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쓰룸] ‘함께 부르니 더 좋아’…촛불집회를 빛낸 저항의 노래들

입력 2016.12.14 (14:07) 수정 2016.12.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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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1 말 달리자 - 크라잉 넛(Crying Nut)

지난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 크라잉 넛이 광화문 무대에 올랐다. 크라잉 넛이 선보인 노래는 무반주로 시작하는 곡 '룩셈부르크',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수 많은 촛불이 야광봉처럼 흔들렸고, 펑크 사운드에 들불 같은 함성이 번져나갔다.

데뷔 19년차 밴드 크라잉 넛은 이날 '룩셈부르크', '좋지 아니한가',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4곡을 내리불렀다. 크라잉 넛은 펑크의 기본인 '3코드'와 '미니멀리즘'을 지키면서도 따라 부르기 쉬운 한국식 펑크를 만들어 왔다. 월드컵 응원가인 '필살 오프사이드'(2002), '독립군가'(2006), '일어나라 대한민국'(2010)으로도 친숙한 밴드이다.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가만 있어
우리는 달려야 해
거짓에 싸워야 해
말 달리자

'말 달리자'를 부르기 앞서 크라잉 넛의 리더 한경록(베이스)은 "요즘 말(馬) 때문에 말이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원래 말 달리자는 크라잉 넛 것이었는데, 요즘 저희가 이러려고 크라잉 넛 했는지 자괴감이 듭니다."고 말하며 현실을 꼬집었다.

크라잉 넛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말 달리자'에는 '말'이라는 단어가 10번이나 등장해 최순실 사태의 패러디 송으로 불려왔다. 한경록은 "우리가 달려야 할 곳은 독일이나 이화여대가 아니라, 청와대다."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에 호응하듯 시민들은 '닥쳐'가 연달아 되풀이되는 부분에서 소리를 높였다.

1998년 크라잉 넛의 정규 1집에 실렸던 '말 달리자'. 음악웹진 이즘(IZM)의 김반야 평론가는 "펑크는 1970년대 경제 위기로 실업률이 20%까지 올랐던 영국 청년들의 해방구였다"며 "펑크록 '말 달리자' 역시 외환위기 이후 청년들의 상실과 분노를 대변해 주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트랙 2 광야에서 - 안치환

11월 17일 가수 안치환이 발매한 디지털 싱글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앨범 재킷11월 17일 가수 안치환이 발매한 디지털 싱글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앨범 재킷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기계를 끌고 와 고속도로 농성을 벌였다. 발이 묶인 농민들을 위로하듯 광화문 광장에서는 안치환의 '광야에서'가 울려 퍼졌다. 안치환은 "엄격하고 숭고한 촛불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며 무대에 오른 소회를 밝혔다.

해 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우리 어찌 가난 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 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안치환은 노래패 '울림터', '새벽',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활동하면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등의 민중가요를 만들어왔다. 지난 11월 17일에는 현 시국을 비판하는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라는 곡을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안치환은 대표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가사 중 '사람'을 '하야'로 바꿔 불렀다. 집회에 참여한 박기완(28・학생) 씨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트랙 3 행진 - 들국화

지난 11월 19일 4차 촛불집회 사전문화제에는 가수 전인권이 '행진', '상록수', '걱정 말아요 그대', '애국가'를 연달아 불렀다. 청와대 앞 500m까지 행진이 허용된 이날, 전인권 밴드가 '행진'을 부를 때 시민들은 '앞으로'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전인권은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촛불집회가 되자"고 말했다.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꺼야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야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야

1985년 발매된 들국화 1집 앨범 재킷. 왼쪽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인권(보컬), 조덕환(드럼),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1985년 발매된 들국화 1집 앨범 재킷. 왼쪽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인권(보컬), 조덕환(드럼),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

검열이 심했던 1980년대 들국화는 TV출연 대신 심야 라디오와 라이브 공연으로 30만 장이라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들국화의 1집은 2007년 경향신문과 음악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의 1위에 오르는 등 전무후무한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선정위원장인 박준흠 평론가는 들국화의 음반을 '1980년대 새로운 음악의 시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은 한 인터뷰에서 80년대를 회고하며 "노래로 억압적 상황을 달래주는 게 들국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가수 이승환, 이효리 등과 함께 국정 농단에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곡 '길가에 버려지다'를 불렀다.

