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한해 농사 시작!…北 농업·식량 현실은?

입력 2018.03.24 (07:57) 수정 2018.03.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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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능력이 따르지 못해 안타깝고 자책을 했다”는, 북한 권력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자기 반성의 말을 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방증으로도 해석됐습니다.

올 들어 북한이 대외정책을 급격히 바꾼데는 대북 제재에 따른 목전의 식량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이달 들어 농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 농촌의 모습과, 북한 농업과 식량 문제의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백두산 자락 삼지연군에서 사람들이 채 녹지 않은 눈길을 달려 논으로 향한다.

눈과 얼음을 깨고 얼어 붙은 땅을 파헤치며 한해 농사의 시작 이른바 ‘거름전투’를 하고 있다.

[최동화/삼지연군 인민위원회 위원장 :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하신 전투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하여 온 군이 폭풍처럼 떨쳐 일어났습니다."]

황해남도의 산골마을 은천군에서는 요즘 수로 공사에 한창이다.

대부분이 간석지라 농업용수 확보가 중요한 곳이다.

[안철수/안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 "이 공사만 끝나게 되면 우리 농장에서는 모든 논밭에 물을 충분히 대줄 수 있고 염기 피해를 막아 높고 안전한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됩니다."]

북한당국은 최근에는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트랙터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농기계 확충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온실 채소와 버섯 재배 등도 올해 농업 부문 실천 사업으로 제시했다.

[조선중앙TV/1월 5일 : "농업 부문에서는 능률적인 농기계들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고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지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축산물과 과일, 온실 남새와 버섯 생산을 늘려나가야 한다."]

북한의 농업은 김일성이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과 역사를 같이 한다.

[北기록영화 ‘어버이수령님 농업근로자들과 함께 계시여’ : "우리 농민들을 착취와 빈궁의 구속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오랜 세월 꿈으로만 그려오던 땅에 대한 농민들의 세기적 숙망을 풀어주신 어버이 수령님..."]

광복을 맞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1946년 3월.

김일성은‘토지개혁에 관한 법령’을 발표하고 일본인 지주와 부농, 종교인 등에게서 몰수한 땅을 영세 농민들에게 무상 분배한다.

이어 1950년대 토지 국유화를 시행한다.

‘집단농장’을 만들고 개인은 토지나 생산물을 소유할 수 없게 했다.

봉건적 농업 국가에서 사회주의 국가로의 전환을 내세웠지만 생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김일성은 농민들의 토지의 땅 문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다시 환수하는 협동농장정책을 추진합니다. 하지만 협동농장은 기본적으로 생산 단위가 최소 40명에 달하는 일종에 분조 관리시스템으로 농사를 경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농민들은 열심히 하나 안하나 일하는 데 있어서 영농 의욕이 상실되기 때문에 북한은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여기에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릴 만큼 극심한 경기 침체까지 겪으면서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한때 김정일이 농업 분야에 시장경제 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사회주의 체제 근간을 헤친다는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지는 못했다.

[김정은 서한/2014년 2월/조선중앙TV : "분조에서 생산한 알곡 가운데서 국가가 정한 일정한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농장원 들에게 그들이 번 노력일에 따라 현물을 기본으로 하여 분배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정은 집권기 북한의 농업은 다시한번 변화를 맞게 된다.

2012년 6·28 경제 관리 개선 조치의 하나로도입된 ‘포전담당제’가 대표적이다.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인‘분조’의 경작인원 수를 3명에서 5명의 가족 단위로까지 대폭 줄였다.

초과 달성한 농산물은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했다.

경작에 관한 개인의 관심과 노력을 협동농장으로 끌어들여 국가의 농업 생산 능력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포전담당제에 대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김명희/농장원 : "지난해 저만 아니라 우리 작업반의 모든 농장원들이 많은 분배 몫을 받았습니다. 분조관리제에 의한 포전담당책임제가 실시되자, 한 해 한 해 분배 몫이 높아지는 것이 눈에 띄게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시기 포전담당제를 경험했다는 탈북민은 현실은 다르다고 증언한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예를 들어서 (생산량이) 1톤 300킬로그램이 나오면 300킬로그램은 농장원이 가져라. 1톤은 국가에 바쳐라. 이렇게 만들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이) 기를 쓰고 농사를 짓죠. 그런데 비료도 없고 하니까 반대로 적자가 난다 말입니다. (생산량이) 1톤 나와야 할 밭에서 1톤도 안나오니 (국가에) 내고도 모자라니까 (농장원들은) 분배를 받아야 될 분배도 다 못 받는다는 말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포전담당제가 분조를 구성하는 인원수만 줄였을 뿐, 기대만큼 동기 부여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와 비료가 부족한데다 해마다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대응할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해 농업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농민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는 일종의 개인들의 의욕을 말하는 것이죠. 비농업적인 요소 즉 농업의 하드웨어 요소는 결국은 농업의 인풋 투입요소, 공급입니다. 현재 북한농업의 문제점은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상실케 하는 집단농 시스템과 농업투입요소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경제적인 악순환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생산성 저하는 고스란히 식량난으로 이어졌다.

