도로가 한 군데 뿐이어서 주말이나 연휴에는 공항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주말과 연휴 때 제주공항 진입로의 교통혼잡도가 서울 도심보다 더 심각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제주공항과 시내를 잇는 도로가 한 군데 뿐이어서 주말이나 연휴에는 공항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주말과 연휴 때 제주공항 진입로의 교통혼잡도가 서울 도심보다 더 심각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무분별한 관광객 수용정책이 난개발 초래

이처럼 제주도가 벌써 교통지옥 수준에 접어들면서 한번이라도 불편을 겪었던 관광객들은 재방문을 기피하고 제주도로 사업장을 이전하려던 기업들도 선뜻 결정을 못내리는 상황이다.

한때 '슬로우시티'를 지향하고 자연경관을 내세워 일등 관광지를 추구하던 제주도가 이처럼 섬의 정체성을 잃어가는데는 무분별한 관광객 수용 정책과 과도한 인구 유입 정책에 원인이 있다.

과거 제주도의 정책 결정자들이 "적어도 섬에 인구는 백만 명이 돼야 도세(道勢)가 커진다"며 너도나도 인구유입 정책을 펼쳤고, 총량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무작정 관광객을 받은 탓이다.

[연관 기사] [9확대경] 부동산 투자 이민제 5년…제주 곳곳 난개발

중국자본이 제주도 개발에 유입되면서 한라산 중산간 곳곳에 이미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섰다. 한라산 허리를 베어내 중국자본에 대규모 콘도미니엄을 허가해주고 숙박시설과 카지노 등을 유치하면서 제주도 중산간은 이미 난개발의 표상이 되고 있다. 중국자본이 제주도 개발에 유입되면서 한라산 중산간 곳곳에 이미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섰다. 한라산 허리를 베어내 중국자본에 대규모 콘도미니엄을 허가해주고 숙박시설과 카지노 등을 유치하면서 제주도 중산간은 이미 난개발의 표상이 되고 있다.

한라산 허리 베어내 중국자본에 개발 허가

오랜만에 제주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제주도가 예전 같지 않다"며 "왜 대규모 관광개발에 집착하고 한라산 중산간 이곳저곳에 도로를 뚫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광풍처럼 번지는 개발바람을 이제라도 멈추게 해야한다. 이쯤해서 쉬고 가야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한숨처럼 들려온다.

'섬'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교통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원주민들 상당수가 돈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외지 자본에 팔았다.

이제 홍콩이나 하와이 원주민들처럼 섬의 주인공이 아니라 나그네로 전락하는 일은 시간 문제다.

"대규모 개발 멈추고 섬 정체성 되찾아야"

벌써부터 하수처리장이 과포화돼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고, 쓰레기 매립장은 갑자기 불어난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인 제주도에 외국인 범죄가 늘고 수백년 이어지던 전통문화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보물섬' 제주도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지 제주도민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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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개발이 빚은 제주도의 슬픈 자화상
    • 입력 2016-09-15 09:00:24
    취재K
관광을 갔든 일 때문에 출장을 갔든 요즘 제주도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첫번째는 제주공항이 너무 붐빈다는 것과, 둘째는 제주도에 예전과 달리 자동차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제주도가 예전의 제주도 같지 않다"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제주공항이 붐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고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치르는 것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라는 게 문제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30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하면 예약한 항공기를 넉넉히 탈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연관 기사] 제주공항 검색대 혼잡 ‘극심’…관광객 ‘불편’

제주공항은 이미 포화… 불편은 이용객 몫

택시나 승용차로 제주공항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예전 같지 않을뿐더러 어렵게 공항에 도착하면 항공권 발권을 위해 줄을 서는 것을 시작으로, 보안 탑승수속 때는 수십미터의 긴 줄을 서야 제 시간에 겨우 검색대를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제주공항에 이용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다른 공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해 이용객 상당수는 아예 바닥에 앉거나 서서 대기해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해서 탑승한 항공기가 제때에 이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뜨고 내리는 항공기로 활주로가 포화돼 이륙 전에 10~20분 계류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내릴 때도 제주공항은 활주로가 빌 때까지 공항 상공에서 항공기가 빙빙 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공항은 평일에도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에는 발권창구는 물론이고 보안수속에도 긴 줄이 만들어져 오랜 시간 대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제주 하늘길이 포화상태임을 방증하는 재미 있는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제주공항의 여객 수송실적이 단일 활주로를 이용하는 전 세계 공항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단일 활주로 공항 중 제주공항 이용객 세계 최고

국제공항협회(ACI)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의 지난해 여객 수송 실적은 모두 2,604만1115명으로 터키 사비하곡센공항의 2,828만5578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2,250만3916명을 기록한 영국 스텐스테드공항이며, 일본 후쿠오카공항(2,094만2217명), 스위스 제네바공항(1,569만1077명)이 뒤를 이었다.

