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중앙아시아 약탈혼 성행…문화vs범죄?

입력 2017.05.16 (20:35) 수정 2017.05.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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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글로벌 현장입니다.

카자흐스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에는 이른바 '보쌈 문화'라는 결혼 풍습이 존재합니다.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납치해 신부로 삼는 건데, 전통 문화일까요, 아니면 범죄 행위일까요?

이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연결합니다.

<질문>
하준수 특파원, '보쌈 문화'가 카자흐스탄 결혼 풍습의 한 부분이라는 거죠?

<답변>
네. 카자흐스탄에는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을 납치해 결혼하는 풍습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이 막무가내식으로 여성을 납치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성 뒤로 한 남성이 접근합니다.

그러더니 여성의 팔을 당겨 강제로 끌고 갑니다.

여성이 저항해 보지만, 다른 남성까지 합세해 자동차에 태운 뒤 데려갑니다.

이렇게 보쌈을 당한 여성은 자신을 납치한 남성과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이같은 '신부 납치'는 카자흐스탄 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약탈혼이 여성의 동의 없이 막무가내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심지어 기혼 여성이나 10대 소녀를 납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 "당시에 18살이었는데, 하교 중에 납치를 당했어요. 모르는 남자였어요."

한 인권단체에 따르면, 매년 만 명 이상의 키르기스스탄 여성들이 납치를 당해 결혼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강제 결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마다 5천건 가량인 셈입니다.

<질문>
납치는 엄연히 범죄인데, 지금까지 전통으로 내려져 왔다는 게 저는 좀 의아하네요.

<답변>
네. 보쌈 문화는 원래 프러포즈 개념의 풍습이었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미리 약속을 하고 보쌈을 해 결혼식을 올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완전히 변질됐습니다.

여성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쌈 문화' 자체를 전통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녹취> 러셀 켈린바흐(사회학자) : "경찰이나 공무원들조차 (신부 납치가) 불법이라는 걸 모릅니다. 그들은 오래된 전통이라고 믿고 있어요."

이렇게 납치당한 여성들은 결혼을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거절할 경우 '순결을 잃은 여자' 취급을 당해 다시는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납치된 여성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감금과 폭행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질문>
저는 '보쌈 문화'가 풍습이 아닌 '악습'처럼 느껴지는데요,

이러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없는 건가요?

<답변>
네.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도 납치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보쌈 문화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습니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강제 결혼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립니다.

이 여성은 납치를 당했다가 도망쳤습니다. 나중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 "(도망치고 나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 남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며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버림받거나 도망친 여성들은 대부분 경제적 빈곤이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여성들의 상황 역시 비슷합니다.

약탈혼을 법으로는 금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형사 처벌이 가능한 지 모르는 여성들이 많고, 실제 고발을 하더라도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남성들이 납치를 범죄가 아닌 혼인의 한 형태로 인식하는 한, 여성들의 권리와 행복을 되찾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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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중앙아시아 약탈혼 성행…문화vs범죄?
    • 입력 2017-05-16 20:32:36
    • 수정2017-05-16 20:54:11
    글로벌24
<앵커 멘트>

글로벌 현장입니다.

카자흐스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에는 이른바 '보쌈 문화'라는 결혼 풍습이 존재합니다.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납치해 신부로 삼는 건데, 전통 문화일까요, 아니면 범죄 행위일까요?

이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연결합니다.

<질문>
하준수 특파원, '보쌈 문화'가 카자흐스탄 결혼 풍습의 한 부분이라는 거죠?

<답변>
네. 카자흐스탄에는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을 납치해 결혼하는 풍습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이 막무가내식으로 여성을 납치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성 뒤로 한 남성이 접근합니다.

그러더니 여성의 팔을 당겨 강제로 끌고 갑니다.

여성이 저항해 보지만, 다른 남성까지 합세해 자동차에 태운 뒤 데려갑니다.

이렇게 보쌈을 당한 여성은 자신을 납치한 남성과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이같은 '신부 납치'는 카자흐스탄 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약탈혼이 여성의 동의 없이 막무가내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심지어 기혼 여성이나 10대 소녀를 납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 "당시에 18살이었는데, 하교 중에 납치를 당했어요. 모르는 남자였어요."

한 인권단체에 따르면, 매년 만 명 이상의 키르기스스탄 여성들이 납치를 당해 결혼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강제 결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마다 5천건 가량인 셈입니다.

<질문>
납치는 엄연히 범죄인데, 지금까지 전통으로 내려져 왔다는 게 저는 좀 의아하네요.

<답변>
네. 보쌈 문화는 원래 프러포즈 개념의 풍습이었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미리 약속을 하고 보쌈을 해 결혼식을 올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완전히 변질됐습니다.

여성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쌈 문화' 자체를 전통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녹취> 러셀 켈린바흐(사회학자) : "경찰이나 공무원들조차 (신부 납치가) 불법이라는 걸 모릅니다. 그들은 오래된 전통이라고 믿고 있어요."

이렇게 납치당한 여성들은 결혼을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거절할 경우 '순결을 잃은 여자' 취급을 당해 다시는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납치된 여성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감금과 폭행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질문>
저는 '보쌈 문화'가 풍습이 아닌 '악습'처럼 느껴지는데요,

이러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없는 건가요?

<답변>
네.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도 납치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보쌈 문화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습니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강제 결혼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립니다.

이 여성은 납치를 당했다가 도망쳤습니다. 나중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 "(도망치고 나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 남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며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버림받거나 도망친 여성들은 대부분 경제적 빈곤이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여성들의 상황 역시 비슷합니다.

약탈혼을 법으로는 금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형사 처벌이 가능한 지 모르는 여성들이 많고, 실제 고발을 하더라도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남성들이 납치를 범죄가 아닌 혼인의 한 형태로 인식하는 한, 여성들의 권리와 행복을 되찾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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