현재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소비량 대비 평균 70%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올해 북한을 식량 부족 국가로 재지정했다.

북한이 외부 지원이나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식량 부족분이 46만 톤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 부족 문제가 단지 생산성 문제만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UN제재가 강화되면서 최근은 북한 시장이 제대로 활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을 통해서 이제 먹고 살아야 할 주민들이 시장 활동이 제대로 줄다보니까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소위 수요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식량 구입 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또 다른 식량 위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거든요 지금 현재 북한의 상황은 공급 부족 보다는 식량 구입 능력의 부족이 더 큰 식량 위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17년 9월 : "대륙간 탄도 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

북한의 잇단 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에 맞서 지난 2년여 동안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2375호와 2397호를 잇따라 채택하면서 북한은 주요 수출품인 철광석과 석탄은 물론 수산물 거래도 차단당했다.

이러한 제재가 일반 북한주민들의 삶에 실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최근 경제제재로 인해서 북한의 장마당에 돈이 마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돈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장마당에 나온 식량을 사는데 매우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가속화된다면 결국은 식량난이 다시 도래 올 수밖에 없고 이것은 지난 95년에서 98년까지 고난의 행군 동안 북한 주민 200만 명이 굶어죽었던 불행한 사태가 다시 한 번 발생할 가능성을 엿볼 수가 있겠습니다."]

우리의 세관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1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곡물은 총 3만 2천 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서른아홉배나 늘었다.

그중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6%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대북제재와 연관시켜 설명한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소득이 낮은 계층은 쌀 대신에 대체할 수 있는 게 이제 옥수수라든지 밀가루 이쪽이고, 또 소득이 낮은 시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음식업에 전환을 하다 보니까 그 원료가 밀가루이기 때문에 사실 밀가루의 소비가 증가한다고 하는 것은 그런 여러가지 측면이 동시에 가반 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북한에 있는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탈북민은 북한 내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전한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장마가 너무 져서 작년에는 완전히 곡식이 망했다는 거예요. 가뭄은 일 없는데(괜찮은데) 장마가 그렇게 졌답니다. 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차례에 올릴 쌀이 1㎏ 살 돈이 없다고... 제가 기가 막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친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 개선까지 시도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식량난이라는 목전의 문제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대북 경제 제재로 인해가지고 북한의 수출이 아주 큰 타격을 받은 것이 큰 원인이죠. 민생경제로 영향을 미치니까 그게 영향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주민들의 시장활동이 뜸해지다보니까 주민 소득 감소로 되고 이게 주민들 의 식량구입능력 저하로 나타나고.결국은 이제는 더이상 버티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화로 나설 수밖에 없는 뭐 그런 상황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北 노래 ‘분조 농사는 나의 농사’ : "분조 농사는 나의 농사 우리 분조 우리 살림 꽃을 피워가네."]

북한 당국은 북한식 농업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자력만으로는 만성적인 식량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의 큰 틀에서 우리도 북한 농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의 2500만은 통일 과정이나 또 통일 이전이나, 또 통일 이후에 한 민족으로서 같이 살아야 될 대상이죠. 다만 통일 농업으로서 북한에게 물고기를 던져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 식으로 농사를 지으니까 식량이 증산되고 또 식량부족이 없어진다라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줌으로써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오면 식량문제도 해결하고 또 시장경제도 활성화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하나의 시범사업부터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부 민간 단체들은 최근 북한 농장의 자립을 위한 농업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북한 지역에 적응 가능한 품종과 영농 방식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남북 관계의 해빙 분위기 속에 이같은 교류 협력이 결실을 맺어 만성적 식량난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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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4 08:12:37
    • 수정2018-03-24 08: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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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능력이 따르지 못해 안타깝고 자책을 했다”는, 북한 권력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자기 반성의 말을 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방증으로도 해석됐습니다.

