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돈 되면 다 한다”…생활 속 파고든 폭력조직

입력 2017.06.01 (08:34) 수정 2017.06.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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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찰의 단속에도 조직폭력배들의 먹이 사슬이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폭력 조직의 범죄 행태가 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요즘 조직폭력배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견인차와 화장품 판매에 손을 대고, 해외까지 원정을 가 강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좀도둑처럼 생활 주변까지 깊숙이 침투하다 보니, 그만큼 피해를 보는 시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권을 노리고 협박과 무차별 폭행을 휘두르는 폭력 조직 때문에 피해자들은 신고도 못 하고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폭력 조직의 실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양시의 한 장례식장 앞입니다.

어두운색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공손히 손을 모으고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곧이어 검은색 승용차에서 중년 남성이 내립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이 남성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구부려 깍듯하게 인사를 합니다.

중년 남성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인사는 계속됩니다.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과시하고 있는 폭력 조직입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이번 단속은 18개 파, 183명에 대해서 저희가 단속한 겁니다.”

수도권에서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던 A 모 씨는 이런 폭력 조직원들에게 한동안 시달렸습니다.

손님을 더 끌어오기 위해 한 견인차 업체를 소개받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견인차 업체 사장의 행동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거래도 하기 전부터 돈을 먼저 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가불해달라고 와서 술 사달라고 그러고 그랬죠. 7백만 원에서 천만 원 정도 가져갔을 거예요.”

이들은 렌터카 영업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무조건 본인들 렌터카만 쓰라고 협박을 해왔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대부분 공업사에서 (손님에게) 렌터카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 그런 경우가 있을 때 '우리 렌터카 써라, 어?' 이렇게 공업사 사장한테 위협을 한 거죠. 이런 식으로 된 거예요.”

이런 요구가 계속되자 A씨는 다른 견인차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알았는지 폭력 조직원들은 A씨가 거래하려던 업체를 찾아가 견인차를 부수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상대방 업체와 거래를 하려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상대방 견인차 회사 가서 때려 부수고 그랬어요. 야구 방망이로.”

A씨가 미리 줬던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위협은 더 심해졌습니다.

조직원들을 몰고 와 무차별 폭행을 가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선불로 줬던) 돈을 달라고 하니까 이제 걔들이 평택에서 온 거예요. 깡패들 데리고. 맞아서 제가 이 5개가 나가서 전치 6주 나온 거고요.”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실제 조직폭력배는 운영자 2명이에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어떤 협박이 필요하다거나 위협할 일이 있을 때 자기들 밑에 하부 폭력배들을 집합시켜서 데리고 가는 거죠.”

이들이 휘두른 폭력 때문에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A씨.

큰 충격을 받고 아예 일을 모두 정리한 뒤 멀리 이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무서웠죠. 그러고 나서 전 공업사를 아예 그만뒀어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데 그 돈 몇 푼 벌자고 (일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

경기도 안양을 중심으로 세력을 뻗치고 있는 한 폭력 조직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원정을 떠나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 사무실을 열고 있던 한 도박 사이트 운영 업체를 찾아가 돈을 뜯어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복면 쓰고 흉기 들고 (직원들을) 다 잡아 놓은 다음에 도박장 운영자, 국내에 있는 운영자한테 전화한 거죠. '내가 여기서 애들을 데리고 있으니까 돈 보내라' 그래서 7천만 원을 보냈대요.”

이 폭력 조직은 최근 들어 20대 초반의 조직원들을 영입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왔습니다.

누군가 조직을 탈퇴하겠다고 하면 보복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조직원) 기강을 잡는다고 조직원들 불러다 놓고 서열대로 차례로 때리는 게 몇 회 있었죠. 조직생활 안 한다고 간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 잡아서 때리기도 하고…….”

경기도 수원의 한 폭력 조직은 화장품 사업에 손을 댔습니다.

한류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중국을 오가는 화장품 유통업자를 속여 5억 원 가량을 가로챘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돈만 받고 (물건을) 안 준다든지 물건을 보자고 하거나 보내라고 하면 생수를 담아서 보낸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5억 원을 가로챘죠.”

화장품 유통 업자들은 사기인 것을 알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조직 폭력배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러기 때문에 쉽게 (신고를) 하지 못해요. 가서 돈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게 되는 거죠.”

과거 조직폭력배가 주로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세력을 뻗쳐 왔다면, 최근 폭력 조직의 양상은 이렇듯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경제적인 게 제일 커요. 알다시피 유흥업이 지금 잘 되지도 않고 또 예전처럼 상인들이 단순히 조직 폭력배라고 해서 보호비를 준다거나 그렇지는 않거든요.”

폭력 조직의 입지가 좁아들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뛰어들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돈벌이가 된다고 하면 다른 조직원이라도 친분이 있는 경우에 같이 합세해서 불법적인 것을 통해서 이득을 챙기고 있죠.”