[연관 기사] ☞ 전인권 “애국가 처절하게 불러보고 싶었다”

트랙 4 상록수 - 양희은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가수 양희은이 깜짝 무대에 올랐다. 그는 LED 촛불과 마이크를 함께 쥐고 '아침이슬', '상록수', '행복의 나라로'와 같은 대표곡을 불렀다.

1978년 발표된 '상록수'는 독재 타도를 외치던 대학생들이 즐겨 부르며 1987년까지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해금 이후 민중가요로 불리다가 1998년 골프선수 박세리가 맨발 투혼을 벌이던 공익 광고에 실리기도 했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지난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가수 양희은이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지난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가수 양희은이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학교 다닐 때 가슴 깊이 좋아했던 곡인데 '끝내 이기리라'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날 뻔했다"며 노래의 감동을 전했다.

시국을 노래하는 가수들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도 시국 비판 곡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힙합 뮤지션들의 풍자 곡이 연달아 발매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힙합 가수 산이(San E)가 '나쁜X(Bad Year)'를 발표해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 외에도 조PD와 윤일상의 '시대유감 2016', MC메타의 '퇴진의 영순위와 도둑놈패' 등 정권 비판 곡들이 나오고 있다.


유모차에 탄 아기부터, 교복 입은 학생, 대학생, 회사원, 백발 노인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세대는 다양하다. 모든 연령대가 다 모여 있는 촛불집회에서 70, 80년대 노래들이 자주 불리는 데 대해 김반야 평론가는 "예전에 비판했던 사회 모습과 지금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아 과거의 노래를 불러도 이질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메타가 11월 17일 무료로 공개한 음원. 유튜브 화면 캡처.힙합 듀오 가리온의 MC메타가 11월 17일 무료로 공개한 음원. 유튜브 화면 캡처.


[연관 기사] ☞ [연예수첩] 시국을 노래해 국민을 위로하다


디지털뉴스 인턴 김효진 traum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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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4 14:07:11
    • 수정2016-12-14 15: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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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1 말 달리자 - 크라잉 넛(Crying Nut)

지난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 크라잉 넛이 광화문 무대에 올랐다. 크라잉 넛이 선보인 노래는 무반주로 시작하는 곡 '룩셈부르크',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수 많은 촛불이 야광봉처럼 흔들렸고, 펑크 사운드에 들불 같은 함성이 번져나갔다.

데뷔 19년차 밴드 크라잉 넛은 이날 '룩셈부르크', '좋지 아니한가',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4곡을 내리불렀다. 크라잉 넛은 펑크의 기본인 '3코드'와 '미니멀리즘'을 지키면서도 따라 부르기 쉬운 한국식 펑크를 만들어 왔다. 월드컵 응원가인 '필살 오프사이드'(2002), '독립군가'(2006), '일어나라 대한민국'(2010)으로도 친숙한 밴드이다.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가만 있어
우리는 달려야 해
거짓에 싸워야 해
말 달리자

'말 달리자'를 부르기 앞서 크라잉 넛의 리더 한경록(베이스)은 "요즘 말(馬) 때문에 말이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원래 말 달리자는 크라잉 넛 것이었는데, 요즘 저희가 이러려고 크라잉 넛 했는지 자괴감이 듭니다."고 말하며 현실을 꼬집었다.

크라잉 넛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말 달리자'에는 '말'이라는 단어가 10번이나 등장해 최순실 사태의 패러디 송으로 불려왔다. 한경록은 "우리가 달려야 할 곳은 독일이나 이화여대가 아니라, 청와대다."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에 호응하듯 시민들은 '닥쳐'가 연달아 되풀이되는 부분에서 소리를 높였다.

