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나 경찰인데”…속고 속이는 ‘보이스피싱’

입력 2017.06.06 (08:35) 수정 2017.06.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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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취업난 때문일까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의 검은 유혹에 빠진 20대 청년이 부쩍 늘어난 모습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 통장을 받거나 현금 인출에 20대 청년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고액 아르바이트로 위장해 조직원들을 끌어모았는데요.

경찰에 가장 먼저 붙잡히는 것도 이런 배송책이나 인출책들입니다.

이렇다 보니 사정을 잘 아는 20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사기가 판치는 보이스피싱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지하철역입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20대 남성의 팔을, 또 다른 남성이 붙잡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데, 따라가는 남성은 겁에 질린 모습입니다.

남성에게 붙잡힌 사람은 중국 내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조직의 한국 인출책 23살 A 모 씨입니다.

잠시 뒤, 이 남성은 인근 은행의 현금 인출기 앞에서 포착됩니다.

인출한 돈 4백만 원은 지하철역에서 A씨를 붙잡았던 27살 권 모 씨에게 전달됩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뒤에서 멀리서 지켜본 거예요. 지켜보고 나서 인출하러 가기 전에 자기가 어느 경찰서의 수사관이다. 최대한 협조를 해라. 그리고 미란다 원칙 고지를 해서, 현장에서 체포하는 시늉을 했고요."

경찰을 사칭해, A 씨를 협박한 뒤 보이스피싱으로 빼돌린 돈을 다시 가로챈 겁니다.

알고 보니 권 씨 일당은 A씨와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차상진(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인터넷에 구직 광고를 올린 나머지 두 사람한테 권 씨가 메신저를 통해서 접근했고요, 접근 이후에 지방에 있는 모 장소에서 만나서 얼굴을 한 차례 익히고 이후에는 다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전과가 있던 권 씨.

올해 초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다 적발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면서도, 보이스피싱으로 다시 돈을 가로챌 계획을 짜게 됩니다.

이번에는 좀 더 대담해졌습니다.

<인터뷰> 차상진(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유사한 범죄 전력이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의 습성이라든가 활동 반경 등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접근해서 경찰관으로 사칭하면 쉽게 피해금을 갈취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인출책으로 받는 돈이 적다고 느낀 권 씨는, 보이스피싱으로 번 돈을 조직에 송금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채기로 합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인출책만 하면) 수입이 얼마 안 되잖아요. 가령 600만 원을 인출하게 되면 자기한테 남는 금액은 15만 원, 20만 원밖에 안 되는데 돈을 주지 않고 자기가 갖게 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권 씨는 우선 대포 통장과 카드를 넘겨주는 배송책으로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처음엔 카드를 전달만 하게 되고요. 카드 전달만 하다가 (신뢰가 쌓이면) 인출책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거든요."

이렇게 배송책으로 일하며 알아낸 정보로 인출책인 A 씨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리고 경찰이라며 A 씨를 협박해 조직으로 보내려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습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팔을 낚아채면서 '어디 모 경찰서 지능팀 수사관이다'라고 했고, 더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게 피의자들이 동종 전력이 있다 보니까 주위 상황이나 이런 것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믿을 수밖에 없었고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된 권 씨 일당.

권 씨 일당과 속았던 보이스피싱 인출책은 주로 일자리를 구하던 20대 청년들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조직원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은밀하게 올리고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

한 달에 천만 원도 벌 수 있다며 지금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최근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들을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부산에 사는 공무원 준비생 박 모 씨도 이런 유혹에 빠질 뻔했습니다.

<녹취> 박OO(최초 신고자) : "무슨 현장 직원을 구한다면서 5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그러면서 문자가 왔었거든요."

고액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겠다는 문자 내용에 솔깃해 곧바로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안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과 통화 내용(음성변조) : "이게 1년에 서울에 있는 집 한 채 값 버는 일인데, 돈은 많이 벌어요. 저희 직원 만나면 카드 한 장 줄 거예요. 그것으로 일하시면 되고 저희만 주는 것도 아니고요, OOO 씨도 저희한테 은행 카드 한 장 주셔야 돼요."

박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임을 직감했습니다.

<녹취> 박OO(최초 신고자) : "업무 자체가 자기네들이 자금을 세탁해주고 있다. 뭐 그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인출을 해서 자기네 쪽으로 무통장 입금만 해주면 1,000만 원당 5%, 그러니까 50만 원을 주겠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과 통화 내용(음성변조) : "(확실히 저희 쪽 일 하시려고 마음먹은 거죠?) 네. (OO 은행 하루 인출 한도가 얼마나 돼요?) 그런 것까지는 제가 신경을 안 써서 잘 모르겠어요. (돈을 하루에 얼마만큼 찾아봤어요? 카드로?)"

기지를 발휘한 박 씨.

경찰에 신고한 후, 이들과 만날 약속을 잡습니다.

<녹취> 박OO(최초 신고자) : "제가 간절하게 진짜 돈이 급해서 하고 싶습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해서 그러면 지역 어디냐 그런 식으로 물어보고 해운대 지하철역 쪽에서 약속을 잡아서 만나기로 했어요."

현장에서 대기하던 경찰은 필리핀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인출책 두 명을 검거합니다.

<녹취> 김남수(팀장/부산 해운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구직 사이트에는 그냥 통장, 카드만 빌려주면 월급을 주겠다. 이렇게 거짓말로 (글을) 올린 거죠."