올 들어 북한이 대외정책을 급격히 바꾼데는 대북 제재에 따른 목전의 식량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이달 들어 농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 농촌의 모습과, 북한 농업과 식량 문제의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백두산 자락 삼지연군에서 사람들이 채 녹지 않은 눈길을 달려 논으로 향한다.

눈과 얼음을 깨고 얼어 붙은 땅을 파헤치며 한해 농사의 시작 이른바 ‘거름전투’를 하고 있다.

[최동화/삼지연군 인민위원회 위원장 :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하신 전투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하여 온 군이 폭풍처럼 떨쳐 일어났습니다."]

황해남도의 산골마을 은천군에서는 요즘 수로 공사에 한창이다.

대부분이 간석지라 농업용수 확보가 중요한 곳이다.

[안철수/안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 "이 공사만 끝나게 되면 우리 농장에서는 모든 논밭에 물을 충분히 대줄 수 있고 염기 피해를 막아 높고 안전한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됩니다."]

북한당국은 최근에는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트랙터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농기계 확충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온실 채소와 버섯 재배 등도 올해 농업 부문 실천 사업으로 제시했다.

[조선중앙TV/1월 5일 : "농업 부문에서는 능률적인 농기계들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고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지어 알곡 생산 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축산물과 과일, 온실 남새와 버섯 생산을 늘려나가야 한다."]

북한의 농업은 김일성이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과 역사를 같이 한다.

[北기록영화 ‘어버이수령님 농업근로자들과 함께 계시여’ : "우리 농민들을 착취와 빈궁의 구속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오랜 세월 꿈으로만 그려오던 땅에 대한 농민들의 세기적 숙망을 풀어주신 어버이 수령님..."]

광복을 맞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1946년 3월.

김일성은‘토지개혁에 관한 법령’을 발표하고 일본인 지주와 부농, 종교인 등에게서 몰수한 땅을 영세 농민들에게 무상 분배한다.

이어 1950년대 토지 국유화를 시행한다.

‘집단농장’을 만들고 개인은 토지나 생산물을 소유할 수 없게 했다.

봉건적 농업 국가에서 사회주의 국가로의 전환을 내세웠지만 생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김일성은 농민들의 토지의 땅 문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다시 환수하는 협동농장정책을 추진합니다. 하지만 협동농장은 기본적으로 생산 단위가 최소 40명에 달하는 일종에 분조 관리시스템으로 농사를 경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농민들은 열심히 하나 안하나 일하는 데 있어서 영농 의욕이 상실되기 때문에 북한은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여기에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릴 만큼 극심한 경기 침체까지 겪으면서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한때 김정일이 농업 분야에 시장경제 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사회주의 체제 근간을 헤친다는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지는 못했다.

[김정은 서한/2014년 2월/조선중앙TV : "분조에서 생산한 알곡 가운데서 국가가 정한 일정한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농장원 들에게 그들이 번 노력일에 따라 현물을 기본으로 하여 분배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정은 집권기 북한의 농업은 다시한번 변화를 맞게 된다.

2012년 6·28 경제 관리 개선 조치의 하나로도입된 ‘포전담당제’가 대표적이다.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인‘분조’의 경작인원 수를 3명에서 5명의 가족 단위로까지 대폭 줄였다.

초과 달성한 농산물은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했다.

경작에 관한 개인의 관심과 노력을 협동농장으로 끌어들여 국가의 농업 생산 능력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포전담당제에 대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김명희/농장원 : "지난해 저만 아니라 우리 작업반의 모든 농장원들이 많은 분배 몫을 받았습니다. 분조관리제에 의한 포전담당책임제가 실시되자, 한 해 한 해 분배 몫이 높아지는 것이 눈에 띄게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시기 포전담당제를 경험했다는 탈북민은 현실은 다르다고 증언한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예를 들어서 (생산량이) 1톤 300킬로그램이 나오면 300킬로그램은 농장원이 가져라. 1톤은 국가에 바쳐라. 이렇게 만들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이) 기를 쓰고 농사를 짓죠. 그런데 비료도 없고 하니까 반대로 적자가 난다 말입니다. (생산량이) 1톤 나와야 할 밭에서 1톤도 안나오니 (국가에) 내고도 모자라니까 (농장원들은) 분배를 받아야 될 분배도 다 못 받는다는 말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포전담당제가 분조를 구성하는 인원수만 줄였을 뿐, 기대만큼 동기 부여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와 비료가 부족한데다 해마다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대응할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해 농업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농민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는 일종의 개인들의 의욕을 말하는 것이죠. 비농업적인 요소 즉 농업의 하드웨어 요소는 결국은 농업의 인풋 투입요소, 공급입니다. 현재 북한농업의 문제점은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상실케 하는 집단농 시스템과 농업투입요소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경제적인 악순환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생산성 저하는 고스란히 식량난으로 이어졌다.