1998년 크라잉 넛의 정규 1집에 실렸던 '말 달리자'. 음악웹진 이즘(IZM)의 김반야 평론가는 "펑크는 1970년대 경제 위기로 실업률이 20%까지 올랐던 영국 청년들의 해방구였다"며 "펑크록 '말 달리자' 역시 외환위기 이후 청년들의 상실과 분노를 대변해 주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트랙 2 광야에서 - 안치환

11월 17일 가수 안치환이 발매한 디지털 싱글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앨범 재킷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기계를 끌고 와 고속도로 농성을 벌였다. 발이 묶인 농민들을 위로하듯 광화문 광장에서는 안치환의 '광야에서'가 울려 퍼졌다. 안치환은 "엄격하고 숭고한 촛불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며 무대에 오른 소회를 밝혔다.

해 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우리 어찌 가난 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 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안치환은 노래패 '울림터', '새벽',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활동하면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등의 민중가요를 만들어왔다. 지난 11월 17일에는 현 시국을 비판하는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라는 곡을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안치환은 대표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가사 중 '사람'을 '하야'로 바꿔 불렀다. 집회에 참여한 박기완(28・학생) 씨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트랙 3 행진 - 들국화

지난 11월 19일 4차 촛불집회 사전문화제에는 가수 전인권이 '행진', '상록수', '걱정 말아요 그대', '애국가'를 연달아 불렀다. 청와대 앞 500m까지 행진이 허용된 이날, 전인권 밴드가 '행진'을 부를 때 시민들은 '앞으로'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전인권은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촛불집회가 되자"고 말했다.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꺼야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야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야

1985년 발매된 들국화 1집 앨범 재킷. 왼쪽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인권(보컬), 조덕환(드럼),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
검열이 심했던 1980년대 들국화는 TV출연 대신 심야 라디오와 라이브 공연으로 30만 장이라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들국화의 1집은 2007년 경향신문과 음악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의 1위에 오르는 등 전무후무한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선정위원장인 박준흠 평론가는 들국화의 음반을 '1980년대 새로운 음악의 시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은 한 인터뷰에서 80년대를 회고하며 "노래로 억압적 상황을 달래주는 게 들국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가수 이승환, 이효리 등과 함께 국정 농단에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곡 '길가에 버려지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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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4 상록수 - 양희은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가수 양희은이 깜짝 무대에 올랐다. 그는 LED 촛불과 마이크를 함께 쥐고 '아침이슬', '상록수', '행복의 나라로'와 같은 대표곡을 불렀다.

1978년 발표된 '상록수'는 독재 타도를 외치던 대학생들이 즐겨 부르며 1987년까지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해금 이후 민중가요로 불리다가 1998년 골프선수 박세리가 맨발 투혼을 벌이던 공익 광고에 실리기도 했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지난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가수 양희은이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학교 다닐 때 가슴 깊이 좋아했던 곡인데 '끝내 이기리라'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날 뻔했다"며 노래의 감동을 전했다.

시국을 노래하는 가수들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도 시국 비판 곡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힙합 뮤지션들의 풍자 곡이 연달아 발매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힙합 가수 산이(San E)가 '나쁜X(Bad Year)'를 발표해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 외에도 조PD와 윤일상의 '시대유감 2016', MC메타의 '퇴진의 영순위와 도둑놈패' 등 정권 비판 곡들이 나오고 있다.


유모차에 탄 아기부터, 교복 입은 학생, 대학생, 회사원, 백발 노인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세대는 다양하다. 모든 연령대가 다 모여 있는 촛불집회에서 70, 80년대 노래들이 자주 불리는 데 대해 김반야 평론가는 "예전에 비판했던 사회 모습과 지금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아 과거의 노래를 불러도 이질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메타가 11월 17일 무료로 공개한 음원.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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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 인턴 김효진 traum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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