20대 청년들에게 뻗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

경찰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인출책으로 활동하거나, 대포 통장 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엄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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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나 경찰인데”…속고 속이는 ‘보이스피싱’
    • 입력 2017-06-06 08:36:48
    • 수정2017-06-06 09: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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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취업난 때문일까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의 검은 유혹에 빠진 20대 청년이 부쩍 늘어난 모습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 통장을 받거나 현금 인출에 20대 청년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고액 아르바이트로 위장해 조직원들을 끌어모았는데요.

경찰에 가장 먼저 붙잡히는 것도 이런 배송책이나 인출책들입니다.

이렇다 보니 사정을 잘 아는 20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사기가 판치는 보이스피싱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지하철역입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20대 남성의 팔을, 또 다른 남성이 붙잡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데, 따라가는 남성은 겁에 질린 모습입니다.

남성에게 붙잡힌 사람은 중국 내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조직의 한국 인출책 23살 A 모 씨입니다.

잠시 뒤, 이 남성은 인근 은행의 현금 인출기 앞에서 포착됩니다.

인출한 돈 4백만 원은 지하철역에서 A씨를 붙잡았던 27살 권 모 씨에게 전달됩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뒤에서 멀리서 지켜본 거예요. 지켜보고 나서 인출하러 가기 전에 자기가 어느 경찰서의 수사관이다. 최대한 협조를 해라. 그리고 미란다 원칙 고지를 해서, 현장에서 체포하는 시늉을 했고요."

경찰을 사칭해, A 씨를 협박한 뒤 보이스피싱으로 빼돌린 돈을 다시 가로챈 겁니다.

알고 보니 권 씨 일당은 A씨와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차상진(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인터넷에 구직 광고를 올린 나머지 두 사람한테 권 씨가 메신저를 통해서 접근했고요, 접근 이후에 지방에 있는 모 장소에서 만나서 얼굴을 한 차례 익히고 이후에는 다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전과가 있던 권 씨.

올해 초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다 적발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면서도, 보이스피싱으로 다시 돈을 가로챌 계획을 짜게 됩니다.

이번에는 좀 더 대담해졌습니다.

<인터뷰> 차상진(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유사한 범죄 전력이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의 습성이라든가 활동 반경 등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접근해서 경찰관으로 사칭하면 쉽게 피해금을 갈취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인출책으로 받는 돈이 적다고 느낀 권 씨는, 보이스피싱으로 번 돈을 조직에 송금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채기로 합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인출책만 하면) 수입이 얼마 안 되잖아요. 가령 600만 원을 인출하게 되면 자기한테 남는 금액은 15만 원, 20만 원밖에 안 되는데 돈을 주지 않고 자기가 갖게 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권 씨는 우선 대포 통장과 카드를 넘겨주는 배송책으로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처음엔 카드를 전달만 하게 되고요. 카드 전달만 하다가 (신뢰가 쌓이면) 인출책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거든요."

이렇게 배송책으로 일하며 알아낸 정보로 인출책인 A 씨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리고 경찰이라며 A 씨를 협박해 조직으로 보내려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습니다.

<인터뷰> 박동진(수사관/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팔을 낚아채면서 '어디 모 경찰서 지능팀 수사관이다'라고 했고, 더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게 피의자들이 동종 전력이 있다 보니까 주위 상황이나 이런 것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믿을 수밖에 없었고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된 권 씨 일당.

권 씨 일당과 속았던 보이스피싱 인출책은 주로 일자리를 구하던 20대 청년들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조직원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은밀하게 올리고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

한 달에 천만 원도 벌 수 있다며 지금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최근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들을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부산에 사는 공무원 준비생 박 모 씨도 이런 유혹에 빠질 뻔했습니다.

<녹취> 박OO(최초 신고자) : "무슨 현장 직원을 구한다면서 5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그러면서 문자가 왔었거든요."

고액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겠다는 문자 내용에 솔깃해 곧바로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안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과 통화 내용(음성변조) : "이게 1년에 서울에 있는 집 한 채 값 버는 일인데, 돈은 많이 벌어요. 저희 직원 만나면 카드 한 장 줄 거예요. 그것으로 일하시면 되고 저희만 주는 것도 아니고요, OOO 씨도 저희한테 은행 카드 한 장 주셔야 돼요."

박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임을 직감했습니다.

<녹취> 박OO(최초 신고자) : "업무 자체가 자기네들이 자금을 세탁해주고 있다. 뭐 그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인출을 해서 자기네 쪽으로 무통장 입금만 해주면 1,000만 원당 5%, 그러니까 50만 원을 주겠다."

<녹취>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과 통화 내용(음성변조) : "(확실히 저희 쪽 일 하시려고 마음먹은 거죠?) 네. (OO 은행 하루 인출 한도가 얼마나 돼요?) 그런 것까지는 제가 신경을 안 써서 잘 모르겠어요. (돈을 하루에 얼마만큼 찾아봤어요? 카드로?)"

기지를 발휘한 박 씨.

경찰에 신고한 후, 이들과 만날 약속을 잡습니다.

<녹취> 박OO(최초 신고자) : "제가 간절하게 진짜 돈이 급해서 하고 싶습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해서 그러면 지역 어디냐 그런 식으로 물어보고 해운대 지하철역 쪽에서 약속을 잡아서 만나기로 했어요."

현장에서 대기하던 경찰은 필리핀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인출책 두 명을 검거합니다.

<녹취> 김남수(팀장/부산 해운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구직 사이트에는 그냥 통장, 카드만 빌려주면 월급을 주겠다. 이렇게 거짓말로 (글을) 올린 거죠."

20대 청년들에게 뻗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

경찰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인출책으로 활동하거나, 대포 통장 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엄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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