경찰은 폭력 조직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 조차 못한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를 못 하는 경우들이 좀 있는데요. 사실 피해를 당했으면 바로 그 즉시 신고를 하셔야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이번 특별 단속을 통해 경기 남부권에서만 모두 18개 폭력 조직, 27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2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술을 먹고 상습적으로 폭력을 일삼는 주취 폭력배나, 주민들을 협박하는 이른바 '생활 주변 동네 조폭' 693명도 검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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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돈 되면 다 한다”…생활 속 파고든 폭력조직
    • 입력 2017-06-01 08:43:15
    • 수정2017-06-01 08: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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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단속에도 조직폭력배들의 먹이 사슬이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폭력 조직의 범죄 행태가 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요즘 조직폭력배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견인차와 화장품 판매에 손을 대고, 해외까지 원정을 가 강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좀도둑처럼 생활 주변까지 깊숙이 침투하다 보니, 그만큼 피해를 보는 시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권을 노리고 협박과 무차별 폭행을 휘두르는 폭력 조직 때문에 피해자들은 신고도 못 하고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폭력 조직의 실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양시의 한 장례식장 앞입니다.

어두운색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공손히 손을 모으고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곧이어 검은색 승용차에서 중년 남성이 내립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이 남성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구부려 깍듯하게 인사를 합니다.

중년 남성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인사는 계속됩니다.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과시하고 있는 폭력 조직입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이번 단속은 18개 파, 183명에 대해서 저희가 단속한 겁니다.”

수도권에서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던 A 모 씨는 이런 폭력 조직원들에게 한동안 시달렸습니다.

손님을 더 끌어오기 위해 한 견인차 업체를 소개받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견인차 업체 사장의 행동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거래도 하기 전부터 돈을 먼저 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가불해달라고 와서 술 사달라고 그러고 그랬죠. 7백만 원에서 천만 원 정도 가져갔을 거예요.”

이들은 렌터카 영업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무조건 본인들 렌터카만 쓰라고 협박을 해왔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대부분 공업사에서 (손님에게) 렌터카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 그런 경우가 있을 때 '우리 렌터카 써라, 어?' 이렇게 공업사 사장한테 위협을 한 거죠. 이런 식으로 된 거예요.”

이런 요구가 계속되자 A씨는 다른 견인차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알았는지 폭력 조직원들은 A씨가 거래하려던 업체를 찾아가 견인차를 부수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상대방 업체와 거래를 하려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상대방 견인차 회사 가서 때려 부수고 그랬어요. 야구 방망이로.”

A씨가 미리 줬던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위협은 더 심해졌습니다.

조직원들을 몰고 와 무차별 폭행을 가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선불로 줬던) 돈을 달라고 하니까 이제 걔들이 평택에서 온 거예요. 깡패들 데리고. 맞아서 제가 이 5개가 나가서 전치 6주 나온 거고요.”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실제 조직폭력배는 운영자 2명이에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어떤 협박이 필요하다거나 위협할 일이 있을 때 자기들 밑에 하부 폭력배들을 집합시켜서 데리고 가는 거죠.”

이들이 휘두른 폭력 때문에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A씨.

큰 충격을 받고 아예 일을 모두 정리한 뒤 멀리 이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무서웠죠. 그러고 나서 전 공업사를 아예 그만뒀어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데 그 돈 몇 푼 벌자고 (일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

경기도 안양을 중심으로 세력을 뻗치고 있는 한 폭력 조직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원정을 떠나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 사무실을 열고 있던 한 도박 사이트 운영 업체를 찾아가 돈을 뜯어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복면 쓰고 흉기 들고 (직원들을) 다 잡아 놓은 다음에 도박장 운영자, 국내에 있는 운영자한테 전화한 거죠. '내가 여기서 애들을 데리고 있으니까 돈 보내라' 그래서 7천만 원을 보냈대요.”

이 폭력 조직은 최근 들어 20대 초반의 조직원들을 영입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왔습니다.

누군가 조직을 탈퇴하겠다고 하면 보복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조직원) 기강을 잡는다고 조직원들 불러다 놓고 서열대로 차례로 때리는 게 몇 회 있었죠. 조직생활 안 한다고 간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 잡아서 때리기도 하고…….”

경기도 수원의 한 폭력 조직은 화장품 사업에 손을 댔습니다.

한류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중국을 오가는 화장품 유통업자를 속여 5억 원 가량을 가로챘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돈만 받고 (물건을) 안 준다든지 물건을 보자고 하거나 보내라고 하면 생수를 담아서 보낸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5억 원을 가로챘죠.”

화장품 유통 업자들은 사기인 것을 알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조직 폭력배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러기 때문에 쉽게 (신고를) 하지 못해요. 가서 돈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게 되는 거죠.”

과거 조직폭력배가 주로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세력을 뻗쳐 왔다면, 최근 폭력 조직의 양상은 이렇듯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경제적인 게 제일 커요. 알다시피 유흥업이 지금 잘 되지도 않고 또 예전처럼 상인들이 단순히 조직 폭력배라고 해서 보호비를 준다거나 그렇지는 않거든요.”

폭력 조직의 입지가 좁아들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뛰어들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돈벌이가 된다고 하면 다른 조직원이라도 친분이 있는 경우에 같이 합세해서 불법적인 것을 통해서 이득을 챙기고 있죠.”

경찰은 폭력 조직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 조차 못한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노(경기남부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 팀장) :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를 못 하는 경우들이 좀 있는데요. 사실 피해를 당했으면 바로 그 즉시 신고를 하셔야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이번 특별 단속을 통해 경기 남부권에서만 모두 18개 폭력 조직, 27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2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술을 먹고 상습적으로 폭력을 일삼는 주취 폭력배나, 주민들을 협박하는 이른바 '생활 주변 동네 조폭' 693명도 검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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