현재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소비량 대비 평균 70%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올해 북한을 식량 부족 국가로 재지정했다.

북한이 외부 지원이나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식량 부족분이 46만 톤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 부족 문제가 단지 생산성 문제만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UN제재가 강화되면서 최근은 북한 시장이 제대로 활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을 통해서 이제 먹고 살아야 할 주민들이 시장 활동이 제대로 줄다보니까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소위 수요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식량 구입 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또 다른 식량 위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거든요 지금 현재 북한의 상황은 공급 부족 보다는 식량 구입 능력의 부족이 더 큰 식량 위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17년 9월 : "대륙간 탄도 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

북한의 잇단 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에 맞서 지난 2년여 동안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2375호와 2397호를 잇따라 채택하면서 북한은 주요 수출품인 철광석과 석탄은 물론 수산물 거래도 차단당했다.

이러한 제재가 일반 북한주민들의 삶에 실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최근 경제제재로 인해서 북한의 장마당에 돈이 마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돈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장마당에 나온 식량을 사는데 매우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가속화된다면 결국은 식량난이 다시 도래 올 수밖에 없고 이것은 지난 95년에서 98년까지 고난의 행군 동안 북한 주민 200만 명이 굶어죽었던 불행한 사태가 다시 한 번 발생할 가능성을 엿볼 수가 있겠습니다."]

우리의 세관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1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곡물은 총 3만 2천 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서른아홉배나 늘었다.

그중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6%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대북제재와 연관시켜 설명한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소득이 낮은 계층은 쌀 대신에 대체할 수 있는 게 이제 옥수수라든지 밀가루 이쪽이고, 또 소득이 낮은 시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음식업에 전환을 하다 보니까 그 원료가 밀가루이기 때문에 사실 밀가루의 소비가 증가한다고 하는 것은 그런 여러가지 측면이 동시에 가반 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북한에 있는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탈북민은 북한 내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전한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장마가 너무 져서 작년에는 완전히 곡식이 망했다는 거예요. 가뭄은 일 없는데(괜찮은데) 장마가 그렇게 졌답니다. 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차례에 올릴 쌀이 1㎏ 살 돈이 없다고... 제가 기가 막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친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 개선까지 시도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식량난이라는 목전의 문제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대북 경제 제재로 인해가지고 북한의 수출이 아주 큰 타격을 받은 것이 큰 원인이죠. 민생경제로 영향을 미치니까 그게 영향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주민들의 시장활동이 뜸해지다보니까 주민 소득 감소로 되고 이게 주민들 의 식량구입능력 저하로 나타나고.결국은 이제는 더이상 버티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화로 나설 수밖에 없는 뭐 그런 상황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北 노래 ‘분조 농사는 나의 농사’ : "분조 농사는 나의 농사 우리 분조 우리 살림 꽃을 피워가네."]

북한 당국은 북한식 농업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자력만으로는 만성적인 식량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의 큰 틀에서 우리도 북한 농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의 2500만은 통일 과정이나 또 통일 이전이나, 또 통일 이후에 한 민족으로서 같이 살아야 될 대상이죠. 다만 통일 농업으로서 북한에게 물고기를 던져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 식으로 농사를 지으니까 식량이 증산되고 또 식량부족이 없어진다라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줌으로써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오면 식량문제도 해결하고 또 시장경제도 활성화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하나의 시범사업부터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부 민간 단체들은 최근 북한 농장의 자립을 위한 농업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북한 지역에 적응 가능한 품종과 영농 방식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남북 관계의 해빙 분위기 속에 이같은 교류 협력이 결실을 맺어 만성적 식량난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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