단일 활주로라는 전제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세계지도에서도 점하나로 표시될 정도로 작은 섬 제주도에서 세계 유수의 국제공항보다 훨씬 많은 공항 이용객들이 들어오고 나간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1위인 터키의 사비하곡센공항은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인데 비해 제주공항은 17시간만 운영되는 공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제주공항은 밤 11시 이후부터 새벽 5시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있다) 시간 당 여객 수송실적은 제주공항이 4,196명으로 터키 사비하곡센공항(3,229명)보다 오히려 1.2배 많다.


1분40초마다 항공기 이·착륙… 사고 위험 상존

또, 지난해 제주국제공항의 이·착륙 횟수는 모두 15만8,583편으로 산술적으로는 하루 평균 434.4편, 시간 당 25.5편으로 집계됐다.

특히 성수기와 주말에 항공기 운항이 일시에 몰릴 경우 시간당 35회로 제한된 '슬롯'(항공기 운항 스캐줄)이 포화되면서 1분40초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저 우리나라 공항 관계자들의 항공기 관제 실력에 감탄할 뿐이다.


이런 제주공항의 과포화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엔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연관기사] 제주 서귀포에 ‘제2공항’ 건설 추진…2025년 개항

당장 삶의 터전을 잃게된 주민들은 입지선정 시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마을마다 반대대책위를 꾸리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어, 오는 2025년 제주도 제2공항 건설이라는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제주해군기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2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은 벌써부터 마을마다 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공항건설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제주도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포화 상태인 공항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제주공항을 빠져 나오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가 한군데 뿐이어서 공항 입구 도로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서울 도심보다 교통체증이 더 심각하다.

제주도 자동차 45만대… 인구 1.4명 당 1대

올해 6월 기준으로 제주지역 자동차 등록대수는 45만3천 대다. 2015년말 제주지역 차량은 43만5천 대였으니 불과 6개월만에 1만 8천 대 증가한 것이다. 차량 증가가 교통란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제주도 인구가 6월말 현재 65만2천 명인 점을 감안하면 도민 1.43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자동차 증가율이 인구증가율을 훨씬 앞선 것은 물론이고 놀랍게도 인구 및 세대당 자동차 대수가 전국 1위다.

여기에는 100여 군데 렌터카 회사가 제주도에서 운행중인 렌터카 4만대도 포함된다.

제주공항과 시내를 잇는 도로가 한 군데 뿐이어서 주말이나 연휴에는 공항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주말과 연휴 때 제주공항 진입로의 교통혼잡도가 서울 도심보다 더 심각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무분별한 관광객 수용정책이 난개발 초래

이처럼 제주도가 벌써 교통지옥 수준에 접어들면서 한번이라도 불편을 겪었던 관광객들은 재방문을 기피하고 제주도로 사업장을 이전하려던 기업들도 선뜻 결정을 못내리는 상황이다.

한때 '슬로우시티'를 지향하고 자연경관을 내세워 일등 관광지를 추구하던 제주도가 이처럼 섬의 정체성을 잃어가는데는 무분별한 관광객 수용 정책과 과도한 인구 유입 정책에 원인이 있다.

과거 제주도의 정책 결정자들이 "적어도 섬에 인구는 백만 명이 돼야 도세(道勢)가 커진다"며 너도나도 인구유입 정책을 펼쳤고, 총량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무작정 관광객을 받은 탓이다.

[연관 기사] [9확대경] 부동산 투자 이민제 5년…제주 곳곳 난개발

중국자본이 제주도 개발에 유입되면서 한라산 중산간 곳곳에 이미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섰다. 한라산 허리를 베어내 중국자본에 대규모 콘도미니엄을 허가해주고 숙박시설과 카지노 등을 유치하면서 제주도 중산간은 이미 난개발의 표상이 되고 있다.
한라산 허리 베어내 중국자본에 개발 허가

오랜만에 제주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제주도가 예전 같지 않다"며 "왜 대규모 관광개발에 집착하고 한라산 중산간 이곳저곳에 도로를 뚫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광풍처럼 번지는 개발바람을 이제라도 멈추게 해야한다. 이쯤해서 쉬고 가야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한숨처럼 들려온다.

'섬'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교통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원주민들 상당수가 돈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외지 자본에 팔았다.

이제 홍콩이나 하와이 원주민들처럼 섬의 주인공이 아니라 나그네로 전락하는 일은 시간 문제다.

"대규모 개발 멈추고 섬 정체성 되찾아야"

벌써부터 하수처리장이 과포화돼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고, 쓰레기 매립장은 갑자기 불어난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인 제주도에 외국인 범죄가 늘고 수백년 이어지던 전통문화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보물섬' 제주도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지 제주도민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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