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고소득 단기 알바”…여대생 노린 사기극

입력 2017.02.13 (08:33) 수정 2017.02.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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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이 많죠.

이런 학생들의 눈에 가장 매력적으로 들어오는 문구는 바로 고소득 단기 알바일겁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짧게 할 수 있고 더구나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죠.

최근 SNS에 주로 여대생을 대상으로 고소득 단기 알바를 모집한다는 이런 글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2~3일만 일하면 목돈을 벌 수 있다.

자신들이 일당을 가장 많이 준다. 이렇게 여대생들을 끌어모았는데요.

하지만 이 알바에 참여한 학생들에겐 남은 건, 목돈이 아니라 무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빚뿐이라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청주에 사는 예비 대학생 22살 이 모 씨.

지난해 11월 밀린 휴대전화 요금을 갚기 위해 급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SNS에서 구인광고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페이스북을 막 보다가 “단기 알바라 해놓고서 하루 일당이 30만 원 정도 된다."

조건도 간단했습니다.

21살 이상의 여성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받는 일이고, 서류 정리하는 일이라 크게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경리인 줄 알았어요."

물론 생각보다 일당이 너무 많아 의심도 들었다는 이 씨.

하지만 직접 만나 일에 관해 설명해준다기에 별 부담 없이 만나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두 명이 왔어요. 여자애들 두 명. 부산에서 왔대요. 인사하고서 (상대방이) “그냥 몇 살이세요?” “스물두 살이요.” “어, 나돈데 우리 말 놓을까요? 말 놓을까 친군데?”

구인 광고를 올린 건 이 씨와 동갑인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설명하는 업무는 서류 정리나 전화받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신용불량자들 대신 대출을 해주는 그런 곳이라고. 공증을 써주고 하는 거니까 크게 막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다."

신용불량자를 대신해 대출을 받아주는 일이라는 겁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걔네들이 알려준 (대출 중개인) 번호로 (전화해서) “ 천만 원을 대출받고 싶다. 어떻게 해야 되냐” 물어보면 다 알아서 해 줄 거래요. 그럼 내가 대출하는 것 아니냐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넌 그냥 대출하는 척만 하는 것이지 대출하는 것이 아니다."

이 씨의 명의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그 돈을 업체가 다시 6개월간 신용불량자에게 빌려 준다는 겁니다.

그 대신 이 씨에게 40만 원이 넘는 수고비를 준다고 말했다는데요.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불안했죠. 안 한다고 진짜 수십 번은 말했고. 자기들도 처음 했을 때는 불안하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나한테 피해오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이자 같은 경우는 다 자기들이 입금을 해 주겠고, 원금상환 같은 경우는 5, 6개월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다고.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죠."

여성들은 이 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6개월 안에 대출금과 이자 모두 자신들이 갚을 거라고 안심시켰다는데요.

결국, 이 씨는 자신의 명의로 저축은행에서 1,700만 원을 대출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씨가 받은 수고비는 모두 44만 원.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27.9%였나. (*질문-지금 총 대출받은 금액이 얼마죠?) 1700만 원이요."

알바 모집 광고에는 사람을 소개만 해줘도 수고비를 준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녹취> 김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단기 알바 구한다는 친구한테 전화 해가지고 (일 할 사람) 소개해주면 50만 원을 줘요."

<녹취> "(소개해주면요?) 네. 소개비 50만 원."

막상 만나서 해야 하는 업무를 들어보면 결국 대출이었습니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또래 여성들이 권유하는 일이라 조금은 안심이 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자기들도 이 일을 해서 지금 채무관계 다 갚았다. 일단 걔네 쪽에서 갚아준다 이야기도 하고, 막 꺼려지게 이야기는 안 했어요. 그쪽에서. 다 저희 또래고 이러니까."

손쉽게 목돈을 벌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수상한 아르바이트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늘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강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 한번 안 냈더니 3일 내내 내라고 계속 전화오고. 아니면 원금을 다 갚아야 된다, 다음 주에 달라 그러니까 유체 이탈한 느낌, 영혼이 쓱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새벽에 그냥 벌떡벌떡 일어나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당이 약속과 달리 이자를 주지 않은 겁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어보자 황당한 얘기가 돌아왔습니다.

<녹취> 강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친구를 더 데리고 오라는 거예요. 자꾸. 내가 한 명만 더 데리고 오면 (내 대출금을) 해결해 줄게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한참 뒤에 “돌림 막기”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결국 피해자들의 신고로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21살 곽 모 씨 등 20대 초반의 남녀 7명으로, 고소득 단기알바를 내세워 대출사기를 벌였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43명. 피해금액은 6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김백수(경위/부산 연제경찰서 강력3팀) : "아무래도 이 친구들이 사회 초년생이고 도 금융 관계에 대해 잘 모르지 않습니까. 이것이 나중에 자기한테 채무가 돌아온다는 그 사실을 모르고, 돈이 좀 궁한 나머지 목돈까지 주니까 순간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당은 처음 몇 달 이자를 내주다 연락을 끊어버리는 수법을 썼습니다.

결국 피해자들은 자신은 만져보지도 못한 대출금과 이자까지 떠안게 되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진짜 인생 망했구나 싶었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까. 1,700만 원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어떻게 갚아요. 무슨 수로. 이자만 한 달에 36만 원에서 40만 원 정도 나와요. 두 개 합쳐서."

경찰은 방학을 맞아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를 내세워 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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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고소득 단기 알바”…여대생 노린 사기극
    • 입력 2017-02-13 08:35:27
    • 수정2017-02-13 09: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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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이 많죠.

이런 학생들의 눈에 가장 매력적으로 들어오는 문구는 바로 고소득 단기 알바일겁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짧게 할 수 있고 더구나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죠.

최근 SNS에 주로 여대생을 대상으로 고소득 단기 알바를 모집한다는 이런 글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2~3일만 일하면 목돈을 벌 수 있다.

자신들이 일당을 가장 많이 준다. 이렇게 여대생들을 끌어모았는데요.

하지만 이 알바에 참여한 학생들에겐 남은 건, 목돈이 아니라 무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빚뿐이라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청주에 사는 예비 대학생 22살 이 모 씨.

지난해 11월 밀린 휴대전화 요금을 갚기 위해 급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SNS에서 구인광고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페이스북을 막 보다가 “단기 알바라 해놓고서 하루 일당이 30만 원 정도 된다."

조건도 간단했습니다.

21살 이상의 여성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받는 일이고, 서류 정리하는 일이라 크게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경리인 줄 알았어요."

물론 생각보다 일당이 너무 많아 의심도 들었다는 이 씨.

하지만 직접 만나 일에 관해 설명해준다기에 별 부담 없이 만나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두 명이 왔어요. 여자애들 두 명. 부산에서 왔대요. 인사하고서 (상대방이) “그냥 몇 살이세요?” “스물두 살이요.” “어, 나돈데 우리 말 놓을까요? 말 놓을까 친군데?”

구인 광고를 올린 건 이 씨와 동갑인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설명하는 업무는 서류 정리나 전화받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신용불량자들 대신 대출을 해주는 그런 곳이라고. 공증을 써주고 하는 거니까 크게 막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다."

신용불량자를 대신해 대출을 받아주는 일이라는 겁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걔네들이 알려준 (대출 중개인) 번호로 (전화해서) “ 천만 원을 대출받고 싶다. 어떻게 해야 되냐” 물어보면 다 알아서 해 줄 거래요. 그럼 내가 대출하는 것 아니냐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넌 그냥 대출하는 척만 하는 것이지 대출하는 것이 아니다."

이 씨의 명의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그 돈을 업체가 다시 6개월간 신용불량자에게 빌려 준다는 겁니다.

그 대신 이 씨에게 40만 원이 넘는 수고비를 준다고 말했다는데요.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불안했죠. 안 한다고 진짜 수십 번은 말했고. 자기들도 처음 했을 때는 불안하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나한테 피해오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이자 같은 경우는 다 자기들이 입금을 해 주겠고, 원금상환 같은 경우는 5, 6개월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다고.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죠."

여성들은 이 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6개월 안에 대출금과 이자 모두 자신들이 갚을 거라고 안심시켰다는데요.

결국, 이 씨는 자신의 명의로 저축은행에서 1,700만 원을 대출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씨가 받은 수고비는 모두 44만 원.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27.9%였나. (*질문-지금 총 대출받은 금액이 얼마죠?) 1700만 원이요."

알바 모집 광고에는 사람을 소개만 해줘도 수고비를 준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녹취> 김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단기 알바 구한다는 친구한테 전화 해가지고 (일 할 사람) 소개해주면 50만 원을 줘요."

<녹취> "(소개해주면요?) 네. 소개비 50만 원."

막상 만나서 해야 하는 업무를 들어보면 결국 대출이었습니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또래 여성들이 권유하는 일이라 조금은 안심이 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자기들도 이 일을 해서 지금 채무관계 다 갚았다. 일단 걔네 쪽에서 갚아준다 이야기도 하고, 막 꺼려지게 이야기는 안 했어요. 그쪽에서. 다 저희 또래고 이러니까."

손쉽게 목돈을 벌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수상한 아르바이트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늘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강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 한번 안 냈더니 3일 내내 내라고 계속 전화오고. 아니면 원금을 다 갚아야 된다, 다음 주에 달라 그러니까 유체 이탈한 느낌, 영혼이 쓱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새벽에 그냥 벌떡벌떡 일어나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당이 약속과 달리 이자를 주지 않은 겁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어보자 황당한 얘기가 돌아왔습니다.

<녹취> 강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친구를 더 데리고 오라는 거예요. 자꾸. 내가 한 명만 더 데리고 오면 (내 대출금을) 해결해 줄게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한참 뒤에 “돌림 막기”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결국 피해자들의 신고로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21살 곽 모 씨 등 20대 초반의 남녀 7명으로, 고소득 단기알바를 내세워 대출사기를 벌였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43명. 피해금액은 6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김백수(경위/부산 연제경찰서 강력3팀) : "아무래도 이 친구들이 사회 초년생이고 도 금융 관계에 대해 잘 모르지 않습니까. 이것이 나중에 자기한테 채무가 돌아온다는 그 사실을 모르고, 돈이 좀 궁한 나머지 목돈까지 주니까 순간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당은 처음 몇 달 이자를 내주다 연락을 끊어버리는 수법을 썼습니다.

결국 피해자들은 자신은 만져보지도 못한 대출금과 이자까지 떠안게 되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00(대출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진짜 인생 망했구나 싶었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까. 1,700만 원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어떻게 갚아요. 무슨 수로. 이자만 한 달에 36만 원에서 40만 원 정도 나와요. 두 개 합쳐서."

경찰은 방학을 맞아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를 내세워 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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